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4)
마존현세강림기-164화(164/2125)
마존현세강림기 7권 (15화)
3장 조사하다 (5)
조규민은 자신 쪽으로 걸어오는 강진호를가만히 바라보았다.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강진호는 이미 평소의 그로 돌아 와 있었다.
그 사실에 안심하는 자신을 발견 하며 조규민은 어이가 없어 웃고 말
았다.
‘안심?’
강진호에게 무슨 버튼이 달려 있 어서 모드가 바뀌는게 아니다. 그 강진호 역시 그냥 강진호일 뿐이었다. 평소에는 그 모습을 내면에 감 추어두고 있는 것이다.
새삼 그 사실을 깨달은 조규민은 침을 꿀꺽 삼켰다.
돌아오는 강진호의 뒤로의식을 잃고 널브러져 있는 중국인의 모습 이 보인다.
‘뭘 어떻게 한 거지?’
강진호는 그저 그의 얼굴 앞에서
손을 몇 번 휘저었을 뿐인데, 비명을 마구 지르더니 거품을 물고 기절 해 버렸다.
“이제 쉬어야죠. 내일은 또 산을 타야 할 테니까요.”
“아, 예.”
쉬는 건 좋죠. 쉬는 건 좋은데 말 입니다…….
“저 사람은 저대로 두는 건가요?”
“죽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꿈틀대고 있는 것을 보면 죽지는 않았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대로야산에서 잠을 자
게 두면 내일 아침에는 죽어 있을 것 같은데요?
최소로 잡아도 입이 돌아가는 건 확정인 것 같은데…….
조규민이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으로 중국인을 바라보고 있자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뼈마디가 생각보다 단단한 사람이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물론 단단하겠죠.”
직선으로 20m를 날아가 처박혔는데도 살아 있는 사람이니, 뼈가 아 만다티움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었다.
“울버린 인가.”
“네?”
“아뇨, 아닙니다.”
조규민이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강진호는 준비해 온 침낭을 꺼냈다.
“주무시게요?”
“불은 안 꺼도 됩니다. 불똥이 튀 지 않게 해뒀으니까요.”
아니, 지금 산불이 문제가 아니잖 아.
아니, 문제지!
산불은 문제지만, 지금 산불을 걱 정하고 있는게 아니지 않나?
하지만 조규민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진호는 태연하게 침낭 안으로 들어가더니 지퍼를 올렸다.
‘자냐?’
자는 건가?
이 상황에?
천천히 오르락내리락하는 침낭과 쓰러져 있는 중국인을 번갈아 바라 보던 조규민이 한숨을 쉬고는 침낭을 덮어썼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까라면 까고, 자라면 자야지.
밤새 잠을 설친 조규민은 산을 오 르는데 무척이나 힘겨워했다. 걱정 한 것이 무색할 만큼 눈을 떠보니 그 중국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 었다.
그보다 늦게 침낭에서 나왔으니 강진호가 치운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만한 사고를 당한 주제에 잘도 일 어나서도망친 모양이었다.
‘제 알아서 잘살겠지.’
안타깝지만 지금의 조규민은 그를 걱정해 줄 여력이 없었다.
이 산은 미쳤다.
왕년에 조규민도 설악산이니 태백
산이니 하며 산 좀 올라본 경험이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한번쯤은 만나는게 주말에 함께 산을 올라야지 관계가 돈독해진다는 생각을가진 상사가 아니던가.
관계가 돈독해지기는커녕 분노만 독이 올랐지만, 덕분에 산행의 경험을 쌓을 수 있던 것은 사실이다.
비서직을 수행하다 보면 그런 경 험 하나하나가 다도움이 되기 마련 이라서 나름 고마운 마음도 있었건 만…….
‘아무 짝에도 쓸모없구만!’
그 산은 산이 아니었다.
이 산에 비하면 그건 언덕이라고 불러야 한다.
단순히 산이 더 높다는 문제가 아니었다.
