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25)
마존현세강림기-1627화(1624/2125)
마존현세강림기 66권 (10화)
2장 재회하다 (5)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 마라. 입은 눈보
“동작 그만!”
최연하의 눈에 독기가 어렸다.
“머리 구르는 소리 들리지?”
귀신인가?
그걸 듣나?
“되도 안 한 포장질할 생각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모든 일을 가감 없이 이야기해 보도록 해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말투는 부드럽다.
아니, 정말 말투는 부드럽다고. 그런데 얼굴이 부드럽지 않은데?
핏대 선 눈으로 웃는 최연하의 눈가가 잔 경련을 일으켰다.
불과 며칠 전에 겁을 먹니 마니
로 고민을 했던 게 우스울 지경이 다.
‘이게 두려움이라는 감정인가?’
야, 그건 별것도 아니네.
이게 백배는 더 무섭네, 이게.
“크흐흠.”
강진호가 크게 헛기침을 했다.
일단 이 사태를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 냐면요.”
“ 아뇨.”
“네‘?”
최연하가 싸늘하게 말했다.
“어차피 강진호 씨가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 제가 물을게요. 얘, 몇 살이에요?”
몇 살?
어…….
걔가 몇 살이더라?
“나이는 제가 잘……
“나이를 모른다?”
“그게 아니라 꼬맹이 때부터 봐 서……
“꼬맹이?”
최연하의 눈에 살짝 핏발이 섰다. “오호라, 나한테도 없는 애칭까지
붙이셨겠다?”
“그, 그게 아니라 진짜 꼬맹이라 서.”
“초딩이에요?”
“아뇨. 대학생요.”
최연하의 볼이 파들파들 경련했 다.
“아…… 대딩인데 꼬맹이시다? 뭐, 발육 부진이라도 걸려서 아동복 이라도 처 입고 다니신대, 이 새끼 야?”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
러났다.
전장에 선 이후로 단 한 번도 적 (?) 앞에서 뒤로 물러나 본 적이 없 는 강진호다. 하지만 지금 그가 상 대하는 적은 이제껏 단 한 번도 경 험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강하고 (?) 파괴적이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처, 처음! 처음 만났을 때가 꼬맹이였는데
“뭐요?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예 요? 그럼! 유치원 때 만난 애는 평 생 유치원생인가!”
어. 그건 아니죠.
아닌데…….
최연하가 눈을 부라렸다.
“당연히 여자겠지!”
“……네.”
“여자에 대학생?”
“……네.”
“ 이쁘냐?”
“……네?”
“ 이쁘냐고!”
지금 뭐랄까, 대화의 주체가 좀 뒤바뀐 느낌이 살짝 드는데…….
대답이 늦어지자 막 발작하려던
최연하가 이어지는 강진호의 말을 듣고는 살짝 표정을 풀었다.
“그런 쪽으로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흐으음.”
이 대답은 마음에 드네.
‘아니, 아니지.’
내가 더 이쁘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남자가 어떤 존재들이던가.
최연하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남자가 어떤 남자인가.
저 얼굴이면 길거리만 걸어 다녀 도 스쳐 가는 여자들이 디스크가 올 기세로 고개를 돌린다. 카페에 앉아
있기만 해도 쌓이는 전화번호 쪽지 로 용을 접을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강진호의 여자 관계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은 이유는 그녀도 공략하느라 있는 멘탈 없는 멘탈 다 때려 박은 저 부처에 가까 운 정신 상태를 믿었기 때문이 아니 던가.
‘그런데 꼬~오맹이이?’
저런 애칭이 붙는다는 건 상대를 특별하게 여긴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강진호의 특성상 특별하게 여기는 이에게는 무한한 관심과 애 정을 줄 확률이 높았다.
저번 그 한세연인지 뭔지 하는 말 뼈다귀 같은 년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뜻이다.
최연하가 도끼눈을 뜨고 강진호를 노려보았다.
“언제부터 만난 거예요?”
“어, 그게……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걸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지? 벌써 몇 년 전에 봤다? 아니면 최 근에 봤다?
