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37)
마존현세강림기-1639화(1636/2125)
마존현세강림기 66권 (22화)
5장 벌어지다 ⑵
“다녀왔습니다.”
“왔니?”
“네.”
“저녁은?”
“아직이요. 밥 있어요?”
“우리도 막 먹으려던 참이야. 어 여 와.”
“네. 옷 좀 갈아입고요.”
강진호가 방으로 들어가 외출복을 벗어 옷장으로 밀어 넣었다.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갈아입은 강진호가 문을 열고 나와 식탁으로 다가갔다.
“오라비, 오늘은 일찍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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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빠 보이더니.”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바빠 보인 거지, 그렇게 바쁘지 는 않았어.”
“그래?”
강진호가 눈을 가늘게 뜨고 강은 영에게 물었다.
“그러는 너야말로 요즘 바빠 보이 던데?”
“응? 으응? 응?”
“자주 나가기에.”
“아••••••
강은영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니…… 이제 새 앨범 준비도 다 되어가고, 그러니까 이거저거 할 일이 많아서 그렇지.”
이것 봐라?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강진호는 강 은영의 체온이 오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끄응.”
“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강진호가 쓰게 웃고는 숟가락을 들었다.
“아버지는요?”
밥그릇은 있는데 사람이 없다.
“방금 전화받으러 들어가셨어.”
“이 시간에요?”
“공장은 아직 돌아가잖니. 문제가 있거나 하면 네 아버지가 전화 받고 해결하는 모양이더라. 네가 부려 먹 으면서 그것도 몰랐니?”
“……부려 먹은 건 아니고.”
“됐어.”
백현정이 작게 웃었다.
“나무라려던 건 아냐. 나는 차라 리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어. 요즘 네 아버지 보면 사람이 사는 것 같 더라. 이 일 하기 전에는 뭐라고 하 지? 그…… 매너, 매너……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뭐래니?”
강은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매너리즘, 매너리즘.”
“그래. 그 매너리즘에 빠져서는 매일 그냥 하루하루 떼우는 것 같더 니, 요새는 목소리 크게 통화도 하
고……. 여하튼 보기 좋아.”
“그냥 일이 많아진 것 아닐까요?”
“사람은 일이 필요해. 그것도 활 력이야. 그렇지, 은영아?”
“……나한테 왜 그래, 엄마.”
“아니, 그냥.”
백현정이 빙그레 웃었다.
“밥 먹으렴.”
“예.”
강진호가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 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을 열고 강유환이 걸어 나왔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냐, 아냐. 별거 아냐. 주문한 원두에 문제가 좀 있어서.”
“발주를 잘못한 거예요?”
“발주는 제대로 했는데, 물건이 잘못 온 모양이다. 한 번씩 이런 일 이 있어. 빨리 대처만 하면 별문제 없을 거야.”
“다행이네요.”
강유환이 씨익 웃었다.
“야, 인마. 내가 처리하니까 이렇 게 빨리 해결되는 줄 알아. 나 아니 었으면 며칠은 더 걸렸어.”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 습니다.”
“그걸로는 부족해!”
“……사진이라도 품고 다닐까요?”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강유환이 한 손을 쫙 펴서 강진 호에게 내밀었다.
“예?”
“돈.”
강진호의 눈이 살짝 떨렸다.
“사람이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면 성과급을 주든가, 아니면 금일봉을 주든가 해야지! 거 일은 죽어라고 하는데 월급도 제대로 못 받으면 일
할 맛이 나겠냐?”
“……월급 드리고 있습니다만.”
“그걸로 누구 코에 붙여?” 강유환이 혀를 차며 말했다.
“자식 놈이 부잔데 애비가 이렇게 가난하게 살아서야 되겠냐?”
“예전에 저보고 통장에 있는 돈 건드리지 말고 아끼고 살라고……
“그건 그때고, 인마! 그때는 네가 직업도 없는 학생이고, 지금은 말만 하면 웬만한 사람은 들어본 회사 회 장인데, 그때랑 지금이 어떻게 같 아?”
“사람을 부려 먹으면 정당한 대가 를 내야지!”
“……입금하겠습니다.”
“그래!”
강유환의 반란은 성공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해줄 수는 없지.
“어머니 통장으로 넣으면 되죠?”
