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21)
마존현세강림기-1623화(1620/2125)
마존현세강림기 66권 (6화)
2장 재회하다 (1)
부우우우우웅.
스포츠카가 도로를 질주한다.
칼날 같은 조작으로 차선을 넘나 드는 스포츠카에서 운전하고 있는 이의 심리가 엿보이는 것 같았다.
꾸욱.
액셀을 살짝 더 밟은 강진호가
한 손으로 스위치를 조작해 창문을 내렸다.
콰아아아.
바람이 차 안으로 마구 밀려 들 어온다. 풍절음에 귀가 멍멍할 정도 였다. 그 바람을 맞으며 강진호가 입에 담배를 물고는 손가락을 튕겨 불을 붙였다.
“나는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들 이 마치 네가 사라졌을 때를 대비하 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
강진호의 미간이 조금 좁아졌다.
‘이상하게 날카로울 때가 있다니 까.’
예전에도 박유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로 강진호를 당황시킨 적이 종종 있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경우 다.
한 가지 다른 것은, 이번만은 강 진호도 박유민이 한 말에 해머처럼 얻어맞았다는 점이랄까.
‘정말 그런가?’
액셀을 밟는 강진호의 발에 힘이 들어갔다.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생각이 있는 사람이
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박유민의 말이 그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건 강진호 역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끼이이이이이익!
차가 거칠게 옆 차선으로 끼어들 었다.
“저 미친 새끼가! 처 돌았어!”
원래라면 들릴 리가 없는 뒤차의 운전자가 내뱉는 욕설이 강제로 끌 어올려진 감각 덕분에 똑똑히 들렸 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 강진호가
과격하게 액셀을 밟았다.
부아아아아앙!
엔진이 터질 듯 소음을 내뿜으며 차가 앞으로 돌진했다.
‘대비라……
강진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 다.
대비를 한다고?
이 내가?
헛웃음이 나온다.
‘웃기지도 않는 일이지.’
전쟁을 앞두고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강진호의 지론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일이다.
타인의 목숨을 빼앗으려 하는 자 는 자신의 목숨 역시 내놓아야 한 다. 단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하지 않 고 전쟁에 나선 적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상정하고 어떤 일을 해본 적은 없다.
이건 대비가 아니다.
‘내가 겁을 먹었다는 건가?’
저 삼왕계에?
강진호의 눈에 핏발이 섰다.
아니다.
결코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도 부정하기 힘들 만큼 명백한 증거가 박유민의 입에 서 나왔다.
콰악!
끼 이 이 이 이 이 이 이이 익 !
휴게소를 발견한 강진호가 부러져 라 브레이크를 밟았다. 급격하게 속 도를 줄인 차가 도로 위에 긴 스키 드마크를 남기며 휴게소로 향하는 옆길로 빨려 들어갔다.
“후……
차를 대충 세운 강진호가 시트 위로 늘어졌다.
‘여기가 어디지?’
모르겠다.
차를 몰아온 것은 강진호지만, 어 느 순간부터는 그저 눈에 보이는 길 을 따라 달렸을 뿐이다. 어쩌다 여 기까지 와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헛웃음을 지은 강진호가 차에서 내렸다.
늦은 밤의 휴게소에는 사람의 혼 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강진호가 멍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갈까?
아니.
지금 이 기분으로는 어디를 가도
다를 게 없을 것 같다.
차 문을 닫은 강진호가 가만히 한쪽을 향해 걸어갔다. 어스름하게 불이 켜져 있는 건물 안을 바라본 강진호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갔 다.
휴게소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정 자로 다가간 강진호가 정자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고요하다.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이 내뿜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만 들릴 뿐이다.
‘이상한 기분이군.’
현대로 돌아온 이후로 이렇게까지
격렬하게 뒤흔들린 점은 처음이다.
아마도…… 상상치도 못한 곳에서 상상도 못한 말을 들어서인 것 같 다.
찰칵.
강진호가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새하얀 연기가 바람을 타고 하늘 위로 천천히 홑어진다.
‘겁이라……
겁을 먹었다라…….
우습지도 않은 이야기다.
