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33)
마존현세강림기-1635화(1632/2125)
마존현세강림기 66권 (18화)
4장 움직이다 (3)
“전선이 계속 밀려납니다!”
“군사님, 이대로라면 우한까지 내 주게 됩니다. 우한을 넘어 지안까지 밀린다면, 더는 미래가 없습니다.”
귓가에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에 도 차이커창은 그저 차가운 눈으로 지도를 웅시할 뿐이었다.
“충칭은?”
“충칭 쪽의 병력에게서는 아직 소 식이 없습니다. 창왕의 군세가 아직 그곳까지는 닿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렇군.”
차이커창이 의자에 몸을 묻었다.
‘충칭이 밀리지 않는다면 흑왕계 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는 뜻이 군.’
어깨가 짓눌리는 것 같은 감각이 다.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벼려진 칼을 들고 돌진해 오는 창왕계와 그 뒤에 서 활시위를 먹인 채 차갑게 노려보
는 흑왕계. 그 둘을 동시에 상대하 고 있는 기분이었다.
“명령은 바꾸지 않는다. 최대한 시간을 지연시키며 병력을 보존해. 줄 수 있는 것은 다 준다.”
“하지만!”
“힘든 건 저들도 마찬가지야.”
차이커창이 싸늘한 목소리로 일갈 했다.
“활시위를 먹이고 있는 혹왕의 화 살이 우리를 향할 수도 있겠지. 하 지만 흑왕의 입장이라면, 창왕의 등 이 우리보다 훨씬 더 먹음직스러울 거다. 저들 역시 본진을 내놓은 채
모든 걸 걸고 남하하고 있다. 흑왕 이 움직이면 그 본진이 고스란히 날 아간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거 지.”
차이커창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 었다.
찢어진 아랫입술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온다.
“어차피 모든 걸 걸고 도박을 하 는 건 저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야. 부담은 저들이 몇 배는 더 심하다. 그러니 버텨라. 시간을 끌수록 우리 가 유리해진다!”
“알겠습니다!”
보고를 하던 부관이 이를 악물고 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지금 차이커창이 한 말은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토씨 하나 빼 지 않고 전 홍왕계의 무인들에게 퍼 져 나갈 것이다.
그게 진실인가 아닌가는 둘째 치 고.
‘유리할 리가 없지.’
차이커창이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 정도로 주먹을 쥐었다.
동등한 세력에서 시작하여 이미 절반의 영역을 잃었다. 그 와중에 사기는 끝도 없이 떨어지고 있는 상
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리함을 논 한다고?
개도 웃을 논리다.
그럼에도 부관이 납득하는 건, 지 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논 리가 아니라 적당히 속아 넘어가 줄 수 있는 지푸라기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알면서도 속고 속이는 얄 팍한 말장난.
지금 홍왕계는 그 말장난조차 덮 어놓고 믿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 지 않았다.
‘그리 틀린 말은 아니지만……
흑왕계가 뒤를 치면 창왕계가 답
이 없다는 건 사실이다. 여기에서 의도적으로 무시한 사실은 창왕이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도박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
‘불가침이라도 맺었겠지.’
어차피 혹왕은 급할 게 없으니까.
전쟁이 한창일 때 뒤를 치는 것 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어차피 창왕계와 홍왕계까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가는 게 확정되어 있다면, 느긋하게 힘을 소진하길 기다렸다가 지친 먹잇감을 물어뜯는 것도 나쁘 지 않다.
어느 쪽이든 홍왕계에 좋은 소식
은 아니다.
“홍왕께서는?”
“ 아직••••••
“아직인가.”
차이커창의 목소리가 힘없이 가라 앉았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 가.’
시간을 벌어야 한다.
홍왕께서는 결코 우둔하신 분이 아니다. 차이커창 따위는 감히 그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현명하고 위대하신 분이다.
그런 분이 지금의 상황을 모를
리가 없다. 자신이 칩거하고 있는 것이 홍왕계 전체의 손해가 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 오실 분이다.
그런 분이 지금까지도 두문불출하 고 있다는 건, 그 칩거를 끝내는 순 간 이 전쟁을 끝낼 자신이 있다는 의미였다.
‘홍왕이시여, 부디……
차이커창은 제발 그 시간이 늦지 않기를 바랐다.
“차이커창 님, 이젠 여기도 위험 합니다.”
요..으 ”
차이커창의 눈이 지도에 고정됐 다.
