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47)
마존현세강림기-1649화(1646/2125)
마존현세강림기 67권 (6화)
2장 돌입하다 (1)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얼어붙을 것 같은 차가운 분 위기 속에서 강진호가 내뿜은 담배 연기가 천천히 허공으로 퍼져 나갔 다.
“자, 잠시……
이현수가 뭔가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상황이 너무 말도 안 되게 급격 하게 흘러 버리자 천하의 이현수조 차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현수를 충격으로 몰아 넣은 것은 이 상황이 아니라 차이커 창의 반응이었다.
‘저놈이 이쪽으로 도움을 청한다 고?’
자신이 위험에 빠진다면 배에 칼 이 쑤셔 박히는 정도가 아니라 목이 잘려 나갈 상황이라도 연락을 해올 놈이 아니었다. 그런 놈이 도움을 청한다는 건 단 하나를 의미했다.
“홍왕이 당했다?”
이현수가 자신도 모르게 생각을 입 밖으로 내고 말았다.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이현수에 게로 모였다.
“홍왕이……
위긴스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상황을 되짚어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낼 수가 없다.
껄끄러워서가 아니라 입이 열리지 않아서다.
‘그 흥왕이 당했다고?’
위긴스의 머릿속에는 아직 홍왕을 마주한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박 혀 있다. 단 일격으로 그의 팔을 날 려 버린, 그 패기의 화신 같은 자.
세상에 그런 무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받은 충격이, 팔이 날아간 충격보다 더 컸을 지경이니 말해 무 엇 하겠는가.
그런데 그 홍왕이 당했다?
‘믿을 수가 없군.’
삼왕이 홍왕과 동등한 무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있겠는가. 하지 만 총회의 무인들은 내심 홍왕이 삼 왕 중 최고일 것이라 은연중에 생각
해 오고 있었다.
그가 보여준 능력과, 그때에 비해 서 더욱 강해졌을 지금을 생각한다 면 이 생각이 안일했다고 보기는 어 렵 다.
그런데 그 홍왕이 당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그들의 계획을 받쳐 주던 사고의 기반 자체를 다 날려 버리고 새로 짜야 한다는 소리 였다.
이 망연한 사실에 위긴스마저 입 을 열지 못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바토르는 충격으로 얼이 빠진 얼
굴이고, 장민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그리고 방 진훈은 돌아가는 상황을 따라잡기 어려운지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이 실장.”
그 무거운 침묵 속에서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예, 회주님.”
“어디라고 했지?”
“••••••예?”
무의식적으로 반문하고 만 이현수 가 즉시 자신의 실책을 알아채고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워, 워낙 잡음이 많아서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장, 장 뭐라고 했 는데……
“장가구.”
장민이 차갑게 말했다.
“중국어로는 장자커우. 북쪽의 도 시다. 홍왕의 진격로를 감안한다면, 차이커창이 말하려 한 곳은 장자커 우일 거다.”
이현수가 지도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률이 높습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담배를 빨아들였 다. 그러고는 이내 그의 입으로 새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때문일까?
지금 강진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강진호의 말이 이어지 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위긴스, 이현수.”
“예, 로드.”
“말씀하십시오, 회주님.”
“지금 확실한 것만 말해봐.”
“홍왕이 창왕계에 당했습니다. 차 이커창은 부상을 입은 듯하고, 아마 홍왕은 아직 살아 있을 확률이 높습 니다. 장자커우는 홍왕의 진격로에
서 벗어나 있는 도시입니다. 베이징 에서 가깝기에 창왕도 함부로 움직 일 수 없는 곳이라 봐야 합니다.”
마른침을 삼킨 이현수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아마도 차이커창은 장자커우에 홍왕과 함께 은신한 채 도움을 기다 리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위긴스가 지도를 보며 말을 이었 다.
“아니. 어쩌면 베이징으로 이동 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들이 가 장 움직이기 힘든 곳이 베이징이니 까요. 저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진호의 시선이 지도 위의 장자 커우와 베이징을 오갔다.