만약 이곳이 과거의 중원이었다면 그 말을 들은 이들은 모두 배를 잡
고 바닥을 뒹굴었을 것이다.
천하의 적천마존이 겁을 먹는다 니.
이런 우스운 말이 어디에 있는가.
홀홀단신 중원에 떨어져 맨몸으로 마교의 교주 자리까지 오른 강진호 다. 조금이라도 누군가를 겁냈다면, 결코 그 위치까지 오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모두는 웃어도 강진호만은 웃을 수 없었다. 박유민의 그 말이 강진호의 폐부를 정확히 찔러 들어 왔다는 걸 강진호는 알고 있기 때문
이다.
‘겁이 없는 게 아니었어.’
잃을 게 없었을 뿐이다.
중원의 삶은 그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사고방식과 다른 문화, 이해 할 수 없는 사람들과 잊혀지지 않는 과거.
그 속에서 삶을 유지해 나간다는 건 지옥을 살아가는 것과 그리 다르 지 않았다.
그렇기에 집착할 것도 없고, 아쉬 울 것도 없다.
이어지는 전투의 나날 속에 패해
쓰러져 죽는다고 해도 후회할 게 뭐 가 있겠는가.
하지만…….
강진호가 눈을 감았다.
알고 있다.
지금은 아니라는 걸.
설사 이곳에 그가 아닌 과거의 적천마존이 온다고 해도 그때처럼 아무것도 손에 잡지 않은 채 광인처 럼 살 수는 없다는 걸 말이다.
강진호는 이 세상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얻었다.
가족을 얻고, 친구를 얻고, 동료 를 얻었다.
그리고 그가 지켜야 할 이들도 얻었다.
그러니…….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 라봤다.
‘멀리 와버렸나.’
하늘에 별이 가득하다.
그가 그리고 그린, 검기만 한 하 늘이 아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별이 가득한, 과거의 중원 같은 하늘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상하지.
한때는 끔찍하다고 생각한 저 하
늘이 지금의 강진호에게는 딱히 거 슬리지 않으니 말이다.
하늘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가라 앉는다.
한참 동안 하늘을 바라보던 강진 호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 인정하자.’
그래.
겁이 난다.
나는 겁이 난다.
내가 죽을까 봐 겁이 나는 게 아 니다. 잃어버릴…….
“아니.”
강진호가 작게 중얼거렸다.
“죽을까 봐 겁이 난다.”
강진호가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 다.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다. 지금 여기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스스로 마저 속여 억지로 자신감을 불어넣 을 필요도 없다.
그래.
나는 겁이 난다.
죽어버릴까 봐.
내가 죽어서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을 잃어버릴까 봐.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지켜오던 이들을 더 이상은 지키지 못할까봐.
나의 죽음으로 인해 그들 모두가 위험해질까 봐…….
겁이 난다.
너무 겁이 나 전신이 덜덜 떨릴 만큼 겁이 난다.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강진호의 입에서 으르렁대는 목소 리가 새어 나왔다.
한때는 겁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 강함의 증명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
세상의 무서움을 알고, 가진 것을 잃는다는 게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아는 이들은 어른이 된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어른이 되지 못하고, 죽음조차 불사하는 이들만 이 저 가파른 무학이라는 절벽을 기 어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강진호가 그 사실을 증명 하지 않았던가.
하나…….
‘아니야.’
강진호는 그저 아무것도 몰랐을 뿐이다.
손에 쥐고 있는 이 온기를 잃는 다는 게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몰랐 을 뿐이다.
아니.
알고 있지 않았던가.
그 모든 것을 이루고 죽음을 맞 이한 강진호가 마지막까지 놓지 못 한 것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작은 온 기였다.
다른 세상에 떨어져 수십 년을 살면서도 그 기억을 잊지 못했다. 그랬던 강진호가 잃는 것에 대한 두 려움이 없었다고?
“하••••••
우습지도 않다.
강진호가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 을 바라보았다.
‘무섭다.’
죽어버릴까 봐.
패할까 봐.
그리고 그의 패배로 지금까지 그 가 해온 모든 것들이 신기루처럼 사 라져 버릴까 봐.
겁쟁이라고?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옳은가?
