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26)
마존현세강림기-1628화(1625/2125)
마존현세강림기 66권 (11화)
3장 다시 보다 (1)
최연하가 살짝 미안한 얼굴로 강 진호를 바라봤다.
“그럼 말을 하지.”
“말할 틈을……
“아니, 보통은……
최연하가 어색한 얼굴로 슬쩍 고 개를 돌렸다.
“이런 상황에 그런 뒷배경을 떠올 리지는 않으니까.”
“화났어요?”
“••••••아뇨.”
“화난 것 같은데?”
“화가 난 게 아니라……
강진호가 천장을 바라보았다.
‘무서웠다.’
무공을 배우지 않은 사람도 저만 한 살기를 뿜어낼 수 있다는 걸 오 늘 처음 알았다.
이 사람이 옛 중원에서 태어났다 면 ‘빙하마녀’라든가, ‘백옥나찰’ 같 은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을까?
어쩌면 전무후무한 여자 무인이 탄생했을지도 모르지.
여하튼.
“……그래서 그렇게 된 거예요.”
“흐응.”
최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이해는 했는데……
최연하가 슬쩍 휴대폰을 내려다봤 다.
“재미있는 인연이기는 하네요. 나 같아도 연락은 하겠다.”
“음, 재미있어. 재미있는…… 표정 좀 풀어요.”
“……인상 쓴 적 없는데요?”
“아, 원래 좀 똥 씹은 얼굴이지. 내가 착각했네.”
이 여자가?
강진호가 살짝 눈을 부라리자, 최 연하가 찔끔하여 슬쩍 시선을 돌렸 다.
“아프지도 않았으면서.”
“어디서 격투기라도 배운 적 있었 어요?”
“아뇨. 그런 적 없는데요?”
“……천부적인 재능이네.”
정말 무공을 가르쳐 볼까?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하튼 그런 거예요.”
“흐응.”
최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리하자면, 강진호가 과거 교통 사고를 당한 상황에서 이 세계로 돌 아왔고, 그때 입원을 하면서 그 꼬 맹이인가 뭔가를 만나서 친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강진호가 병을 치료해 준 걸 아이가 알아버렸다라…….
‘거의 백마 탄 왕자님 수준 아닌
가?’
아니, 외계에서 온 왕자님이라고 해야 하나?
최연하가 미간을 좁혔다.
“안 흘리고 다니는 인간이다 싶었 는데, 진즉부터 다 흘려놓고 다녔구 만.”
“네?”
“쯧.”
최연하가 혀를 찼다.
강진호가 저 아이와 그리 대단한 인연을 맺어온 건 아닌 모양이다.
다만…….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요?”
“네‘?”
“그 문은지인가 문풍지인가 하는 애에 대해서 말할 때마다 뭔가 히죽 대는데?”
“문지은……
“지금 걔 이름이 중요해요?”
“아, 아니죠.”
강진호가 최연하를 슬쩍 바라보았 다.
그는 자신의 육체를 완벽하게 통 제할 수 있다. 문지은에 대해서 이 야기하는 동안은 특별히 신경을 썼 는데, 어떻게 그런 기색을 느꼈다는 말인가.
“이것 봐라? 대답 안 하지? 수상 한데?”
“아니, 그런 게 아니고……
“그럼요?”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딱히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뭐 랄까, 그 애가 죽지 않고 그렇게 살 아가는 모습을 봤더니…… 내가 뭔 가 해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서.”
무슨 대답이 나오든 쏘아붙일 준 비를 하고 있던 최연하가 입을 다물 고 살짝 물러났다.
‘으, 이렇게 나오면 할 말이 없는 데.’
최연하는 멍청한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녀가 시도 때도 없이 패악질을 부린다고 생각하겠지만, 최연하는 자신이 부릴 수 있는 패악 의 정도를 확연하게 구분하고 있었 다.
이건 감정적인 부분이라 절대 건 드려서는 안 된다.
“……그, 그럴 수 있겠네요.”
최연하가 슬쩍 한발 물러나자, 강 진호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요.”
“으음.”
최연하가 가늘게 뜬 눈으로 강진 호를 탐색했다.
‘쪼고 싶다.’
하지만 명분을 잃었다. 이 이야기 를 다 듣고도 버럭질을 해 대면, 그 건 그냥 분풀이밖에 되지 않는…….
“여하튼 이해했어요.”
“네.”
“그렇다고 다 이해한 건 아니고 요.”
“네?”
