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41)
마존현세강림기-1643화(1640/2125)
마존현세강림기 67권 (1화)
1장 시작되다 (1)
예전의 강진호였다면 반응은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투기를 뿜어내며 그래봐야 자신의 상대는 아니라고 하든가, 그게 아니 면 당장에라도 맞붙어보고 싶다는 듯 전신을 들썩이든가.
그런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든?
‘이 양반이, 그게 지금 할 소리냐 고!’
이현수가 금방이라도 속이 터져 죽을 것 같은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 보았다.
‘사람이 심마를 극복하더니, 어디 나사가 하나 풀려 왔나.’
여전히 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강진호를 보고 있으려니, 차라리 예 전이 나았다는 생각이 드는 이현수 였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사람을 발전시
킨다더니, 지금이 딱 그 꼴이다.
하지만 이현수가 뭔 생각을 하든 강진호는 예비군 훈련장에 끌려온 예비군 같은 얼굴로 반쯤 늘어진 채 열심히 재생되고 있는 동영상을 바 라볼 뿐이었다.
“저거.”
“예‘?”
“점점 더 세지는데?”
차라리 보여주지 말 걸 그랬나?
하지만 이현수의 생각과는 다르게 강진호는 재미있다는 듯 동영상을 보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체화하는 중이군. 뭔가를 만들기 는 만들었어. 그런데 아직 몸에 익 지 않았다라……. 아마 전투가 이어 지면 이어질수록 홍왕은 더 강해질 거야.”
“여기서 더요?”
“ 아마.”
“ 얼마나요?”
“글쎄? 알 수 없겠지.”
이현수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빌어먹을, 삼왕은 삼왕이라는 건
가.’
강진호의 곁에 있다 보니 때때로
잊어버리는 사실이지만, 삼왕 역시 세상을 다 뒤져 봐도 비견될 이를 찾기 어려운 무학의 천재들이다.
그런 이들이 제자리에 멈춰서 느 긋하게 강진호를 기다려 줄 리가 없 다. 강진호가 강해지는 만큼 그들도 강해질 것이다. 그런 이들을 따라잡 기 위해서는 그 배 이상의 속도로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회주님.”
“응?”
“외람된 말씀이지만……
“이길 수 있냐고?”
“……예.”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붙어봐야 알겠지.”
이현수가 나라 잃은 독립투사 같 은 표정을 짓자, 강진호가 말을 덧 붙였다.
“그런데 딱히 달라진 건 없어.”
“예?”
“저 정도는 강해질 거라고 생각했 으니까.”
“……진짜요?”
“그래.”
강진호가 심드렁한 눈으로 홍왕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적을 모두 섬멸 한 그가 한 팔로 차이커창을 잡아
들고는 가공할 속도로 화면에서 사 라진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예상대로 강해졌군.’
이건 어쩌면 예견되어 있는 결과 에 가까웠다.
중원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비할 바 없는 천재들이 동시에 출현하는 일은 생각보다 꽤 자주 있는 일이 다. 중원의 역사가들은 하늘이 장난 을 친다는 말로 얼버무리는 현상이 지만, 강진호는 왜 그런 일이 벌어 지는지 알고 있었다.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천재라는 평가를 받지 못할 이들이 서로를 의 식하고 경쟁하다 보면, 상승 작용을 일으켜 서로의 수준을 끌어올려 버 린다.
무학은 어둠을 더듬어 걸어가는 것.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슷한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몇 배는 더 쉽게 길을 찾아갈 수 있는 법이 아니던 가.
삼왕은 그렇게 발전했다.
무학이 과거만 못한 이 시대에 저런 괴물들이 하필이면 중국에만
셋이나 나타난다?
‘그게 아니지.’
저 세 사람은 서로를 의식하며 끊임없이 투쟁하고 노력해 온 끝에 이곳에 도달한 것이다.
그렇게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 던 그 경계에 강진호가 떨어졌다. 그러고는 이제까지 저들이 단 한 번 도 보지 못한 무학을 펼쳐 보였다.
흐름이 변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내가 둑을 무너뜨린 거지.”