등산로로 오르는 등산은 등산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는 조규민이었다.
낙엽이 쌓일 대로 쌓여 발이 푹푹 빠지는 것만 해도 버티기가 힘든데, 그 낙엽 쌓인 바닥이 미끄럽다는 사 실은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간밤에 내린 눈이 반쯤 녹아내린 위에 새로는•이가득 쌓인 산을 오
르는 느낌이랄까?
위쪽은 푹신한데 아래쪽인 미끌미 끌하다.게다가 뺵빽하게 차올라 있는 넝쿨과 풀숲을 헤치고 나가는 것 만 해도 사람의 체력을 엄청나게 깎 아 먹는다.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한 조규민이 결국 강진호에게 묻고 말았다.
“그런데 강진호씨.”
“ 네?”
“대체 우리, 어디를가고 있는 겁니까?”
강진호는 대답 없이 손에 든 등산 작대기로 눈앞의 넝쿨들을 후려쳐
길을 만들더니,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었다.
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강진호의 뒷모습이 어쩐지 아련하게 느껴 졌다.
“……유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유적이요?”
“이제는 그렇게 불러야 할 겁니다.”
강진호는 뜻 모를 말을 남기고는 다시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같이가요.”
조규민이 서둘러 강진호를 쫓아 나섰다.
삼 일쯤은 산을 탄 것 같았다.
조규민은 탈진 직전까지 갔지만, 절묘하게 쓰러지지 않고 있었다. 이 제 더 이상은 못가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절묘하게 휴식을 하는 강진호 덕분이었다.
타닥, 타닥.
눈앞에서 익어가는 토끼를 보며 조규민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양반은 이런 걸 대체 어디서 배웠지?’
처음에 짐을 얼마 들지 않고 산을 탄다기에 대체 어쩌려고 그러나 했
는데, 끼니때마다 어디서 토끼를 잡 아오지 않는가.
거기다 얼마나 기가 막히게 굽는 지.
평소 토끼 고기는 누린내가 심해 서 입에도 대지 않는 조규민이지만, 강진호가 구운 토끼는 한 마리를 순 식간에 해치울 정도였다.
‘짐이 많았으면 탈진했겠지.’
처음부터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고 했으면 조규민은 며칠분의 식량을 다 준비했을 것이고, 이런 산에서라면 꼼짝없이 탈진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런 부분까지도 다 생각을 한 것일까?
‘그보다, 왜 이렇게 능숙하냐고?’
누가 보면 산에 사는 자연인인 줄 알 것이다.
강진호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무 척이나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었다.게다가 사냥이라니.
말이 쉽지, 사냥이라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일반인은 무기를 들지 않으면 토 끼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 잡을 수 없다. 애초에 속도 차이가 극심 한 것이다. 그런데 강진호는 맨손으
로 어디서 토끼를 몇 마리씩 척척 잡아왔다. 이쪽으로 전직을 해도 되 지 않는가 싶을 정도다.
“그런데…… 이거, 잡아도 되는 겁니까?”
한국이면 쇠고랑을 차도 할 말이 없는 일이지만, 중국 법이 어떻게 되는지까지 조규민이 알 수는 없었다.
‘안 걸리면 그만이지.’
조규민은 눈을 꼭 감고 토끼 고기를 씹었다. 당장의 거리낌보다는 배 고픔이 좀 더 심각한 조규민이었다.
얼마나 더 갔을까.
강진호의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 으응?”
조규민은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가는 강진호를 보며 다급하게 그 뒤를 따랐다.
“같이 갑시다!”
하지만 강진호는 듣지 못한 듯이 빠르게 앞쪽을 향해 나아갔다.
‘이쪽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가 살던 시대에서 지금까지 수 백 년의 시간이 지났으니, 거의 다른 산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눈에 익은 지형들은 다들 사라졌다.
