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22)
마존현세강림기-1624화(1621/2125)
마존현세강림기 66권 (7화)
2장 재회하다 (2)
취익!
콜라 캔이 따지는 소리가 경쾌하 게 울렸다.
말없이 콜라를 쭉 들이켠 두 사 람이 동시에 캔을 내려놓는다.
그러고도 꽤 긴 시간 동안 두 사 람은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먼저 입을 연 쪽은 강진호 가 아니었다.
“어떻게……
“사람이 그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발전이 하나도 없어? 어떻게 아직 콜라 하나 못 빼먹어? 오빠가 사는 별에는 자판기가 없어?”
“세상에, 여기서도 콜라 하나 못 마시는 이상한 외계인이 있다 싶었 더니, 그 외계인이 이 외계인일 줄 이야.”
여자가 어이없다는 듯 환히 웃었
다.
“어, 그러니까‘
“문지은.”
살짝 입을 내민 문지은이 쀼루퉁 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겠지. 이름도 까먹었겠지. 아 네요, 알아. 자판기에서 콜라 빼 먹 는 법도 모르는 사람이 내 이름을 기억할 리가 없지.”
“아니.”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기억하고 있었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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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의심스러운데?”
지은이가 강진호의 얼굴을 향해 자신의 얼굴을 슬쩍 들이밀었다. 그 에 강진호가 슬며시 뒤로 물러났다.
“뭐, 그렇다고 쳐. 나는 오빠 다 시 만난 걸로 됐으니까. 내 이름을 기억하고 말고가 뭐가 그렇게 중요 하겠어. 그치, 변태 오빠?”
“그런데 왜 자꾸 변태……
“공소시효 안 지났어.”
강진호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 말았다.
문지은.
그가 현대로 돌아와 병원으로 실 려 갔을 때 만난 여자아이.
‘그때는 여자인지도 몰랐지만.’
워낙 작은 아이였다. 심장에 병이 있어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병원 생 활을 전전하던 아이.
콜라를 받은 은혜로 강진호가 심 장을 고쳐 준 아이다.
그 이■이7}…….
“그런데 진짜 문지은?”
“웅?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아니……
강진호가 살짝 놀란 눈으로 문지
은을 바라보았다.
‘커도 너무 컸는데?’
아무리 시간이 많이 지났다지만, 그 작은 아이가 이렇게 숙녀가 되기 도 하나?
“그럼 지금 고등학생?”
“대학생!”
“••••••응?”
문지은이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그때 내가 중학생이었으니, 지금 은 당연히 대학생이지!”
“……중학생?”
그때 니가?
문지은이 볼을 부풀렸다.
“이 오빠 보게! 그럼 내가 몇 살 인 줄 알았는데?”
“어……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딱히 큰 관심을 가지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초등학생쯤일 거라 생각했는데…… 중학생이었다 고?
“아••••••
생각해 보면 심장이 좋지 않아 병원 생활을 전전해야 했을 정도의 아이라면 발육이 뒤처지는 게 당연 할지도 모른다.
“중학생이었구나.”
“지금은 대학생이고!”
“으음.”
강진호의 입꼬리가 절로 말려 올 라갔다.
이상한 기분이다.
반쯤은 잊고 산 옛 기억.
그럼에도 완전히 지워내지 못한 이유는, 이 아이가 그가 이 세상으 로 돌아와 처음으로 만난 인연이기 때문이다. 다른 인연들은 지금도 이 어지고 있지만, 이 아이와의 인연만 큼은 제대로 이어내지 못했다.
‘ 괜찮았구나.’
심장을 손대기는 했지만 완전히
고쳐졌는지는 확신하지 못했는데, 이리 부쩍 성장한 걸 보니 평범한 생활을 하는 데 무리가 없는 모양이 었다.
“ 병은?”
“다 나았지, 당연히! 누가 고쳐줬 는데.”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돌려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거, 어색하네.
“그런데 오빠는 여기서 뭐 해? 이 시간에?”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문지은이 슬쩍 고개를 돌려 멀리 대어진 차를 가리켰다.
“나는 친척집 갔다가 집에 돌아가 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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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난 그냥……
강진호가 씁쓸하게 웃었다.