최연하가 팔짱을 끼고 당당하게 말했다.
“꼬맹이고 나발이고 무슨 인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외간 여자랑 함 부로 만나고 연락하고 그러는 거 영 별로예요.”
“왜, 왜? 뭐, 뭐. 속 좁은 여자라 고 생각할 거면 마음대로 하시든 가!”
“……딱히 그런 생각은 안 했습니 다.”
“해도 돼요. 속 좁은 게 사실이니 까!”
강진호가 다시 한 번 슬쩍 최연
하의 눈치를 보고는 휴대폰을 잡았 다.
“그럼 시간이 없어서 못 만난다고 둘러댈까요?”
“그건 안 돼.”
“네‘?”
“벌써 말한 게 있는데, 그럼 내가 싫어해서 못 만났다는 게 빤히 보이 잖아요. 그럼 내가 속 좁아 보이니 까 안 돼요.”
어쩌라고?
강진호가 황당한 눈을 했다.
그 모습을 본 최연하가 살짝 찔 리는 얼굴이 되어 말했다.
“진짜 아무 일 없을 수 있죠?”
“ 무스
일요?”
“끄 » O •
말해 뭐 하겠는가.
‘아니, 옛날 사진 보니까 어릴 때 는 그리 잘생기지도 않았더구만, 뭘 이렇게 홀리고 다녔지?’
“에이 씨!”
“만나요! 괜찮으니까!”
“안 괜찮아 보이시는데?”
“뭐요? 그럼 내가 강진호 씨가 아무 관계도 없는 다른 여자랑 밥 한 끼 먹는다고 열 받아서 아무거나
잡고 때려 부수는, 그런 상식 없는
여자로 보인다는 말이에요?”
통렬한 자기 고백이었다.
“아, 만나라고! 니 맘대로 하라 고!”
“안 만나겠습니다.”
“만나라니까!”
……대체 어쩌라는 건가.
강진호가 멘탈이 나가 버린 얼굴 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백 년을 넘 게 살아왔지만, 도무지 여심이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언제 볼 건데?”
“그건 아직……
“아직이면 만난다고?”
강진호의 머릿속에 옛 기억이 떠 올랐다.
‘이거, 군대에서 당해본 것 같은 데?’
설마 이걸 사회에서도 당하게 될 줄이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 물하는 강진호를 보며 최연하가 눈 을 부라렸다.
“대신에 헛된 생각 못하게 확실하 게 선 그어요! 알겠어요?”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강진호의 말에 최연하가 이마를 짚었다.
야, 이 인간아. 너는 거울도 안 보고 다니냐?
아, 물론 그럴 수 있겠지. 지금은 그런 생각은 안 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네가 건너편 테이블에 마 주 앉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걔 도 눈이 있는데!
“여하튼 약속해요.”
“예. 그럴게요.”
최연하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 물었다.
‘옛날에 언니들이 남편 관리한다 고 버럭버럭댈 때마다 한심하게 생 각했는데……
잘나가던 톱스타였던 사람들이 결 혼을 하더니 남편 휴대폰까지 관리 하는 걸 보며 자신은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던 최연하다.
하지만 막상 이런 상황에 처해보 니, 그 사람들이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목줄을 채우든 해야지. 불안해서 원.’
최연하가 한숨을 쉬었다.
박유민과 강은영이 문제라고 생각
했는데, 알고 보니 문제는 따로 있 었다.
이 인간!
바로 이 인간이 문제다!
“남의 연애 걱정할 시간에 자기 몸가짐이나 똑바로 해요. 알았어 요?”
“넵!”
“여기저기 눈웃음 흘리고 다니지 말고!”
“알았어요, 몰랐어요?”
“알았습니다.”
최연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아! 목 타!”
정수기를 향해 걸어가는 최연하를 보며 강진호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 다.
‘사는 게 쉽지 않다.’
정말 쉽지 않아…….
“엄마, 나 금방 나갔다 올게!” 가방을 둘러매고 밖으로 나가는 강은영을 보며 백현정이 눈을 찌푸
렸다.
“어디를? 너, 요즘 이 시간만 되 면 자꾸 어딜 가니?”
“어딜 가긴! 산책 가지.”
“차 타고 나가는 산책도 있어?”
“금방 와, 금방!”
“밥 먹고 올 거야?”
“어! 밥 먹고 와!”
현관문을 닫고 나온 강은영이 스 냅 백을 꾹 눌러 썼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완전무장을 한 강은영이 차고로 가 차 문을 열 었다.
