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2)
마존현세강림기-162화(162/2125)
마존현세강림기 7권 (13화)
3장 조사하다 (3)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규민은 입을 다물고가 만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저 강진호가의미 없는 일을 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 순간, 바람이 불어왔다.
‘살짝 추운 것 같은데.’
이상하게 한기가 몰려오는 느낌이 들더니, 이내 곧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외로군.”
선명한 중국어였다.
조규민은 눈을 좁혔다.
‘중국인?’
물론 이곳은 중국이니 중국인이 나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이상한 것은 강진호가 중국인이 찾아올 것을 알고 기다리고 있던 점이다.
강진호는 어떻게 그걸 알 수 있었을까?
“마지막이다. 나와.”
강진호의 말에 앞쪽 수풀이 흔들 리는가 싶더니,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조규민이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뭐지?”
이곳이 아무리 산골이라고는 하지 만, 복색이 뭔가 너무 고풍스러웠다. 마치 무협 영화에라도 출연해야 할 것 같은 복장을 걸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와 강진호의 앞에 섰다.
사내가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기다리고 있었다고?”
강진호는 대답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놀라운 일이군. 내 기척을 느꼈다는 것이 아닌가?”
강진호의 이가 드러났다.
“그렇게 살기를 풀풀 풍겨 대는데 모를 수가 있나.”
“ 호오?”
사내가 눈을 빛냈다.
그리고 조규민은 휴대폰을 들었다.
‘뭔 말인지 알아먹을 수가 있나.’야매로 배운 실력으로는 단기 과 외를 받는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모
양이었다.
강진호가 사내를 보다가 아쉽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혼자 온 건가?”
“잠깐, 잠깐.”
사내가 손을 휘저었다.
“내가 마치 너를 쫓고 있었다는 듯이 말하는 것 같군. 나는 그저 그 쪽이 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아서 찾아온 것일 뿐이야.”
“아닐텐데?”
강진호가 미소를 홀리며 천천히 사내를 향해 다가갔다.
사내는 강진호가 다가오자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뭐지?’
왜 물러선 걸까?
눈앞에 보이는 어린 청년에게서 알 수 없는 위압감이라도 느꼈다는 말인가?
“공항에서부터 사람을 자극해 대 더군.”
사내가 눈을 낮게 떴다.
‘그걸 느꼈다는 건가?’
우위안[吳源]은 꾹 다문 이에 힘을 주었다.
그가 살아온 것의 반도 채 되지
않은 청년에게 위압감을 느끼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더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아까부터 청년이 자꾸 웃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그를 만난 것이 너 무도 기쁘다는 듯이 말이다.
“뭐가 그렇게 기쁘지?”
우위안의 물음에 강진호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지?”
이제야 겨우 찾았는데 말이야. 그가 숨 쉬던 곳.
그가 살아오던 흔적이 이곳에 있 었다.
한국은 몰라도 중국에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의 두 번째 삶이 거짓이 아니었다면, 이곳에는 중원의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귀환자라는 이름이 아니라 무인이 라는 이름으로 누군가가 있을 것이 라는 기대. 그 기대가 지금 충족되 고 있었다.
강진호는 참을 수가 없는 기분이 었다.
아무리 물을 들이켜도 결코 해소 되지 않던 갈증이 지금 서서히 풀리 려 하고 있지 않은가.
“대화는 나중에.”
강진호의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지금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거든. ”
우위안은 보았다.
눈앞에 있는 청년의 몸에서 폭풍 같은 기세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말이다.
“당해?”
“예.”
“병신 같은 것들.”
광주를 주름잡는 정무회(正武會)의 부회주인 린펑[林峰]은 눈앞에 보이는 참상에 할 말을 잃었다.
수십에 달하는 조직원들이 하나같 이 다들 병신이 되어서 돌아온 것이다.
“누구냐? 사해당 놈들이냐?”
“아닙니다.”
“그럼?”
린펑의 닦달에 고개를 푹 숙인 류 치[히J奇]가 대답했다.
