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20)
마존현세강림기-1622화(1619/2125)
마존현세강림기 66권 (5화)
1장 침략하다 (5)
“재단?”
« O ”
“6三
“재단에 왜?”
“네가 있으면 좋을 것 같으니까.” 박유민이 멍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쪼오오옥.
스무디를 쪽 빨아먹은 박유민이 빨대를 잡고는 스무디를 휘휘 젓는 다.
“음, 진호야. 내가 저번에 술 취 해서 할 말, 못할 말을 다 한 모양 인데.”
“너 안 취했잖아.”
“……어. 그랬지?”
a o »
흐 •
박유민이 뒷머리를 긁었다.
“그럼 그냥 할 말만 한 모양인데, 여하튼 그때 내가 너한테 나도 보육 원 같은 걸 해보고 싶다고 말한 건 기억해.”
“그래.”
“그런데 그게 이런 의미는 아니었 어. 나는 아직 그럴 상황이 아니야. 그리고 내가 말한 건 네가 만든 재 단에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게 아니라 내 재단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였는 데.”
박유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물론 재단이라기에는 좀 거창하 고, 그냥 작은 보육원 하나?”
“ 알아.”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런데 나도 네 말을 듣고 이 생
각을 한 건 아냐. 그전부터 생각하 고 있었어.”
박유민이 스무디를 격하게 빨았 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만……
갈 곳 모르던 손이 결국 뒷머리 에 안착했다.
“……나 말고 더 좋은 사람이 있 지 않을까? 진호야, 생각해 봐. 나 는 그냥 어…… 그냥 대학도 졸업 못하고 프로 게이머 하는 사람이잖 아. 내가 뭘 안다고 복지 재단에 이 사로 들어가.”
“너만큼 보육원을 잘 아는 사람이 있어?”
“……그렇게 아는 거랑은 좀 다르 지 않을까? 나 말고도 훌륭하신 분 들이 많을 텐데. 특히나 내가 아직 그런 자리를 맡기에는 좀 어린 것도 같고, 배운 것도 없고.”
강진호가 피식 옷었다.
“모르면 배우면 그만이야. 나이야 문제가 안 되고.”
“무엇보다 훌륭한 사람이 많아도 내가 그 사람들이랑 일할 수 있을 까?”
어렵겠지.
강진호가 하는 고민은 단박에 이 해가 됐다. 강진호는 워낙 마이 페 이스다 보니 그에 맞춰서 일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사무적인 부분은 조 실장님이나 이 실장이 하면 돼.”
“그렇지. 그분들이야 뭐……
살아 있는 사무직의 전설들이니 까.
이현수와 조규민이 무슨 일을 하 는지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는 박유 민이지만, 그 사람들이 유능하다는 것만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그냥 얼굴만 봐도 일을 잘 하게 생긴 사람들이 아닌가.
요 o 으.”
—M
.
“그러니까 너는 그 사람들이 못하 는 일을 해주면 돼.”
“그 사람들이 못하는 일이 있어?”
“있지.”
강진호가 고소를 머금었다.
“애들이 뭘 좋아하고, 어떤 걸 원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애들이 보육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 건 그 사람들은 아무리 봐도 모르는 영역이야. 기껏해야 설문지나 돌리 겠지.”
“……그렇겠지.”
“그런데 좋은 보육원을 만들려면 그걸 이해할 수 있어야 해. 이건 나 나 최연하 씨, 그리고 그 사람들도 할 수 없는 영역이야. 그래서 네가 필요하다.”
강진호가 가만히 박유민을 바라보 았다.
그 진지한 눈에 박유민이 결국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고맙다.”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
강진호가 의문 어린 눈으로 박유 민을 바라보았다.
“뭔데?”
스무디를 쪽 빨아들인 박유민이 목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이사는 안 돼. 나는 그런 자리는 못 가. 그냥 대리 자리나 하 나 줘.”
“이사가 돼야 결정권이……
“어차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면서 결정권이 뭐가 중요해? 투표 라도 하려고?”