강진호는 최적의 대답을 찾아냈 다.
“몇 년 전에 알던 앤데, 최근에
다시 봤어요.”
최연하의 눈이 번들거렸다.
그 반응에 자신이 최악의 대답을 해버렸다는 걸 깨달은 강진호가 빙 그레 웃었다.
그냥 말을 하지 말걸.
모든 화는 입에서 나온다는데, 왜 입을 열어서 화를 불렀을까. 바보같 이.
“예전에 알던?”
“네.”
“최근에 다시?”
“……네.”
최연하의 눈가가 다시 잔 경련을 일으켰다.
“그거 아주 전형적인 스토리네요, 아주 전형적이야. 왜? 동창회라도 하셨나?”
“아, 아니, 그게 아니고……
강진호가 손을 내저었다.
“진짜 어린애일 때 잠깐 알게 된 애예요. 우연히 어제 다시 본 것뿐 이고요.”
“어릴 때 잠깐 알던 애를 몇 년 만에 다시 봤다고 한눈에 알아보고 연락까지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
하시나? 손모가지를 콱!”
“그, 그게……
강진호가 입을 다물었다.
정말 억울하고 팔짝 뛸 일이지만, 이게 정말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 았다. 그 기이한 관계를 무슨 수로 설명하겠는가.
“바른대로 말하지 못해!”
“진짭니다, 진짜!”
강진호가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을 짓자, 최연하의 얼굴이 살짝 풀렸다.
‘후, 진정하자.’
상황은 영 의심스럽지만, 이 인간 이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거나 저렇
게 억울하다는 표정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최연하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저리 자연스러운 연기가 되는 사 람이라면 진즉에 연기자로 키웠겠 지.
“그래. 어디, 이야기를……
그때 였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강진호의 폰이 연속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강진호가 슬그머니 손을 뻗었다.
“스탑!”
강진호의 손이 움찔했다.
“여기, 여기 놔요. 여기 가운데 에.”
강진호가 휴대폰을 슬그머니 밀어 최연하의 앞쪽에 놓았다.
“ 열어봐요.”
“네?”
“열어보라고.”
강진호가 슬쩍 휴대폰을 바라봤 다.
침착하자.
생각해 보면 별다른 말이 나올
것도 없다. 겨우 십여 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잠시 만난 것뿐이잖은가.
시간이나 잡자는 말이겠지.
고개를 끄덕인 강진호가 손을 뻗 어 휴대폰의 패턴을 열었다. 그러자 따로 켤 것도 없이 대화창이 바로 화면에 떴다.
– 왜 대답이 없어? 또 성희롱하 는 건 아니지, 변태 오빠?
최연하의 시선에 화면에서 떨어지
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강진호의 머릿속이 이제껏 없던 속도로 맹렬 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홍왕과 싸울 때나 십만대 산의 정상에서 정파 최고수들의 합 공을 받았을 때도 이만큼 두뇌를 풀 가속해 본 적은 없었다.
굳은 석상처럼 휴대폰을 응시하던 최연하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강진 호를 돌아봤다.
“어……
그리고 그 최연하의 얼굴을 본 강진호가 새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
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찰 같 은 얼굴을 한 최연하가 핏발이 선 눈으로 강진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 아니! 이건 오해!”
“오해?”
최연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미친 새끼야아아아아아!”
최연하에 돌려차기가 강진호의 얼 굴에 깔끔하게 틀어박혔다.
“지은아, 뭐 하니?”
“응?”
톡 대화창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문지은이 휴대폰을 화면을 끄고는 침대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니야. 아무것도.”
“휴대폰 잘 안 보던 애가 오늘따 라 손에서 놓지를 못하네? 무슨 일 이라도 있어?”
“아니야, 엄마. 아무 일도 없어.” 문지은의 어머니가 살짝 눈꼬리를 휘감았다.
“너, 그 오빠한테 톡하는 거지?”
“응? 어, 응. 그렇긴 한데……
“엄청 반가운 모양이네.”
“헤헤, 좀.”
어머니가 빙그레 웃었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노래를 하 더니.”
