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30)
마존현세강림기-1632화(1629/2125)
마존현세강림기 66권 (15화)
3장 다시 보다 (5)
“이게 참 뭐랄까……
또 ‘개소리를 시전해 보겠습니다’ 라는 얼굴을 하고 있는 이현수를 보 며 강진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 다.
“또 뭐?”
“아뇨. 참 이게, 하아……
이현수가 서글프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라는 게 그, 지켜야 할 선 이라는 게 있는데…… 살다 보면 이 선이 충돌하는 순간이 있단 말이죠. 이 경우에는 저의 충성심과 사람으 로서의 양심이 충돌하는 경우인 데……
강진호가 뚱한 눈으로 이현수를 보며 말했다.
“양심?”
“예.”
“너한테?”
이현수가 뭔가 말을 하려다가 다 물고 말았다.
“……방금 제가 움찔한 게 제게 양심이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그건 양심이 아니라 이성이겠 지.”
“여하튼.”
이현수가 주머니에서 USB를 하나 꺼내 살짝 흔들었다.
“제가 완벽한 증거를 찾아왔습니 다만, 회주님께 이걸 드리는 건 제 양심이 조금……
“그럼 넣어둬.”
이현수의 눈•이 흔들렸다.
“아니! 그렇게 나오시면 어떻게 합니까? ‘뭘 원하냐!’, ‘성과급을 줄 까!’, ‘찍어 오느라 고생했다!’ 뭐, 그런 반응이 나와야 제가 고생한 보 람이 있는 거 아니냐고요!”
“찍어서 가져온 걸 보면 확실한 증거겠지?”
“당연하죠!”
“그럼 됐지.”
“••••••예?”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말한다.
“사실 확인이 중요한 거지, 둘이 뭘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
네가 나한테 협상을 걸 정도면 거기 에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있겠 지. 그럼 사실 확인은 된 거잖아?”
“남의 사생활 보는 취미는 없어.” 이현수가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 다.
“회주님이 그리 말해 버리시면 이 걸 찍어 온 저는 뭐가 됩니까?”
“인간쓰레기.”
“……뭔가 딱히 더 나빠진 건 아 닌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그 정도 평가야 원래도 받았으니 까. 뭐.
이현수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 시며 USB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여하튼 두 분이 일정 이상의 관 계가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기어이……
강진호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 다.
이미 거의 확정된 일이지만, 그래 도 혹시 오해가 있었을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는 품고 있었는데, 그 기대마저 깔끔하게 도륙 났다.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박유민을 그의 매제로 고려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왜 그랬니, 유민아.’
아이고, 아이고.
불면 날아갈까, 만지면 부서질까 애지중지 키워온 친구가 매제가 된 다니.
이런 서글픈 일이 또 있을까?
“지금이라도 어떻게 해볼 방법은 없을까?”
“누구랑 상의해 보셨습니까?”
“최연하 씨하고.”
“이사님은 뭐라십니까?”
“어설프게 끼어들어서 상황 복잡 하게 만들지 말고, ‘내가 장님이다’, ‘내가 벙어리다’ 하면서 그냥 지켜
보라는데.”
“솔직히 저는 최 이사님의 연애관 을 그리 높이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만……
그 양반도 댁 만나기 전에는 모 태솔로였는데 뭐.
“그래도 이번에는 최 이사님의 말 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쯤 에서 정리하시죠.”
이현수마저 이리 나오자 강진호가 시무룩한 얼굴을 했다.
“정말 이게 맞는 걸까?”
“세상에 맞는 일이 어디에 있습니 까?”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어떤 일이든 해결책은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완벽 한 해결책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 니다. 그러니 적당한 시점에서 서로 합의를 해야죠. 이쯤으면 적당히 양 보할 것은 양보하고, 내가 취할 것 은 취했다 싶은 곳에서요.”
“……내가 뭘 취했는데?”
“좋은 매제를 얻었죠.”
강진호가 시무룩한 얼굴로 의자에 늘어졌다.
‘총회가 무너져도 저런 얼굴은 안 나오겠다.’