고민이 있어 미친 듯이 차를 달 리다 보니 어쩌다 여기 도착했다고 대답할 수는 없잖은가.
“그냥 드라이브 나왔다가.”
“ 호오?”
문지은이 묘한 표정을 짓는다.
“이 중생께서 고민이 있으신 게로 군.”
“자자, 그럼 내게 한 번 말씀해 보시게. 받은 은혜도 있고 하니, 내 가 고민을 들어주겠네.”
강진호가 웃고 말았다.
이상하게 가슴이 따뜻해진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지은을 보고 있으니 들끓던 마음이 편안하 게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왜 웃기만 해?”
“그냥.”
“하기야 오빠는 옛날에도 그랬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 아니, 얼굴을 좀 많이 잘생겨진 것 같은 데? 그때는 애매한 얼굴이었는데.”
대체 애매한 얼굴이란 건 어떤 얼굴을 말하는 건지 묻고 싶었지만, 굳이 묻지 않기로 했다. 대답을 들 어봐야 좋을 게 없겠지.
“내가 TV에서 오빠 다시 보고 얼 마나 놀란 줄 알아?”
“••••••그래?”
하기야.
생각해 보니 그는 문지은을 볼 방법이 없었지만, 문지은은 강진호 를 종종 봤을 것이다. CF다 뭐다
해서 TV에 얼굴을 자주 비췄으니 까.
“그래. 혼자두면 밥도 못 찾아먹 을 것 같은 사람이 광고에 나오는 데……
문지은이 말을 하다 말고 환히 웃었다.
그 티 한 점 묻지 않은 미소가 보기 좋았다.
“안심했어, 오빠도 행복하게 잘살 고 있는 것 같아서. 언젠가 한 번은 다시 만나고 싶었거든. 소속사 쪽으 로 연락을 해보려고 했는데…… 내 가 누군지 기억 못하면 상처받을 것
같아서 안 했어. 그런데 이렇게 기 억해 줄 것 같으면 연락을 해볼까 그랬나 봐.”
“그러게.”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잘 지냈어?”
“응. 잘 지냈지. 요즘은 바빠. 대 학에서도 공부는 계속해야 하니까.”
“그렇지.”
문지은이 의자를 잡고 다리를 번 쩍 들었다.
“학교만 갈 수 있으면 다 좋을 줄 알았는데, 막상 몸이 나으니까 그동
안 내가 아파서 뒤처진 게 너무 많 더라고. 그거 하나하나 따라잡다 보 니 정신없이 여기까지 왔지.”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불만이 라기 보다는 투정 이 다.
“아!”
문지은이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좋아, 오빠.”
“••••••웅?”
“병실에서 바깥만 보고 있는 것보 다는 힘들어도 이렇게 내 발로 걸으 면서 사는 게 좋아.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고, 내가 할 일도 정할 수
있으니까.”
미소가 지어진다.
이상하게도 자꾸만.
“아! 오빠, 나 의대 갔다.”
“응?”
문지은이 자신의 가슴 쪽을 살짝 두드렸다.
“병원에 다시 가는 건 싫지만, 나 도 의사가 되고 싶어서. 소아과 쪽 을 지망하는 중이야. 의사가 돼서 나처럼 아픈 애들을 고쳐 주려고.”
“••••••그래.”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좋은 생각이다.
참 기특한 생각이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그 래’라는 말뿐이었다.
“영 리액션이 박하시네요. 재미없 게.”
문지은이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앞으로 걸어가 몸을 빙 글 돌리더니, 강진호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외계인님.”
“웅?”
고개를 든 문지은이 환하게 웃었 다.
“그때 제대로 못한 인사야. 언젠 가는 오빠를 만나서 다시 감사하다 는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이제 좀 속이 시원하네.”
문지은이 미소 띤 얼굴로 강진호 를 보며 말했다.
“오빠는 어때? 잘 지내지?”
“•…”나?”
“옹.”
강진호가 입을 다물었다.
그의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것들 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해온 일.
그가 만난 사람.
그리고 그가 하고자 하는 일들.
그 모든 것을 떠올린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래. 잘 지내고 있어.”
“응.”
문지은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오빠는 그럴 것 같았어. 그때도 그랬고. 여전히 무뚝뚝하고 재미가 없는 게 문제지만, 뭐 어때. 그게 오빠 매력인데.”
