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44)
마존현세강림기-1646화(1643/2125)
마존현세강림기 67권 (4화)
1장 시작되다 (4)
“무슨 일 있죠?”
“딱히?”
최연하가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강 진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는 그런 최연하의 눈빛을 받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수상한데.”
쪼르륵.
괜히 할 말이 없어진 강진호가 빨대를 쪽 빨았다.
차가운 아메리카노가 목을 타고 넘어간다.
“흐으응.”
콧소리를 내던 최연하가 피식 웃 고 말았다.
“하기야, 언제 강진호 씨한테 아 무 일이 없던 적이 있었나.”
강진호가 살짝 웃고 말았다. 카페의 전면 창으로 햇살이 밀려
들어온다. 햇살을 받은 최연하의 모 습은 새삼스럽게 아름답다.
강진호는 가만히 최연하를 바라보 며 생각했다.
‘내가 왜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됐 지?’
이해하기 어렵다.
강진호와 최연하는 상극이라고 해 도 좋을 만큼 서로 맞는 사람이 아 니다. 강과 강이 맞부딪히면 깨어지 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최연하와 강 진호는 지금 이 자리에 이렇게 마주 앉아 있다.
처음 두 사람이 서로를 보았을
때 이리될 것을 조금이라도 예측할 수 있었을까?
‘인연이란 모르는 거로군.’
남들보다 많은 삶을 살아와서 무 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 으스댔지만, 사실 강진호는 여전히 삶을 모호하 게 느낄 뿐이었다.
“무슨 생각 해요?”
“그냥.”
강진호가 빙긋 웃었다.
“그냥 신기해서요.”
“뭐가요?”
“이렇게 둘이 앉아 있다는 게.”
최연하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이 인간이 뭘 잘못 먹었나? 갑 자기 왜 안 하던 멘트를 치지? 느 끼하게?”
살짝 감상적이 된 강진호가 재빨 리 정신줄을 움켜잡았다.
아, 이거 아니구나.
최연하가 영 찝찝하다는 듯 강진 호를 보다가 씹어뱉듯 말했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이유 가 있는 건데…… 혹시?”
“••••••예?”
“휴대폰 내놔봐요.”
“아니, 아니지.”
최연하가 심호흡을 했다.
“사람이 의심이 많아지고 사생활 을 감시하면 벽이 생기기 마련이죠. 휴대폰은 됐어요.”
오?
강진호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 다.
사실 그의 휴대폰에 욕먹을 만한 내용은 단 하나도 들어 있지 않지 만, 그래도 휴대폰을 타인에게 쥐어 주고 검사를 맡는다는 건 찝찝한 일 이다.
“그러니까 말해봐요. 그년이야?
어?”
“……아닙니다.”
“ 진짜?”
“네.”
최연하가 도끼눈을 뜨고 강진호를 노려본다.
“어디 한 번 걸려봐. 손모가지 오 함마로 찍어버릴 테니까.”
최연하가 전력을 다해 해머를 내 려친다고 해서 강진호의 피부나 까 지겠냐마는, 저 말에 실린 살기만은 강진호도 무시할 수 없었다.
“아, 오늘 이미지 좀 망가지네.”
최연하가 긴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내려 앉는 모습을 보며 강진호가 살짝 미 소를 지었다.
이상하지.
까탈스럽고.
성격 나쁘고.
쉽게 화를 내고.
때로는 억지도 부리고.
단점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 하기도 힘든 사람이다.
그런데도 이상하지.
그저 이리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지고 세상은 즐거워진다.
과거의 강진호는 세상의 모든 것 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그때의 강 진호는 단 한 번도 이런 편안함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손에 닿는 거리에 있는 작은 따 뜻함.
어쩌면 행복이라는 건 그런 작은 것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연하를 ‘작은 것’이라 지칭하는 건 너무 나간 건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이들에게 말한다면 돌을 맞 겠지.
“진짜 오늘 좀 이상하네. 왜 그렇 게 히죽거리지?”
“……얼굴 좀 펴고 살라더니.”