“둑이 높을수록 더 많은 물이 쌓
이고, 그게 무너지면 더 큰 참사가 벌어진다.”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기본적으로는 그것과 비슷해. 내 가 나타나기 전까지 수십 년간 서로 를 견제하며 움직이지 못한 이들이 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이 벽에 도 달한 이후 수십 년간은 누구도 벽을 넘지 못했다는 말이지.”
“음, 그렇겠죠.”
“그 쌓이고 쌓인 게 단숨에 터져 나간 거다. 평범한 이들이 보기에는 이해가 불가능할 속도로 강해지겠 지.”
“그럼 지금 삼왕 중에서는 홍왕이 최고라는 말씀이십니까?”
“글쎄.”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너는 하늘의 안배라는 걸 믿나?”
“저는 무신론자라니까요. 하늘이 어딨습니까?”
강진호가 웃었다.
“나도 딱히 신을 믿는 건 아니야. 그런데 세상에는 한 번씩 신이 장난 을 치는 것 같은 우연이 벌어지기 마련이지. 홍왕의 경지를 넘을 동안 창왕이나 흑왕은 그저 정체되어 있 었을까?”
“생각해 봐야지. 그들이 먼저 움 직인 이유를, 그리고 지금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아마 그들도 지금쯤은 모두 벽을 넘었을 거야. 이제는 누 가 먼저 자신의 무학을 완전히 정립 하는가 하는 싸움이겠지.”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이야기로 들어가면 이현수는 강진호의 말을 반도 이해하지 못한 다.
그저 말을 듣고 그 의미를 안다 고 해서 이해하는 게 아니다. 어째 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지 못
한다면 함부로 이해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없는 법이다.
“그럼 여전히 결과는 알 수 없다 는 뜻이군요.”
“하나는 알겠군.”
“예?”
강진호가 가라앉은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사흘.”
“예?”
“이 전쟁은 앞으로 사흘 내로 결 판이 난다. 미국 쪽에 이야기해서 홍왕을 쫓지 말고 물러난 병력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라 그래. 아마 한 곳으로 몰려가 고 있을 거야. 거기에 창왕이 있다.”
이현수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 고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시퍼렇네.’
조금 전까지 나사가 풀려 있는 것 같던 강진호가 아니다. 홍왕과 창왕을 언급하는 얼굴은 이현수가 알던 바로 그 강진호의 모습이었다.
물론 그 얼굴이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그러니 우리도 움직여야지.”
“바로 뒤를 칠 수 있도록요?”
“쓸데없이 홍왕을 쫓지 말라고 해.”
“예?”
“흑왕이 움직인다. 흑왕계도 바보 가 아니라면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 고 있을 거야. 홍왕에 정신이 팔려 서 다른 왕들을 놓친다면, 끼어들 순간을 놓칠 수밖에 없어. 어떻게든 혹왕과 창왕의 종적을 찾아내는 게 우선이다.”
이현수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얼마 전 벌어진 일본과의 전쟁에 서만 해도 강진호는 자기 혼자서라
도 일본에 뛰어들어 어떻게든 변수 를 만들고 승리를 쟁취하려 했다.
얼마 전까지의 강진호였다면 홍왕 과 창왕의 전투가 시작될 테니 나부 터 중국에 간다면서 게이트를 이용 해 혼자 중국에 들어가 버렸을 것이 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이현수를 만류하며 판 전체를 끌고 가려 한 다.
‘확실히 달라지셨군.’
물론 강진호가 하는 말이 이현수 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해 도, 강진호가 저런 부분을 짚어내고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확실히 이번 전쟁이 보통 전쟁이 아니라는 건 알겠습니다. 회주님이 이렇게 신중하게 만들다니.”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삶이란 언제고 이어지기 마련이 지.”
“••••••네?”
“하지만 삶을 결정하는 순간은 인 생에 몇 번 오지 않아.”
강진호가 싸늘하게 말했다.
“지금이 그런 순간이다. 이 전쟁 이 결정한다. 모든 것을 얻느냐, 아 니면 모든 것을 잃느냐. 중간은 없
어.”
