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34)
마존현세강림기-1636화(1633/2125)
마존현세강림기 66권 (19화)
4장 움직이다 (4)
‘거, 검이……
왕야핑의 눈이 쉴새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않았다.
차이커창의 목에 반쯤 틀어박힌 그의 검이 마치 거대한 암벽 사이에 낀 것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아무리 내력 을 밀어 넣어도 검은 마치 그곳이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임을 주장하 는 것처럼 요지부동이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이해할 수가 없다.
그의 머리로는 이 상황을 도무지 해석할 수가 없었다.
이유?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지금 그의 눈에는 그의 검에 닿 은 어떠한 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 다.
검이 허공에서 절로 멈췄다고?
그리고 그 검을 아무리 힘을 주 어도 움직일 수 없다고?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 의문은 금세 풀렸다.
“내가 조금 늦었군.”
낮은 목소리.
더없이 낮지만, 더없이 크게 울리
듣는 것만으로 다리에서 힘이 풀 리게 만드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왕야핑은 이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 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경배를 부르는 자.
세상에 그런 이가 몇이나 되겠는 가.
“호•••••• 홍•••••• 홍왕••••••
전신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홍왕.
홍왕계에게 있어서 창왕의 이름이 그러하듯, 창왕계의 무인인 그들에 게 있어서 흥왕의 이름은 죽음의 상 징, 그 자체였다.
쿵, 쿵, 쿵!
세상이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의 앞에 거대한 덩치를 가진 중년인이 뒷짐을 진 채 서 있었다.
주르륵.
이마에서 배어 나온 땀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던 땀이 이내 비처럼 흘러내려 그의 얼굴과 전신을 흠뻑 적셨다.
하지만 왕야핑은 자신이 땀을 홀 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눈앞에 나타난 이의 거대한 존재 감에 숨이 멎지 않도록 버티는 것만 으로도 필사적이었으니까.
“차이 커창.”
“예, 홍왕이시여.”
“ 몸은?”
“……버틸 만합니다.”
홍왕이 슬쩍 고개를 내려 차이커 창을 살폈다.
“곤욕을 치렀구나.”
“……방심했습니다.”
“방심이더냐?”
“……아닙니다. 홍왕이시여, 제가 옹졸한 자존심을 버리지 못하여 거 짓 보고를 드렸습니다. 능력으로 패 했습니다.”
홍왕이 미소를 지었다.
“상대가 창왕이라면 그 패배를 탓 할 수는 없겠지. 하나 이건 패배일 수 없다. 너를 잃지 않았으니, 나의 승리이도다.”
차이커창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에게 이보다 더한 찬사가 또 있겠는가.
전쟁으로 바닥까지 떨어진 몸에 활력이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그럼.”
홍왕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버러지들.”
털썩! 털썩!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모두가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살려 달라고 빌기 위해서?
아니다.
그들 스스로도 왜 자신들이 무릎 을 꿇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홍왕의 말이 떨어진 순간, 몸이 절 로 움직였을 뿐이다.
이곳에 돌입한 청살대(靑殺代)의 대주인 펑린웨만이 필사적으로 저항 하여 고개라도 들고 있을 뿐이었다.
“호, 홍왕!”
“ 호오?”
홍왕이 흥미롭다는 듯 펑린웨를
바라보았다.
감히 그의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있는 저 배짱이 마음에 든다.
“죽, 죽이시오!”
펑린웨의 말을 들은 홍왕이 빙그 레 미소를 지었다.
“가련하구나, 창왕의 개여.”
홍왕이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했 다.
“너는 선택할 자격을 잃었다. 너 의 죽음도, 너의 삶도 오로지 나의 선택일 뿐이다.”
“전장에서 만났다면 너의 기개를
칭찬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너희는 한 가지를 몰랐구나.”
펑린웨의 눈이 의문으로 물든다.
몰랐다고?
뭘?
홍왕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나는 쥐새끼를 싫어한다.”
퍼어어엉!
그 순간, 차이커창의 목에 검을 대고 있던 왕야핑의 머리가 폭죽처 럼 터져 나갔다.
펑! 퍼엉! 퍼펑!
