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39)
마존현세강림기-1641화(1638/2125)
마존현세강림기 66권 (24화)
5장 벌어지다 (4)
찰칵.
이현수가 차창을 내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염치도 없는 새끼들.”
그러고는 창밖을 바라보며 입술을 뒤틀었다.
결국 거래란 주고받는 것이다.
이쪽에서 내주는 것이 있으면 저 쪽에서도 포기하는 것이 있어야 하 는 법. 하지만 저들은 총회에 무임 승차하기를 원할 뿐이지, 자신들이 치러야 할 대가를 고려하지 않는다.
하기야.
저들이 말하는 ‘거래’라는 것은 동등한 입장에 있는 이들끼리 이루 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당과 당, 정치인과 정치인.
다시 말하자면, 저들은 여전히 총 회를 자신들과 대등한 거래 상대로 여기고 있지 않다. 머리로는 이해하 려 애쓸지 모르지만, 가슴으로 받아
들이지는 못한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봐야 곧 알게되겠지.’
이미 주도권은 이쪽에 잡았고, 저 들은 이현수가 휘두르는 대로 뒤흔 들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후우우우우.”
이현수가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 었다. 차창 밖의 바람이 담배 연기 를 빨아들인다. 그 모습을 보며 이 현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실장님.”
“ 음?”
“정부가 우리를 도우려 할까요?” 슬쩍 앞쪽을 바라본 이현수가 피
식 웃었다.
“도울 수밖에 없겠지.”
“뭐, 돕지 않아도 큰 상관은 없 어. 아니, 오히려 돕지 않는 쪽이 더 낫지.”
그럼 정말 정부를 신경 쓰지 않 고 하고 싶은 대로 날뛸 수 있을 테니까.
냉정한 말이지만, 중국을 상대하 기 위해 하나의 파트너만 선택하라 면 당연히 미국을 고를 수밖에 없 다. 현실적으로 그쪽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이 한국이 해줄 수 있는 일
보다 몇 배는 많다.
거리적인 이점을 제외한다면 한국 이 미국에 비해서 앞서는 부분은 존 재하지 않으니까.
자국민에 대한 애정이나 의무감?
‘글쎄.’
자국민에 대한 의무감이나 애정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문제는 저들이 우릴 국민으로 보 고 있는가겠지.’
아마도 아닐 것이다.
국민이 국가가 보호해야 할 존재 라는 의미를 가진다면, 그 국민의 범주에서 총회는 확실히 벗어나 있
다.
“불편하겠지.”
“예?”
“아무것도 아니야.”
이현수가 쓴웃음을 지으며 차 시 트에 등을 기댔다.
저들이 총회를 얼마나 불편하게 여길지는 굳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이현수에게는 저들의 입장을 고려해 상황을 부드럽게 풀어 나갈 만한 여유가 없었다.
하루하루가 아깝고 한 시간, 한 시간이 아깝다.
“차 돌려.”
“예?”
“MK로 간다.”
“예, 실장님.”
이현수가 반대편 차선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았다.
평범한 서울의 하루다.
하지만…….
‘어쩌면 이 광경을 볼 수 있는 날 도 얼마 남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 군.’
다를 것 없는 하루의 광경이 이 현수의 눈에 아프게 틀어박혔다.
“일본 쪽은 이제 거의 정리가 끝 났습니다.”
강진호가 이현주의 브리핑을 받으 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아직 해야 할 일은 많습니 다. 앞으로도 꾸준이 점유율을 높여 가야 하고, 벌여놓은 일도 계속 진 행해야 하므로 인력은 꾸준이 뽑아 야 할 겁니다. 독자적으로 사업체를 설립한 게 주효했습니다.”
“문제는 없나?”
이현주가 고개를 내젓는다.
“사소한 트러블…… 아니, 사소하 다기에는 좀 큰 트러블이 몇 가지 있었지만, 이틀이 지나기 전에 모두 해결했습니다.”
“경찰이?”
“반대쪽에 있는 이들이요.”
이현주의 말에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잘 돌아가고 있는 모양이로군.’ 처음 그들이 일본 진출을 계획했 을 때, 믿던 구석이 바로 이거다.