그가 패해 가족이 죽는 것을 두 려워하지 않고.
그가 패해 최연하가 죽어도 두려 워하지 않고.
그의 친구들의 죽음을 외면하고,
그의 동료들의 죽음조차 외면하고, 그가 보호하고 있는 보육원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는 것도 그저 외면 하라고?
그저?
‘그게 정말 강한 건가?’
천만에.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강함이 아니다.
그건 무책임이고, 무지고, 또한 멍청함일 뿐이다.
강진호가 깊게 담배를 탈았다.
‘우스운 일이지.’
강진호는 알고 있다.
이 세상에서의 삶은 강진호를 강 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무력적인 강 함이 아니다. 무기질에 가깝던 강진 호는 이 세상을 살아가며 비로소 다 시 인간이 되었다.
과거의 적천은 그저 강했을 뿐이 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강함.
그것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없다면, 결국 그가 가진 강함이란 스스로의 자기 만족 이상의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지금의 강진호는 당당하 게 말할 수 있다.
나는 강해졌다고.
과거의 나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고 말이다.
하지만…….
그를 강하게 해준 그 모든 것들 이 지금 그의 어깨 위에 얹혀 있다. 때때로 강진호는 그 숨이 막히는 무 게를 실감하고는 했다.
‘나는•…”
강진호가 눈을 살짝 감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이 나오지 않는 그 문제를 생 각하던 강진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이 탄다.
생각이 깊어서인지, 가슴속에 불 덩어리가 들어앉아서인지는 모르겠 지만, 자꾸 목이 탔다.
저벅저벅 걸어 반대편의 자판기 앞까지 다가간 강진호가 가만히 자 판기를 바라보았다.
콜라.
자판기에는 분명 콜라를 팔고 있 다.
문제는 동전은커녕 지폐도 없다는 점이다.
강진호가 멍한 눈으로 자판기를 바라봤다.
우습다.
이상하게 웃음이 난다.
강진호가 이곳으로 돌아온 직후였 다면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이 얇디 얇은 철판으로 만들어진 자판기를 갈라 버린 다음, 그 안에 있는 콜라 를 태연하게 빼 마셨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그럴 수가 없었다.
이 아무것도 아닌 자판기가 말해 준다. 과거의 강진호와 지금의 강진 호가 얼마나 다른지.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없다는 이유로 목이 타도 음료수 하나 마실
수 없다. 수많은 제약이, 수많은 규 범이 그를 짓누르고 있다.
강진호의 눈이 살짝 일그러졌다.
벗어던질까?
과거처럼?
자판기를 걷어차 날려 버리고, 철 판을 양손으로 찢어내 그 안에든 콜 라를 빼 마셔 버릴까?
강진호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던 바로 그때였다.
지이이이잉!
“••••••웅?”
살짝, 작은 손이 자판기에 지폐를 밀어 넣는다.
“응‘?”
“콜라죠?”
“••••••으응?”
덜컹.
자판기 아래로 나온 콜라를 집어 든 사람이 강진호를 향해 손을 내밀 었다.
“그렇게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도 와줄 수밖에 없잖아요. 자, 드세요.”
강진호가 자신의 옆에 선 앞에 선 이를 멍하니 바라봤다.
늦은 밤의 색보다 더 짙은 검은 머리와 인상적인 하얀 피부를 가진
여자.
“드세요.”
“아••••••
강진호가 살짝 당황한 얼굴로 여 자가 내민 콜라를 받았다.
아니, 받으려 했다.
“응?”
콜라가 여자의 손에서 빠져나오지 않는다.
놀리는 건가?
하지만 금세 놀리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에게 콜라를 건 넨 여자가 입을 벌린 채 그를 바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얼굴을 알아봤구나.
요즘은 TV에 꽤 나오다 보니 종 종 이런 일이 벌어진다.
지금은 딱히 좋게 인사를 나눌 기분이 아니니 대충…….
그때였다.
“벼, 벼…… 변태.”
강진호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졌 다.
갑자기 사람을 보고 뭐라는…….
“변태 오빠?”
“어?”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시선이 자신의 앞에 있는 여자의 얼굴에 가닿았다.
어?
설마?
“……꼬맹이?”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