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5)
마존현세강림기-165화(165/2125)
마존현세강림기 7권 (16화)
4장 찾아내다 (1)
“다시 한번 경고한다. 이곳은 너 희 따위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돌아가라. 그럼 목숨은 살려주 겠다.”
‘뭐라는 거야?’
조규민은 괴인의 말을도무지 알 아들을 수가 없었다. 또박또박 정자
로 말을 해주어도 해석하기 힘들어 하는게 조규민의 중국어 실력이 아 닌가. 아무리 급속 과외를 받았다고는 하나 벼락치기라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한계가 극명한 것이었다.
그러니 사투리까지 섞어 흘리듯 발음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있었다.
저 괴인은 지금 그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몸짓, 목소리, 그리고 헝클 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소름 돋도록 싸늘한 안광만으로도 그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미, 미친 사람 같은데요?”
“큭큭.”
강진호가 낮은 웃음을 흘렸다.
하는 모양으로만 따지면 이쪽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한 조규민은 조용히 한쪽 구석으로가 쪼그려 앉 았다.
‘구겨져 있어야지.’
그가 나설 일은 아무래도 없을 듯 했다.
“ 돌아가라고?”
강진호가 입을 열자 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정확하게 어디에서 물러서라고 하는 거지? 이곳인가, 아니면 저 동 굴인가?”
괴인이가만히 몸을 움츠렸다.
조규민의 눈에는 그것이 마치 맹 수가도약을 하기 전에 자세를 낮추는 것으로 보였다.
“큭큭큭.”
강진호는 뭐가 그렇게 유쾌한지 아까부터 자꾸 웃음을 홀리고 있었다.
왜 즐겁지 않겠는가.
느껴지는데.
저 괴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 공의 기운이 조금 전부터 그의 피부를 따끔하도록 자극하고 있는데 기분이 좋지 않을 리가 없었다.
있다.
이 세계에 마교의 흔적이 아직 남 아 있는 것이다.
조금 전에 느꼈던 실망감이 거짓 인 것처럼 강진호의가슴이 일렁이 고 있었다.
“금역에 발을 들인 대가를 깨닫게 해주지.”
괴인이 천천히 강진호를 향해 다가왔다. 두눈이 붉은 안광을 뿜기
시작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모 골이 송연해져 올 만큼 무시무시한 외형이었다.
“크아아아!”
괴인이 괴성을 내지르며 강진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육체에서 희미한 푸른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 호오?”
청염기.
미약한 기운이기는 하지만, 괴인 이 뿜어내는 기운에는 청염기의 흔 적이 배어 있었다.
‘청마의 후예인가?’
하지만 청마는 그날 죽었을 터인
데? 그리고 청염기도 그 이후로는 맥이 끊겼을 것이다.
‘그 망할 외국인 놈.’
그놈만 아니었다면 이 시기에 이 렇게 산이나 뒤지는 꼴이 되지는 않 았을 것이다.
생각은 나중이다.
강진호의 우수가 검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괴인의 눈이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콰앙!
괴인과 강진호의 손이 서로 얽히 면서 어이없게도 폭탄이 터진 것 같
은 커다란 폭음이 터졌다.
바닥이 지진이라도 난 듯이 진동 하고 산속에서 쉬고 있던 새들이 일 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크아아아악!”
그리고 괴인은 마치 강풍에 휘말 린 바람개비처럼 튕겨져 나갔다.
퉁! 퉁!
바닥에 몇 번이나 튕기고 나서야 겨우 멈춘 괴인이 바닥을 양손으로 짚으며 고개를 들었다.
‘저 양반은 더 튼튼하네.’
조규민은 이제 놀라지도 않았다.
사람이 사람을 저리 날려 버릴 수
있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중국에 온 이후로 어디 말이 되는 일이 있었던가.
확실한 것은 지금 튕겨 나간 괴인 이 며칠 전의 그 중국인에 비해서 더 많은 충격을 받았음이 분명한데, 그때의 중국인과는 달리 이 괴인은 즉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 응?’
그리고 반응 역시 달랐다.
괴인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꿈뻑대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 저거…… 지금 우는 건가?’
괴인의 눈에서 눈물이 홀러내리기
시작했다.
“……알 수가 없네, 진짜.”
조규민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먼저 달려들었다가 튕겨 나간 주 제에 억울한 건가?