“••••••어?”
강유환이 당황한 얼굴로 강진호와 백현정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 그걸 왜?”
“월급도 그쪽으로 들어갔던 것 아 니에요? 성과급도 같은 통장에 넣어 야 하는데.”
“그, 그렇지. 그런데…… 보통 금 일봉은 현금으로……
백현정이 빙그레 웃었다.
“우리 진호가 사업을 아주 잘하는 구나. 꼭 내 통장으로 넣어야 된다.”
“네.”
강진호가 산뜻하게 웃었다.
그러자 강유환이 우울한 얼굴로 숟가락으로 국그릇을 톡톡 건드렸 다.
“자식 키워놔 봐야 아무 쓸모도 없다더니.”
강유환이 시무룩해흐}자, 백현정이 강유환의 등짝을 두드렸다.
“됐어요, 됐어. 가져다 쓰세요.”
“그래도 돼?”
“아이고, 내가 그 시무룩한 얼굴 한달 볼 바에야 돈 안 받고 말지.”
“누가 시무룩해했다고.”
투닥거리는 부모님을 보며 강진호 가 웃음을 지었다.
평범한 저녁.
평범한 하루다.
하지만 오늘따라 그 평범함이 강 진호의 가슴에 스며들었다.
‘이거였지.’
강진호가 살짝 눈을 감았다.
중원에서 그가 적천마존으로 살아
갈 당시 그토록 바라던 광경이 이 모습이겠지.
바라고 또 바라던 것을 손에 넣 었다.
이제는 너무도 당연한 광경이 되 어서 그 소중함을 잠시 잊었지 만…….
‘더 얻는 게 다가 아니지.’
지금 가진 것을 알고, 그에 감사 할 줄 알아야 한다.
십 년 전, 적천마존으로 살던 그 에게 가족 말고 뭐가 더 필요하냐고 물었다면 어떤 대답이 나왔을까?
아무것도.
아무것도…….
그래, 아무것도 필요가 없다 했겠 지.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 진호야.”
“네?”
“무슨 일 있니?”
“일은요. 아무 일도 없어요.”
백현정이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오늘따라 분위기가 이상하네. 자 꾸 실없이 실실 웃지를 않나.”
“언니랑 좋은 일 있었겠지, 뭐.”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백현정이 살짝 걱정하는 듯 말했
다.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가 큰 도움은 안되겠지만,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풀리는 게 있 잖니.”
강진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네. 진짜 별일 없어요. 그런 일 이 있으면 꼭 말할게요.”
“그래그래.”
식사 자리는 그리 길지 않게 이 어졌다.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가끔씩 은 웃고, 그리고 투덜대기도 하
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저녁 식사 자리.
너무 평범해서 아릿한, 그런 자리 였다.
“먼저 일어날게요.”
“그래.”
밥그릇과 수저를 설거지통에 담근 강진호가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백현정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강유환도 영 마음에 걸린다는 듯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말을 하긴. 여하튼 성격 꼬였다 니까. 누가 저렇게 키웠는지.”
“어디 내 새끼를 욕해?”
“……내 새끼기도 해.”
“시끄러워요.”
“네.”
강유환이 입을 다물자, 백현정이 걱정 어린 눈으로 강진호가 들어간 방문을 바라봤다.
방에 들어온 강진호가 침대에 누 웠다.
그러고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평범함이라……
오늘만큼 이 평범함이 손끝에 스 며든 적이 없었다.
한때는 너무도 바라던 일상.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그토록 바랐지만, 결국에는 이루 지 못했다고 생각한 것.
하지만 이제야 알 것 같다.
그가 바라던 평범함은 이미 그의 삶에 녹아들어 있었다는 걸 말이다.
대화하고, 웃고, 서로를 바라보
그런 아무것도 아닌 일상. 강진호가 천천히 눈을 떴다.
‘내가 해야 할 일.’
그건 지키는 것이다.
이 평범한 일상을, 그리고 이 평 범한 일상을 만들어주는 이들을.
가족뿐 아니다.
다른 모두도 지켜내야 한다.
강진호가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다 가 입을 열었다.
“적천.”
그러자 그의 눈에 검붉은 장포를 입은 패기로운 사내의 형상이 나타 났다.
