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18)
마존현세강림기-1620화(1617/2125)
마존현세강림기 66권 (3화)
1장 침략하다 (3)
“애들은 생각보다 탈리 적웅하고 있어요.”
“ 아.”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가 보기에도 애들의 얼 굴에서 그늘이 많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영 적웅이 안 되는 것
같던데, 주변에 자신을 해치는 사람 이 없다는 걸 알고부터는 평범한 또 래처럼 굴더라고요. 얼마나 안심했 는지.”
“다행이네요.”
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앞으로 해야 할 게 많아요. 조금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애들도 있어서 지역 아동 센터와 협의하여 트라우마 치료에 들어갈 거예요. 그 리고……
“재단에서도 심리 치료사를 따로 고용할 생각입니다. 지금 물색하는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저도 그 이야기를 들었어요. 정말 감사해요. 그런 부분까지 신경 써주시기 쉽지 않을 텐데.”
“별말씀을요.”
강진호가 살짝 겸연쩍다는 얼굴을 했다.
‘박수를 치기 위해 준비되어 있는 손 같네.’
무슨 말만 나오면 대단하다, 감사 하다가 나오니 대화를 이끌어가기가 조금 불편해진다. 하기야 원장의 입 장에서 이사장을 대하는 건데, 어쩌 면 저게 자연스러운 모습일지도 모 른다.
“저학년 아이들은 이제 슬슬 저희 한테 마음을 열고 있는데, 고학년 아이들은 여전히 조금 뚱하네요.”
“으 ”
“상처가 많다 보니 쉽게 믿을 수 없는 거겠죠. 저희가 풀어야 할 숙 제죠.”
원장이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강진호가 슬쩍 그녀를 보고는 입 을 열었다.
“일하시는 데 불편한 점은 없으십 니까?”
“아뇨. 없어요.”
“생활적인 부분이라든가……
원장이 고개를 저었다.
“워낙 관사를 좋은 곳으로 해주셔 서 아무 불만이 없네요. 바깥사람도 좋아하고요.”
“다행이네요.”
“일하는 데 불편한 건 전혀 없지 만…… 설사 조금 불편한 점이 있더 라도 그건 저희가 감수해야 할 일이 에요.”
“예?”
그 말에 강진호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에 오고 나서 알았어요. 저 희가 성심에서 얼마나 쉽게 일했는
지 말이에요. 아뇨. 사실 여기에 와 서 알았다기보다는 그전부터 알고 있던 걸 잊은 거죠. 성심 보육원에 오기 전까지는 그게 일상이었는 데……
원장이 살짝 말끝을 흐렸다.
조금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던 그 녀가 강진호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잊고 있었던 거죠, 세상에 힘든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처음 이 직 업을 선택한 이유도 그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였는데, 어느 새 그렇게 되어버렸네요. 사람이 초 심을 지켜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네
요.”
“다 그렇죠.”
원장이 살짝 고개를 돌렸다.
열린 응접실 문 너머로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형택아, 그렇게 뛰면 다쳐요!”
“예에!”
듣는 둥 마는 둥 달려가는 아이 를 보며 원장이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맡은 아이들만 보면 되는 일을 하다가 막상 원장이라는 자리 에 앉아보니 뭐랄까……
“힘드시죠?”
원장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힘들다기보다는 이제 알 것 같은 거죠. 예전에 원장 수녀님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원장 수녀님이란 말이 나오자 강 진호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분이 아니었으면 저는 지금처 럼 살고 있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건 저도 마찬가집니다.”
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그분처럼 살 수는 없겠지 만, 적어도 그분이 아이들에게 베풀 었던 것의 반이라도 따라가도록 노 력해야죠.”
강진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말하는 것만 들어도 이 사람이 얼마나 아이들을 생각하는지가 느껴 진다.
처음 보는 이라면 이리 쉽게 믿 지 않겠지만, 이 사람은 벌써 십 년 이 넘게 성심에서 아이들을 돌봐온 사람이다. 조미혜와 한진성의 적극 추천을 받은 사람이니 당연히 믿을 수 있었다.