최근 들어 강진호에게서 본 가장 격한 반응이 동생의 연애소식…… 아니, 친구의 연애 소식이라는 사실 이 이현수를 웃게 만들었다.
“그러니 이제 그만 정리하십시오. 남의 연애사를 도끼눈 뜨고 지켜보 는 것도 추합니다.”
“……알았다.”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허 리를 세웠다.
“그래서 지금 수련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지?”
“……그렇다고 분위기 너무 급하 게 바꾸지 마십시오. 적웅 안 됩니
다.”
이현수가 고소를 머금고는 말을 이어갔다.
“미군 쪽은 바토르 님이 잘 알아 서 하고 계시고, 다른 부분도 준비 는 대부분 끝났습니다. 단기적은 일 들은 대부분 마무리를 했으니, 이제 는 장기적인 일들을 그저 해 나가야 죠.”
“빤하지만 정답이로군.”
이쪽에서 먼저 움직일 생각이 없 는 이상은 이게 최선이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면
남은 것은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니 까.
“중국은?”
“전선이 밀려나고 있습니다.”
이현수가 미간을 좁혔다.
“홍왕계가…… 아니, 차이커창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 만, 차지하고 있던 영역을 모조리 버리다 시피하며 후퇴하는 중입니 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구축되었던 전선이 이제는 거의 서안까지 밀려 났습니다.”
“시안이라, 서안을 말하는 건가?” 강진호의 말에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서안이라……
거의 서울에서 부산 정도의 거리 를 물러났다는 뜻이다.
그곳이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 었다.
“홍왕은?”
“여전히 움직임이 없습니다만.”
이현수가 강진호를 똑바로 보며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홍왕도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전선을 유지하
고 있는 상황이라면 피해가 있어도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밀려나다 보면 순식간에 남해까지 밀려 버립니다. 그 전에 홍왕이 등 장해 반전을 주지 않으면 홍왕계도 끝이겠죠.”
“으음.”
“그리고 무엇보다 차이커창이 상 황이 거기까지 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것 때문에 제가 오히려 회주님 께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만.”
“음‘?”
“저는 도무지 홍왕의 움직임을 이 해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전방이 밀리고 있고, 자신의 영역을 빼앗기 고 있습니다. 홍왕이 베이징 근처에 있었을 거라는 걸 감안한다면, 지금 홍왕도 방을 빼고 남쪽으로 피신하 고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렇겠지.”
“흥왕쯤 되는 이가 그만한 굴욕을 감수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본 홍왕은 절대 겁쟁이가 아니었습 니다. 오히려 더없이 패기로운 자였
습니다. 그런데 그가 이 상황을 받 아들이고 있다는 걸 납득하기 어렵 습니다.”
강진호가 살짝 눈을 찌푸렸다.
“그래서 회주님께 묻고 싶은 겁니 다. 여기서 홍왕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회주님일 테니까 요.”
강진호가 턱을 쓰다듬었다.
홍왕.
홍왕의 생각이라…….
“시간.”
“예?”
“필요한 건 영역도 아니고, 숭리
도 아니야. 오로지 시간이다.”
“……시간이라시면?”
“무인의 전쟁이라는 건 특이하기 짝이 없지. 세력과 세력의 힘이 충 돌하지만, 결국에는 가장 강한 자가 어느 쪽에 있는가로 반쯤은 결판이 나버린다.”
“그렇죠. 그래서 저희가 창왕과 홍왕의 충돌로 승부가 날 거라고 생 각한 것 아닙니까? 아마 저들도 마 찬가지 판단을 내리고 있겠죠.”
“곧 완성된다는 뜻이야.”
강진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홍왕은 벽을 한 번 뛰어넘었다.”
“회주님 덕분에 말이죠.”
“벽을 넘는다는 건 발전을 의미하 지 않아.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손에 넣었다는 의미지. 물론 벽을 뛰어넘는 것만으로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은 자신이 가진 무학을 재정립해야 하는 법이지.”
오 Q »
“지금 홍왕은 거기에 있는 거야.”
