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46)
마존현세강림기-1648화(1645/2125)
마존현세강림기 67권 (5화)
1장 시작되다 (5)
전운이 감돈다는 말은 꽤 식상한 표현이지만, 지금 총회의 상태를 설 명하기에는 그보다 더 적절한 말이 없을 것이다.
마지막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총 회 회원들의 눈에 차가운 냉기가 감 돌았다.
모두가 알고 있다.
이번 전쟁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다.
총회가 지금껏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대규모의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총회는 그동안 수많은 위기를 겪 어왔지만, 냉정히 말해서 이번보다 극적인 위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긴다면 미래를 쟁취하겠지만, 패배한다면 그걸로 끝이다.
어쩌면 이곳의 모두가 목숨을 잃 을 수도 있다.
그 사실을 아는 총회의 회원들은
마지막 전쟁에서 모든 실력을 발휘 하기 위해서 스스로 날을 세우는 중 이었다.
“……살벌하네.”
방진훈이 창문 밖을 바라보다가 혀를 내둘렀다.
딱히 뭔가 대단한 기세가 느껴진 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오히려 뭐랄까…….
“새 소리가 다 들리네.”
산이 조용해지면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 그리고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마저 들리기 마련이다. 평소라
면 평화로움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소리겠지만, 그 소리가 총회에서 들 린다는 건 이질감을 불러오는 일이 었다.
“여기 있는 놈들이 다들 숨소리도 내지 않는다는 것 아닙니까?”
위긴스가 방진훈을 보며 고소를 머금었다.
“다 알고 있으니 괜히 강조하지 말고 와서 앉게.”
“끄응.”
방진훈이 앓는 소리를 내더니, 소 파에 와서 앉았다.
“방 이사.”
“예.”
“초조한 건 알겠지만, 너무 티를 내지 말게. 자네가 불안해하면 다른 이들도 불안해하니까.”
“……이사님들이요?”
“회원들.”
위긴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윗사람이 불안해하면 아랫사람에 게 그 분위기가 전염되는 법이지. 자네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 게. 자네가 출근할 때 짓는 표정 하 나 때문에 그날 총회의 분위기가 달 라질 수도 있으니까.”
“제가 뭐라고……
위긴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 조심하게나.”
“알겠습니다, 이사님.”
방진훈도 위긴스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 다.
“ 다만••••••
방진훈이 볼을 긁었다.
“이런 경험이 없어서인지, 저도 갈피를 잡기가 힘듭니다.”
“……이해하네.”
위긴스가 미묘한 시선으로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강진호도 살짝 멍한 얼굴로 아까
부터 담배만 뻑뻑 피워 대고 있었 다.
‘쳐들어간다고 해서 뭐가 급박할 줄 알았는데.’
이건 오히려 저놈들이 쳐들어오는 걸 기다릴 때보다 더 한가하지 않은 가.
준비는 모두 끝났다.
개념적으로 ‘완벽’한 준비라는 것 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전쟁을 대비하는 이들은 그 상황에 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추구할 뿐이 다.
그런 의미에서 총회는 전쟁에 대
한 준비를 끝냈다. 이제 명령만 떨 어진다면 모두가 단숨에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다만 문제는…….
“언제 갑니까?”
“글쎄.”
강진호의 대답에 방진훈의 볼이 푸들푸들 떨렸다.
“아니, 뭔 대책이 없습니까? 그냥 여기서 이렇게 손가락이나 빨고 있 어야 하는 겁니까?”
강진호가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 다.
“……재들이 붙어서 결판이 나야 뭘 하는데.”
붙지를 않는데 뭘 어쩌라고.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이현수를 바라봤다.
“미국 쪽에서 들어온 소식은 없 어?”
“홍왕이 계속 북진하고 있답니 다.”
“창왕은?”
“안 보인답니다.”
강진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생
각이지?”
“확실히 미친놈은 미친놈인 모양 입니다. 제 본진이 거의 다 털리고 있는 상황인데, 설마 이렇게까지 버 틸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게……
창왕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흥왕이 이만큼을 밀고 들어가면 창왕은 울며 겨자 먹기로 라도 흥왕과 숭부를 겨뤄야 한다. 하지만 창왕은 그들은 예상을 아주 아득하게 뛰어넘어 버렸다.
“미친놈인가……
심지어 바토르마저 입에 험한 소
리를 담았다.
이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차이커창 놈이 창왕 이야기만 나 오면 아주 경기를 일으키기에 뭐가 그리 대단해서 저러나 했는데…… 이건 아주 진짜 상상 이상이네요. 기본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이현수가 눈을 찌푸리며 테이블에 펼쳐진 중국 지도를 바라보았다.