“성심 보육원 같은 곳을 여러 곳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거 정말 큰 꿈이네요.”
원장이 시무룩한 얼굴을 했다.
“저희에게는 정말 부담되는 말이 기도 해요. 성심 같은 곳은 정말 만 들기 어렵거든요. 기본적으로 상처 가 있는 아이들이 서로 가족처럼 믿 고 의지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서.”
“부담을 지워 드리려는 건 아닙니 다.”
“네, 알아요. 그런데 이사장님이 그리 말씀하시지 않아도 저희가 그 런 목표를 이미 세우고 있거든요.”
“네?”
원장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했
다.
“저도 여기를 성심 보육원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아니, 그곳보 다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게 제 욕심이죠. 쉽지 않은 일이겠지 만……
원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요즘 난리도 아니에요. 이번에 새로 원장이 된 교사들끼리 단톡방을 팠거든요.”
“그, 그래요?”
“밤만 되면 온갖 고민이 올라오다 가, 갑자기 원장 수녀님 찬양회가 열렸다가, 다시 온갖 고민이 올라오
다가……
대충 분위기를 알 것 같다.
그래도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는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끼리 의견을 나눈다는 게 좋게 보였다.
‘부녀회처럼만 안 되면 뭐.’
아니, 뭐, 부녀회처럼 되어도 딱 히 상관은 없나? 실제로 아주머니들 이기도 하고…….
“ 여하튼요.”
“네.”
“다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 어요.”
“••••••예?”
“이사장님이요.”
강진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요?”
“네. 이사장님이요.”
원장이 푸근하게 미소를 지었다.
“시설 하나만 봐도 얼마나 아이들 을 생각했는지 알 수 있거든요. 물 론 저희야 성심에서 많이 지켜봤으 니 이사장님이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한다는 건 다 알지만, 설마 이렇 게까지 하실 줄은 몰랐어요.”
“……별말씀을요.”
“이사장님 같은 분이 많아져야 세 상이 좀 살기 좋아질 텐데……. 어
머, 내가 너무 아부하는 것처럼 보 이나? 호호호.”
강진호의 뒷머리에서 땀이 촉촉이 배어났다.
‘원래 이렇게 말을 잘하는 분이셨 나?’
이럴 줄 알았으면 보육 교사들과 종종 대화를 해서 내성을 키워둘 걸 그랬나 보다.
“아직은 문제랄 게 없어요. 문제 는 이제 생기겠죠. 저 애들이 저희 에게 경계를 풀기 시작하면 그때부 터 시작이에요. 그전까지야 그냥 전
초전이죠.”
“아••••••
“그 외에는 다 괜찮아요. 이번에 새로 들어온 교사들도 다들 좋은 사 람들인 것 같고. 아, 물론 완전 신 입들은 울상을 좀 짓더라고요. 생각 하던 것보다 힘들겠죠.”
원장이 고소를 머금었다.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인 법이 죠. 아이들은 생각만큼 귀엽지도 않 고, 생각만큼 말을 들어주지도 않고, 생각만큼 저희를 좋아해 주지도 않 으니까요.”
맞는 말이다.
제 아이도 키우다 보면 속이 터 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남의 아 이를 키운다는 게 쉬울 리가 없다.
“박봉이라 더 그렇겠죠.”
“어머, 무슨 말씀을. 저희 보육원 에서 주는 페이가 다른 보육원의 두 배를 넘어요. 솔직히 저는 이래도 보육원이 운영이 되나 걱정하는 중 이에요.”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강진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원래 계셨던 분들은 당연히 그만 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으시고, 새로 오는 교사들에게도 봉급을 맞
춰 주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야 더 좋은 인재들이 올 테니까요.”
“그렇죠.”
원장이 강진호를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보육원에 놀러 오던 짧은 머리의 고등학생이 어느새 이렇게 커서 보 육원을 운영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녀의 손에 커서 독립을 한 아 이들도 있지만, 원장은 강진호를 볼 때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가장 크게 실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들 최 선을 다하고 있어요. 이게 얼마나
좋은 기회고, 얼마나 좋은 일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원장들 도 머리를 싸매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좋은 보육원을 만들까 고민하고 있고, 보육 교사들도 다들 노력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성심 애들도 자주 들러서 분위기를 만들어주더라고요. 참 그 어린애들이 마음 씀씀이도 곱지.”
