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50)
마존현세강림기-1652화(1649/2125)
마존현세강림기 67권 (9화)
2장 돌입하다 (4)
콰아아아아아아아 !
현실은 언제나 상상 이상이라는 말이 있던가.
이현수는 그 말의 의미를 뼈저리 게 실감하는 중이었다.
‘미치겠네, 진짜!’
귀가 찢어질 것 같다.
제트엔진에서 뿜어지는 소음은 이 현수의 상상을 아득하게 벗어났다. 금방이라도 고막을 터뜨려 버릴 것 같은 굉음이 귀를 때리고 또 때렸 다.
어디 그것뿐이랴.
얼굴로 날아드는 공기는 금방이라 도 피부를 찢을 듯하고, 차갑기 짝 이 없는 공기가 태풍처럼 스쳐 지나 가다 보니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졌 다.
“우우욱!”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터질 것 만 같다.
‘내가 미쳤지.’
새삼 비행기는 매달리는 게 아니 라 타는 것이라는 걸 실감한 이현수 가 슬쩍 아래를 내려다봤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구름뿐이 다.
새하얀 구름이 끝없이 펼쳐져 있 고, 이현수는 그 위를 날고 있었다. 이쯤 되니 현실감이 들래야 들 수가 없다.
‘아니지. 현실감을 놓으면 안 되 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생각보다 산
소가 부족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숨까지 막혔으면 중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발작을 일으켰을지 도 모른다.
아, 그전에 질식사하려나?
여하튼 지금…….
그 순간, 이현수의 코를 통해 매 캐한 향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고 개를 번쩍 든 이현수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런 상황에서 담배가 피워집니 까, 담배가!”
“웅?”
이현수와 연결된 와이어로프를 한
손으로 잡고 있던 강진호가 다른 손 으로 담배를 들고는 고개를 슬쩍 돌 려 이현수를 바라봤다.
‘저게 왜 안 꺼지냐고!’
이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담배를 피워 대는 저 양반을 욕해야 할지, 아니면 이 강풍 속에서도 태연하게 연기를 뿜어내는 저 담배를 욕해야 할지.
‘뭐든 간에 상식적이지가 않잖아!’ 강진호가 이현수의 몰골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러다 죽겠는데?”
“그래서 제가 안 오겠다고 했잖습
니까!”
이건 농담이 아니었다.
이현수의 얼굴을 이미 하얗게 질 리고, 입술은 이미 검붉게 물든 뒤 였다. 빠르게 찾아오는 저체온증이 이현수의 체력을 순식간에 앗아가고 있었다.
“두, 두 시간은 더 가야 하는데, 벌써 이러면……
강진호가 이현수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저 양반은 진짜 아무렇지도 않 나?’
이현수는 당장 목숨을 걱정해야
할 판인데, 강진호는 어디 산책이라 도 나온 듯한 얼굴이었다. 한 손으 로 로프를 잡고 담배를 피우는 꼴 이, 말년 병장이 뒤에서 담배를 피 우며 작업하는 후임들을 지켜보는 모양새 같았다.
“어떻게 좀 해주십시오!”
“뭘 어떻게?”
“지, 진짜 죽는다니까요! 살려주 십쇼.”
그제야 강진호가 피식 웃더니 가 볍게 손을 휘둘렀다.
‘아!’
그와 동시에 몰아치던 강풍이 이
현수를 비껴 나갔다. 정확하게 말하 면, 강진호의 앞쪽에서 공기가 갈라 지며 이현수에게까지 닿지 못하게 되었다.
“후우우우.”
이현수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온도가 낮은 건 여전하지만, 바람 이 없는 것만으로도 몇 배는 편해졌 다. 에어컨을 튼 것과 에어컨과 서 큘레이터 강풍을 동시에 돌리는 차 이랄까?
바람이 몰려오지 않으니 숨 쉬는 것도 한결 편해진 느낌이다. 그제야 이현수가 상황을 돌아보기 시작했
다.
“어디쯤 온 거지?”
“……아마 지금이면 러시아 상공 일 겁니다.”
새삼 이현수가 자신이 처한 상황 에 헛웃음을 흘렸다.
러시아 전투기에 매달려 러시아 상공을 통과한다니. 이게 상식적으 로 말이 되는 소린가.
‘러시아 전투기고 나발이고, 일단 매달려 가는 것부터 사람 할 짓은 아니지.’
본인이 하는 일이 아니라고 대충 생각했다가, 본인이 그 덤터기를 다
뒤집어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래 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했 던가.
“다른 이사님들은 괜찮으시겠죠?”
“네가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은 데?”
이현수가 고개를 돌려 저 멀리 보이는 다른 전투기들을 바라봤다.
