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36)
마존현세강림기-1638화(1635/2125)
마존현세강림기 66권 (21화)
5장 벌어지다 ⑴
가볍게 손을 뻗어낸다.
아니, 뻗는다기보다는 털어내는 것에 가까웠다.
마치 파리를 쫓는 듯이 가볍게.
하지만 그 손짓이 만들어낸 결과 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가벼운 손짓이 만들어낸 거대한
충격파가 그의 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휩쓸어 버렸다.
“아아아아아악!”
“아악! 아아아아아아악!”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차이커창은 그 광경을 보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세상에……
그는 오랜 시간 동안 홍왕을 모 셔왔다.
그러다 보니 홍왕이 무학을 사용 하는 모습도 여러 번 보았다. 하지 만 지금처럼 홍왕이 대규모의 무인
을 상대로 제대로 된 무학을 사용하 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그동안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기 에 놀라운 것인가, 아니면 홍왕께서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지 신 것인가.’
대답은 빤하다.
아마 둘 다겠지.
과거의 홍왕도 이런 이적을 펼쳐 보일 수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간단 한 손짓만으로 이런 광경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보라.
그 가벼운 일격에 전위를 맡고
있던 일백의 무인이 핏덩어리가 되 어 날아갔다.
저 한가운데에 폭탄이 떨어졌어도 저런 결과는 아닐 것이다. 저 공격 을 받고 있는 이들도 평범한 사람이 아닌 무인이다.
아니, 그냥 무인도 아니다. 창왕 이 심혈을 다해 키워낸 창왕계의 정 예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홍왕의 손짓 한 번 을 감당하지 못하고 핏덩어리가 되 어버렸다.
이걸 ‘이적’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불러야 한단 말인가.
“차이 커창.”
“예, 홍왕이시여!”
“신을 믿느냐?”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흥왕의 어떤 질문을 하건 성심성의껏 대답하는 게 그의 역할 이다.
“홍왕이시여, 저는 신을 믿지 않 습니다. 저는 그저 홍왕을 믿을 뿐 입니다.”
흥왕이 하핫, 웃었다.
“입에 기름칠을 했구나.”
“속하의 진심입니다.”
“그래, 그렇겠지. 이제는 많은 이
들이 더는 신을 믿지 않는다. 신은 그저 누군가 만들어낸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홍왕이 가만히 고개를 돌려 차이 커창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그리 되었다고 생각하느 냐‘?”
“……아무래도 과학 때문이 아니 겠습니까? 증명할 수 없는 것은 믿 지 않으니까요.”
“증명할 수 없는 건 믿지 않는다 라……. 정말 그렇더냐?”
차이커창이 입을 다물었다.
그의 의견도 하나의 대답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차이커창은 아직도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은 수많은 미신과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그리 생각한다.”
차이커창이 고개를 들어 홍왕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더 이상 신을 믿지 않 는 이유는, 그들의 세상과 무인계가 유리되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홍왕이 입꼬리를 가볍게 끌어 올 렸다.
“과학이 없던 시대에 살던 이들이
이런 광경을 보면 뭐라 말했겠는 가.”
신.
그 말 외에는 필요하지 않다.
세상을 떠도는 수많은 신화와 전 설들.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강림한 화 신들에 대한 이야기는 문화와 지역 을 가리지 않고 아직까지 세상에 전 해져 온다.
“신이란 결국 이해할 수 없는 존 재고, 이루어주는 존재다. 그럼 내가 너에게 묻겠는데…… 차이커창, 너 에게 있어서 나는 어떠한 존재더
냐?”
차이커창이 바로 그 자리에 무릎 을 꿇었다.
“홍왕께서는 이루어주는 존재십니 다.”
“틀렸다, 차이커창.”
홍왕이 빙그레 웃었다.
“내가 너의 바람을 이루어주는 것 이 아니다. 네가 나의 야망을 이루 어주는 것이지. 그러니 너 역시 나 에게는 신이 될 수 있다.”
“홍왕이시여……
“ 가자꾸나.”