“한 명이었습니다.”
“한 명‘?”
“예. 이 지방 놈이 아닌 것 같았
습니다. 억양이 이상했고, 커다란 짐을 메고 있었습니다.”
린펑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지금 한 놈에게 당했다고 하는 건가?”
“……예.”
탕!
거친 총성이 울렸다.
류치는 자신의 발 바로 앞의 시멘 트가 움푹 파여 나가는 것을 보고는 식은땀을 흘렸다.
“병신 같은 새끼들이……
린펑이 역정을 내며 자리에서 벌
떡 일어났다.
“어디로 갔는지는 파악하고 있겠 지?”
“예! 그런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문제?”
“놈들이 자치구로 들어갔습니다. 광서와 경계에 있는 곳이라 활동하 기가 애매합니다.게다가 산맥으로 들어간 모양이라 지금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린펑의 눈에서 불이 피어올랐다.
“이 꼴을 당하고 그냥 빤히 보고 만 있겠다는 거냐? 그걸 지금 말이
라고 하는 거야!”
“하지만 현실이……
“네 대가리에 총알이 박혀도 현실을 논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볼까?”
“죄송합니다.”
린펑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연 신 고개를 저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믿을 놈이 없군. 그래서 한 놈에게 당하고 와 서는 잘났다고 보고를 하고 있다는 말이지?”
“다만, 부회주님……
린펑이 화를 내려다 억지로 노기를 억눌렀다. 보통 때라면 류치가
이리 멍청하게 그의 앞에서 자꾸 말을 자르고 변명을 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뭔가 이유가 있다는 뜻.
“말해봐.”
“그놈이 아무래도 무인 같았습니다.”
“무인?”
“예. 그 무인 있지 않습니까.”
린펑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흥분 이가라앉고가슴이 차게 식는 기분 이었다.
“그래?”
“예.”
“무인이라……
그렇다면 이 많은 인원이 당하고 온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뒷골목에서 살다 보면가장 조 심해야 할 것이 공안과 무인이었다.
“이런 시대에 왜 아직 그런 것들 이 남아 있는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어떻게 할까?”
대답은 류치에게서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온 이를 본 린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 개를 깊이 숙였다.
“이곳까지 어떻게?”
“우리의 눈은 어디에나 있다고 했을텐데.”
“실례했습니다.”
린펑은 거들먹거리며의자에 앉는 놈을 보며 나지막하게 이를 갈았다.
‘개 같은 놈들.’
“이미 우 노사가 놈을 쫓기 시작 했다. 그러니 너희는 이 일을 잊는 것이 좋아.”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당했습니다.”
“그래서?”
“련(聯)의 일에 반발하겠다는 건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래. 인간은 주제를 아는 것이 중요하지.”
사내는 그 말을 남기고 다시 자리 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갔다.
“놈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너 희는 너희가 할 일을 하면 된다. 그 뿐이지.”
“예.”
린펑은가만히 밖으로 나가는 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탁.
문이 닫히고도 한참을 고개를 숙 이고 있던 린펑이 고개를 들더니 류 치를 바라보았다.
“ 이봐.”
“예, 부회주님.”
“네가 보기에는 네가 말한 그놈과 우 노사 중 누가 더 강한 것 같 나?”
“……전 잘 모르겠습니다.”
“느낌만 말하면 되는 거야.”
“그렇다면…… 솔직히 저는 그 어
린놈의 능력이도무지 이해가가지 않습니다. 아무리 우 노사라고 하더 라도 그런 것이가능할까 싶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린펑이가만히 구석으로가더니, 간이침대를 옆으로 뒤집었다.
그러고는 바닥에가려진 금고를 열었다.
“……그렇단 말이야?”
철컹!
금고 문이 금속음을 내며 열렸다. 린펑은 금고 안에서 커다란 자루를 꺼내더니, 통째로 바닥에 내려놓
고는 질질 끌어 류치에게가져갔다.
“이건?”