편대 비행을 하면 레이더에 포착 될 확률이 높아지기에 최대한 거리 를 두고 있다. 다만, 육안으로는 식 별할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여 흩어 지는 것을 방지하는 중이다.
‘일단 중국 상공까지 안전하게 진
입하는 게 먼저다.’
최고의 상황은 이대로 별문제 없 이 중국에 진입해서 모두가 한 곳에 모이는 것. 차악은 전투기에서 이탈 하는 것까지는 성공하고 착륙 지점 을 잘못 잡아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 다.
그리고 최악은?
‘뭐긴 뭐야, 공중전이 벌어지는 거지.’
중국에서 이 상황을 민감하게 받 아들여 전투기를 띄워 버리면, 그때 는 난리가 난다.
뭐?
아무리 중국이라도 설마 그렇게까 지 하겠냐고?
‘당장 얼마 전에 우리나라도 러시 아 전투기에 사격을 했는데!’
중국이라고 못할 게 뭔가.
언제나 최악의 상황은 고려를 해 야 하는 법이다. 부디 그런 일이 벌 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만.
다만, 문제는…….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
귀를 찢는 소음과 위쪽에서 느껴 지는 제트엔진의 열기 때문에 제대 로 된 생각이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
랄까?
기이한 일이다.
분명 위쪽에서 막대한 열기가 쏟 아지고 있는데, 몸에는 한기가 든다. 감기몸살을 강제로 체험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디까지 왔지?”
“몽골 상공까지는 왔을 겁니다!”
“ 빠르군.”
당연히 빠르죠. 세상에서 제일 빠 른 탈것인데.
강진호가 담배꽁초를 집어 던지고 는 새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아마 저 담배꽁초가 사람 주변에라도 떨어진
다면,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아무것도 없는 몽골의 초원 상공 에서 떨어지는 담배꽁초라니. 하늘 위에서 신이 담배를 피우고는 꽁초 를 던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손가락을 비벼 담배에 불을 붙인 강진호가 가라앉은 눈으로 발아래 펼쳐진 구름을 바라봤다.
“낮에 왔으면 좋았겠군.”
“지금 그런 생각이 드십니까?”
“……아닌가?”
“동감은 동감인데……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고 아래를 바라봤다. 새하얀 구름이 끝없이 펼
쳐져 있다. 낮에 이 모습을 보았다 면 아마 끝내줬겠지. 하지만 어둠 때문에 검게 물든 구름은 아름답다 기보다는 우울한 느낌마저 주고 있 었다.
마치 지금부터 그들이 겪어야 할 상황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걸 말 해주듯이 말이다.
이현수가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 키자, 강진호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어깨에 힘 빼.”
“……이 상황에서요?”
“이럴 때일수록 긴장해서는 안 된 다.”
“그러니까 이 상황에서요?”
“내가 긴장하면……
“이 상황에서 말이죠?”
강진호의 눈가가 살짝 경련을 일 으켰다. 하지만 이현수는 쫄기는커 녕 대놓고 배를 째라는 듯 허리를 젖혔다.
“패십시오! 뭐, 지금 제가 눈에 뵈는 게 있겠습니까! 사람 전투기에 매달고 끌고 가면서 패기까지 하시 려고요?”
“……긴장은 풀린 것 같군.”
그래. 풀렸다, 이 양반아.
이현수의 눈이 돌아가는 것을 본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네가 매달려 오자고 했잖아.”
“제가 갈 줄 알았습니까?”
“ 인성••••••
“끄으으응.”
이현수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하지만 농담을 하고 대화를 나누 어도 긴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빨리 이동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들 이 가는 곳이 반쯤 사지(死地)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지옥행 특급열차도 아니고, 지옥 행 특급 전투기네.’
아주 시원하고 좋네, 아주.
“회주님, 저기!”
요 Q.99
M…•
이현수의 말에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끝없이 펼쳐진 것 같던 구 름의 바다가 그 끝을 보이고 있었 다. 전투기가 순식간에 구름의 바다 를 벗어난다.
그러자 저 아래로 보기만 해도 속이 탁 트이는 드넓은 초원이 펼쳐 져 있었다.
“……관광 코스로 개발해도 좋겠 는데?”
“네. 관광 끝나면 인생도 끝나겠
죠. 제발 말이 되는 소리를 좀……. 아아아아아아악 ! 잘못했습니다 !” 투덜거리는 이현수의 말을 들은 강진호가 자신의 앞에 펼쳐 놓은 기 막을 해제했다. 그러자 가공할 돌풍 이 이현수의 몸을 미친 듯이 때리기 시작했다.
“살려주십쇼!”
“쯧.”