저들이 밀고 내려오는 속도가 생 각 이상으로 빠르다. 그들이 진을 차린 곳 역시 곧 저들의 세력권에 들어갈 것이다.
“물러나야겠지.”
이렇게 물러나는 게 벌써 세 번 째다.
저들의 속도와 상황으로 말미암아 생각해 보건대, 물러날 수 있는 것 도 이번을 포함하여 두 번뿐이다. 그다음은 없다.
반드시 그전에 홍왕이 칩거를 깨
주어야 한다.
“서두르십시오. 적의 손길이 아직 여기까지는 닿지 않았지만, 순식간 에……
“알았다!”
차이커창이 부관의 말을 끊었다.
차이커창은 괜히 쓸데없는 오기를 부려 후퇴의 시기를 놓치는 멍청이 는 아니었다. 지금 홍왕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는 누가 뭐라 고 해도 차이커창이다.
그의 신상에 조그마한 문제라도 생긴다면 홍왕계는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 절대 그런 상황을 만들어서
는 안 된다.
“계획대로 난창으로 간다.”
“상대의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계획을 수정하여 지안으로 가시는 건 어떠신지?”
“멍청한 소리!”
차이커창이 싸늘하게 일갈했다.
“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다. 상대 를 막아낼 수 있는 지형을 고려해서 만든 퇴로다. 적의 기세가 무섭다고 지형을 무시하고 거리만 벌린다면 순식간에 따라잡힌다.”
“예!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서둘러라! 우리가 먼저 도착해서
오는 적을 맞아야 한다.”
“예!”
찰칵.
뛰쳐나가는 부관을 본 차이커창이 지포라이터를 켜 담배에 불을 붙였 다.
‘빌어먹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필사적으로 냉정을 연기하고 있지 만, 그의 머릿속은 이미 뒤죽박죽이 된 지 오래였다.
부담감이 심장을 짓누른다.
딱히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숨이 가빠오고, 전신이 옥죄어오는 기분
이다.
‘스트레스로 사람이 죽는다는 게 이런 말이겠지.’
무인인 차이커창이 이 꼴이라면, 평범한 사람은 수십 번도 더 쓰러지 고도 남았을 것이다.
육체가 휴식을 강렬히 토로하지 만, 지금은 그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다. 잠시 쉬려다가 영원히 쉬게 될 테니까.
몇 번 빨지도 않은 담배를 재떨 이에 쑤셔 박은 차이커창이 책상 위 의 노트북을 움켜잡았다.
이제 바로 난창으로 이동해서 거
기에 새로운 진을…….
콰아아아아아앙!
순간, 세상이 암전했다.
정적.
제멋대로 흔들리던 시야가 검게 흐려지고, 웅웅대던 귀에서 소리가 사라졌다. 갑작스레 일어난 현상에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런 후,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한 시각과 청각은 끔찍한 고통이라는 낯선 손님을 동반했다.
“끄으윽!”
차이커창이 바닥을 움켜잡았다.
‘무슨 일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손끝에 닿는 감각이 차갑다. 이내 그 감각이 바닥에 닿은 손에서 느껴 지는 감각이라는 걸 알아챈 차이커 창이 힘을 줘 자신의 몸을 밀어냈 다.
‘폭발?’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세상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고, 눈이 금방이라도 뽑혀 나갈 듯 아파 왔다.
균형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렸는지, 바닥에서 일어나려던 차이커창이 몇 번이고 다시 바닥으로 쓰러졌다.
“후욱! 후우욱!”
깊게 호흡을 들이마신 차이커창이 핏발이 선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건물이 통째로 터져 나갔다.
‘공격이다.’
멀쩡하던 건물에서 갑자기 가스폭 발이라도 일어나지 않은 한 이런 일 은 벌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이곳을 공격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 새끼가 차이커창인 모양인 데?”
“쥐새끼 같은 놈이 잘도 살아 있 군.”
역시나.
몸을 완전히 일으키는 걸 포기한 차이커창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머 니에 손을 꽂아 담배를 꺼내 물었 다.
반쯤 구겨진 담배지만 다행히도 부러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찰칵! 찰칵!
라이터가 피에 젖어 불이 잘 붙 지 않는다. 차이커창이 고개를 들어 입을 열었다.
“불.”
“••••••허?”
반쯤 허물어진 벽에 기댄 차이커 창이 명령하듯 말하자, 그에게 다가 가던 이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 었다.
