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40)
마존현세강림기-1642화(1639/2125)
마존현세강림기 66권 (25화)
5장 벌어지다 (5)
“••••••거.”
이현수가 강진호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참 이상하네.’
이현수는 강진호를 꽤 오랫동안 겪어왔다.
그렇기에 전쟁을 앞둔 강진호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굳이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고 조:
전쟁이 다가올수록 강진호는 한 자루의 잘 벼린 칼처럼 날카로워졌 다. 전쟁 직전에는 날카롭다 못해 공포스러울 지경이었고.
스스로도 전투에 대한 기대와 흥 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몇 번이 나 보이지 않았던가.
한데 지금은…….
“회주님.”
“응?”
“……어디 템플스테이라도 다녀오 셨습니까?”
강진호가 멍한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봤다.
“템플 뭐?”
“템플스테이요. 절간 가서 수양이 라도 하고 오셨는지……
강진호가 떨떠름한 눈으로 이현수 를 바라봤다.
“절은 상성이 안 맞아.”
“왜요?”
“그게 음……
강진호가 머리를 긁었다.
특정한 종교에 대한 거부감 같은 건 없다. 되레 강진호는 불교가 주 는 가르침은 많은 부분에서 동조하 는 편이었다.
다만…….
“거, 소림 놈들 때문에 아무리 좋 게 보려고 해도 껄끄러움이 좀
“아……
이현수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뭐 어쩔 수 없죠. 트라우마 같은 거니까요.”
“트라우마라기보다는……
강진호는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을 찾지 못했다. 평생에 걸쳐서 소림과 싸운 기억이 남아서인지 아직도 절만 보면 거부 감이 든다.
“그럼 왜 이리 안정적이시죠?”
“응?”
“굉장히 편안해 보이시는데……. 득도? 아니면 달관? 그러다가 승천 하시는 건 아니죠?”
“오버하지 마.”
“아니, 진짜 후광이라도 비출 것 같은 모습인데.”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게 긴장을 풀기 위한 드립이면 좋겠지만, 지금 강진호의 모습에서 는 정말 조금함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느껴지는 건 오로지 평온함과 부 드러움뿐이었다.
“로또라도 붙으셨습니까? 아니, 아니지. 회주님이 로또 붙었다고 이 러실 리는 없고. 그거, 어차피 회주 님한테는 푼돈이니까.”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자 이현수가 더욱 영문을 모 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전쟁을 앞두고 터지기 전의 폭탄
이 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좋아 보이십니다?”
“폭탄이 되면 뭐 달라질 거라도 있나.”
“••••••오‘?”
이현수가 재미있다는 듯 강진호를 바라봤다.
‘사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보다 는 이게 훨씬 낫기는 하지만.’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내가 달달거려 봐야 지켜보는 사 람들만 불안해질 뿐이지.”
“옳은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그게 의식적으로 하고 싶다고 되는 일은
아니잖습니까?”
“글쎄.”
강진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적천마존을 완전히 받아들였기 때문인가?’
이중인격자.
혹은 정신분열증.
어느 쪽이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 겠지만, 의학적으로 본 강진호의 정 신상태는 저런 상태와 그리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만들어낸 인 격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휘둘 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마침내 자신의 과거를 완전히 인정했고, 적천마존 을 받아들였다.
그래서인지 과거 같은 충동이 느 껴지지 않는다.
“••••••음?”
“예?”
강진호가 어색하게 볼을 긁었다.
“어…… 이거.”
“왜 그러십니까?”
이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강진호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심마를 극복한 것 같은데?”
“심마요? 심마를 겪고 계셨습니 까?”
“……아마도 그런 것 같아.”
심마라는 것은 여러 종류가 있다.
극단적으로 찾아와 인간을 극도로 피폐하게 만드는 종류의 심마가 있 는가 하면, 그 삶 속으로 스며들어 천천히 인간을 갉아 먹는 심마도 분 명 존재한다.
‘적천마존이 심마였다고?’
조금 다르다. 확실히 조금 다르 다.
하지만 그렇게 표현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적천마존이 사라진 것만으로 강진호가 이리 마 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는 것이겠 지.