“다시 말하자면……
이현수가 강진호의 말을 정리했 다.
“벽을 뛰어넘은 덕분에 더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그 기회 와 가능성을 실질적인 강함으로 전 환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 요.”
“그렇지.”
이현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럼 거의 완성이 되었겠네요. 만약 시간이 많이 남았다면 저리 후 퇴하면서까지 시간을 벌려 들지 않 겠죠. 그게 더 손해니까요.”
“그래.”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아마…… 길면 열홀, 짧으면 내
일이라도.”
“홍왕이 나선다는 뜻이군요.”
“아마 그럴 거야.”
이현수의 얼굴이 자뭇 심각해졌 다.
‘훙왕이 나온다면 판세는 순식간 에 결정이 난다.’
지금까지의 상황이 지지부진했던 만큼, 눌려 있던 것들이 한 번에 폭 발해 버릴 것이다. 거의 일 합 승부 에 가깝도록 말이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할 만큼 홍왕 의 무위를 믿는다는 건가, 차이커 창.’
홍왕이 아무리 삼왕의 하나라고 한들, 그가 상대해야 하는 이들도 삼왕이다. 그런데 홍왕이라면 반드 시 창왕을 무찌를 수 있다고 믿는다 고?
이쯤 되면 거의 광신에 가까운 믿음이다.
강진호에 대한 이현수의 신뢰도 거의 병적이지만, 이현수는 혹시나 강진호가 홍왕을 이기지 못했을 때 의 시나리오도 몇 번이고 검토했다.
하지만 차이커창은 반드시 홍왕이 창왕을 이긴다는 생각으로 모든 시 나리오를 맞추고 있다.
‘지켜봐야지, 그 도박이 과연 성 공할 것인지.’
부디 반만 성공하시길.
양패구상이 나올 수 있도록 말이 야.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겠 습니다.”
“으 ”
“만약 상황이 허락된다면, 중국으 로 직접 밀고 들어갈 생각이십니 까?”
강진호가 가만히 이현수를 바라보 았다.
“중국으로?”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현수가 살짝 이를 드러냈다.
“상대를 기다린다는 건 공격해 오 는 걸 받아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상황이 된다면 상대가 만든 판이 아 니라 판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 는 것도 고려해야죠.”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이상한 질문이로군. 그래서 지금 까지 우리가 무작정 기다린 적이 있 었나? 유럽에는 직접 쳐들어갔고, 일본에는 내가 가려는 걸 네가 막았 지.”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왜냐면
저곳에는 흑왕계가 있으니까요.”
요 o ”
“중국으로 쳐들어가 창왕계나 홍 왕계와 전쟁을 벌이는 순간, 혹왕계 와도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갈 겁니다. 그놈들이 우리가 중국 땅을 차지하는 걸 내버려 둘 리가 없습니 다. 다시 말하면……
이현수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 다.
“우리가 중국으로 쳐들어간다면 중국을 일통할 때까지 멈출 수 없습 니다. 모든 것을 얻거나 아니면 모 든 것을 잃겠죠. 적당히 끝나는 상
황은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버틴다면 그 적 당함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찰칵.
강진호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천천히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 호가 연기에 가려 흐릿해진 이현수 를 보며 이를 드러냈다.
“이상한 질문이군.”
“어차피 적당하게 끝나는 전쟁 같
은 건 없어. 무인은 이리 같아서 만 족을 모르지. 누군가 중국을 일통한 다면, 반드시 밖으로 뻗어나온다. 이 미 알고 있지 않나?”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중국의 속성이다. 아니, 어 쩌면 인간의 속성일지도 모른다.
“멈추지 않겠다면 멈추게 해줘야 지. 그게 목을 비틀어 얻어내는 강 제적인 일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야.”
“그러면?”
“한 번 했던 걸 두 번 못할 이유 가 있나?”
과거의 강진호는 이미 한 번 중
원 일통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 기 간은 더없이 짧았고, 중원 일통 역 시 완벽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완벽하게 해주지.”
미소 짓는 강진호를 보며 이현수 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 덕였다.
“반드시 그리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