“……러시아로 도망이라도 칠 생 각인가?”
홍왕은 창왕계의 영역을 거의 횡 단하는 중이다. 걸리는 것은 모조리 잡아 죽이고, 가로막는 것을 모조리
파괴하면서 말이다.
“거의 불도저 수준으로 밀고 들어 가는데, 이걸 버틴다고? 이걸? 영역 이 다 날아가는데?”
물론 무인들에게 있어서 지배하고 있는 땅은 큰 의미가 없다. 영토가 곧 생산력으로 치환되는 바깥세상과 는 다르게 무인계에서 생산력이란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 요소니까.
다만.
그 영토 안을 살아나는 사람들에 대한 지배권을 잃는다는 건 큰 문제 였다.
무인도 밥을 먹어야 산다. 다시
말하자면,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다 는 것이다.
산골에 처박혀서 검만 휘두른다고 돈이 생겨나지는 않는다. 무력을 금 력으로 치환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대부분의 과정은 평범한 사람들 의 삶과 함께하는 법이다.
하지만 지금 창왕계는 그 모든 것을 내주며 버티고 있었다.
“홍왕도 같은 짓을 하지 않았던 가?”
“전혀 다릅니다. 창왕계가 홍왕계 의 영역을 밀고 들어간 건 사실이지 만, 홍왕이 지배하는 핵심 도시들에
는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 금 홍왕은 창왕계를 동서로 갈라 버 리고 있잖습니까. 평범한 전쟁이었 다면 여기에서 끝입니다.”
“동서로 갈랐다라……
확실히 전쟁에서 이런 양상이 벌 어진다면 승부가 난 것이나 다름없 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 말을 듣고는 오히려 눈을 찌푸렸다.
“이현수.”
이 실장이 아니라 이현수다. 강진호의 말을 들은 이현수가 군 기가 바짝 들어간 얼굴로 대답했다.
“예!”
“지금 홍왕의 위치는?”
요 Q..99
M…•
이현수가 지도의 북쪽을 짚었다.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은 다통이 었습니다. 지금은 다통을 넘어 거의 내몽골 자치부에 근접했을 겁니다. 끝에 도달하면 동쪽의 도시 밀집구 역을 정화하듯 훑겠죠.”
“북쪽은 국경이고?”
“예.”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홍왕은 혼자인가?”
“아닙니다. 홍왕계의 정예들이 홍
왕을 뒤따르고 있습니다. 영역을 단 속하기 위해서 필요한 병력을 제외 한 거의 전 병력이 밀집해 있을 겁 니다.”
“여기에?”
“예.”
강진호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너무 깊이 들어간 것 아닌 가?”
강진호의 말에 모두가 지도를 바 라보았다.
“어……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밀고 들어 갔다는 말이잖아.”
우한시부터 다통시까지 거의 대륙 을 횡단하는 긴 선이 그어진다.
그 선만으로 홍왕이 얼마나 파죽 지세로 돌격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굉장하지만, 현실적 으로……
강진호가 북쪽의 한 지점을 손가 락으로 짚었다.
“여기에 모든 병력이 모여 있지. 뒤쪽을 메운다면 창왕계에 포위당한 형세 아닌가?”
“그렇긴 합니다만.”
이현수가 볼을 긁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무인과 무인
의 전쟁은 일반적인 병력의 충돌과 는 그 양상이 다릅니다. 우선 기동 력이 뛰어나 위기에 처했을 때 빠르 게 이탈할 수 있는데다가……
“……이 거리를?”
이현수가 입을 다물었다.
이 정도 거리면 부산부터 서울까 지를 몇 번은 주파한 거리다.
아무리 무인이라고 해도 이만한 거리를 추격을 뿌리치며 돌아 나올 수 있을까?
“차이커창은 멍청이가 아닙니다.”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멍청이면 좋겠지만, 솔직히 차이
커창은 더없이 머리가 좋은 놈•입니 다. 그놈이 그런 부분도 생각하지 못하고 이런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적들이 포위해 들어온다고 해도 가진 병력과 홍왕의 능력이라 면 충분히 격파할 수 있다고 계산이 섰겠죠.”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 데……
“예.”
“차이커창이 홍왕의 무위를 정확 히 재단하여 계산할 수 있나?”
이현수가 입을 다물었다.
계산?
‘아냐. 그건 불가능해.’
