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27)
마존현세강림기-1629화(1626/2125)
마존현세강림기 66권 (12화)
3장 다시 보다 (2)
한적한 길가에 차를 댄 강은영이 준비해 온 커피를 박유민에게 내밀 었다.
“여기요.”
“웅. 고마워.”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은 강은영 이 박유민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연습하느라 힘들죠?”
“아냐. 괜찮아. 다 하는 건데, 뭐.”
“에이, 다 한다고 힘든 게 안 힘 들어지나. 당연히 힘들지. 병원은 꾸 준히 다니고 있어요?”
“응. 네 말 듣고 그때부터 계속 검진받으며 물리치료하고 있어.”
“잘 생각했어요. 몸이 재산인데, 관리해야죠.”
“응. 고마워.”
“고맙기는, 우리 사이에.”
박유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 ‘우리 사。]’라는 말이 사람을
살짝 뒤흔들어 놓았다.
“그런데 은영아.”
“네, 오빠?”
“……진호는 집에 왔니?”
“……아니요. 아직.”
강진호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두 사람의 얼굴이 암울해졌다.
그러더니 두 사람이 동시에 한숨 을 푹 내쉰다.
“……말해야 하지 않을까?”
“오빠.”
“웅?”
강은영이 단호하기 짝이 없는 얼 굴로 말했다.
“세상에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잖아요.”
“그렇지. 이게 그런 일이잖아.”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최대한 미 루고 싶은 일도 있는 법이죠.”
“이건 명백히 후자예요.”
박유민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심장 떨려서.’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을 까?
시작은 별게 없었다. 강은영은 그 의 가장 친한 친구의 하나뿐인 동생 이고, 강은영에게 그는 친오빠의 가
장 친한 친구였다.
강진호가 박유민의 보육원을 제집 처럼 드나들듯이, 박유민도 강진호 의 집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러 다 보니 강은영과 박유민도 자연히 친한 오빠 동생이 될 수 있었다.
당시의 강은영은 강진호의 말이라 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지경이었으니, 강진호가 대놓고 호 감을 보이는 박유민을 좋게 볼 수밖 에 없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강진호가 없어도 개 인적으로 적당히 연락을 하고 살았 을 뿐이데…….
“……사람 일 모른다고.”
“응?”
“아니…… 뭔가, 어……
박유민이 뒷머리를 긁었다.
“내가 너랑 이렇게 앉아 있는 게 신기해서.”
“신기할 게 뭐 있어요.”
강은영이 피식 웃고는 박유민을 슬쩍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그냥 좋은 오빠 정도로 생각했다. 박유민은 정말 말 그대로 좋은 오빠였다. 천성적으로 선하고,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자신보 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그러면서도 자신이 속한 곳에서는 최고가 되기 위해서 노력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다.
강진호도 강진호지만, 박유민도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그 정도였지만…….
‘내가 멍청했지!’
사회생활을 하고 나이가 들어가면 서 깨달았다.
이만한 남자가 세상에 흔하지 않 다는 걸 말이다.
뭐?
다리를 전다고?
뭐, 어쩌라고? 차 타고 다니면 그
만이지!
다리를 저는 게 뭐가 문젠가. 머 리를 저는 인간들도 천지에 깔렸는 데.
‘죽어도 내가 선점한다.’
강은영의 눈을 빛냈다.
“……왜, 왜 그렇게 봐?”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강은영이 배시시 웃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강은영이 박 유민의 조건만 본 것은 아니었다. 박유민과 마주 앉아 조금만 이야기 를 해본 사람이라면,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알 수밖에 없다.
호감을 가지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두 사람의 사이에는 너무도 거대하고 웅장한 산맥이 버티고 있 지만, 사람이 열정과 애정이 있으면 못할 일이 없는 법이다.
“오빠도 겁나요?”
“겁난다기보다는 음……
박유민이 뒷머리를 긁었다.
“좀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 내가 이러고 있는 걸 진호가 알면 왜 미 리 말을 안 해줬냐고 화낼 것 같아 서.”
“웅. 오빠는 그렇구나.” 강은영이 싱긋 웃었다. “난 겁나요.”
