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32)
마존현세강림기-1634화(1631/2125)
마존현세강림기 66권 (17화)
4장 움직이다 (2)
“원탁에서 넘어온 병력은 모두 배 치를 마쳤습니다.”
“ 벌써요?”
보고는 강진호에게 들어갔지만, 질문을 한 사람은 이현수였다.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지. 과거, 몰래 한국을 오가야 하던 시대와는
다르니까. 장비는 게이트로 보내고, 병력은 비행기로 실어 날라 버리면 그만이지.”
“그렇다고는 해도 과도하게 빠르 군요.”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유럽인이 느긋하다는 고정관념은 버리는 게 좋을 거야. 우리는 한국 인보다 여가를 선호하는 것뿐이네. 바빠야 할 때까지 느긋한 척을 하지 는 않아.”
“그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빌어먹을 인종차별주의자 같으 니.”
“……아니라고요.”
이현수가 발끈하자, 위긴스가 낮 게 웃음을 지었다.
“지금 와서 유럽의 기사들을 보고 있으니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들은 반드시 좋 은 전력이 되어줄 것입니다, 로드.”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전력 정도가 아니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상 황이다. 그만한 전력이 와준다면 천 군만마나 다름없다.
“이차 병력은 마스터가 직접 이끌 고 오기로 했습니다.”
“이차도 있다고?”
“물론입니다, 로드.”
강진호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닌가?”
“어느 쪽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 아니면 마스터?”
“둘 다.”
위긴스가 미소를 지었다.
“답변을 드리자면, 둘 다 무리하 고 있는 게 맞습니다.”
“그럼••••••
“하지만 그게 당연한 겁니다, 로 드.”
위긴스가 낮고 담담한 어투로 말
했다.
“전쟁의 위험함을 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건 너무도 당연한 겁니 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른 부 분입니다, 로드.”
강진호가 의문어린 눈으로 위긴스 를 바라보았다.
“로드 혼자서 무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전쟁은 삶을 앗 아가는 법입니다. 전쟁에 이르기까 지 저희의 삶을 지켜주시고 싶은 마 음은 알겠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 쓰면서 승리할 수는 없습니다. 알고 계시잖습니까?”
“저희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십시 오, 로드. 저희는 오로지 로드의 영 광을 위해서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 습니다. 도구처럼 가져다 쓰고, 쓰레 기처럼 내다 버리십시오. 그리고 그 에 대한 대가는 전쟁이 끝나고 살아 남은 이들에게 과할 만큼 베풀어주 시면 됩니다.”
강진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만큼 줄 게 있을지 모르겠군.”
“당연히 있을 겁니다. 이번 전쟁 만 이기면 저 광활한 중국 땅•이 모 두 총회의 지배하에 놓이게 될 테니
까요.”
“광활한 중국 땅이라……
강진호가 슬쩍 시선을 돌려 이현 수를 바라보았다. 광활한 중국 땅이 라는 말에 저 이현수조차 살짝 상기 된 얼굴을 했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
차마 이들의 앞에서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거 먹어봐야 별거 없더 라’라는 소리를 할 수 없는 강진호 였다.
슬쩍 강진호의 눈치를 본 이현수 가 말을 이었다.
“그럼 그 마스터의 2차 지원은
언제쯤 가능하겠습니까?”
“그건 아직 정확한 시기를 특정하 기 힘들군.”
“으음.”
“왜? 문제라도 있나?”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상황을 지켜보다가 기회가 된다 싶으면 중국으로 직접 쳐들어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병력의 충 원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니 미리 파악해야죠.”
“••••••침공?”
“그렇게 말하니 저희가 악당 같지 않습니까.”
“뭐, 별다를 것도 없지.”
“그건 그렇지만.”
위긴스가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침공, 침공이라……. 하기야.”
위긴스가 강진호를 보며 말했다.
“사실 한 가지 걸리는 게 있기는 했습니다.”
“어떤 점이?”
“저들의 승패가 갈린다면, 당연히 다음 상대는 우리가 될 겁니다.”