‘오라비는 아직 안 돌아왔고……
강진호의 차 자리가 비어 있다. 강진호가 돌아오기까지 타임 리미트 는 네 시간. 그사이에 돌아와야 한 다.
차에 오른 강은영이 재빨리 마스 크와 선글라스를 벗고 화장을 점검 했다. 그러고는 다시 마스크를 끼고 선글라스를 썼다.
‘불편해 죽겠네.’
그녀가 집에서 잘 나가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게을러서는 아니다. 맨 얼굴만 보이면 사람들이 몰려들 어 난장판이 되니 얼굴을 가릴 수밖 에 없는데, 그녀는 얼굴에 끼는 선
글라스나 마스크가 영 어색했다.
그러다 보니 나갈 일이 있어도 조금씩 피하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도 해야 할 일이 있는 법.
자동차에 시동을 건 강은영이 차 고를 빠져나가 도로를 달렸다.
한적한 주택가.
천천히 차를 몰아온 강은영이 차 를 한쪽 구석에 대고 시동을 껐다. 그러고는 슬쩍 고개를 들었다.
‘나올 때가 됐는데?’
톡을 할까?
아니지, 아니지.
내가 너무 안달 낸다는 기색을 보여줄 필요는 없지. 연애의 기본은 밀당…….
강은영이 휴대폰을 꺼내 톡을 열 었다.
강은영 : 도착
톡에서 1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강은영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밀당은 얼어 죽을.’
밀고 당기다가 나가떨어지면 끝나 는 게 연애다. 주도권 싸움이야 개
나 주라지. 나는 지금 마왕 같은 오 라비의 눈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식 겁할 지경인데.
처음에는 나름 스릴도 있었지만, 스릴도 어디 하루 이틀이지. 이제는 스릴감 즐기다가 심장마비가 걸릴 판이었다.
도끼눈을 뜨고 그녀를 노려보는 강진호를 생각하니, 지금도 숨이 턱 턱 막흈다.
‘아니, 어쩌가다 그런 게(?) 위에 태어나서는.’
남의 연애 사업에 태클이란 말인 가.
그 순간, 강은영의 눈에 현관을 열고 나오는 한 사람의 모습이 들어 왔다.
“여기!”
지체 없이 차창을 연 강은영이 밖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주택가에서 나온 사람이 어색한 얼굴로 차로 다가왔다.
탁.
보조석 문이 열리고 다가온 이가 차에 올랐다.
강은영이 차에 오른 이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오늘 연습 잘했어요?”
uo 으”
-9 O •
“다행이다. 컨디션이 조절 잘해야 지, 내일도 경기 있는데. 그죠?”
“그, 그렇지.”
강은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렇게 덜덜대요?”
그 말에 차에 탄 박유민이 고개 를 좌우로 홱홱 돌렸다.
“은영아, 그런데……
“네?”
“여기 숙소 주변이라 가끔 기자들 도 오가고, 애들도 자주 나오거든. 다른 데로 가면 안 될까?”
그 말에 강은영이 피식 웃었다.
“뭐 어때서? 보라지, 뭐.”
“나는 괜찮은데…… 네가 문제가 있을까 봐.”
“괜찮……. 아니지. 그럼 오라비도 보겠지.”
아무리 선글라스와 마스크, 모자 로 중무장을 했다지만, 기자는 절대 얕볼 수 없다. 그 변장 하나만 믿었 다가 박살이 난 연예인이 얼마나 많 은가.
강은영이 핸들을 움켜잡았다.
“그럼 일단 튀어요.”
“으응.”
강은영과 박유민을 태운 차가 천
천히 도로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동합니다, 실장님.”
“흐흐흐흐흐.”
강은영의 차가 오기도 전에 도로 가에 대어져 있던 검은 밴에서 음흉 하고 은밀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 다.
“추적해.”
“예!”
부르르르릉.
보조석에 앉은 이현수가 양쪽 입 꼬리를 귀에 걸고는 웃었다.
“좋지, 좋아. 청춘은 좋은 거지.”
그의 손에 들린 카메라가 이동하 는 차의 뒤를 찍었다.
“이걸 회주님께 가져다 드리면 좋 아하실까, 아니면 화를 내실까? 뭐 든 재미있겠는데? 낄낄낄낄낄!”
운전을 하던 총회의 무인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인간이랑은 절대 척을 지지 말아야지.’
새삼스러운 다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