“……명심하겠습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다들 준비 끝내라고 해.”
“예, 회주님!”
“정부 쪽은?”
이현수가 눈을 찌푸렸다.
“오늘까지 답변을 주기로 했습니 다만, 아직은 답변이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과 움직이는 게 몇 배는 더 편합니다.”
요 Q..»
“己r.•
이현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저는 될 수 있다면 정부 쪽과 움직이고 싶습니다. 전쟁이 끝 나고 난 뒤도 생각해야 합니다. 물 론 제 이런 말이 회주님께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 다. 하지만 저는 무슨 수를 쓰더라 도 이 전쟁을 제가 살아 있는 동안 의 마지막 전쟁으로 만들고 싶습니 다.”
“미국을 어설프게 개입시켜 분쟁 의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적당히 떼어주고도 배가 아프지 않
을 만큼의 영역을 확보하고 싶습니 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협조해 줘야 합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그가 한 말을 이현수가 이해할 수 없듯이, 강진호 역시 이 현수의 이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그 들이 서로 장기로 삼는 영역은 상대 의 이해를 바라기 힘든 곳이다.
그럼 남는 건 하나밖에 없다.
“하고 싶은 대로 해.”
“회주님.”
“난 언제나 네 판단을 믿는다. 이 번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야. 나는 네
가 싸우라면 싸우고, 네가 물러서라 면 물러선다. 내 목숨을 줄 테니, 써먹고 싶은 대로 써먹어봐.”
이현수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믿을 수 있으십니까?”
“너를 받아들이기로 한 뒤로 단 한 번도 믿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러 니 다를 것도 없어.”
이현수가 주먹을 움켜잡았다. 어이가 없을 정도의 신뢰.
총회를 이끌어 나가는 자에게 있 어서 저런 대책 없는 신뢰는 독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현수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말 했다.
“제가 말하는 대로 움직이십시 오.”
“그럼 제가 세상을 회주님의 발아 래 들어 바치겠습니다.”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네 발 앞이 아니라?”
“그게 그거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제 역할을 맡을 생각도 없으시면 서.”
서로 빤히 알고 있다.
강진호가 바라는 건 오로지 살아
남는 것, 그리고 싸우는 것.
복잡한 경영에 손을 대고 있는 이유도 살아남기 위해서다. 자신과 주변인의 안전이 완벽하게 확보되는 순간이 오면 강진호는 그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스스로의 삶에 충실할 것이다.
강진호가 이룩한 모든 것을 운영 해 나가는 건 이현수의 역할이다.
“다른 분들도 같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 괜찮아.”
강진호가 담배를 물고는 손가락을 튕겨 불을 붙였다.
“어차피 둘이 시작한 거나 마찬가 지니까.”
이현수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알고 있다. 네가 다른 이사들을 장기말쯤이라 생각한다는 걸. 그들 을 진심으로 동료라고 생각한 적 따 윈 단 한 번도 없겠지.”
“……회주님은 저를 너무 잘 알아 서 탈입니다.”
“그걸로 됐어.”
강진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진심이 어떻든 그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야. 중요한 건 어 떻게 행동하느냐지.”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현수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처음 회주님 밑으로 들어갈 때부 터 언젠가는 이런 순간이 올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제 그 순간이 온 것뿐입니다.”
이현수가 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봤다. 그는 강진호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 속에 숨은 진실은 조 금 다르다.
‘내가 회주님을 선택한 게 아니 라, 회주님이 나를 선택한 거지.’
그 선택 덕분에 이현수는 목숨을 건졌고, 살아가는 의미를 찾았다. 강
진호가 과거의 강진호가 될 수 없듯 이, 이현수 역시 다시는 영남회의 마귀였던 이현수로 돌아갈 수 없다.
“각오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뭘?”
“제가 빚을 다 갚으면 그때는 맞 먹을 테니까요.”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가운데 손 가락을 치켜들었다.
“멋대로 해봐, 빌어먹을 놈아.”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며 웃 었다.
서로가 서로의 선택을 증명할 시 간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