“그렇지.”
“바로 쳐들어와 준다면 싸울 만하 겠죠. 그런데 저들이 그 상황에서
멈추고 다시 느긋하게 힘을 끌어모
은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피 말리는 기다림이 계속되겠죠. 싸워야 할 적이 사태를 수습하고 다 시 힘을 기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요.”
“듣고 보니 지옥 같군.”
“그 꼴을 보느니, 적당한 시기에 칼을 날려 버리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겁니다. 저는 이 실장의 의견 에 찬성합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총회에서 나름 브레인이라고 할
사람은 이 둘밖에 없다. 바토르 역 시 머리로 그리 뒤지는 이는 아니지 만, 그는 애초에 이런 전략을 짜는 곳에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 두 사람이 동의하는 내용이라 면 믿고 따라도 될 것이다.
“딱히 허가는 필요 없어. 공격해 야 할 때면 공격하면 된다.”
“예, 로드.”
위긴스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강진호의 이런 점이 좋았다. 기본적으로 절대자들은 타인을 바 닥으로 깔아보기 마련이다.
인간의 몸으로 달성하기 힘든 업
적을 이뤄낸 이들은 자신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인 평범한 인간들을 동등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일이다.
구구단조차 못 외우는 이에게 무 언가를 맡기려 들 사람이 있겠는가.
재능과 노력, 그리고 말도 안 되 는 정신력으로 인간의 경지를 벗어 난 이들의 눈에 평범한 인간이 어떻 게 보이겠는가.
그들이 뛰어난 분야가 있다고 해 도 절대자들은 그저 자신이 그 분야 를 파고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한 업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다르다.
강진호는 자신을 과신하지 않는 다.
스스로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자신이 부 족한 부분은 수하들에게 온전히 내 맡긴다.
맡길 수 있다는 게 대단한 게 아 니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는 게 대단한 것이다.
특히나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거대한 사안마저 타인에게 맡
기고 신뢰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대 단한 일이다.
‘마스터가 황제 운운했지.’
하지만 마스터.
당신은 모릅니다.
황제의 옆에 간신이 있으면 명군 이 될 수 없다는 건 틀린 말입니다. 진정한 패왕의 옆에는 간신 따위는 들러붙을 수도 없으니까.
가만히 미소를 지은 위긴스가 강 진호를 바라봤다.
“로드.”
“말해.”
“한 가지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얼마든지.”
위긴스가 답지 않게 마른침을 삼 켰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으니 묻는 겁 니다만…… 로드께서는 삼왕을 상대 할 자신이 있으십니까?”
“압니다. 그게 쉽사리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라는 걸 말입니다. 로 드께서는 다른 두 왕은 직접 겪어보 지 못하셨고, 홍왕 역시 과거의 홍 왕이 아니겠죠.”
“그렇지.”
“하지만 로드, 로드 정도 되는 경
지에 오른 이라면 저희가 보이지 않 는 부분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 고 이미 마음속으로는 어느 정도 결 론을 내리시지 않았습니까?”
강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씀해 주십시오, 로드. 이건 저 희가 전략을 짜기 위해 반드시 고려 해야 할 요소입니다. 이미 로드께서 승리할 경우와 패할 경우에 어찌해 야 하는가에 대한 로드맵은 모두 짜 두었지만, 그래도 조금 더 중점적으 로 파고들 곳을 확정해야 할 시기입 니다.”
이현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도 묻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지금 위긴스가 대신해 주 고 있다.
얼마 전까지였다면 농담하듯 물을 수 있는 질문이겠지만, 지금은 상황 이 너무도 민감하고 험난하다.
질문을 받은 강진호가 고심하는 표정으로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연 다.
“나름 고민을 해보긴 했는데
“예, 로드.”
“도무지 지는 상황이 그려지지 않
는군.”
위긴스가 눈을 살짝 찌푸렸다.
“물론 그러실 거라 생각합니다. 로드쯤 되는 무인은 상상할 수도 없 는 에고로 똘똘 뭉쳐 있기 마련이니 까요. 스스로의 패배를 한 번이라도 생각하는 이라면 그렇게 폭주한 기 관차처럼 살아갈 수는 없겠죠.”