아니면 아파서 우는 건가?
어느 쪽이든 간에 조규민은 저 눈 물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네.’
무릎을 꿇은 채로 눈물을 줄줄 홀 리고 있는 괴인을 보니 이상하게 조규민의가슴도 일렁였다.
저 괴인이 보여주고 있는 눈물이 그만큼이나 깊은 감정을 보이고 있
기 때문이리라.
괴인이 결코 빠르지 않은 무릎걸 음으로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왔다.
20미터가 넘는 거리를 무릎걸음으로 다가온 괴인이 강진호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참을 울더니, 바닥에 머리를 처박으며 소리쳤다.
“마존천세! 만마앙복!”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들으며 조규민은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집에가고 싶다.”
* * *
“ 없어?”
“어.”
“어디 갔는데?”
“중국 간다고 하던데?”
“주우우웅구우우우욱?”
주영기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박 유민을 바라보았다.
“아니, 이 미친놈은 전화 받으라 고 그만큼이나 이야기를 해놨는데, 중국에 갔다고?”
“로밍은 해뒀을텐데? 안 받아?”
“통화권 이탈인가 봐. 안 떠.”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하……”
주영기가 자리에 앉아서 한숨을 쉬었다.
이제 겨우 대충 정리를 끝내고 올 라왔는데, 강진호가 없으면 이제 뭘 해야 하는 거지?
“형!”
그의 동생 주민기가 쪼르르 달려 와 말했다.
“할머니가 부르셔.”
“왜? 할매가 왜?”
“저 뒤에 창고에 정리할게 있는 모양인데, 형보고 하라는 것 같아.”
“ 내가?”
주영기가 눈을 멀뚱멀뚱 뜨며 자
신을가리켰다.
“응.”
흐.
“야, 내가 짐꾼으로 왔냐! 용역으로 왔냐! 잠깐 놀러 온 건데 그새를 못 참고 사람을 부려 먹으려고 하 냐?”
“왜 나한테 그래. 할머니가 그러는 건데.”
“하, 참!”
주영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소리쳤다.
“창고가 어디야?”
“저 뒤쪽에.”
“에이!”
투덜대면서도 주영기는 창고를 향 해 빠르게 걸어갔다.
박유민은 그 광경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재밌는 애야.’
입은 엄청 거친데, 속정이 깊다. 투덜대는 투덜이과지만, 투덜대면서도 시키는 것은 다 하는 것이 재미 있는 점이었다.
강진호에게 듣기로는 과거에 조직 에도 몸을 담은 것 같은데, 그런 이가 보육원에 와서 일을 하고 있다는게 참 재밌는 상황이라 느껴졌다.
‘민기가 착한 걸 보니 영기도 나
쁜 애는 아닐 거야.’
형제가 다른 경향이 있기는 하지 만, 형제 중 하나의 인성이 유별나게 나쁜 경우는 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주민기는 보육원에 온 이후로 아 이들을 잘 돌봤고, 형, 누나들의 말을 잘 따랐다.
그런 주민기의 형이니 주영기도 속마음은 착하다고 봐야 하리라.
“유민아.”
“예‘?”
주영기의 할머니가 방 밖으로 나 와서 말했다.
“여자애들 일회용품이 다 떨어져가는데, 이거 누구한테 말해야 하 나?”
“……아, 그거 총무님한테 말씀하 시면 되는데, 지금은 퇴근했으니까 제가 따로 말씀드릴게요.”
“오냐.”
병원에 입원해 계신 주영기의 할 머니는 종종 병원을 빠져나와 보육 원으로 민기를 보러 오셨다.
처음에는 민기만 보고가셨는데, 방문이 반복되자 이제는 보육원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도 우려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감사하게도.’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자신의 자 식들처럼 돌봐주는 모습을 보면 고 마운 마음이 절로 일었다.
단 한가지…….
“남자 방에 퀴퀴한 냄새가 난다. 애들이 너무 안 씻어서 그런 것 같은데, 여기 선생들이 다들 여자니까 나이 먹은 남자애들한테 그런 부분을 말하기가 힘든 거야.”
“……예.”
“그럼 너라도 신경을 써야 할 것 아니니. 애들이 그래도 네 말은 듣 잖아. 너 요즘에 듣자하니 하는 일
도 딱히 없고 밥만 축내는 것 같은데, 그러면서 동생들한테 신경도 안 쓰고 있으면 어떻게 되겠니. 그게 바로 식충이다! 식충이!”
