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38)
마존현세강림기-1640화(1637/2125)
마존현세강림기 66권 (23화)
5장 벌어지다 (3)
“……총회의 병력을 끌고 중국으 로 가겠다는 말입니까?”
“네.”
고한봉이 황당하다는 듯 이현수를 바라본다.
“진심이십니까?”
“제가 총리님 앞에서 농담을 할
만큼 대단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럴 담량도, 그럴 의지도 없습니다.”
고한봉이 헛웃음을 지었다.
차라리 농담이라고 말해줬으면 되 레 감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농담이 아니군.’
조금의 장난기도 엿보이지 않는 이현수의 눈을 본 고한봉이 자세를 바로잡았다.
‘진심인가?’
중국으로 쳐들어가겠다고?
저 중국으로?
‘제정신이 아니야.’
그 일이 대체 얼마만 한 여파를 가져올지 모른단 말인가. 이 선택 하나가 한국, 아니, 한국을 넘어 동 아시아를 파멸시킬 수도 있다.
황당함과 우려가 교차하는 얼굴로 이현수를 빤히 바라보던 고한봉이 살짝 말라붙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 다.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쉽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합 니다만……
이현수가 단호한 눈으로 고한봉을 바라보았다.
“이건 하는가, 하지 않는가를 선
택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입 니다.”
단호한 눈빛.
그 눈빛을 본 고한봉이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실장님, 하시고자 하는 말씀이 뭔지는 알겠습니다만…… 이건 외교 전쟁쯤으로 대충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까딱하다가는 정말 전쟁 을 부를 수도 있는 일입니다.”
“아, 물론, 물론.”
이현수가 말을 내뱉기 전에 고한
봉이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 이 대 화에 대한 주도권은 절대 내주고 싶 지 않은 고한봉이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총회가 중 국 정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는 사실은요. 아마 그 부분을 믿고 계신 것 같은데……
고한봉이 낮게 눈을 뜨고 이현수 를 바라본다.
“하지만 실장님, 정치는 생물입니 다. 당연히 그리될 거라 모두가 생 각하는 일조차 사소한 것 하나로 완 전히 뒤집히는 것이 정치입니다. 실 장님쯤 되면 이 정도는 이해하고 계
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물론입니다.”
여전히 담담한 이현수의 반응을 보며 고한봉이 눈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이런 새파란 젊은놈과 심리 싸움 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현수를 강대하기 껄끄러운 이유 는 이현수가 총회를 업고 있기 때문 이지, 그 자체가 대단한 인간이기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이현수를 만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고한봉은 이현수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 다.
‘어쩌면 이자는 총회에 속해 있기 에 스스로를 자제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군.’
고한봉이 마른침을 삼키고는 말을 이어갔다.
“중국의 정계는 실장님이 상상하 는 것 이상으로 복잡합니다. 그들은 완전히 통일된 의사 과정을 만드는 체제를 고수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는 온갖 권력의 암투가 있는 곳입니 다. 그중 하나의 세력과 협의를 마
쳤다고 해서 그게 중국의 입장이 되 는 건 아닙니다.”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그렇겠죠.”
“예. 그러니……
“ 다만.”
이현수가 고한봉의 말을 끊었다.
“저도 그런 짧은 생각으로 이런 말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총리님. 이미 말씀드렸지만, 이건 할 수 있 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반드시 해 내야 하는 일입니다.”
“중국과의 불화를 감수하고서라도 말입니까?”
“이미 중국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이현수의 말에 고한봉이 움찔했 다.
“저들의 전쟁이 끝나면 삼왕계를 일통한 이는 반드시 한국을 노립니 다. 그건 무인들의 숙명과도 같은 겁니다. 완연한 일통. 하늘 아래 유 일무이한 절대자가 되기 원하는 이 들은 그들의 옆구리에 존재하는 회 주님을 용납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럼 그때.”