이 말에는 반박할 수 없는 강진 호였다.
“물론 나를 이사 자리에 앉히려는 네 생각은 이해해. 그런데 나는 지 금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어.”
“자격이 왜 필요해?”
“ 진호야.”
박유민이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네 주변에는 유능한 사람이 너무 많아.”
“•…”응?”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 그 사람들은 어떤 자리에 앉혀놔도 제 몫을 다 하겠지. 그리
고 네가 생각한 이상으로 잘해줄 거 야. 그런데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 런 사람들처럼 유능하지는 않아. 특 히나 나 같은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되어 있어.”
요 Q.”
M..‘•
“내가 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데, 자기 실력에 걸맞지 않은 자 리에 앉으면 결국 그 자리가 독이 돼. 더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부담 에 못 이겨서 퇴보하기도 하고, 긴 장감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야.”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박유민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다.
“그러니까 이사는 안 돼. 내가 제 대로 일을 하려면 그런 자리는 부담 이거든.”
“어차피 지금 당장이 아닌데도?”
“그때 내가 뭐 크게 달라졌을까?”
박유민이 빙그레 웃었다.
“때로는 조금 돌아가는 게 훨씬 나아, 진호야.”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납득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
다. 박유민이 그게 더 편하다면 그 방법을 지지해 주는 게 좋다. 이건 수익을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라 편 안함을 위한 일이니까.
박유민이 편히 일할 수 있어야 아이들도 편히 일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언제쯤 제대로 합류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거, 나 언제 은퇴하는가를 묻 는 거지?”
“……말이 그렇게 되나?”
강진호가 머리를 긁었다. 해놓고 보니 욕 같은 말이 되어버렸다.
박유민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 얼굴 하지 마. 나도 알아, 이제 내가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 길어야 2년이겠지.”
“2년은 무슨. 작년 우승자가.”
“우승자가 그다음 시즌에 곤두박 질치는 건 이 바닥에서는 너무 혼한 일이야.”
“그건 안일해서 그런 거지, 너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잖아.”
박유민이 볼을 긁었다.
어색한 게 아니다. 뭔가 불만이 있을 때 나오는 박유민 특유의 제스 처였다.
“그게 안일해서 그런 게 아냐. 이 바닥에서 정상까지 간 사람들은 보 통 사람이 생각하는 만큼 안일해질 수가 없거든.”
“어느 순간은 한계가 오는 거야. 나는 이상하게 그 한계가 늦게 오는 거고. 그냥 운이 좋은 거지.”
강진호가 고소를 머금었다.
‘운이 아니지.’
강진호는 오래전에 다리를 저는 박유민이 조금이라도 편해지도록 그 에게 내공을 심어둔 적이 있다. 그 리고 지금도 가끔씩 박유민을 만날
때마다 그에게서 탁기를 빼내는 작 업을 하는 중이다.
아마 그 일이 영향을 미쳤을 것 이다.
“여하튼 이제는 나도 슬슬 한계가 오더라고. 반응속도가 예전 같지는 않아. 아마 이번 해까지는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음 해 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 이번 시즌을 어떻게 치르느냐에 달렸겠 지.”
U o.»
..•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이건 박유민의 선택에 달린 일이 다.
“코치나 이쪽으로는 생각해 본 적 이 없고?”
“내가 코치를 하면 잘할까?”
강진호의 눈이 살짝 떨렸다.
박유민은 세상 모든 일을 잘할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강 진호지만, 이 분야만큼은 조금 대답 이 망설여졌다.
우물쭈물하는 강진호를 보며 박유 민이 피식 웃었다.
“나도 알아, 내가 코치로서는 젬
병이라는 거. 사람을 강하게 이끌고 나가는 건 내가 어려워하는 분야니 까. 사실 이쪽의 코치나 감독은 지 식보다는 그런 부분이 더 중요하거 든. 안 되는 일을 붙들지는 않으려 고.”
“……나쁘지 않은 선택 같다.”