움찔.
“얼렁얼렁 욕실에 물 받아서 애들 다 샤워시켜라.”
“예.”
“샤워할 때, 대충 물만 끼얹고 나 오는 놈은 발가벗겨서 밖으로 쫓아 낼 거니까, 제대로 빡빡 씻으라고 해라. 무슨 말인지 알겠니?”
“……예.”
“발가락 사이사이부터 시작해서
제대로 씻지 않으면 내가가만두지 않겠다고 애들한테……
박유민은 눈을 감았다.
조금 더 있으면 귀에서 피가 흘러 내릴 것 같았다.
‘잔소리만 조금 적으시면 참 좋을텐데.’
나이가 드셔서 걱정이 많아지신 건지, 아니면 천성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주영기의 할머니는 살 아 있는 잔소리 제조기였다. 그 주 영기조차 감히 반항할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박유민은 아이들을데리러 방으로
향했다.
‘통화가 안 된다고?’
별일이야 없을 것이다.
그의 친구가 누군가. 강진호다. 탱크가 깔아뭉개도 멀쩡하게 걸어 나올 사람이 그의 친구가 아닌가.
‘무사히 돌아와라.’
“뭣허고 있어. 얼른 애들 씻기지 않고!”
“예, 할머니!”
박유민이 후다닥 방으로 뛰어 들 어갔다.
바닥에 머리를 처박은 괴인은 격 동에 찬 둣 한동안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미미하게 떨리고 있는 등이 그가 지금 얼마나 깊은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 았다.
“ 일어나라.”
강진호의 나직한 목소리에 괴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마존의 후예를 뵙습니다.”
강진호는 헛웃음을 흘렸다.
‘후예라……
하기야 괴인의 입장으로 본다면 그가 마존 본인이라는 것은 결코 짐 작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조금은 뜬구름을 잡는 듯한 질문 이었다. 하지만 괴인은 강진호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설명을 했다.
“마, 마존의 수라기는 명교의 모 든 무학을 제압한다고 들었습니다. 마존과 손을 섞는 순간, 제 공력이 홑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히 마존을 알아보지 못하고 손을 섞고 나서야 그 존엄을 인지한 저를 벌해 주소서.”
“되었다.”
강진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모양이군.’
몰골을 보아하니 거의 산에서 살 다시피 한 모양이었다. 무엇이 이 사내를 이곳에 이리 묶어두고 있었 단 말인가.
“들어야 할 말은 많지만, 그건 조 금 나중에 해야겠군.”
강진호는 괴인에게서 시선을 떼고 동굴을 바라보았다.
동굴 안에서 무언가가 그를 부르 고 있었다.
“다녀오마.”
강진호가 동굴을 향해 몸을 돌리 자 괴인이 다시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강진호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동굴 안으로 몸을 옮겼다. 묘한 긴 장감과 흥분이 찾아오고 있었다.
‘나를 부른다고?’
강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현세로 돌아온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두근거림이었다.
어둡고 좁은 입구를 지나자 확 트 인 내부가 나왔다.
‘ 천마동.’
이곳은 과거 천마동이라 불렸다.
마교의 교주만이 드나들 수 있던 금역.
지금 그가 서 있는 곳은 다른 이 들도 들어올 수 있는 곳이지만, 이 뒤의 구역은 수라기를 몸에 담은 교 주가 아닌 이상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멀지 않군.’
그를 부르는 것은 깊숙한 금역 안 이 아니라 꽤나가까운 곳에 있는 듯했다.
강진호는 천천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런 후, 발견한 것은 거대한 제 단.
그 제단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본 강진호의 눈이 천천히가라앉았다.
두 자루의 검.
똑같이 생긴 쌍둥이 검의 끝에 고 색창연한 흥실과 청실로 서로를 구 분하게 만들어놓은 검.
“청루와 적루인가.”
강진호는 천천히 손을 뻗어 두 검을 잡았다.
눈을 감으니 스쳐 지나가는 것 같 다, 이 검과 함께 싸워왔던 나날들 이.
그리고 이제…….
“다시 시작이겠지.”
그날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싸우고 또 싸웠던 전투의 나날은 앞으로도 이어지는 것이다.
운명 같은 예감이 강진호의가슴을 타고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