“그 인간이 내가 이러는 걸 알면 나를 잡아서 강에 던져 버리려고 할 거야. ‘어디, 내 친구한테 손을 대려 고 하냐, 이 지옥에서 올라온 마귀 같은 년이’ 그러면서.”
“서, 설마……
강은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오빠가 우리 오라비가 어떤 인간 인지를 몰라서 그래요. 다들 속고 있다니까! 그 양반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유전자 레벨에 각인된 혐오는 강 진호에게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너, 예전에는 진호 엄청 좋 아하지 않았어?”
“지금도 좋아하죠. 당연히.”
강은영이 살짝 멍한 얼굴로 말했 다.
“그런데 뭐랄까, 이 애증을 설명 할 길이 없네요.”
“……여하튼 말을 하는 쪽이 낫지 않을까?”
“저 죽는 꼴 보고 싶으면 말하세 요.”
박유민이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주변에 딱히 의 심이 가는 이들은 없었다.
“이러다가 우리가 말하기 전에 먼 저 들키면 엄청 곤란해지잖아. 진호 도 엄청 섭섭해할 텐데.”
“괜찮아요. 그 인간 알고 보면 곰 보다 더 둔하거든요.”
“아야, 진호 엄청 섬세해.”
“……그건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 해서죠. 내가 머리를 빨간색으로 염 색해서 소파에 앉아 있어도 그 인간 은 뭐가 달라진 건지도 모를걸요?”
“그렇게나?”
“근데 유민이 오빠 안색이 한 톤 낮아지면 바로 알아채겠죠. 그 인간 이 그런 인간이에요.”
친오빠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목격한 박유민이 쓴웃음을 지었다.
“진짜 사이가 좋구나.”
“네?”
“사이가 좋으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오빠.”
“웅?”
“아니에요.”
강은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할 거야.
“여하튼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 요. 오라비가 눈치챌 일은 절대로 없으니까. 내가 안 들키게 잘 관리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오빠만 조심 하면 돼요. 알았죠?”
“으응.”
박유민이 불안한 눈으로 슬쩍 주 변을 둘러보았다.
‘정말 괜찮을까?’
영 마음에 걸렸다.
연애를 숨기는 거야 뭐 대단한 일이겠냐마는, 그 숨기는 대상에 강
진호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박 유민을 찝찝하게 했다.
그는 지금까지 강진호에게 모든 것을 당연하게 오픈하고 살지 않았 던가. 상황이 상황이라 무작정 오픈 을 외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영 마 음이 불편한 것이…….
“그리고 그거 괜한 걱정이에요. 오라비가 우리가 이럴 거라고 상상 이나 하겠어요? 얼마 전까지는 나도 상상 못했는데?”
“그건 그렇지.”
박유민이 그제야 조금 편한 미소 를 지었다.
“아주 꿀이 떨어지시는데? 낄낄낄 낄.”
망원렌즈로 차를 촬영하는 이현수 가 악마 같은 미소를 지었다.
“저, 실장님……
“응?”
“이거…… 사생활 침해 아닙니 까?”
“근데 이 새끼가?”
이현수가 눈을 부라리자, 그의 옆 을 지키던 무인이 움찔했다.
“야, 내가 나 재밌자고 이러는 거 냐? 저분이 누구시냐? 회주님의 동
생분 아니시냐!”
“ 그렇습죠.”
“그럼 경호를 위해서 정보를 모아 야 할 것 아냐! 경호의 기본이 뭐 야? 사람을 안전하게 지키는 거 아 냐?”
“예, 그렇습니다.”
“그럼 집만 지키고 있어서 될 일 이냐고. 그동안은 강은영 씨가 외출 이 별로 없고 소속사 스케줄만 뛰었 지만, 최근에는 부정기적인 외출과 그동안 가지 않던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잦아진 것 아니냐.”
“ 예.”
“그럼 그 원인과 성향을 파악해서 경호 방식을 변경하는 게 일의 기본 아니겠어? 그래서 정보 수집차 비번 도 반납하고 여기 나와서 이리 일하 고 있는데, 사람을 스토커로 몰아 가?”
“죄, 죄송합니다.”
“너, 내가 지켜본다.”
“……잘하겠습니다.”
으= ”
한 번 눈을 부라린 이현수가 다 시 낄낄대며 망원렌즈를 집었다.