“몰론 너도 내가 그런 줄 알고 있 으니, 은퇴한 뒤에 할 일을 찾아주 려는 거잖아. 안 그래?”
“이사 자리 맡으라는 것도 월급 더 챙겨주려고 그러는 거 알고 있 어. 고맙다, 진호야.”
“아니, 진짜 그런 생각은 안 했는 데?”
두 친구가 서로를 마주 봤다. 박유민이 피식 웃었다.
“너답다고 해야 할지.”
“ 가자.”
“응?”
“담배 한 대 피워야지. 한참 못 피웠잖아.”
“ 아.”
박유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흡연실
로 걸어 들어갔다.
강진호가 그런 박유민을 따라간 다. 살짝 저는 다리가 강진호의 시 선에 들어왔다.
예전의 강진호는 저 다리를 고치 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강진호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흡연실 안으로 들어온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나 혼자 피우고 가도 돼.”
“됐어. 담배 연기 좀 맡는다고 안 죽어.”
“간접 홉연이……
“그럼 좀 끊든가!”
강진호가 입을 다물었다.
괜히 말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 을 지경이다.
박유민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
“여하튼 말해줘서 고마워.”
“별말을 다 하네.”
강진호가 박유민을 빤히 바라보다 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박유민에게 미묘한 시선을 보냈다.
“왜?”
“아니.”
살짝 망설이던 강진호가 입을 열 었다.
“뭐라고 할까…… 생각보다 너무 쉽게 받아들여 준 것 같아서. 조금 은 더 거절할 줄 알았거든. 결국에 는 받아줄 거라 생각했지만.”
“아, 그거.”
박유민이 고소를 머금었다.
“이제는 우리도 애가 아니잖아.”
“옹?”
박유민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예전에는 그게 당연한 건 줄 알 았지. 인생의 길을 하나 정해두고 최선을 다해서 걷고 또 걷는 것. 그 래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 살면서도 어느 순간에 는 선택의 시간이 오는 거지. 새로 운 인생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으 99
박유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이 업계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그게 내가 언 제까지 이 업계에서 살아가야 한다 는 건 아니잖아. 더 좋은 길이 있거 나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과감할 줄도 알아야지. 그게 인생이 니까.”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다단계 해볼 생각은 없어?”
“……놀리지 마.”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예전에는 그저 보육원 아이들과 놀아주는 게 전부이던 두 사람이 이 제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다만, 내가 한 가지 마음에 걸리 는 건……
“응?”
박유민이 가라앉은 눈으로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벌써 할 필요는 없는 이야기였 지?”
“……내가 조금 급했나?”
“웅. 급하지. 내가 알던 진호는 이런 데서는 과하게 느긋한 사람이 었는데 말이야. 너, 최연하 씨한테도 이 말 했지?”
아으 하
흐.
박유민의 얼굴이 조금 더 굳어졌 다.
“……그럼 조규민 실장님이나 이 현수 실장님 둘 중 한 분한테는 앞 으로 십 년 정도는 어떻게 해야 한 다는 이야기를 했겠네?”
“조 실장님한테.”
그 말을 들은 박유민이 깊게 한 숨을 내쉬었다.
“ 진호야.”
“응?”
“네가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나 는 모르겠다. 너는 원래 그랬잖아.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나한테도 해 주지 않지.”
“그건••••••
박유민이 손을 들어 강진호의 말 을 잘랐다.
“아냐. 내가 섭섭하다는 게 아냐. 네가 해야 할 이야기였다면 벌써 했 겠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게 아니라……
한숨을 내쉰 박유민이 더없이 진
지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봤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마 치 네가 사라졌을 때를 대비하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
“어느 날 갑자기 네가 없어져도 성심 보육 재단만큼은 잘 돌아가게 만들어두려는 것 같아. 아니지, 진호 야? 내가 그냥 걱정이 많은 거지?”
강진호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저 깊게 담배를 빨아들였을 뿐 이다.
폐 속 깊이 들어간 담배 연기가 오늘따라 조금 쓰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