“그걸 극복했다고요?”
요 o ”
이현수가 어이없다는 듯 강진호를 바라봤다.
“제가 무알못이라 솔직히 회주님 께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좀 이상 하긴 합니다만, 그 심마라는 게 회 주님이 말하는 대로 ‘어? 극복했다!’ 라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겁니 까?”
“보통은 어렵겠지?”
이현수의 볼이 푸들푸들 떨렸다.
‘이제 확실히 알겠다.’
그동안 이현수의 내면에 숨어 있 던 자아가 수도 없이 외쳤지만 꿋꿋 이 외면해 오던 그 진실을 이제 더 는 외면할 수가 없다.
‘재수 없다.’
진짜 재수없다, 진짜.
다른 무인들이 들었으면 허허 웃 으면서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도 남을 만한 이야기를 저런 얼굴로 해 대다니.
무학 쪽으로는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건 진즉부터 알 고 있었지만, 이건 정도가 좀 심하 지 않은가.
“그래서 평온해지셨다?”
“……<가미’도‘?”
“이 양반이 진짜 장난하나!”
이현수가 삿대질을 해 대자 강진 호가 눈을 질끈 감았다.
감히 총회의 실장이 회주에게 할 수 있는 비난은 아니지만, 강진호도 차마 그 사실을 지적하지 못했다. 과거의 강진호라면 몰라도 지금의 강진호는 그가 한 말이 이현수에게
어떤 식으로 들렸을지 이해할 수밖 에 없기 때문이다.
거의 편의점 나간 김에 드래곤 한 마리 잡아왔다 수준으로 들리겠 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사실인 데.
‘확실히……
몸 안에 흐르는 기운이 달라졌다.
이제 그의 몸 안에 흐르는 기운 들은 거의 마공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마공 특유의 음습하 고 폭발적인 색이 많이 옅어지고, 그 색을 부드러움과 안정감을 채우
고 있다.
물론 그렇다 해서 마공 특유의 파괴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발 나아갔군.’
강진호가 하려 했던 것.
마공과 정공의 조화.
평생을 두고 이뤄 나가야 할지도 모르는, 그 지난하기 짝이 없는 목 표까지 또 한발 나아간 것이 분명했 다.
강진호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 렸다.
“여하튼 좋은 일이잖아?”
“좋은 일이죠, 참 좋은 일이죠.
허허
강진호가 고개를 내젓고는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아, 맞다.”
이현수가 아차하고는 고개를 들었 다. 용무가 있어서 찾아왔는데, 강진 호의 변화에 주목하느라 시간을 끌 고 말았다.
“이거 좀 보셔야겠습니다. 미국 측에서 흥왕의 영상을 입수했답니 다.”
“음?”
강진호가 살짝 놀란 눈을 했다.
아무리 위성을 동원한다고 해도 홍왕의 종적을 쫓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홍왕을 발견한 수준 이 아니라 영상까지 입수했다?
“어떤 영상이지?”
“창왕의 수하들을 학살하는 영상 이라는데요?”
“……그걸 찍었다고?”
“괜히 천조국, 천조국 하는 게 아 닙니다. 밝혀진 기술이 전부라고 생 각하지 마십시오.”
“대단하군.”
강진호가 슬쩍 미간을 좁혔다.
‘홍왕을 추적할 수 있다는 말은 나도 저들의 감시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는 의미겠지.’
사실 이건 답이 없는 문제였다.
대기권 바깥에서 영상을 찍어 대 는 스토커에게서 무슨 수로 벗어나 겠는가. 법이 통하는 존재도 아니고, 무력이 통하는 존재가 아니다. 평생 지붕이 있는 곳만 이동하며 살아가 든가, 감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 고 외면하며 살 수밖에 없다.
‘아니면……
“……무모한 생각은 하시면 안 됩
니다.”
“괜찮아. 그런 것 아냐.”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당장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 번 전쟁이 끝나면 시험해 보고 싶어 서 그래.”
“하지 마시라고요!”
이현수가 얼굴을 감쌌다.
중국과 전쟁이 끝나자마자 미국과 전쟁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 니! 미국과는 그가 죽는 그 순간까 지 절대 붙고 싶지 않았다.