한참 동안 지도를 바라보던 강진 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생각해 봐.”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는 게 최선 인지.”
이현수가 살짝 입술을 깨문다.
‘생각이라……
이건 너무 어려운 문제다.
우선은 과연 이 상황에 개입을 해야 하는가부터 고민해야 한다. 애 초에 저 둘의 전투가 격화되면 언제
든 등을 칠 준비를 하던 총회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 달라졌다.
누구도 이 전쟁이 이렇게 단숨에 끝나 버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 았다. 그 누구도 말이다.
오직 한 명을 제외하고는.
‘창왕.’
이현수의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머리를 쓰 는 것에 있어서 누군가에게 밀린다 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는 이현수 다. 하지만 이번 일이 만약 창왕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한 것이라면, 그 역시 창왕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
났다고 봐야 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삼왕이라 불릴 무력과 무인계의 모든 이들을 농락할 머리를 동시에 갖췄다?
농담이 아니다.
“우선.”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현수 대신 위긴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개입을 할지부터 결정을 해야 합 니다.”
“두 경우 모두 말해봐.”
“개입을 한다면 당연히 홍왕을 구 출해야 합니다. 창왕에게 완전히 당
해 버린 이상 홍왕도 살아남기 위해 서, 그리고 복수를 위해서 우리와 손을 잡을 확률이 높습니다.”
장민이 차가운 눈으로 말했다.
“지리멸렬해 버린 홍왕계와 손을 잡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그건 아닙니다.”
위긴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루 만에 홍왕을 잡는 건 가능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 만에 홍왕계를 모조리 쳐 죽이는 건 불가 능한 일입니다. 그만한 학살이 이리 단시간에 벌어질 수 있을 리가 없으 니까요.”
무인들의 기동력을 감안한다면 더 더욱 그러하다.
“아마도 홍왕계의 무사들은 뿔뿔 이 흩어졌을 것입니다. 창왕이 홍왕 을 완전히 잡아냈다면 그들을 추격 하여 끝장을 내려 했겠지만, 살아 있다면 홍왕을 잡는 데 전 병력을 동원했을 테니, 흥왕계 자체는 아직 힘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그게 좋은 소식은 아닙니 다.”
정신을 차린 이현수가 위긴스를 거들고 나섰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홍왕의 주
변에 창왕계의 전 병력이 동원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홍왕을 구출 하려 한다면, 그 병력을 뚫고 돌입 해야 합니다.”
강진호가 소파에 등을 기대고 눈 을 감았다.
‘돌입이 라……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다. 아 직 상황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다.
슬쩍 강진호의 눈치를 본 위긴스 가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니 개입하여 홍왕을 구출해 낼 수 있다면, 홍왕계와 연대하여 창왕계, 그리고 흑왕계와 싸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입하지 않는다 면……
이현수가 더없이 딱딱하게 굳은 어조로 그 말을 받았다.
“홍왕은 죽습니다. 그리고 홍왕계 도 결국에는 창왕의 세력에 흡수될 겁니다. 홍왕계의 병력이 웬만큼은 보존되어 있을 거라 확신하는 이유 에는 이것도 있습니다. 창왕의 성향 을 감안한다면, 사기를 잃은 병력을 죽이는 것보다는 자신의 세력으로 만들려 할 겁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흑왕과 창왕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겠군.”
“……회주님.”
이현수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는 말했다.
“말씀드리기 죄송스럽지만, 저희 가 판을 완전히 잘못 읽었을 확률도 감안해야 합니다.”
“……무슨 의미지?”
“홍왕이 창왕에게 일방적으로 패 배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가 가지 않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홍왕은 홍왕이다. 그가 패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리 쉽게 당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창왕과 흑왕이 연대를 했 다고 가정하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 습니다. 아무리 홍왕이 강하다고 해 도 한 손이 두 손을 당할 수는 없 는 법이니까요.”
“창왕과 흑왕이?”