“이게 상황 파악이 안 되나?”
“줘라.”
“하지만 대주님!”
“저 죽는 걸 아는 게지. 줘라. 뭐 어려운 일도 아닌데.”
명령을 들은 이가 불만스러운 표 정을 짓다가 바닥을 긁어 만든 불똥 을 차이커창을 향해 날렸다.
타닥, 타닥.
날아든 불똥이 차이커창의 얼굴에
쏟아졌다. 다행히 그중에 담배 끝에 들러붙은 불똥도 있는지, 담배의 끝 에서 희미한 연기가 뿜어지기 시작 했다.
“……창왕계냐?”
“그럼? 외계인이겠냐?”
“ 빠르군.”
차이커창이 입에서 담배를 빼내고 는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어떻게 이곳을 알아냈냐는 식의 멍청한 소리는 하고 싶지 않다. 알 아낼 방법이야 수도 없이 많으니까.
중요한 것은 저들이 흥왕계가 펼 쳐 놓은 방어선을 뚫어내고 이곳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내게 그럴 가치는 없었을 텐데?”
“아, 그 생각에는 동의한다. 하지 만…… 우리는 생각하는 이들이 아 니거든.”
“그렇겠지. 니들 같은 대가리로는 생각이 의미가 없을 테니까.”
“이 자라 새끼가?”
차이커창이 큭큭대며 웃었다.
‘창왕.’
우선 차이커창을 제거하라는 지시 를 한 이야 당연히 창왕이겠지.
차이커창은 꽤 이상한 기분을 느 끼는 중이었다.
어차피 창왕이 그를 노리고, 저들 이 이곳에 도달한 이상 빠져나갈 길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창왕은 그런 사람이니까.
이제 죽는다는 절망과 동시에 그 가 창왕에게 있어서도 위험인물이었 다는 자부심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건 악수지.”
차이커창이 피에 젖은 이를 드러 내며 웃었다.
“창왕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지금 이 주변에 병력이 쫙 깔렸겠지?”
“잘 아는군. 도망갈 길은 없다.”
“도망갈 생각도 없어, 이 멍청한
놈아. 너희는 나 따위를 잡기 위해 시간을 낭비했다. 그리고 이 낭비한 시간은 비수가 되어 너희의 목에 틀 어박힐 거다.”
대주라 불린 이가 혀를 찼다.
“여하튼 책상물림들은 죽는 순간 까지도 뭔가 의미를 부여한다니까. 뒈지면 시체인 것들이. 시간 끌 것 없다. 죽여! 목을 들고 창왕께 돌아 간다.”
“예!”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옆을 지키던 이들이 차이커창을 향 해 달려들었다.
‘빌어먹을, 덜 피웠는데.’
차이커창이 손에 든 담배를 바닥 으로 내던지고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이들을 똑똑히 바라보았다.
눈을 감는다?
천만에.
똑똑히 보아야 한다. 자신이 어떻 게 죽는지. 그래야 저승에서 홍왕을 다시 만나도 보고할 수 있을 테니 까.
창왕계의 무인이 휘두른 목이 차 이커창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생각한 것처럼 주마등이 스쳐 가
지는 않았다. 그저 과도하게 회전하 는 뇌가 시간의 흐름을 늦췄다.
그리고 차이커창의 입장에서는 조 금 안타깝게도 그 느려진 시간은 자 신의 목을 향해 날아드는 검을 똑똑 히 볼 수 있게 만들 뿐이었다.
파리가 앉을 것처럼 느릿하게 날 아든 검이 그의 피부를 가르고 근육 으로 파고들 때, 차이커창이 이를 악물었다.
‘홍왕이시여, 부디 천하를 얻으십 시오.’
그의 핏발 선 눈이 검을 휘두르 는 무인을 똑똑히 바라보았다.
똑똑히.
마치 멈춘 것 같은 시간 속에서.
확연하…….
‘응?’
순간, 차이커창의 눈이 이채를 띠 었다.
그의 목을 파고든 검은 분명 멈 췄다. 죽음을 맞아 과도하게 오버 클럭한 뇌가 시간을 늦춘 것이라 생 각했다.
하나 이상하지.
그의 눈에 검을 휘두르던 무인의 얼굴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인다.
‘움직인다고?’
저 속도로?
그럴 리가 없을 텐…….
“내가 조금 늦었군.”
그때, 차이커창의 등 뒤에서 우렁 우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차이커창 의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