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28)
마존현세강림기-1630화(1627/2125)
마존현세강림기 66권 (13화)
3장 다시 보다 (3)
“이것 좀 먹어요.”
“웅?”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나왔을 텐데.” 강은영이 미리 사 온 햄버거를 박유민에게 내밀었다.
“원래 지금이 밥 시간이죠?”
“아••••••
박유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응. 그렇긴 해.”
“미안하네. 나 때문에 괜히 밥도 못 먹고.”
“아니야. 내가 좋아서 나오는 건
데, 뭐.”
“다시!”
박유민이 우물쭈물하자 강은영이 배시시 웃었다.
“한 번만 다시 해줘요.”
“……내가 좋아서 나오는 거야.”
“헤헤, 그렇죠?”
환히 웃는 강은영을 보며 박유민 도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익숙하지가 않네.’
동생으로만 알고 지낸 사람을 여 자 친구로 다시 대한다는 게 조금은 어색한 박유민이었다. 하지만 이것 도 곧 익숙해질 것이다.
“좀 미안하긴 한데, 오빠가 이해 좀 해요. 내가 나올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거든요. 너무 자주 나오 면 엄마나 오빠가 의심할 수도 있고.”
« O »
“〒
“그리고 지금 앨범 준비 거의 끝
나서. 활동 시작하면 또 만날 시간 이 줄어들 수도 있으니까, 지금 많 이 봐둬야 하거든요.”
“그런 건 신경 쓰지 마.”
박유민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정말 곤란했으면 말했겠지. 그런데 내가 괜찮으니까 나오는 거 야. 네가 미안해하면 내가 더 불편 해져.”
강은영이 미소를 지었다.
‘아고, 이뻐라.’
어디서 이런 착한 말만 하는 걸 배웠단 말인가.
강진호가 이런 상황을 봤으면 그
특유의 근엄하기 짝이 없는 무표정 으로 ‘그래도 네가 먼저 상황을 보 고 처신을 했어야지’라고 잔소리를 해 댔을 것이다.
“오빠.”
“ 응?”
“내가 정말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
“오빠랑 우리 오라비는 어떻게 친 구예요?”
박유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어차피 강은영도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닐 것이다.
“어떨 때는 이해가 되는데, 어떤 때는 정말 이해가 안 간다니까.”
한숨을 내쉰 강은영이 슬쩍 휴대 폰을 바라보았다.
‘아직 톡은 안 왔지.’
강진호가 돌아왔으면 엄마가 톡을 보냈을 텐데, 아직은 괜찮은 모양이 다.
“그런데……
“ 네?”
“요즘 진호가 좀 이상해 보인다거 나 그런 건 없어?”
박유민의 말에 강은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똑같은 것 같은데?”
“그래?”
박유민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
“갑자기 그건 왜 물어요?”
“음, 그냥. 저번에 진호를 만났는 데, 평소랑은 좀 다른 것 같아서.”
“어떤 부분이요?”
박유민이 고민에 빠졌다.
어떤 부분이라, 어떤 부분…….
이게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감각적인 부분에 가깝기 때문이다.
“진호는 좀 느긋하잖아.”
“오라비가?”
“아니. 뭘 할때는 후다닥 몰아치 는데, 그전에는 사람이 좀 뭔 생각 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멍해 보이는 면이 있잖아.”
“원래 멍한데?”
될 수 있으면 강은영의 앞에서는 강진호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하는 박유민이었다.
“여하튼 저번에 봤는데, 애가 조 금 급해 보이더라고. 원래 그런 애 가 아닌데.”
“에이, 오빠.”
강은영이 피식 웃었다.
“지도 사람인데, 좀 바뀌기는 해 야죠.”
“그런가?”
“네. 생각해 보면 예전에 우리 오 라비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진짜 사 람 같지도 않았잖아요. 그때는 하루 에 두 마디 겨우 했다니까. 그것도 ‘음’이라든가, ‘어’라든가.”
“……그랬지.”
생각해 보니 그랬다.
당시의 강진호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사람들과의 대화 를 피하는 게 아니라 정말 할 말이 없는 사람 같았다.
“근데 요즘은 이 인간이 방언이 터져서! 이제는 드립까지 치더라니 까!”
“……하하.”
“그런데 성격 좀 급해진 게 뭐가 대수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
박유민은 가볍게 대답했다. 하지 만 그의 내심은 조금 달랐다.