린펑이 자루를 열어 보여주었다.
“으음……”
류치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검은 권총이 자루 안에가득 들 어 있었다.
“이건 정무회의 명예가 달린 일이다. 무련(武聯)의 손을 빌리게 된다면 우리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돼. 지부 애들 중 쓸 만한 놈들을 끌고가라. 시간은 얼마가 걸려도 좋아. 우 노사가 놈을 처치하기 전에 먼저 그놈의 대가리에 총알을
박아 넣고 돌아와라.”
“예, 걱정 마십시오!”
“흥.”
류치가 자루를 메고 밖으로 나가 자 린펑은 다시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무인이고 뭐고 총알이 안 박히는 놈은 없는 법이지.”
시대에 뒤떨어진 것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일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우위안은 전신에 소름이 돋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절절히 느끼고 있 었다.
‘대체 뭐냐. 이게 대체!’
눈앞의 애송이 놈이 기세를 피워 올리기 시작하자 심장을 조이는 듯 한 강한 압력이 밀려왔다.
아니, 단순히 압력이 아니었다.
그저 강하기만 하다면 평생의 무 (武)의 길을 걸어온 그를 이토록이 나 두렵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저절로 몸이 벌벌 떨리고 심장이 조여오는 느낌.
발끝에서부터 수천 마리의 개미가
몸을 타고 오르는 듯한 이 공포.
“ 마공?”
이건 마공이 분명했다.
하지만 저열한 마공 따위가 어떻게 이런 힘을 발휘할 수 있단 말인가.
‘생각은 나중에.’
지금 바로 대웅하지 못한다면 순 식간에 그의 심장이 터져 버릴 것이다.
우위안은 공력을 끌어 올려 몸을 보호하며 자세를 잡았다.
강진호가 그 모습을 보더니 좋다는 듯 자꾸만 웃어 댔다.
“형의권의 변형인가?”
“형의권?”
우위안이 고개를 갸웃하자 강진호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야 달라질 수 있겠지. 세 월이 많이 흘렀으니까. 지금은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우위안의 눈이가늘어졌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세 월이라니.”
“ 모르는가?”
“무슨?”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이자는 귀환자에 대해 알지 못한다. 중국에서 귀환자들은 좀 더은 밀하게 숨어든 모양이었다. 아니면 이자가 귀환자에 대해 알지 못할 만 큼 조무래기던가.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두가지.
“너는 어느 정도지?”
“……뭐라고?”
“현대의 강호에서 너 정도면 어느 수준이라고 봐야 하는 것인가를 묻 고 있는 것이다.”
무림은 발전했을까?
아니면 퇴화했을까?
상식적으로 본다면 발전을 했을 리는 없다. 어느 지방을가더라도 무인을 쉽게 볼 수 있어 교류하던 시대가 무인들이 숨어서 무공을 익 히는 이 시대보다 약할 이유는 없으니까.
반면에 무학은 발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월이 짧지 않은 만큼 무학 이 그 시대의 것보다 훨씬 더 발전 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더구나 귀환자들이 있는 시대라면 귀환자들의 영향을 받아 무학이 더 발전했을 수도 있다.
과연 어느 쪽일까?
“……내 수준을 묻는 건가?”
“잘 아는군.”
“크크크, 그걸 네가 알 필요가 있을까? 마공의 사용자여, 그 심성이 마에 물들기 전에 내가 지옥으로 보 내줄 테니, 염왕에게 물어보거라.”
“그래?”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그것참 잘됐군.
안 그래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는데 말이야.
아아
가슴속에 숨어 지내던 흥성이 자 신을 내보내라 발악을 하며 악다구
니를 쓰고 있었다.
‘재촉하지 마.’
안 그래도 지금 풀어줄 생각이었 으니까 말이야.
그동안 굶주려 있었다는 건 나도 아주 잘 알고 있어.
짧은 시간이겠지만…….
“즐겨보자고.”
강진호가 괴이한 웃음소리를 홀리 며 우위안을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