“야, 저기 차 안에 사놓은 팝콘 좀 가져와라. 콜라도.”
“……네.”
무인이 차로 가며 뒤를 힐끔힐끔 돌아보았다.
‘스토커 맞구만 뭘.’
그게 일을 하는 사람의 표정이냐, 이 새끼야?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일했으 면, 대한민국이 미국도 씹어먹었겠 다.
하지만 뒷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지금 이현수는 그저 이 상황을 즐기 기에 바빴다.
“이것참, 허허허, 저 두 사람이 이럴 줄이야.”
뜬금포도 이런 뜬금포가 없었다.
‘진짜 안 어울리는데.’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 만, 겉으로는 자신감을 찾아볼 수 없는 박유민과 그 근자감 하나만큼 은 최연하도 넘어설 기세인 강은영 의 조합이라…….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오히려 어 울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희한한 일이지만, 딱 봐도 박유민보다 강은영이 배는 더 적극 적이다.
‘하기야 생각해 보면 유민씨가 정 말 좋은 남자기는 하지.’
조건이 좋다.
고아라는 점을 거슬려 하는 사람 이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강진호의 집안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없 다. 누군가가 박유민을 고아라고 무 시한다면, 강진호가 나서기도 전에 강진호의 부모님이 그 사람의 주둥 아리에 볶은 커피 원두를 처박아 버 릴 것이다.
그런 집안에서 자란 강은영이 고 아라는 사실에 편견을 가질 리가 없 겠지.
그것만 제외하면 박유민은 정말 괜찮은 남자였다.
아직은 게이머에 대한 인식이 그 렇게까지 좋은 편은 아니고,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게 뭐가 중요해. 당장 버는 돈 이 몇 십억댄데.’
대회 상금과 게임에서 상품을 팔 아 얻는 지분까지 합치면, 박유민은 동 나이 대에서는 상상도 못할 돈을 벌고 있었다.
심지어 야구나 축구 같은 메인 스포츠 스타들도 국내에서 활동하는 이라면 박유민의 수입을 따라갈 엄 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아니, 아니.
이것도 쓸모없는 이야기겠지.
‘애초에 은영 씨가 돈을 볼 일이 있나?’
강진호는 매번 강은영이 집에서 놀고먹는다고 타박을 하지만, 강은 영은 말 그대로 톱 아이돌이다.
강은영이 노는 이유?
‘죽어라 활동하지 않아도 돈이 되 니까.’
일반적으로 강은영만큼 인기가 있 는 이들은 대부분 그룹일 수밖에 없 다. 그리고 그룹은 보통 연습생 시 절부터 불공정 계약을 맺기 마련이 고, 인기를 얻어도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는 제대로 정산도 받지 못한 다.
십 년 가까이 구르고서야 겨우 제대로 된 재계약을 맺고 정당한 돈 을 받거나, 아니면 재계약에 실패하 고 연예계를 은퇴하는 수순을 밟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은영은?
‘대한민국 최고 조건이지.’
재경에서 만든 소속사에서 강진호 의 동생을 계약한 상황이다. 마진은 거의 포기하고 오로지 강은영을 밀 어줄 수 밖에 없다.
덕분에 강은영은 다른 톱 아이돌
그룹의 센터가 십 년에 걸쳐 벌 돈 을 불과 이삼 년 만에 모조리 벌어 들이고는 안빈낙도를 외치며 살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남자 친구의 연봉 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래봐야 푼 돈인데.
“그리고 조건이 중요한 게 아니 지.”
되레 조건 때문에 박유민이 얼마 나 좋은 사람인지가 묻힐까 봐 걱정 이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저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말도 안
되게 깐깐한 강진호가 그 오랜 시간 동안 절친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박유민은 인정받아야 한다.
거의 미세 필터 오백 겹을 통과 한 청정수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 청정수를 알아본 강은 영이 귀신같이 박유민을 낚아챈 상 황인 것이다.
“여하튼 그 오빠에 그 동생이라고 해야 하나.”
저평가된 사람을 낚아채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니까.
이래서 피가 무섭다고 하는 건 가?
‘강씨 집안 무섭네.’
이현수가 씨익 웃으며 망원렌즈를 좀 더 줌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