— 힘겨워 보이는군.
“그렇지는 않아.”
이건 힘들다를 논할 일은 아니다.
힘겨움이라기보다는…….
–
두려운가?
“그래.”
강진호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 다. 거부할 필요도 없고, 부정할 이 유도 없다. 마음이 그리 말한다면, 그저 그렇다고 인정하면 될 일이다.
–
두렵다라…….
적천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
강해졌군, 강진호.
적천이 차게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 나는 두려움을 알지 못한다.
나는 두려움을 알지 못했다. 그렇기 에 나는 나약했고, 그렇기에 나는 그저 혼자였다.
그의 목소리가 강진호의 귀에 파 고들었다.
–
너는 강해졌다.
적천마존이 미소 지었다.
언제나와 같은 비틀린 미소가 아 니었다. 그저 환한, 지금의 강진호가 짓는 것과 비슷한 미소였다.
–
더는 내가 필요하지 않겠군.
“글쎄.”
강진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모르겠다. 나에게 있어서
너는 절대적인 강함의 상징이야. 내 가 가진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너처럼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 각은 항상 나를 괴롭히지.”
–
그토록 강해졌음에도?
“얻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도 있는 법이니까.”
그 말을 들은 적천마존이 미묘한 미소를 입에 담았다.
–
아무것도 잃지 않고 살 수는 없는 법이지.
“알고 있어.”
시리도록 잘 알고 있다.
잃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
잃은 것의 무게를 잊지 마라. 그걸로 충분하다.
“그래.”
–
그리고…….
적천마존이 허공에서 내려온다. 천천히 걸어 창가로 향한 그가 별 하나 없는 밤 하늘을 바라보았다.
–
아름답군.
“그리웠지.”
–
그래. 그리웠지, 저 하늘이.
강진호가 조금 멍한 눈으로 적천 을 바라보았다.
이상하지.
적천마존은 그가 만들어낸 환영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금 그는 적천마 존의 등을 보고 있다.
그의 눈으로 한 번도 본 적이 없 을 적천마존의 등을 말이다.
처음 본 적천마존의 등은 뭐랄 까…….
강인하고.
또 애처롭고.
더없이 당당하면서도 서글프다.
‘나는 이런 등을 하고 살았구나.’ 저곳에 삶을 버텨온 이가 있다.
오로지 자신의 힘 만으로 발악하 듯 살아온 이가 있다.
강진호의 눈가가 살짝 붉게 물들
었다.
–
아무리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광경이로군. 그래, 이 걸 보고 싶었다. 이걸…….
“너는••••••
–
그러나 강진호, 기억해라. 네 가 중원에서 본 하늘도 그리 끔직하 지는 않았겠지. 그 역시 아름다웠다.
– 인간은 상처를 입고 살아가지. 그리고 그 상처로 인해 강해진다. 네게 있어 중원의 기억이 지우고 싶 은 끔찍한 기억이었을지는 모르겠지 만, 그 역시 너의 삶이다.
“ 알아.”
—
그러니 기억해라.
적천마존이 강진호를 보며 미소 지었다.
–
나는 헛되지 않았다.
강진호가 주먹을 움켜잡았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강 진호가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고개 를 끄덕였다.
“그래, 헛되지 않았어. 너는, 그리 고 나는.”
강진호는 보았다.
언제나 차가운 얼굴로 그를 비웃 던 적천마존의 얼굴이 아이의 그것
처럼 부드럽게 풀리는 광경을 말이 다.
환한 웃음을 지은 적천마존의 모 습이 점차 흐려진다.
– 사실 말이다, 강진호.
– 나는 강해지고 싶지 않았어.
– 나는 그저 한 줌의 온기면 충 분했다.
“그래.”
알고 있어.
너는 나니까, 나는 너니까.
적천마존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다.
그리고 눈을 감아버린 강진호의 귓가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환상처럼 들려왔다.
– 즐거웠다.
강진호가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래.
즐거웠다.
차마 행복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 만, 그 지옥 같은 삶 속에서도 즐거 움은 있었겠지.
그 비틀린 삶조차 온전히 지금의 강진호가 떠안아야 한다.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거부하지 않고 이 해한다.
기나긴 그의 두 번째 삶과 완연 히 결별한 강진호가 더없이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