“내가 언제!”
“그랬지. 예전부터 그랬지.”
앞치마를 끌러 의자에 걸며 어머 니가 살짝 장난기 어린 미소를 입에 담았다.
“엄마, 외계인 오빠 어디 사는 줄 알아? 엄마, 그 오빠 퇴원했대?”
“엄마는 대체 몇 년 전 이야기를
하는 거야!”
“그래봐야 몇 년이나 됐다고. 너 대학 가기 전에는 계속 그 이야기했 었잖아.”
문지은이 대답 없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다시 만나니까 좋아?”
“좋다기보다는…… 좀 황당하지. 설마 그런 데서 다시 만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그러게.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지.”
어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어릴 적부터 몸이 아파 애지중지 키워온 딸이다. 심장의 병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할 아이가 기적적으로 낫더니, 이제는 의대까지 진학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가 아닌가.
그런 아이 주변에 남자가 접근한 다면 일단 경계를 보이는 게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그 청년은 예외지.’
그녀는 과거 강진호가 문지은을 구해줬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 그 청년이 아니었다면 그 살인마의 손 에 문지은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
던 상황 아니었는가.
그러니 이 정도는 얼마든지 용인 할 수 있다.
“여자 친구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니. 엄마, 내가 지금 그 오빠 랑 사귀겠다고 이러는 게 아니잖 아.”
“응? 아니야?”
“진정하시죠, 마마님. 그런 거 아 닙니다. 그냥 음……
문지은이 배시시 웃었다.
“그냥 좋은 거야. 그냥 즐겁고, 옛날에 헤어진 친오빠를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
“그러다가 잘되기도 하는 거지.”
“어른들은 다 그렇게 말하더라. 아니, 그전에 그런 놈팡이랑 만날 생각 하지 말라고 화를 내야 하는 것 아냐?”
“지은아.”
“응?”
“엄마는 우리 딸이 너무 좋고 예 쁘다.”
“새삼스레 뭔 그런 말을 하고 그 래. 민망하게.”
“그런데 딸.”
“웅?”
어머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우리 딸이 예뻐서 가산점 을 있는 대로 퍼줘도 거기랑 대기는 좀……
“아, 엄마!”
“막상 보니 말이 안 나오더라. 얼 굴 잘생겼지, 몸 좋지, 그리고……
어머니가 입을 다물었다.
그날, 그 휴게소에 들를 사람은 그들과 강진호뿐이었다. 그러니 그 곳에 대여 있던 그 빨간 스포츠카가 강진호의 차일 것이다.
‘돈도 많고.’
하지만 이런 말을 입 밖으로 꺼 내기는 민망하다.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만, 대놓고 말하면 속물 이 되어버리니까.
“여하튼 엄마는 반대할 생각 없 다.”
“엄마, 제발 진정해. 그 오빠가 뭐가 아쉬워서 나를 만나?”
“그리고 진짜 그런 거 아니라니 까.”
문지은이 살짝 웃으면서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그냥 면피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문지은이 강진호를 보는 마 음은 이성적인 것이 아니다. 아무리
예전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지만, 몇 년이나 지난 일로 설렐 수는 없다.
당시의 문지은은 너무 어리기도 했고, 강진호 역시 그녀를 그냥 작 은 꼬마 정도로 봤을 것이다.
지금 기분은 뭐랄까…….
너무나 좋아하던 친척 오빠를 한 십 년 만에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
딱 그 정도였다.
“아쉽네. 그 정도면 괜찮은데.”
“이 딸내미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네요.”
“맛있는 거 사 달라고 해, 그럼.” “아냐. 내가 쏠 거야! 알바비 모
아놓은 거 있거든.”
“그 사람, 돈 많은 것 같던데?”
“그거랑은 별개야!”
문지은이 방으로가 침대에 엎어지 듯 누웠다.
가만히 미소 지은 그녀가 휴대폰 을 살짝 잡았다.
‘대답이 늦네?’
그래도 좋다.
바쁘니까 대답이 늦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별생각 없이 보낸 톡 한 줄이 얼마나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 왔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