“얼굴을 펴는 거랑 나사가 빠진 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강진호가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 은 딱히 반박을 하고 싶지 않다. 이 렇게 최연하와 마주 앉아 있는 시간 이 중요하니까.
강진호가 가만히 최연하를 바라보 다가 입을 열었다.
“최연하 씨.”
“네?”
“……아닙니다.”
최연하의 미간이 노골적으로 좁아
졌다.
“아니, 그런데 이 인간이 오늘 진 짜 뭘 잘못 먹었나?”
불만 어린 눈으로 가만히 강진호 를 바라보던 최연하가 팔짱을 끼고 소파에 기댔다.
“뭔 일 있죠?”
“아니, 뭐……
“그런데 나한테는 절대 말해주지 않을 이야기겠고.”
“이러다가 또 한 일주일 넘게 사 라진 다음에 걸레짝이 돼서 나타날
테고?”
귀신인가?
강진호는 중국과의 전쟁에 대한 정보를 최연하에게 넘긴 이가 있는 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 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후보자는 당 연히 ‘그놈’이지만.
‘입이 그렇게 싸지는 않으니…… 아니, 싼가?’
싼 것도 같은데?
최연하가 생각에 잠긴 강진호를 보며 뚱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 같았으면 별말도 없이 사라
졌을 텐데 오늘은 각을 좀 잡는 걸 보니,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심각한 일이라는 뜻이고.”
“ 맞죠?”
“어……
맞다고 해야 하나?
강진호는 대답을 하지 못했지만, 최연하는 이미 그것만으로 대답을 들었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 팔자야……. 박복한 년은 서 방 복도 없다더니, 어쩌다 내가 저 런 걸 만나서는. 아이고.”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요?”
“사극 준비 중이다! 왜?”
“아무것도 아닙니다.”
최연하가 뿔이 난 얼굴로 강진호 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위험한 일이에요?”
최연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위 험하지 않다고 대답을 해야 한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 다.
“아마……
강진호가 가만히 최연하를 바라보 다 입을 열었다.
“이번이 마지막일 거예요.”
“위험한 일은요.”
최연하의 시선이 살짝 천장으로 향했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니 그녀 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 다. 다만, 아래로 내린 그녀의 손이 살짝살짝 떨리고 있다는 것만은 분 명히 알 수 있었다.
“진호 씨.”
“네.”
강진호와 시선을 마주한 최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고 돌아와요.”
“멀쩡한 사람 과부 만들지 말고.”
“아니, 과부라기에는……
“왜? 진짜 과부 한 번 만들어봐? 혼인신고하고 갈래?”
“……아닙니다.”
강진호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최연하가 소파에 살짝 등 을 기대고는 말한다.
“나는 그런 것 안 했으면 좋겠어 요. 그런데 진호 씨가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해주길 바라는 것도 욕심이 겠죠. 진호 씨도 나 때문에 포기하 고 있는 게 많을 텐데, 나도 이해해
야죠.”
“딱히 포기하는 거 없는데요?”
최연하의 얼굴에 순간 떠오른 경 멸을 확인한 강진호가 말없이 아메 리카노를 쪽쪽 빨았다.
‘입이 방정이지.’
입이.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네.”
“거짓말하네.”
“아니에요. 진짜로.”
강진호가 살짝 머뭇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일 거예요.”
최연하의 눈에 미묘한 불신이 어 렸다.
“다들 말은 그렇게 하더라.”
“그런데 지금 일도 진호 씨가 원 해서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네.”
“그럼 다음에도 원치 않는 일이 벌어지면 또 같은 걸 반복하겠죠.”
강진호가 살짝 생각에 잠겼다. 정말 그런가?
‘틀린 말은 아니겠지.’
그를 노리려는 적을 모조리 제거 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새로운 적들 이 나타날 것이다. 무인이란 그런 것이고, 강호란 그런 곳이니까.
무인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그에게 평화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완전히는 어렵겠죠.”
강진호가 담담하게 말을 했다.
“하지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연하가 눈에 이채를 띠고 강진 호를 바라봤다.
‘이상하네.’