“여하튼 절대 안 됩니다. 쟤들은 우리에게 호의적이란 말입니다. 겉 으로만 그렇든, 속까지 그렇든 우리
가 알 게 뭡니까. 잘 대해주면 잘 지내면 그만이지.”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걱정하지 마. 나도 미국과 싸울 생각은 없으니까.”
강진호는 전투광이지 전쟁광이 아 니다. 그가 누군가와 싸우고 이기는 것에서 쾌감을 느낄 때는 상대가 무 인일 때 만이다.
미군의 화력은 강진호에게 위기감 을 갖게 하는 동시에 그를 감탄시켰 지만, 그 전투에서 강진호는 아무런 감정적 고양도 느끼지 못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는 천생
무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군사력이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애초에 그의 적이 될 수 없는 법이다.
“여하튼 영상 보시죠.”
요 o ”
이현수가 자신의 노트북을 TV와 연결하여 동영상을 재생했다.
[아아아아아아악!] [호, 홍왕이 온다! 홍왕이! 홍왕이 온다!] [물러서지 말고 맞서라! 창왕께서 홍왕의 목을 원하신다!]거슬리는 잡음과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가 커다란 폭음에 묻혀 버렸 다.
그와 동시에 강진호가 눈을 찌푸 렸다.
“음성까지 잡는다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 습니까.”
“너한테는 중요하지 않겠지.”
이쪽에서는 이거 꽤 중요한 요소 란 말이다.
그러자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 다.
“그게 될 리가 없죠. 아마 미리 설치해 둔 도청 장치의 음성과 합친
걸 겁니다. 싱크가 미묘하게 안 맞 네요.”
요 Q..99
w…•
강진호는 그 말을 듣고도 안심하 지 못했다.
“그런데 이 실장.”
“예, 회주님.”
“여기는 도청되고 있을까?”
이현수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 다. 그저 살짝 껄끄러운 눈으로 주 변을 둘러보았을 뿐이다.
“……아니라고 믿어야죠.”
“나는 정말 한 번은 쳐들어가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이야기하시죠, 나중에. 전 쟁 끝나고 나서.”
이현수가 동영상을 가리키며 물었 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음?”
“이 동영상으로 홍왕의 무위를 확 인하실 수 있겠습니까?”
강진호가 슬쩍 턱을 긁었다.
“확인이라봐야……
그의 시선이 동영상 속에서 움직 이는 홍왕의 모습을 쫓았다.
전쟁터의 한가운데.
주변에 보이는 것은 적밖에 없는 그 전장을 흥왕은 마치 산보하듯 걷 고 있었다.
그가 가볍게 손을 휘저을 때마다 창왕의 수하들이 피떡이 되어 사방 으로 튕겨 나갔다.
“상대가 저래서는 확인이 어렵 지.”
“역시나……
그 말이 나올 줄 알았다는 둣 이 현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무학이란 건 상대적인 법이다.
총회 최약체의 무인이라 불리는 이현수도 상대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저승사자와 다름없는 존재가 된다. 지금 저 전장에 있는 홍왕의 상대들 이 어느 정도의 실력자들인지 파악 하지 못하는 이상, 동영상만으로 홍 왕의 실력을 측정하는 건 불가능했 다.
“그런데 저거.”
“네?”
“얼핏 봐도 전보다 세 배는 세졌 는데?”
“세 배요? 언제 기준으로요? 회 주님과 홍왕이 맞붙었을 때 기준입 니까? 그럼 회주님도 그 정도는
“아니, 얼마 전에 중국에서 만났 을 때 기준으로.”
“••••••예?”
이현수의 눈이 흔들렸다.
“그때도 전보다 엄청 강해졌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거기서 세 배는 더 세졌 다고요?”
“최소로 잡아서. 동영상만으로는 정확하게 파악이 어려워.”
이현수가 입가가 움찔움찔했다. 결국 그가 결코 묻고 싶지 않은
말을 꺼내고 말았다.
“그런 걸 어떻게 이깁니까?”
강진호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이현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 기 시작한다.
도망갈까?
총회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탈 주각을 보기 시작한 이현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