그와 동시에 펑린웨의 곁에서 무 릎을 꿇고 있던 모든 청살대원들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털썩.
털썩.
머리를 잃은 육체가 바닥으로 쓰 러진다. 목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금새 바닥에 붉은 피의 연못을 만들 어 냈다.
펑린웨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 졌다.
‘대, 대체 뭘 어떻게?’
차원이 다르다.
펑린웨는 홍왕이 어떻게 이들의 머리를 터뜨렸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손을 쓴 흔적도 없고, 기의
파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저들의 머리가 저절로 터져 나간 것 같지 않은가.
그런 일은 절대 벌어질 수 없다 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건 무학이라는 반열을 벗어난 이 능(異能) 이다.
가만히 펑린웨를 바라보던 홍왕이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서 창왕에게 전하거라. 어린애 장난 같은 짓은 이제 끝났다고. 이 제 내가 그 목을 가지러 갈 것이다. 이제 길고 긴 인연을 마무리 지을
시간이다.”
펑린웨가 자신도 모르게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마음속에 희망이라는 것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말을 전하라는 건 그만은 살려준 다는 뜻일…….
“또 잊었구나.”
펑린웨가 멍한 눈으로 홍왕을 바 라본다.
“내가 쥐새끼를 싫어한다는 걸 말 이다.”
퍼엉!
“끄으으으윽!”
펑린웨가 그 자리에서 몸을 둥글 게 말고 신음했다. 오른팔에서 갑자 기 끓어오르는 것 같은 열기가 느껴 진다 싶더니, 어마어마한 고통과 함 께 터져 나갔다.
“말을 전하는 데 팔은 필요 없겠 지.”
퍼엉!
이번에는 왼팔에서 폭발이 일어났 다.
“끄으윽……
양팔을 잃은 펑린웨가 바닥에 쓰 러져 신음했다.
“그리고……
홍왕이 빙그레 웃었다.
“어디 보자, 창왕에 대한 네 충성 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퍼엉!
몸 안에서 폭음이 들렸다.
살을 갈가리 찢어내는 것과 같은 고통.
펑린웨는 직감적으로 자신의 내장 이 모조리 터져 나갔다는 것을 알아 챘다.
“하루 정도는 더 살 수 있겠지. 내게 감사하거라, 창왕의 개여. 너에 게 하루의 시간을 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비를 베풀어주겠다. 그 시간을 네 충성을 증명하기 위해 창 왕에게 가는 것으로 쓸 것인지, 그 게 아니면 너 자신을 위해 그 시간 을 쓸 것인지는 온전히 너의 선택이 다.”
“쿨럭!”
입가로 뿜어져 나오는 피를 줄줄 흘려 대며 펑린웨가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서, 선택?”
“그렇다.”
크으으…•
펑린웨가 양팔이 잘린 몸뚱아리를
일으켜 세웠다.
“퉤!”
홍왕을 향해 침을 뱉은 펑린웨가 이를 드러냈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창왕께서 네 목을 벨 것이다.”
퍼엉!
그 즉시, 펑린웨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털썩.
바닥에 쓰러진 펑린웨의 시신을 보며 홍왕이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 다.
“이래서 쥐새끼가 싫다니까.”
홍왕이 혀를 차더니 차이커창에게 고개를 돌렸다. 목에 틀어박힌 검을 뽑아내고, 지혈을 마친 차이커창이 홍왕을 향해 넙쭉 절을 했다.
“대공을 경하드립니다, 홍왕이시 여!”
“ 일어나라.”
“예!”
차이커창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홍왕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이 시뻘 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경지를 이루셨다.’
지금 홍왕이 보여준 수는 차이커 창조차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
다.
홍왕이 새로운 경지를 완성한 것 이 분명하다.
쩍 갈라진 차이커창의 목을 본 홍왕이 눈을 찌푸렸다.
“괜찮으냐?”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 대답은 홍왕의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차이 커창!”
“예! 홍왕이시여!”
“자신의 몸을 좀 더 소중하게 여 겨라. 홍왕계에게는…… 아니, 나는 네가 필요하다.”
차이커창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 다.
“예, 홍왕이시여!”
엉망이 되어버린 건물을 본 홍왕 이 가만히 입을 열었다.
