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15)
마존현세강림기-1617화(1614/2125)
마존현세강림기 65권 (25화)
5장 발생하다 (5)
“상황은?”
“밀고 들어옵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해!”
“전투가 벌어진 세 지점이 모두 확전되고 있습니다. 저희 영역으로 밀고 들어오는 중입니다.”
“미친놈들이••••••
차이커창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놈들.
징그럽기 짝이 없는 놈들이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삼왕계의 성격은 모두 다르다.
홍왕계가 불같이 끓어오르는 성향 이라면, 창왕계는 얼음처럼 차갑다. 그리고 흑왕계는 무슨 생각인지 짐 작하지 못할 정도로 은인자중하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런 차이 커창의 평가를 모두 뒤집어 버릴 정 도로 극적이었다.
마치 잔잔하던 바다가 태풍을 맞
아 뒤집히듯, 차갑기 짝이 없던 창 왕계가 반쯤 미친 놈처럼 홍왕계를 공격해 대고 있다.
‘이걸 어떻게 감당할 생각이냐 고……
문제는 그 확전이 민간인들을 전 혀 고려하지 않는 형식으로 이뤄지 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쪽에서 온 갖 변명을 대며 전장의 주민들을 대 피시키지 않았다면 벌써 난리가 났 을 것이다.
더욱 문제는…….
“우리 애들이 밀린다고? 창왕계가 그렇게 강할 리가 없을 텐데?”
“수가 다릅니다. 보고에 따르면, 예측한 수의 두 배 이상이 공격에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두 배?”
상황에 따라 병력의 수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두 배라니.
“뒤는 생각도 하지 않겠다는 건 가?”
차이커창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들의 등 뒤에는 아직 흑왕계가 있다. 홍왕계는 흑왕계를 견제하기 위한 병력을 그쪽으로 배치해 둔 상 황이다. 하지만 창왕계는 흑왕계 따
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가용한 모든 병력을 접경으로 밀어 넣고 있 다.
좋게 말하면 뒤를 보지 않는 과 감함이지만…….
‘미쳤어.’
차이커창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손바닥에 식은땀이 축축하게 배어나 있다.
세상에 수많은 이들이 있지만, 그 를 이토록 당황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하나뿐이다.
창왕(蒼王).
귀계로는 세상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차이커창이지만, 도무지 창왕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허를 찔러 들어온다기보다는 뭐랄 까…….
‘사람 머리 위에서 노는 느낌이 군.’
이쪽은 바닥에서 아등바등대고 있 는데,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이쪽이 싫어할 짓은 다 해버린다.
그러니 이리 기분이 더러운 거겠 지.
“창왕의 움직임은?”
“아직 포착된 게 없습니다. 전장
에도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차이커창이 이를 갈았다.
수하들에게는 전면전을 방불케 하 는 공세를 지시하고, 자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창왕이 아니라면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짓거리다.
막상 전면전이 펼쳐지기 전까지는 몇 번이고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어찌합니까?”
“……후방 배치된 이들 중 절반을 전방에 밀어 넣어.”
“괜찮겠습니까? 차라리
“입 다물어.”
수하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차이커창은 눈을 부라렸다. 그의 눈빛을 받은 이가 찔끔하여 고 개를 숙였다.
“단순히 체면을 지키자고 이러는 게 아니다. 창왕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았는데 함부로 홍왕께서 나서신다 면, 뒤를 털릴 수도 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차이커창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 다.
예측할 수 없는 적을 상대할 때 해야 할 것은 단 하나뿐이다.
‘중심을 지킨다.’
묵직하게 자리를 잡고 정공법을 고수해야 한다. 차이커창에게는 정 말 어울리지 않는 방법이지만, 지금 은 그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 다.
버티고 버티다 보면 반드시 기회 는 온다.
‘그 기회를 반드시 잡아주지!’
차이커창이 이를 악물었다.
“전방에 있는 쪽에서는 확전을 피 하며 웅크리라고 해! 자체적인 판단
으로 퇴각도 허한다.”