일본은 아직도 조직폭력배, 그러 니까 야쿠자의 영향력이 높은 나라 다. 조직폭력배가 거의 힘을 쓰지
못하는 한국과는 다르게 그들은 정, 재계에 모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 다. 일본에서 총리가 되려면 그들과 연이 있어야 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 밀 중 하나가 아니던가.
그런 이들의 적극적인 비호를 받 을 수 있는 이상, 사업은 땅을 짚고 헤엄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어둠 에 발을 담은 사람은 결코 무인계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
지금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은 냉 정하게 보자면, 일본 업계에 대한 침략이 아니다. 과거, 일본을 지배하 던 구미들이 벌이던 사업을 그대로
인계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직은 인력과 시간이 부족해 모 든 것을 빼앗아올 수는 없지만, 시 간이 지나면 과거 일본의 구미들이 먹어 치웠던 사업들은 물론이고 그 이상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회주님.”
“음?”
“정홍근 회장이 움직이고 있습니 다.”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떤 의미지?”
“사업권과 관련 없는 일로 정치인 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들
어옵니다.”
“사업과 관련 없는 일이라……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내버려 둬.”
“그를 정말 믿어도 되겠습니까?”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람마다 자신의 방식이라는 게 있는 법이야. 아마도 다른 것까지 생각하는 모양인데, 놔둔다고 해서 해가 되지는 않을 거야.”
이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회주님.”
“음?”
“그는 회주님의 곁에 있는 사람들
과는 다릅니다. 그에게서는……
이현주가 입을 다물었다.
할아버지 이중걸 같은 느낌이 난 다.
이 말은 손녀인 그녀가 꺼내기에 는 너무 껄끄러운 말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욕을 한다고 해도 그녀 는 자신의 조부를 변호해야 하는 사 람이었으니까.
이리 말해 버리면 그의 조부를 믿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 평하는 것 같지 않은가.
강진호가 그런 이현주의 속마음을 알아챘는지 쓴웃음을 지었다.
“걱정할 것 없어.”
“예, 회주님.”
강진호가 소파에 등을 묻으며 말 했다.
“좋은 사람과 좋은 인연. 그런 것 들로만 삶을 채워 나간다면 더할 나 위 없이 좋겠지.”
“하지만 세상이란 그리 녹록치 않 아.”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때로 는 독을 집어삼키고, 때로는 몸에 칼을 박아 넣는 한이 있더라도 목적
을 향해 다가가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의미로 강진호에게 있어 정 홍근은 독같은 존재였다.
잘못 다루면 스스로에게 해가 되 겠지만, 잘 다루기만 한다면 무엇보 다 효율적이고 유용한 존재. 그게 정홍근이다.
“정홍근이 왜 나를 선택했다고 생 각하나‘?”
“돈이 되기 때문 아닐까요?”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돈이 된다는 건 좋은 일이지. 정 홍근은 그런 것에 집착하는 사람이 니까. 하지만 정홍근이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냐. 일본의 재계를 장악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설 사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일 본을 발아래 뒀다고 자부하기에는 낯이 간지럽지.”
“그럼••••••
이현주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강진호를 바라봤다.
“그러니 움직이고 있는 거지.”
정홍근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 그건 자신이 그동안 떠받들던 존 재를 자신의 발아래 두는 것이다.
“재미있네요. 자신이 충성했던 곳 은 일본, 그 자체가 아니라 일본의
정계였다, 이건가요?”
“따져 보면 맞는 말이지. 후안무 치한 정신승리일지도 모르지만.”
이현주가 쓴옷음을 머금었다.
“그럼 정홍근 회장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회주님이 일 본의 암흑가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 을 알았기 때문이군요.”
“다른 쪽으로는 야쿠자들과 연대 를 만들어내고 있겠지. 재력과 폭력 이 합쳐진다면 권력을 만들어내는 건 별게 아니니까.”
“우리에겐 어려운 일이지만, 그 권력과 항상 빌붙어 있던 정홍근에
게는 그 길이 보인다는 의미로군 요.”
“그렇지.”