“내가 없는 동안 버티느라 고생이 많았다.”
“홍왕이시여, 이제는……
“그래.”
홍왕이 담담히 말했다.
“창왕 따위는 더 이상 나의 상대 가 되지 못한다. 홍기를 들고 북으 로 진격한다. 거슬리는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중원을 일통할 것이다!”
“신명으로 따르겠습니다!”
차이커창이 격동에 가득 찬 눈으 로 몸을 숙였다.
“상황은?
“제가 무능하여 계의 영역을 거의 잃었습니다. 우한까지 적들이 밀고 들어온 상태입니다.”
“적의 주력은?”
“말씀드렸다시피…… 우한에 있습 니다.”
“그렇군.”
홍왕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개를 패면 주인이 나오겠지. 우 한으로 간다. 저 저열한 놈들에게
감히 내게 전쟁을 건 대가가 무엇인 지 똑똑히 알려주겠다.”
홍왕의 몸에서 거대한 기세가 일 어났다.
그 기세를 느끼는 것만으로 차이 커창의 전신이 덜덜 경련을 일으켰 다.
과거보다 더욱 장대한 기세다.
‘이제 누구도 이분을 막을 수 없 다.’
과거의 경지만으로도 삼왕이라 불 리던 홍왕이다. 그런 이가 벽을 넘 어 새로운 무학을 정립했으니, 대체 얼마나 강하겠는가.
제아무리 창왕이나 흑왕이라 해도 홍왕의 패도를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때, 홍왕이 슬쩍 고개를 돌렸 다.
“그전에.”
“••••••예?”
홍왕이 건물의 한쪽 구석을 바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쥐새끼를 싫어한다고 말했 을 텐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건물 구 석의 그늘에서 한 사람이 불쑥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홍왕을 향해 한쪽 무릎 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왕을 알현하나이다.”
“……혈교인가?”
“저는 혈마라 불리는 자입니다. 마왕을 모시고 있습니다.”
“홈.”
붉은빛이 도는 검은 장포로 전신 을 두른 혈마를 보며 홍왕이 눈을 찌푸렸다.
“마왕의 개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홍왕이시여, 제 가 어찌 감히 마왕의 개를 자처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감히 그럴 주
제가 못됩니다.”
“웃기는 놈이로군.”
홍왕이 입가에 웃음을 달았다.
“돌아가라, 마왕의 종자여. 네가 차이커창을 보호해 준 것에는 감사 하지. 하지만 너는 차이커창에게 감 사해야 할 것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 너의 머리는 몸에 붙어 있지 못할 테니까.”
처음 폭발이 일어났을 때, 혈마가 그 여파를 막아주지 않았다면 차이 커창은 즉사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감히 자신의 영역에 들 어온 간자임에도 홍왕이 혈마를 살
려주는 것이다.
“그 감사는 받을 이유가 없습니 다.”
혈마가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 다.
“그저 저자가 아직은 살아 있는 게 마왕께 이롭다고 여겼을 뿐입니다.”
가만히 혈마를 바라보던 홍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판단이 틀렸다는 걸 곧 알게 되겠지.”
홍왕이 몸을 돌렸다.
“가서 마왕에게 전하라. 중원을 일통하고 그 목을 가지러 가겠다고.
나의 호승심은 마왕을 원하나 나의 신명은 창왕의 목을 원한다. 내 모 든 신명이 이루어지는 날이 그의 삶 이 끝나는 날이 될 것이다.”
“그 말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흠.”
홍왕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걸어 갔다. 차이커창이 몸을 수습하며 그 뒤를 따라붙었다.
또옥.
부복한 혈마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홀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마어마한 패기.’
과연 훙왕.
강진호와는 전혀 다른 기운이지 만, 그 기운에서 느껴지는 힘은 동 등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이쪽이…….
혈마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 러고는 지체 없이 몸을 일으켰다.
알려야 한다.
중원을 뒤흔들 왕이 마침내 그 몸을 일으켰다. 대붕이 천 년을 웅 크리다 한 번의 날갯짓에 천 리를 날 듯, 홍왕의 걸음걸음은 이제부터 중원에 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을 쓸어버릴 거대한 폭풍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