“하, 하지만 그랬다가는 영역 이……
“내줘.”
“……차, 차이커창 님?”
“괜찮다.”
차이커창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땅따먹기가 아니야. 죽느냐 사느냐의 승부다. 결국은 이기는 쪽 이 모든 걸 가진다. 마지막 한 평까 지 몰리더라도 완벽한 승리를 따낼 수 있는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알겠습니다.”
부관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
자, 차이커창이 등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찰칵.
찰칵.
냉정한 듯 말했지만, 손이 떨리는 지 담뱃불이 잘 켜지지 않는다.
길은 알고 있다.
하지만 걸려 있는 것이 너무도 커서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는다.
‘빌어먹을.’
차이커창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한쪽으로 돌아갔다.
‘저놈들은 항상 이런 심정이었던
건가?’
아니, 더했겠지.
그나마 홍왕계는 창왕계와 대등한 힘을 갖추고 있지만, 저놈들은 언제 나 자신보다 강한 적들과 싸워왔으 니까.
새삼 강진호와 이현수가 어떤 싸 움을 해왔는지 알 것 같다.
찰칵.
기어이 담배에 불을 붙여낸 차이 커창이 살짝 눈을 감고는 깊게 담배 연기를 빨았다.
‘세상은 공평하군.’
그동안은 차이커창이 지옥 같은
전쟁을 겪는 저들의 모습을 느긋이 구경했다면,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저들이 홍왕계를 구경할 차례였다.
‘깔보지 마라, 이현수.’
반드시 승리할 테니까. 그다음은 바로 너희다.
* * *
“생각해 보면……
“ 응?”
“우리, 홍왕계와 동맹 아닙니까?”
강진호가 ‘그게 뭔 개소리냐?’라
는 눈으로 이현수를 돌아보았다.
“아니, 명목상으로는 그렇지 않습 니까?”
“그렇긴 하지.”
“그런데 농담으로라도 지원 요청 이 없네요. 원래 동맹이라는 건 남 이랑 싸울 때 와서 응원 깃발이라도 흔들라고 있는 건데.”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
“지원 말입니까?”
“아니, 응원 깃발. 거기서 흔들고 있으면 아마 복장이 터져 죽지 않을 까?”
“……요즘 회주님 성격이 조금 나
빠지신 것 같습니다.”
“조금이 아니라 문제겠지.”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세상의 수많은 국가들은 동맹이란 이름으로 얽혀 있다. 하지만 그 동 맹 중 위기 시 진짜 힘을 빌려줄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허울뿐인 동맹은 과거 중원에서도 많았다. 하지만 그 동맹이 진정한 의미의 동맹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상황은?”
“거의 전면전 직전까지 간 모양입 니다만……
이현수가 살짝 심드렁하게 말했 다.
“어차피 쇼죠.”
“음‘?”
“전면전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삼 왕계 간의 전면전은 병력이 충돌하 는 걸 의미하지 않거든요. 모두가 죽어 나가는 상황이 되더라도 창왕 과 홍왕이 맞붙기 전까지는 전면전 이라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아마 저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보아하니 둘 다 엉덩이가 많이
무거운 모양인데, 이대로라면 언제 쯤 결론이 날지 모르겠습니다. 잘못 하면 장기화될 겁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그 말에 이현수가 슬쩍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무인이라면 애가 닳을 수밖에 없 을 테니까.”
“모든 게 걸려 있는 일전 아닙니 까?”
“수하들을 전장에 내보내 놓고 앉 아서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는 놈이 라면 그 자리에 앉을 자격도 없지.”
이으 »
그 말에는 이현수도 동의했다.
개인적인 호오를 떠나서 창왕과 홍왕이 걸물이라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두 사람이 언제까 지고 수하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어느 순간에는 맞붙겠군 요.”
“그렇지.”
이현수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런데 그게 과연 회주님이 생각 하는 방식으로 이뤄질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이견이 좀 있었다.