강진호가 다시 기막을 펼쳤다. 바 람이 잦아들자 이현수가 깊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 곧 중국의 국경으로 돌입할 겁니다. 별문제가 없었으면 좋겠는
데……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러면 좋겠지만, 세상일이라는 건 언제나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흐르 기 마련이지.”
“……말이 씨가 됩니다.”
“홈.”
강진호가 아래쪽에 펼쳐진 초원을 보며 미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지금 바토르는 감회가 새롭겠는 걸?”
“네. 바토르 님을 매달고 가는 전 투기 조종사도 감회가 새롭겠죠.”
“거의 코끼리를 매달고 가는 기분 일 테니까요.”
“그렇게까지야……
“그럼 불곰 정도로 정정하겠습니 다.”
그 표현만큼은 강진호도 딴지를 걸지 못했다.
여하튼.
자신이 살던 초원을 이 높은 하 늘에서 내려다보는 건 아마 쉽사리 할 수 없는 경험일 것이다. 바토르 는 특히나 감회가 다르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감회를 감 상할 시간은 그리 오래 주어지지 않
았다.
초원도 순식간에 그들의 눈앞에서 사라져 간다. 그러고는 메말랐다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황량한 대지가 그들을 반기기 시작했다.
“국경 돌파했습니다!”
이 목소리가 들릴지는 의문이지 만, 이현수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 대한의 크기로 소리를 질렀다.
“이십 분 내로 목적지에 도착합니 다! 신호가 오면 바로 이탈해야 합 니다! 일 분 차이로 몇 십 킬로의 거리가 벌어집니다!”
이미 숙지를 시킨 사안이지만, 이
현수는 다시 한 번 목청을 돋웠다.
혹여나 누구 하나 이탈이 더뎌져 몇 십 킬로 밖에 떨어진다면, 그는 창왕의 수하들이 개 떼처럼 몰려 있 는 적진에 흘로 고립되게 된다. 강 진호가 아닌 이상 그곳에서 살아남 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 다.
‘빌어먹을, 내가 세웠지만 정말 개 같은 계획이군.’
그리고 개 같은 건 계획만이 아 니었다.
“온다!”
“예?”
이현수가 눈을 크게 떴다.
온다고?
뭐가?
그 순간, 이현수의 눈에도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 하늘.
어둠으로 뒤덮인 밤하늘 속에서 뭔가 미약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하나도 아니고 여럿.
아니, 여럿이 아니라 수십이다.
“이 개새끼들!”
이현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국경을 통과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투기들이 몰려온다. 이건 어
디선가 정보가 샜다고밖에 볼 수 없 는 일이었다.
“대체 어디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러시아겠 지.”
“아!”
이현수가 이를 악물었다.
한국은 이미 한 번 중국의 정보 를 차단한 전력이 있고, 미국은 중 국의 잠재적 적국이다. 그렇다면 남 은 것은 러시아밖에 없다.
아무리 미군 측의 요청을 수락했 다고는 하지만 러시아의 군부 내에 도 당연히 친중파는 있을 테니까.
‘후우, 진정하자.’
이현수가 깊이 숨을 내쉬었다.
전투기가 출격했다고는 하지만, 꼭 교전이 벌어진다고는 할 수 없 다. 자국의 상공을 침범한 타국의 전투기를 발견하면 대응 전력을 출 격시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렇게 위협을 통해 적기를 영토 밖으로 밀어내는 법이다.
‘저 많은 수가 동시에 사격을 해 대면 전투기가 추락할 수도 있다. 아무리 중국 놈들이 생각이 없다지 만,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 거기까지 가지는 않겠지!’
이현수가 인생 처음으로 중국이라 는 국가에 무한한 신뢰를 품는 순간 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신뢰는 순식간에 박살이 났다.
순간 날아드는 전투기의 편대에서 미약한 불꽃들이 인다 싶더니, 뭔가 가 가공할 속도로 이현수가 매달린 전투기 주변을 스쳐 지나갔다.
투투투투투!
소리는 오히려 나중에 도착했다.
그와 동시에 그가 매달린 비행기 의 동체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한다.
“30mm 기관포?”
사격을 한다고?
머리가 채 정리되기도 전에 더 많 은 기관포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패애애애행!
미처 인식도 하기 전에 이현수의 얼굴 옆으로 총탄이 스쳐 지나간다.
맞지도 않았는데 풍압만으로 피부 가 찢어지며 피가 방울방울 허공으 로 날리기 시작했다. 이현수가 두 눈을 부릅뜨고 전투기들을 바라보다 가 발작적으로 소리를 질러 댔다.
“이 미친 짱깨 새끼들아! 다 처 돌았냐아아아아아아아 ! ”
중국을 믿은 게 실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