홍왕이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
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멍 하니 바라보고 있던 창왕계의 무인 들이 그 모습에 새파랗게 질려 버렸 다.
“어리석은 놈들.”
홍왕이 그 모습을 보며 눈을 찌 푸렸다.
그를 감당할 자신도 없으면서 달 아나지도 않는다. 이곳에서 죽는 것 이 그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운명도 아닐진대.
“자신의 죽음조차 자신의 손으로 결정하지 못한다면, 내가 결정해 주
지.”
홍왕이 살짝 손을 뒤로 당겼다가 느릿하게 밀어낸다.
그와 동시에 그의 손끝에서 황금 빛의 기류가 해일처럼 밀려 나갔다.
“피, 피해……
“으아아아아아아아!”
공포와 혼란.
절대적인 힘을 목격한 인간이 느 낄 수 있는 감정이야 그것밖에 더 있겠는가.
그들에게 있어서 다행인지, 아니 면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창왕계 의 무인들이 공포와 혼란을 느낄 시
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홍왕의 압도적인 권력(奉方)。]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린 다.
대지도, 인간도, 심지어 공기조차 도 장엄하게 짓누르는 황금빛의 권 력 앞에서는 평등하게 짓눌릴 뿐이 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
거대한 공명음과 빛이 사라진 곳 에는 이미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 다.
“으..”
M..•
홍왕이 그 광경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아직은 부족하군.”
“……이것도 부족하다는 말씀이십 니까?”
차이커창이 입을 벌리고 홍왕을 바라봤다.
이쯤 되면 더 이상 인간이라 부 를 수 없는 경지가 아닌가. 그런데 도 부족하다니.
“무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홍왕이 가만히 고개를 내저었다.
“다만, 내가 이룩한 경지를 육체 가 아직 완벽하게 체화하지 못했 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차이커창이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홍왕이 가볍게 웃었다.
“네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구나. 조악하게나 마 비유하자면, 자동차를 바꾼 것에 가깝겠지.”
“아••••••
“더 성능이 뛰어난 자동차를 운전 하게 된다면 전보다 기록은 빨라지 겠지. 하지만 그 차의 성능을 완벽 하게 뽑아내기 위해서는 운전자가 차에 익숙해져야 하는 법이다.”
“그렇습니다, 홍왕이시여.”
“내가 지금 그런 상태다.”
홍왕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 다.
“나는 너무도 오랜 기간 동안 벽 에 막혀 있었다. 이제는 벽을 뚫어 냈지만, 아직은 내가 가진 무위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오랫동안 하나 의 검만을 써오던 검수가 새로운 검 에 적응하듯 나도 나의 무위에 적웅 을 해야 한다.”
“아아••••••
차이커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홍왕의 경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해할 것은 하나.
‘아직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는 말씀이신가.’
“걱정할 것 없다.”
홍왕의 말에 차이커창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지금 상태로도 창왕 정도는 얼마 든지 상대할 수 있다. 아니, 짓밟아 버릴 수 있다. 그리고……
홍왕이 앞을 보았다.
“저들이 나를 도우려 하는구나.” 그의 눈에 차마 달아나지 못하고
덜덜 떨면서도 자리를 지키는 창왕 계의 무인들이 보였다.
“어리석은 것들. 차라리 달아났더 라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창왕 을 맞이했을 텐데, 저 무모한 충성 심이 나를 돕는구나.”
차이커창이 쓴웃음을 지었다.
‘무모한 충성이라……
홍왕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건 홍왕이 모자라기 때 문이 아니다. 너무도 위대하고 너무 도 드높기에 평범한 이들을 이해하 지 못하는 것이다.
저건 충성심 같은 게 아니다.
공포.
세뇌에 가까운 공포가 저들을 달 아나지 못하게 한다.
‘이상한 것도 아니지.’
맞서도 죽고 물러나도 죽는다면, 차라리 깔끔한 죽음 쪽을 택하는 게 이성적이다. 이곳에서 물러난 이들 은 창왕의 손에 죽는다. 그게 얼마 나 공포스러운 일인지를 감안한다 면, 저들은 오히려 현명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차이커창이 그의 마음에 하나 남 은 궁금중을 풀어냈다.