이현수가 심각한 눈으로 고한봉을
바라보았다.
“중국 정부가 총리님과 같은 이유 를 들어 저들을 막을 수 있을 거라 보십니까?”
고한봉이 입을 다물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
물론 국제사회의 눈치를 봐야 하 니 군을 움직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저들의 목적에 동조하며 할 수 있는 지원은 다 하 려 들겠지.
“먹지 않으면 먹힙니다.”
싸늘하기 짝이 없는 이현수의 말
에 고한봉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빌어먹을.’
총리의 자리에 오른 지 얼마 되 지도 않았는데 끔찍한 사건들만 연 이어 터지는 느낌이다. 내외로 골치 아픈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 이제는 무인계까지 신경을 써야 하다니.
“그분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살짝 엉덩이를 빼는 말에 이현수 가 눈을 차갑게 떴다.
“저희 입장을 분명히 하겠습니다, 총리님.”
이현수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어딜 보아도 일국의 총리를
대하는 자세는 아니었다.
“만약 한국 정부가 저희를 돕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미국은 반드시 저희를 도우려 할 테니까요. 중국의 힘이 강해지는 걸 세상 누구 보다 원치 않는 것은 분명 미국입니 다.”
“ 으음••••••
“다만 한 가지.”
이현수가 눈을 빛냈다.
“미국 정부가 이 일에 참여한다는 건, 일이 잘 풀렸을 시 중국에 대한 지분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다는 말과 같습니다. 물론 저들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손놓고 구 경할 이들은 아니지만, 그 목소리의 크기와 요구의 강도가 달라지겠죠.”
고한봉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협박인가.’
정부가 총회를 돕지 않을 시에는 훗날 있을 논공행상에 끼워주지 않 겠다는 의미였다. 아니, 그것보다는 총회의 파트너가 한국이 아니라 미 국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겠지.
물론 파트너라고 해서 동등한 입 장은 아니겠지만…… 여하튼.
‘이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고한봉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배어 났다.
중국에 미국이라니.
스케일이 너무 커서 혼이 달아날 지경이다. 스스로는 지금 냉정하다 고 생각하는 중이지만, 본인의 상태 를 본인이 점검하는 것이 얼마나 무 모한 짓인지 모를 고한봉이 아니었 다.
“회주님께서는 어찌 생각하고 계 십니까?”
“그분이야 뭐, 매번 같으시지 않 겠습니까?”
물러서지 않는다는 소리다.
강진호는 항상 그랬다. 조용히 있 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살다가 막상 일이 터지면 언제나 가장 폭발적인 방법으로 대처해 온다.
일본이 그랬고, 김명찬이 그리 당 했다.
이번에도 다를 게 없다면…….
‘적당한 화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거지.’
고한봉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치겠군.’
그는 도무지 이 세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치의 기본은 협상이다.
내가 얼마만큼을 내주고 무엇을 얻어야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지를 찾는 싸움이 바로 정치다.
그런 정치인으로 살아온 고한봉에 게 무인이란 족속들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지능이 있 는 인간이라면 리스크를 회피할 방 벙을 찾기 마련인데, 이것들은 누구 하나가 죽기 전까지는 싸움을 멈출 생각이 없지 않은가.
‘빌어먹을 것들.’
이현수는 고한봉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한다는 듯 낮은 웃음을 보였다.
“여하튼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 주 시기 바랍니다.”
“……정확하게 우리에게 요구하는 게 뭡니까?”
“말씀드렸을 텐데요. 이동 수단입 니다. 총회 전체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이동 수단.”
“이보십시오, 이 실장님.”
고한봉이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 리를 싸맸다.
“그만한 이동 수단을 어디서 구하 라는 말입니까? 민간에서 수배 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해군에 넘쳐 나는 게 배밖에 없
는데, 굳이 민간에서 수배할 필요가 있습니까?”
“……해군이라고 하셨습니까?” 고한봉의 눈이 떨렸다.