“아직은 그저 가능성일 뿐입니다. 하지만 창왕의 능력이라면 그게 불 가능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현수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내 실수다.’
가능한 모든 상황을 고려했어야 한다. 하지만 흑왕이 모습을 드러내
지 않은 지 벌써 수십 년이라는 정 보와 과거에도 흑왕은 그저 은인자 중하기만 했다는 정보에 놓치지 말 아야 할 것을 놓쳤다.
“연대라…… 그럼 어떻게 되는 거 지?”
“……만약 연대가 이뤄진 게 확실 하다면, 홍왕의 세력을 흡수하는 즉 시 이곳으로 몰려올 겁니다. 모든 위험요소를 정리하고 둘이 남았을 때, 자웅을 겨루려고 하겠죠.”
“우리를 정리한 후라……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거 재미있는 말이로군.”
방진훈이 슬쩍 강진호의 눈치를 보다 이현수에게 물었다.
“그럼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 야?”
“선택의 문제입니다. 중국으로 건 너가 홍왕을 구출하지 않으면 한국 에서 저들의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 위험성이 있지만, 운이 좋다면 저들 끼리 전투를 벌이는 걸 느긋하게 구 경할 수도 있습니다.”
“복불복이라는 건가.”
“예. 그리고 홍왕을 구출해 냈을 경우에는 홍왕계와 연대하여 싸울 수 있습니다. 이건 최상의 경우지
만……
이현수가 침음을 흘리며 말했다.
“반대로 적진에 쳐들어갔다가 홍 왕을 구출하지 못하고 허탕을 치거 나, 적을 감당하지 못했을 시에는 말 그대로 지옥까지 떨어지게 됩니 다.”
“빌어먹을, 뭐가 이리 복잡해?” 방진훈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현수는 방진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이건 어느 쪽이 좋은 방향이라고 확연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문제 가 아니다. 말 그대로 선택의 문제
였다.
그리고…….
이곳에서 이런 선택을 할 수 있 는 사람은 단 하나밖에 없다.
이현수가 자신도 모르게 강진호를 돌아보았다.
‘회주님.’
직위가 높기 때문이 아니다.
강진호가 강진호일 수 있는 이유 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결정 적인 답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 다. 평소라면 이현수나 위긴스가 결 정을 내리는 게 좋은 방향일 확률이 높지만, 이런 경우에는 강진호의 감
각을 믿어야 한다.
그게 이현수가 가지고 있는 강진 호에 대한 신뢰였다.
타닥.
담배 끝이 타들어 가는 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해진 회의실에 새하 얀 담배 연기만이 유령처럼 부유했 다.
이윽고…….
치이이익.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강진호 가 모두를 돌아보았다.
모두가 강진호가 무슨 말을 할지 를 기다렸다. 지금 강진호가 내리는
결정이 총회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 다.
이현수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선택이라……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딱히 고민할 것도 없는 문제군.
이현수.”
“예!”
“정부 측과 미국 측에 협조를 구 해봐.”
“그럼••••••
“그래.”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
다.
“홍왕을 구하러 간다. 아무래도 그렇게 죽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 군.”
이현수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옳고 그름?
그런 건 의미가 없다.
상황이 여기까지 와버리면 차라리 오답을 향해 맹목적으로 돌격하는 쪽이 정답을 향해 우왕좌왕하는 것 보다 백배는 나은 결과를 만드는 법 이다.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서둘러.”
“예!”
심각하게 생각에 빠진 이사들을 보며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리 심각할 것 없어.”
“••••••예?”
“어디 보자고, 그 홍왕이 우리에 게 구출당하며 어떤 표정을 짓는지 말이야.”
강진호의 말에 다들 미묘한 미소 를 입에 담았다.
“그것참.”
위긴스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귀한 광경이 되겠군요.”
“그렇지.”
강진호의 눈이 지도로 향했다.
그의 눈에 거대한 중국의 모습이 들어왔다.
‘방향은 좀 다르지만.’
어쨌든 이제 시작이다.
저 거대한 땅을 손에 넣을 전쟁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