‘성격이 급해졌다라……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뭔가에 쫓기고 있는 사람처럼 느 껴진다고 해야 하나.
물론 박유민이 강진호를 걱정하는
건 주제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의 어떤 조언도 강진호에게는 큰 의미 가 없을 것이다. 강진호는 그런 사 람이니까.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걸 어쩌겠는 가.
“네가 옆에서 많이 도와줘야 해.”
“웅?”
박유민이 진지한 눈으로 강은영을 바라보았다.
“진호가 너를 얼마나 끔찍하게 아 끼는지 알고 있지?”
드립을 치려던 강은영이 박유민의 눈을 보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
다. 지금은 장난을 칠 때가 아니다.
“예전부터 진호는 가족을 유별나 게 중히 여겼어. 그러니까 네가 진 호가 힘들지 않게 잘 도와줘야 해.”
“걱정 마요, 오빠. 나도 말만 그 렇지, 우리 오빠 완전 좋아하니까.”
“그래.”
“꼰대짓만 안 하면 더 좋을 텐 데.”
그건 생각해 보자꾸나.
“그보다 오빠.”
“응?”
“이번 시즌 끝나면 은퇴 생각하신
다고 했죠?”
“그랬지.”
박유민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애초에 팀에 들어갈 때부터 노장 취급을 받는 게 당연한 박유민이었 다. 이제는 슬슬 선수 생활의 한계 가 오고 있다.
“아깝지 않아요? 지금 제일 잘하 는데.”
“아깝다기보다는……
박유민이 뒷머리를 긁었다.
“아냐. 아깝지. 그래, 나도 아까 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몇 시즌 정
도는 평범한 선수로나마 커리어를 이어 나갈 수 있을 것 같거든.”
“내 생각도 그래요. 그래도 클래 스가 있는데. 우리도 그렇거든. 잘나 가던 팀이 해체돼도 메인이던 애들 은 솔로로나마 돈 벌거든요. 물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해 주는 팬들이 있잖아요.”
“응.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박유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그런 거지. 그렇게 커리어 를 이어 나가면 조금은 더 선수생활 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
만, 결국에는 새로운 삶을 사는 시 간이 좀 더 늦어지는 걸 수도 있잖 아.”
“으음, 그도 그러네요.”
연예계도 마찬가지다.
하늘에 빛나는 별 같은 스타들도 언젠가는 그 빛을 잃는 시간이 온 다. 특히나 아이돌은 그 변화가 극 심한 수준이다.
강은영도 그런 이들을 여럿 보았 다.
인기가 떨어지는 걸 눈으로 보면 서도 과감하지 못해서 어설프게 연 예계 생활을 이어가다가 결국에는
이도저도 되지 못한 이들을 말이다.
“ Q.”
M..•
강은영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아무래도 좋아요.”
“응?”
강은영이 배시시 웃으며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오빠가 잘 선택하시겠죠. 뭐든 오빠한테 좋은 길일 거라고 믿어 요.”
“고마워.”
“별말씀을. 그보다…… 은퇴하고 나면 뭐 하실 거예요?”
“음, 안 그래도 진호가 그 일 때 문에 들렀던 건데.”
“네?”
박유민이 강진호와 있던 일을 설 명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강은영이 살 짝 눈을 찌푸렸다.
“그럼 그 재단에서?”
« O ”
흐 •
“나는 반대!”
“웅?”
1초의 고민도 없이 나온 말에 박 유민이 눈을 크게 뜨고 강은영을 바 라보았다.
“왜? 진호랑 같이 일하는 게 별 로야?”
“아뇨. 그런 건 상관 없는데요, 나는 오빠가 보육원 일 말고 다른 걸 했으면 좋겠어요.”
“••••••왜‘?”
박유민이 살짝 의아한 눈을 했다. 얘가 보육원을 안 좋아했나?
“너무 많이 겪었잖아요.”
강은영이 담담히 말했다.
“도울 수는 있죠. 번 돈으로 기부 를 해도 되고,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는 것도 괜찮겠죠. 그런데 보육원
에서 자랐는데 또 보육원 일을 하면 좀 아쉬울 것 같아요. 세상에 재밌 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 많 은 일중 겪을 수 있는 게 몇이나 된다고. 좀 더 겪고, 더 많이 봐야 죠.”
과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 다.