홍왕은 몰라도 창왕은 무인으로 승부를 가릴 사람은 아니다. 이현수 가 창왕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사 람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그의 행적 이나 다른 이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동류의 냄새가 난다.’
대체로 홍왕이나 강진호 같은 무 인들은 정체성이 확실하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머리를 쓰기보다는 자신이 더 강해지면 된다고 생각하 는 타입. 그렇기에 정직하고, 그렇기 에 무섭다.
하지만 창왕은 그런 타입이 아니
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수라도 쓰는 타입.
이현수나 차이커창이 절정의 무인 이 되었다면 창왕 같은 타입이 되었 을 것이다.
무공이 강한 차이커창이라니.
‘상상도 하기 싫군.’
그리고 차이커창은 은연중에 창왕 의 계략이 자신보다 위에 있다는 것 을 몇 번이고 인정했다.
‘그런 놈이 정정당당?’
말도 안 된다.
당장 이현수가 같은 입장이었어도
홍왕과 일대일로 승부를 가린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략을 짜는 이들이 가장 싫어하 는 건 변수니까. 기껏 세력을 키워 놓고 절대자들의 승부로 판이 갈려 버리는 그 아이러니를 버텨낼 재간 이 없을 것이다.
이현수가 혀를 내 입술을 핥았다.
“필승의 확신이 있다는 건데
“ 음?”
이현수가 강진호를 돌아보았다.
“걸라면 창왕계에 걸겠습니다.”
“이유는?”
“창왕은 이기지 못할 승부를 할 자가 아닙니다. 움직인다면 무조건 승리할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죠. 수 십 년간 참아온 이가 이제 더는 못 참겠다고 저럴 리가 있겠습니까?”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맞는 말이지. 그래서 대책은?”
“없습니다.”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한 놈이 이길 때까지 기 다리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니까 요. 저는 차라리 그 시간에 해야 할 것들을 모두 마무리해 두는 걸 추천
합니다.”
“아직 남은 게 있나?”
“아주 중요한 게 남았죠.”
이현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전쟁에는 군자금이 필요한 법 아 니겠습니까? 벌 수 있는 돈은 모두 다 벌어둬야 합니다.”
“••••••돈?”
“네. 털어먹어야죠.”
강진호가 묘한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그거, 감정이 섞인 것 같은데?”
“오해십니다. 저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이득만을 추구합니다.”
“그게 더 안 좋은 것 같은데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그 정 회장 쪽에서 연락은 없습니까?”
“연락 안 받아.”
“••••••예?”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현주 실장이 자체적으로 연락 하고 있어. 나한테까지 뭐가 올라오 지 않더군.”
“무리하네요.”
“그러게.”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하기야 무리하지 말라고 할 일도 아니지.’
결국 기어 올라가는 사람들은 무 리하는 이들이다. 평범하게 노력하 는 이들은 어느 순간 한계를 만나게 되는 법이니까.
“복잡하겠어?”
“천만에요. 제 꿈이 뭔지 아십니 까?”
“뭔데?”
“셔터맨이요.”
이현수가 낄낄대며 웃었다.
“능력 있는 마누라 만나서 애나
보며 살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 죠. 얼른 제 자리도 빼앗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 상황이 되어도 이 실장이 널 만나줄지는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 닌가?”
“……요즘 들어 회주님답지 않게 날카로운 말씀을 하시네요.”
시무룩한 이현수를 보며 강진호가 낮게 웃었다.
실없는 농담을 하기는 했지만, 그 의 눈은 휴대폰으로 날아오는 보고 서에서 떠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홍왕?’
이현수는 창왕에 집중하지만, 강 진호는 홍왕을 떠올렸다.
이현수의 말도 맞다.
창왕은 확신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홍왕이 그걸 모를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강진호의 시선이 서쪽으로 향했 다.
‘기다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군.’
당장 저 전장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억누른 강진호가 낮 게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