문지은이 막 뭔가를 더 말하려는 찰나였다.
“지은아.”
저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문지은 이 시선을 살짝 돌리고는 고개를 끄 덕였다.
“다른 데서 만났으면 좀 더 좋았 을 것 같은데, 오늘은 시간이 애매 하네요. 엄마보고 계속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나는 그만 갈게, 오빠.”
“아……. 그래, 그래야지.”
“아쉬운 티도 안 내네!”
문지은이 팔짱을 끼고는 불만 어 린 얼굴을 했다.
“폰 ”
“응‘?”
“휴대폰. 빨리.”
“아••••••
강진호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 내 패턴을 풀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여 전화를 걸었다.
“내 번호 알려주고 연락하라고 해 도 절대 안 하겠지. 오늘부터 톡할 거니까 꼭 받아. 읽씹하면 지옥 끝 까지 쫓아갈 거야. 내가 오빠 소속 사 주소도 봐놨어!”
“알았지?”
“그, 그래.”
문지은이 강진호에게 휴대폰을 돌 려주고는 살짝 웃었다.
“오빠.”
“응?”
“만나서 정말…… 정말 반가웠어. 정말이야.”
미소가 환한 웃음으로 화했다.
“다음에 보면 내가 콜라 열 캔 사 줄게.”
“그래.”
“홈, 여자 친구분이 싫어하시려 나? 뭐, 어때. 그런 의도로 만나는 것도 아닌데. 그지?”
“그럼.”
문지은이 다시 한 번 꾸벅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 사람은 튼튼한 심장으로 잘살 고 있습니다. 항상 고마웠어, 오빠. 항상. 그리고 나도 오빠처럼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돕고 살 거 야.”
강진호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 다.
그저 미소를 짓고 문지은을 바라 볼 뿐이다.
“자, 그럼 다음에 뵐게요, 외계인 오빠.”
문지은이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강진호도 멀어지는 문지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문지은 의 어머니가 강진호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과거, 강도에게서 문지 은을 구해준 걸 기억하고 있는 모양 이었다.
두 사람이 탄 차가 천천히 휴게 소를 빠져나갔다.
폭풍 같은 순간을 보낸 강진호가 멀어지는 차를 보며 정자에 벌렁 드 러누웠다.
“그리고 나도 오빠처럼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돕고 살 거야.”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
강진호가 눈을 감았다.
이상한 기분이다.
이상한 기분.
그저 보고만 있어도 즐겁고 마음 이 따뜻해진다.
이게 이성적인 감정이 아니라는 건 강진호도 잘 알고 있었다.
이건 뭐랄까…….
‘살아가고 있구나.’
강진호가 이 세상으로 와 처음으
로 뿌린 씨앗.
그 씨앗이 강진호도 모르는 새 저리 자라나 세상을 걷고 있다.
겁이 나는 게 당연하지.
두려운 게 당연하지.
까딱했다가는 저 모습을 보지 못 할 뻔했으니까.
이건 너무도 경이로운 경험이다.
‘ 고맙다고?’
고마운 건 오히려 이쪽이다.
강진호가 한 모든 것이 결코 헛 되지 않았다는 걸, 그 모든 행동이 옳았다는 걸 문지은은 자신의 삶으 로 증명해 주었으니까.
문지은뿐만 아니다.
박유민, 조규민, 황정후, 이현수, 방진훈, 최연하, 바토르, 위긴스
수도 없는 이름들과 수도 없는 인연들.
지켜내지 못할까 두려운 게 너무 당연하다.
나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강하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나약한 이들은 지킬 생각도 하지 못하는 법이니까.
‘ 나는••••••
강진호가 눈을 떴다.
그의 눈에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쏟아지듯 들어왔다.
이제는 더 이상 저 하늘이 껄끄 럽지 않다.
강진호는 하늘이 아니라 이 세상 에 수많은 별들을 만들어내고 있으 니까.
“지켜야지.”
지켜내야지.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강진호가 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걸음걸이 에는 전과 같은 망설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돼.’ 두려움을 모르는 이가 강한 게 아니다.
두려움을 안고도 전진하는 이가 강한 것이다.
강진호가 미소를 지으며 차 문을 움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