그래도 길을 잃지 않고 찾아올 수 있던 것은 봉우리나 암벽 같은 곳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높이 솟은 봉 우리가 말하고 있었다.
이 아래 쪽이다.
이 아래쪽이 그가 몸 담은 마교의 전각들이 있는 곳이다.
강진호는 뛰는가슴을 애써 억눌 렀다.
‘미련이라도 남은 건가?’
그저 확인하기 위해서 온 곳이다. 그런데 이렇게가슴이 뛴다는 것은 그의 두 번째 삶에 아직 뭔가 남은 것이 있다는 뜻이 아닐까?
강진호는 알 수 없는 심정에 몸을 맡기며가파른 비탈을 올랐다.
“가, 강진호씨!”
미처 따라오지 못한 조규민이 소 리를 질렀지만, 지금은 거기에 호응을 해줄 상황이 아니었다. 비탈이 끝나자 확 트인 분지가 강진호의 눈
에 들어왔다.
강진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 고 입을 다물었다.
드넓은 분지 아래에는 잡초만이 무성했다.
끝도 없이 펼쳐진 것 같은 거대한 분지 아래에는…… 이제 인간의 흔 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허억, 허억!”
서둘러 그를 뒤따라온 조규민이 옆으로 다가와 주저앉았다.
“대체 여기에 뭐가 있기에……”
아래를 내려다본 조규민의 미간이
좁아졌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강진호씨?”
“……그러네요.”
조규민이 입을 다물었다.
강진호의 목소리에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지금까지 강진호와 여러 사 건을 함께하며 강진호가 노하거나 기뻐한 적은 봤지만, 이런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뭘 찾아온 거지?’
짐작도 할 수 없다.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강진호는가만히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보인다. 과거에는 이곳에 끝도 없이 전각 이 들어차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갔고, 수많은 이들이 함께했다.
그가 마지막을 맞이한 곳도 이곳 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이제 이곳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 지 않았다. 마치 강진호가 살았던 시간이 꿈인 것처럼 말이다.
“아무것도…… 없는 건가?”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 삶은 이제 강진호와 관계가 없다.
이번 삶에 충실하기로 마음을 먹 지 않았던가.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미련을가 지는 것은 강진호와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린다.
철저하게 사라져 버린 과거의 혼 적이 강진호의가슴을 꽉 누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강진호가 몸을 돌렸다.
“강진호씨?”
“아뇨, 아닙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저으며 옆쪽으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뭐가 아니라는 거지?’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조규민은 지금은 강진호에게 아무것도 묻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규민은 말없이 산을 내려가는 강진호의 뒤를 따랐다.
‘이쪽은 내려가는 길이 아닌데?’ 하지만 강진호는 왔던 길로 돌아가지 않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동굴?’
혼자 왔다면 찾지 못했을 것이다.
산의 비탈과 비탈 사이에 교묘하
게가려진 곳 뒤로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작은 동 굴 입구가 보였다.
“……이런 곳이 있네요?”
하지만 강진호는 조규민의 말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 고가만히 고개를 들고 서 있을 뿐 이었다.
조규민은 강진호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강진호의가슴은 제멋대로 일렁이고 있었다.
‘꿈이 아니었어.’
그 시간들이 꿈이 아니었다는 증
거가 바로 이곳에 있다.
무학과 남아 있는 지식으로도 완 전히 채워지지 않던 곳.
그가 과거에 살던 곳이 다름 아닌 바로 이 세계라는 증거가 지금 강진호의 눈앞에 있는 것이다.
조금은 떨리는 걸음으로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강진호의 등 뒤 에서 낮고 살기에가득 찬 음성이 들려왔다.
“니 회의 취 빠(돌아가라)!”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행색의 괴 인이 그곳에 있었다.
제멋대로 흘러내린 머리와 누더기를 걸친 듯한 복색.
괴인이 강진호를 노려보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경고한다. 돌아가라.”
강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 뭔가……
천천히 괴인에게 다가가며 강진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반가운 느낌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