강은영의 말대로 박유민이 복지 재단에 취직을 한다면 프로게이머 생활을 한 잠시를 빼고는 모두 보육 원과 관련되어 살아가는 것이나 다 름없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 그런 거야.”
“그것도 저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응?”
강은영이 손을 들어 박유민의 볼 을 콕 찔렀다.
“만날 보육원에 있고, 보육원 애 들을 보고, 또 보육원 일을 걱정하 다 보면 하고 싶은 일도 보육원에서 찾을 수밖에 없잖아요. 안 그래요?”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 데…….
그런데 들어보면 틀린 말도 아니 었다.
“그러니까 좀 더 보자고요. ‘게이 머 생활 끝나면 또 열심히 공부해서 보육원에 도움이 되어야지’ 같은 생 각은 하지 말고, 그냥 늘어져 봐요. 여행도 가고, 못해본 취미도 즐겨보 고. 오빠는 오빠를 조금 더 편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어요.”
박유민이 살짝 멍한 눈으로 강은 영을 바라봤다.
“왜요?”
“ 아니••••••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또 우리 오라비같이 살려고 하 죠?”
“응?”
강은영이 양손을 옆구리에 올리고 는 근엄한 얼굴을 했다.
“사람은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 다. 쉬는 건 그저 자신을 낭비하는 것밖에 되지 않아.”
강은영이 하는 강진호의 성대모사 에 박유민이 웃음을 터뜨렸다.
목소리가 비슷한 건 아닌데, 표정 이 너무 닮았다.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겠죠. 그런데 오빠, 우리 오라비처럼은 못
살아요. 사람은 그렇게 못하지.”
“……그건 그래.”
그놈은 못 따라간다. 그건 인정해 야 한다.
“그러니까 오빠는 조금 내려놔 요.”
“응?”
강은영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오빠를 보면 뭐랄까, 너무 그런 게 심한 것 같아요. 반드시 내 가 노력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 해야 한다? 내가 뒤처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에이, 안 그래도 되요.”
강은영이 웃는다.
“그런 것 안 해도 오빠는 충분히 가치가 있으니까. 내가 같이 놀아줄 게. 그러니까 그렇게 누가 뒤에서 잡아먹으러 오는 것처럼 후다닥 살 지 마요. 그럼 뭐가 남는다고.”
박유민은 알고 있다.
이건…….
이건 언젠가 그가 강진호에게 했 던 말이다.
그걸로 충분하니 그렇게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라고.
그런데…….
‘다른 사람의 눈에는 나도 그리 보였구나.’
자신도 같은 걸 하고 있었다.
“오빠가 그렇게 악쓰면서 버티지 않아도, 내가 옆에서 잡아줄 테니까, 조금 편히 삽시다. 오빠랑 살면 같 이 여행도 못 갈까 봐 걱정이야. 응?”
“••••••그래.”
박유민이 미소를 지었다.
‘내려놓는다라……
그러고 보면 은퇴를 하고 무엇을 할까를 고민했지, 은퇴를 하고 뭘
하며 쉬어볼까 고민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조금 더 자신을 찾아보고.
조금 더 세상을 보는 것도 나쁘 지 않을 것 같다.
“……그럼 한 해 정도는 더 해야 겠네.”
“ 왜요?”
“그래야 너도 휴식기가 올 테니 까.”
“에이, 뭘 그런 걱정을. 걱정하지 마요. 내가 오빠 은퇴하는 시점 맞 춰서 활동 딱 끝내 버릴 테니까. 그 때쯤 되면 같이 여행도 다니고, 맛
집도 가고 해요. 알았죠?”
“그래.”
두 사람이 가만히 서로를 마주 보았다.
더없이 따뜻한…….
“아주 깨가 쏟아지네, 깨가. 야, 이 양반들아. 그것도 한때다. 니들도 그걸 알아야지.”
와자작, 와자작.
팝콘을 씹는 이현수가 심드렁하게 냉소를 지었다.
아주 간지러워 못 들어주겠다.
“여행? 좋은 거지, 여행.”
그런데 어쩌나.
다음 여행지가 지옥이 될 확률이 높은 것 같은데.
“됐다. 가자.”
“ 네?”
“증거 다 확보했으니까, 이제 보 고하러 가야지.”
“회주님이 이거 보시면 어떻게 생 각하실지 너무 궁금한데? 으히히 힛!”
성공과 인성은 아무런 관련이 없 다는 걸 깨닫는 총회의 무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