“홍왕께서는 이제 더는 적수가 없 는 경지에 오르신 겁니까?”
홍왕이 크게 웃었다.
“적수라, 적수. 그럴 리가 없지.”
“••••••예?”
“마왕이 있지 않느냐.”
“강진호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차이커창이 눈을 좁혔다.
홍왕은 창왕조차 짓밟을 수 있다 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그의 적수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홍왕이 저 창왕보 다 마왕을 더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
가 아닌가.
“홍왕이시여, 아뢰옵기 황송하오 나, 그건 너무 과대평가가 아닐런지 요. 아무리 마왕이 강하다고는 하나 저 창왕보다 대단할 것 같지는 않습 니다.”
동급.
혹여 마왕이 창왕보다 앞선다고 해도 그 차이가 클 리가 없다. 그게 차이커창의 평가였다.
“너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홍왕은 그저 웃을 뿐이었 다.
“나는 단 한 번도 마왕을 과대평
가해 본 적이 없다. 나는 그와 상 극. 개인적인 감정을 논한다면 오히 려 증오에 가깝겠지.”
“내가 그와 나름의 대화를 나누고 친교를 가지는 건 그를 인정하기 때 문이다. 그만한 성취를 이룬 이는 어떤 이라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하면 어찌?”
“과거에 본 그를 네 기준으로 삼 지 마라.”
“그는 되찾는 자. 그리고 개척하
는 자.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 없이 자신을 채찍질 하는 자다. 지 금쯤이면 과거의 나 정도는 그 날카 로운 독니로 물어 죽일 경지에 올랐 겠지.”
차이커창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차이커창 이여.”
홍왕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대로 시간이 주어진다면 언젠 가는 나조차 마왕을 감당할 수 없 다. 그가 자신의 모든 것을 완성하 기 전에 그를 죽여야 한다. 그게 아 니라면 세상은 도탄에 빠질 것이고,
마왕의 손아래 신음하게 될 것이 다.”
차이커창이 눈을 빛냈다.
“홍왕이시여, 아무것도 모르는 자 가 함부로 입을 놀린다고 생각하시 겠지만, 저는 그리 생각지 않습니다. 그가 강해진다면 홍왕께서는 더욱 강해지실 겁니다. 그는 결코 홍왕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흐음.”
홍왕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차이커창의 말이 마음에 들어서인 지, 그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혹여 그렇다고 해도 그에게 그럴 기회는 영원히 주어지지 않을 겁니 다.”
“그건 맞는 말이군.”
홍왕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와는 다르게 홍왕 의 눈은 낮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 다.
‘ 강진호.’
그를 생각하면 속에서부터 뭔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느낌이다.
평생 동안 다른 삼왕을 숙적이라 생각하고 살아온 홍왕이지만, 강진 호를 만난 뒤에 알게 되었다. 운명
이 그에게 붙여준 진정한 숙적이 따 로 있음을 말이다.
‘기다려라.’
중원을 정리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알 수 있다.
그의 안에 신이 머물러 있음을.
이 신은 광포하게 불신자들을 먹 어 치우고, 그 배를 불려 나갈 것이 다. 그리고 그 여정의 종착지는 당 연히 저 작은 반도에 웅거하는 강진 호가 될 것이다.
‘나의 무학, 나의 삶, 그리고 나의 길은 너로서 완성된다.’
서두를 것 없다.
평생을 기다려 온 길이다. 불과 며칠을 더 기다리지 못하겠는가.
“가자, 차이커창. 우선은 창왕의 목을 딴다.”
“예, 홍왕이시여!”
홍왕이 다시 산책하듯 걷기 시작 했다.
그러자 그들의 대화가 끝날 때까 지 숨도 쉬지 못하고 떨어 대던 창 왕계의 무인들의 눈에서 희망이 사 라졌다.
왕과 왕.
세상을 뒤흔드는 절대자들의 충
돌.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은 그저 자신의 목숨을 내맡긴 채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