이현주가 감탄한 듯한 눈으로 강 진호를 바라보았다.
“회주님은 그럼 여기까지 생각하 고 정홍근 회장을 받아들이신 겁니 까?”
강진호가 뭔 말도 안 되는 소리 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그냥 와서 고개 조아리기에 받아 준 것뿐이야. 받아놓고 보니 쓸데가
있어서 쓰는 것뿐이고. 일본 정계를 누가 먹든 그건 나랑 상관없잖아.”
“……그렇죠.”
하기야.
강진호는 그런 데 신경을 쓸 사 람이 아니다. 만약 강진호가 그런 권력이 관심이 있는 상황이라면, 일 본이고 나발이고 한국부터 어떻게 하려 들었을 테니까.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 둬. 자 기 할 일만 잘 하면 문제삼고 싶지 않으니까. 다만……
강진호가 이현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무 오버하지 않게 조절은 해 줘.”
“명심하겠습니다.”
이현주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기이한 일이지만, 일본 사업을 위 해 협력하는 정흥근과 이현주중 주 도권을 가진 쪽은 오히려 이현주였 다.
정홍근이 태광의 회장이고, 대부 분의 자원을 출자한 쪽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정홍근의 발언력이 몇 배는 높은 게 정상이겠지만, 정홍근 은 감히 이현주의 말을 거스를 생각 을 하지 못했다.
이현주가 강진호의 의견을 대변한 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기할 정도로 고분고분하지.’
그만한 위치에 오른 경륜있는 정 치인이라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어린 여자의 말을 듣는 데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을 텐데, 정홍근은 조금도 그런 내색을 내보이지 않았다.
‘정홍근이 대단한 건지, 정홍근을 그리 만든 회주님이 대단한 건지.’
둘 다라고 봐야겠지.
“이현주 실장.”
“예. 회주…… 아니, 회장님.”
강진호가 이현주를 가만히 바라보
다가 입을 열었다.
“상황은 잘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총회와 MK의 관계를 대충 정리 해 둬.”
“……회주님?”
강진호가 조금은 무감정해 보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만에 하나의 사태가 터질 경우, MK는 총회와 관련 없이 기업으로 운영한다. 회장은 네가 맡아.”
이현주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런 일은……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살아남은
사람의 삶이 있는 법이야.”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죽어갈 이들을 동정하지는 않아. 그건 자신의 선택이지. 그리고 죽음이 삶에 비해서 특별히 못할 것 도 없어. 다만……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들의 가족은 아니야.”
“남은 이들에게도 삶이 있는 법이 고, 가장을 잃은 이들의 삶은 힘겨 울 수밖에 없지. 알고 있지?”
“예.”
이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그랬으니까.
“그러니까 네가 적임자야.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부탁하지.”
이현주가 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 다 말했다.
“그 명령에는 따르지 않겠습니 다.”
“•…”음?”
“회주님이 돌아가실 일은 없을 테 니까요. 그러니 회장 자리는 언제나 회장님의 것입니다.”
“죽을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이
사님이 그•럼 두 번 죽이러 갈 겁니 다.”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 정도면 됐다. 어쨌거나 그의 의도는 전달했으니까.
“걱정할 것 없어. 감상에 젖어서 이러는 게 아니니까.”
“……회장님.”
“한 번은 내 의도를 말해두고 싶 었을 뿐이야.”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현주가 그 표정을 보고는 자신 도 모르게 움찔하여 한 발 뒤로 물 러났다.
살기.
아니, 귀기가 어린 얼굴로 강진호 가 손가락을 입을 매만졌다. 마치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이 고 싶지 않다는 듯 말이다.
“나는 언제나 전쟁 전에는 죽음을 각오하지.”
“그런데도 이상하게……
강진호가 입을 닫고는 고개를 내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강진호가 살짝 웃고는 담배를 꺼 내 물었다.
그런 강진호를 보며 이현주의 머 릿속에는 단 한 가지의 생각만이 가 득했다.
‘중국애들이 불쌍해지는 건 처음 이군.’
저 사람을 전장에서 맞이하게 된 다라…….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 다고 생각하는 이현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