“이 실장님, 이 일에 군이 끼어든 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라서 말씀 하시는 겁니까?”
“물론 압니다.”
“아는데도 그런 말씀을 하신다는 소리십니까? 이건 농담할 일이 아니 에요.”
“총리님.”
“ 이건•••••♦
“총리님!”
고한봉이 입을 다물었다.
이현수가 살짝 붉어진 눈으로 그 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희는 어떤 생각으로 중국에 가 는 것 같습니까?”
이현수가 서서히 이를 드러냈다.
“우리는 여기에 목숨을 걸었습니 다. 중국으로 간다는 건 영원히 돌 아오지 못할 각오를 한다는 의미입 니다. 그런데 정부 쪽에서는 나중에 있을 트러블을 걱정하는 겁니까?”
고한봉이 입을 다물었다.
논리에서 그가 밀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목숨을 건 이를 상대로 논리 를 논하는 것만큼 허무한 것도 없 다.
이건 논리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 니까.
“강요하지 않습니다. 저희도 방법 은 많으니까요. 이 일로 결정이 날 겁니다. 정부가 우리와 운명을 함께 하는 존재인지, 아니면 단순한 비즈 니스 관계인지 말입니다.”
“……너무 과한 해석이오. 입장이 란 게 있는 법 아닙니까?”
“네, 있죠. 입장.”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그건 전쟁이 벌어지기 전 까지의 이야깁니다. 전쟁통에 입장 을 논하는 이는 목이 달아나는 법이 죠.”
“방법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저희 모두를 중국으로 이 동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십시 오.”
“이, 이 실장님!”
“좋은 선택을 하실 거라 믿습니 다. 다만, 그 결정이 늦으면 의미가 없어집니다. 내일까지 답변 주십시 오.”
이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실장님! 이보십시오, 이 실장 님!”
이현수가 밖으로 나가다 말고 고 개를 돌렸다.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죠.”
“평온한 세상에서는 여러 가지 입 장이 존재하는 법입니다. 하지만 전 쟁통에서는 단 두 가지 입장밖에 존 재하지 않습니다. 적, 아니면 아군.”
“정부는 어느 쪽인지 궁금하군
요.”
이현수가 그 말을 끝으로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러자 홀로 남은 고한봉이 바닥 에 손을 짚으며 휘청이는 몸을 지탱 했다.
‘미친놈들.’
대체 사태를 어디까지 끌고 가겠 다는 말인가.
‘동아시아를 피바다로 만들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총회와 연계를 하면서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 생 각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언 젠가는’이었을 뿐이다. 총회가 이리
빨리 일을 벌일 줄 알았다면, 그가 먼저 나서서 총회와의 관계를 회복 하는 걸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해 봐야 이미 늦은 일.
이제는 선택의 시간이다.
고한봉이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 들어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불을 붙이고 깊게 담배 연기를 들이 마셨다.
‘선배님.’
감은 눈 너머로 김명찬의 얼굴이 살짝 스쳐 지나간다.
그분은 올바른 대처법을 알고 계
실까?
고한봉이 씁쓸한 미소를 입에 담 았다.
하기야 그가 무인들을 제대로 대 처할 수 있었다면 지금 그 꼴이 되 지는 않았겠지.
가볍게 얼굴을 주무른 고한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 나가 자, 앞에 기다리고 있던 비서가 재 빨리 따라붙었다.
“ 차는?”
“앞쪽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어디 로 가시겠습니까?”
“큰집, 아니, 안집으로 간다.”
“예!”
“지금 간다고 연락해 둬.”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총리님.” 고한봉이 고개를 슬쩍 들어 하늘 을 바라보았다.
저기 남쪽에서부터 몰려오고 있는 먹구름이 그의 눈에 아프게 틀어박 혔다.
‘아무래도……
한바탕 비가 쏟아질 것 같다.
한동안은 멈추지 않을 비가 말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