강진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강진호와는 조 금 느낌이 다르다.
예전보다 조금 더 여유로워진 것 같다.
“……그런 얼굴로 뻔뻔하게 그런 대사 치지 마요.”
“왜요?”
“속아줘야 하니까.”
최연하가 살짝 눈을 감았다.
조금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던 최 연하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배역이 뭔지
알아요?”
“……글쎄요.”
“남자 주인공이 뭘 하는 동안 뒤 에서 손가락만 빨고 비명만 꽥꽥 지 르는 여주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 요.”
“그런데 한 번씩은 배역이 아니라 내 삶이 그렇게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화가 나요. 무슨 말인지 알 아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그렇게 느낀다니까.”
최연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나는 절대로 그렇게는 안 할 거예요. 어차피 내가 같이 뭔 가를 할 수 없다면, 징징대는 거라 도 안 해야지.”
최연하가 어깨를 폈다.
“얼마나 걸려요?”
“길면…… 몇 달이 될 수도 있 죠.”
“ 회사.”
“••••••음?”
최연하가 단호한 눈으로 말했다.
“회사, 보육원, 진호 씨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까지.”
강진호가 가만히 최연하를 바라봤
다.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 고 싶다.
“다 내가 잘 알아서 돌볼 테니까, 진호 씨는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잘 하고 와요.”
강진호가 입을 다물었다.
잔소리를 들으러 나온 자리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결국 한소리 듣는 건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연하는 오히려 그를 위로 해 주고 있었다.
“돌본다고 했다고 내가 단순히 하 던 일만 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
요. 내가 강진호 씨 자리 비운 사이 에 회사랑 보육원이랑 다 내 타입으 로 뒤집어 버릴 거니까.”
“많이 바뀔 거예요. 그런데…… 사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예 요.”
“네?”
최연하가 조금은 부드러워진 눈으 로 강진호를 바라봤다.
“나는 그냥 여기 있을 테니까.”
“다들 여기에 있을 테니까, 빨리 돌아와요. 알았어요?”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네.”
담담하게 대답하는 강진호를 보며 최연하가 살짝 주먹을 움켜쥐었다.
안다.
이 남자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것은 지금부터 이 사람이 겪어야 할 일이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란 뜻이 다.
어쩌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우는 모습 같은 건 절대 보여주 지 않아.’
슬퍼하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알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담담하게, 아무것 도 아닌 것처럼, 평소 그녀의 모습 을 보여줘야 한다.
할 수 있다.
나는 연기자니까.
세상에서 제일가는 연기자니까.
내가 나를 연기하는 것 정도야 당연하게 할 수 있다.
살짝 떨리던 그녀의 손끝이 조금 씩 안정을 되찾아갔다.
“오케이. 그럼 그건 됐고…… 일 어나요.”
“네?”
“보나마나 이렇게 말했으니 내일 부터는 코빼기도 안 비추겠지. 오늘 하루는 내가 온전히 써먹을 테니까, 빨리 일어나요.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
강진호가 당황한 눈으로 바라보 자, 최연하가 되레 턱을 내밀었다.
“뭐? 그럼 카페에서 죽치다가 가 려고 했어?”
“……그런 건 아닙니다.”
“헛꿈 꾸지 말고 일어나. 나 오늘 풀코스로 돌 테니까!”
“네네. 누구 말씀이라고.”
“엣헴!”
강진호가 빙그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 와요. 오늘 하루 종일 운전 시킬 테니까.”
“네.”
최연하는 그 말을 남기고 입구를 향해 재빨리 걸어 나갔다.
지금은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 다. 스스로도 어떤 얼굴을 하고 있 을지 모르니까.
그와 동시에…….
카페를 빠져나가는 최연하의 뒷모 습을 보며 강진호가 가만히 눈을 감
았다.
잃고 싶지 않다.
이 시간을.
그리고 이 삶을.
‘돌아와야지.’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 는 곳으로.
반드시.
작가의 변
마존현세강림기를 연재하고 있는 월백입니다.
오랜만에 지면을 통해 인사드립니 다.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이번 주 말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