성심이라는 말이 나오자 원장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정든 곳을 떠나셔서 아쉬우시겠 어요.”
“음, 그런 마음이 아주 없다면 거 짓말이죠. 그런데 아쉽기는 해도 돌 아가고 싶은 건 아니에요. 거기는 제가 아니어도 괜찮지만, 여기는 제 가 있어야 할 곳 같거든요.”
목소리에서 단호함이 느껴진다.
“아이들이 너무 많이 힘들었다는 걸 느낄 때마다 죄책감이 생겨요. 내가 성심에서 편하게 아이들을 보 고 있을 때 여기의 아이들이 이렇게 힘들었구나,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 고 조금 더 많은 걸 보려 했으면 몇 명이라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었을 텐데.”
원장의 손이 살짝 떨리는 걸 본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원장님의 잘못이 아니죠.”
“그렇죠. 제가 잘못한 건 아닌 데…… 그래도 그런 마음이 드네 요.”
가볍게 미소를 지은 원장이 강진 호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것에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정말 좋은 곳으로 만들어볼게요. 믿어주 세요.”
“당연히 믿고 있습니다.”
따뜻한 느낌이 든다.
보육원을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 고 있는 게 자신과 주변인들만은 아 니라는 사실에 조금 위로받는 느낌 마저 들었다.
‘하기야.’
강진호가 감히 이 사람들을 평가 할 일은 아니다.
그는 그저 적당히 남아도는 돈을 내주고 잔소리를 하는 사람에 불과 하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 직업까지 이쪽 으로 선택한 사람들 아닌가.
감히 강진호가 이들을 평가한다는 게 건방진 일이겠지.
“보육원에 더 필요한 건 없습니 까?”
“음, 사실은 이전보다 생필품 쪽 이 좀 부족해요.”
“생필품이요?”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부족한 게 없도록 지시를 내려놨는데 하필 이면 생필품이 부족하다니. 어디서 문제가 생기지 않고서야…….
“아, 그런 거 아니에요. 이게 왜 그러냐면…… 저희가 보육원을 연 지 얼마 안 되었잖아요?”
“……그렇죠.”
원장이 고소를 머금었다.
“보통 보육원에는 생필품 후원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에요. 그런데 새 로 열린 보육원은 사람들이 존재를 잘 모르기 때문에 후원이 들어오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그래 서 기존에 성심을 기준으로 잡아놓 은 양이 안 맞는 거죠.”
“아••••••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여하튼 바로 이야기해서 더 많이 구입할 수 있도록 할게요.”
“네. 그 외에 자잘한 문제들은 저 희가 따로 상의해서 말씀을 드릴게 요.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 같아서.”
“아니요. 사소한 것 하나도 모두 말씀해 주세요.”
“아••••••
강진호가 원장을 보며 말했다.
“할 수 있는 지원은 모두 해드립 니다. 필요한 게 있다면 얼마든지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지금까 지 보육원에서 했던 것들이 아니어 도 상관없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 한 거라면 뭐든 말씀해 주세요. 상 의하고 고민해 본 뒤, 지원을 해드 리겠습니다.”
원장이 빙그레 웃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
합니다.”
“별말씀을요.”
“그럼 한 가지 요구를 해도 될까 요?”
“얼마든지 하셔도 됩니다.”
“애들이랑 좀 놀아주고 가세요.”
“••••••예?”
강진호의 눈이 흔들렸다.
“아무래도 전에 이사장이나 원장 들에게 당한 일이 있어서인지 이미 지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서요. 같이 놀고 어울리다 보면 나쁜 이미 지도 사라지겠죠.”
“아, 그건 제가……
“뭐든 지원해 주신다고 하셨죠?”
“부탁드릴게요.”
생글생글 웃는 원장의 얼굴을 보 며 강진호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래서 사람은 입조심을 해야 하 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