차이커창은 반쪽짜리 무인이다. 물론 이현수처럼 극단적으로 무학에 재능이 없는 이는 아니다. 그가 가 진 무력만으로도 총회의 이사진을 제외한 대부분을 제압하는 게 가능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재단의 대상이 삼왕이 되어버리면, 그의 눈은 일반인과 별 차이가 없어진다.
그만큼이나 차이커창과 삼왕 사이 에는 극단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몇
번을 다시 죽었다가 태어나도 차이 커창이 홍왕의 무위를 이해할 수 있 는 순간은 오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바탕으로 전략을 세웠다?”
위긴스가 침음을 홀린다.
“하지만 창왕은 홍왕의 완전히 이 해하고 있겠지. 자신 역시 비슷한 수준일 테니까.”
“……잠시만요.”
이현수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럼 창왕이 차이커창의 무학에 대한 몰이해까지 감안하여 이런 일
을 벌이고 있다는 겁니까? 길을 터 주고 살살 유혹하기만 해도 무조건 사지까지 걸어 들어올 거라고?”
“평소의 차이커창이라면 불가능하 겠지. 다만……
위긴스가 뭔가를 생각하더니 이를 갈 듯 말했다.
“……설마 그것까지?”
“예?”
“차이커창이 죽을 뻔하다가 홍왕 이 나타나 앞도적인 무력으로 그를 구했지.”
“네. 이미 혈마가 보고하지 않았 습니까.”
“공교롭지 않나? 하필이면 홍왕이 차이커창에게 거의 도착했을 무렵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이현수가 입을 다물었다.
‘생각 못했어.’
홍왕의 무위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엄청나서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듣고 보니 확연히 공교롭다.
“창왕이 알고 있었다면? 그리고 그 광경을 일부러 차이커창의 머리 에 박아 넣었다면?”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차이커창은 홍왕의 무위를 이해
하지 못해. 그저 시각적인 정보를 받아들여 짐작할 뿐이지. 그런 차이 커창의 눈에는 홍왕의 거의 신적인 존재로 보였겠지. 누구도 홍왕을 당 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을 거야.”
위긴스의 말에 이현수가 신음하듯 말했다.
“그럼••••••
“두려움이 없어진다.”
이현수가 고개를 돌려 지도를 다 시 바라보았다.
‘이거?’
그리 생각해 보니 이상하긴 하다. 평소의 차이커창이었다면 절대 저
런 식으로 진격로를 잡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 근 적의 영역을 손에 넣고 느긋하게 상대를 조여들었겠지.
창왕이나 차이커창이나 비슷한 새 디 스트니까.
하지만 이건 전략가의 방식이 아 니었다. 그저…….
“홍왕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네 요.”
“취한 거야.”
강진호가 씹어뱉듯 말했다.
“사람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존 재에게 신성을 느끼지. 그러고 나서
는 경배하게 된다.”
강진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과거, 마교가 그런 식으로 그에게 복종했으니까.
사람이 사람의 명을 목숨을 내던 지면서까지 따른다는 건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마 교의 교주는 인간이면서 신으로 추 앙받았다.
“신성을 본 이는 눈이 멀어버린 다. 불가능을 논하는 것이 불경이 되어버리니까.”
“……그럼 이 진격로가 차이커창 의 의도가 아니라는 겁니까?”
“그렇겠지.”
“그럼••••••
이현수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사지까지 걸어 들어갔다는 건가?”
뜬눈으로?
“이 미친놈들이……
이현수가 막 소리를 지르려던 찰 나였다.
우우우우웅!
“ 음?”
우우우우우웅!
테이블 위에 올려둔 이현수의 휴 대폰이 진동했다. 모두가 그 휴대폰
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액정에 떠 있는 이름이 그들에게 너무도 익숙했기 때문이다.
– 차이커창
이현수가 떨리는 눈으로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액정을 눌러 통화를 연결했다.
“••••••뭐냐?”
한동안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 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거친 숨소리뿐이다.
낮게,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낮게 이어지는 거친 숨소리.
“차이 커창!”
[이……현수.]
그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건너편 에서 끊어질듯한 목소리가 들려왔 다.
[도, 도와…… 도와줘……』
이현수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 다.
그와 동시에 방 안의 공기가 차 갑게 식어갔다.
[차, 창왕……. 함정……. 여긴 장 자…….]
그 순간, 전화에 잡음이 끼어든다 싶더니, 이내 연결이 끊겨 버렸다.
이현수가 다급하게 전화기를 잡아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이게 뭔……
단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황 망한 상황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 다.
그러고 나서…….
찰칵.
담배에 불을 붙인 강진호가 천천 히 연기를 내뿜고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실감이 되는군.”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게 말이 야.”
강진호가 하얀 이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