“……욕 같은데?”
“칭찬입니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다만, 지금은 그 에고를 밀어내
시고 냉정하게 생각해 주셔야 합니 다.”
“냉정하게 생각해도 마찬가지야.” 강진호가 소파에 등을 기댔다. 위긴스는 뭔가 착각하고 있다.
홍왕이나 이런 자들에게는 저 말 이 들어맞겠지. 그는 정말 패도로 뭉쳐서 빚어낸 것 같은 인간이니 말 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다르다.
강진호는 저들의 반대에 위치한 인간이다. 저들이 자신을 너무도 사 랑하고 대단하게 여긴다면, 강진호 는 스스로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
으로 살아 여기까지 온 이였다.
“냉정하게 생각해 봐도 마찬가지 야. 다른 삼왕들의 능력이 홍왕과 비등하다면, 내가 질 이유는 없어.”
강진호가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폈다.
이건 오만함이 아니다.
그도 알고 있다. 홍왕이 벽을 넘 어 새로운 경지에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건 이미 내가 한 번 넘었던 곳 이다.’
이제 강진호는 안다.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고 과거를 대면하면서 자신이 위치한 곳을 정 확하게 알고 있다.
그가 목표로 삼고 있는 건 적천 마존을 뛰어넘는 것.
홍왕 따위는 적천마존을 상대한다 면 백 초도 버티지 못하고 전신이 갈가리 찢겨 죽을 것이다.
이제는 심상 속에서나마 적천마존 과 대등하게 싸우는 강진호다.
그가 우려하는 것은 삼왕계에 비 해서 너무도 부족한 병력의 수와 질 이지, 결코 홍왕이 아니었다.
아무리 무인계의 숭부가 최강자가
어디에 있느냐로 크게 요동친다고는 하지만 한 손이 열 손을 당해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니까.
“승리를 자신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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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담배 를 꺼내 물었다.
“적어도 나 때문에 졌다는 말은 안 나오게 할 자신은 있다.”
위긴스가 미소를 짓고는 손가락을 튕겨 강진호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렇다면 저희는 로드를 믿고 모 든 계획을 진행하겠습니다. 그 부담 을 짊어져 주십시오.”
“얼마든지.”
위긴스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패할지도 모르지.’
승리할지도 모르고.
하지만 패한다고 해도 위긴스는 강진호를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선택은 강진호와 총회의 승 리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곳까지 온 것 만으로 그의 선택은 이미 옳았음 이 증명되었으니까.
설사 이 전쟁에서 그가 적의 칼 날 앞에 죽는 순간이 오더라도 일말 의 후회조차 남기지 않을 것이다.
‘얼마든지 웃으면서 죽어주지.’
“로드.”
“음?”
“기억하십시오, 로드.”
위긴스가 힘을 담은 목소리로 말 했다.
“이 전쟁의 결과가 무엇이든 로드 는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설사 우리 모두가 저들의 발아래 죽어가는 순 간이 오더라도 누구 하나 로드를 원 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위긴스의 목소리가 강진호의 귀에 꽂혔다.
“스스로에게 당당하십시오. 로드
께서는 훌륭하셨습니다.”
강진호가 피식 웃는다.
“싸우기도 전에 질 것부터 생각하 는군.”
“그런 건 아닙니다만.”
“당당할 것도 없고, 자부할 것도 없어.”
“패하면 죽을 테니 생각할 시간도 없을 거고, 승리하면 후회할 필요가 없겠지.”
강진호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전쟁이란 그런 거야. 자부심도, 당당함도 필요 없다. 남는 것은 오
로지 결과뿐. 흙탕물을 뒹굴든 흘러 내린 내장을 부여잡든 어떻게든 이 기면 된다. 그리고……
강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런 전쟁에서 난 단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어. 너희도 곧 그걸 알게 될 거야.”
강진호의 기세에 질린 위긴스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곧 알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강진호의 모습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