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54)
마존현세강림기-1656화(1653/2125)
마존현세강림기 67권 (13화)
3장 전진하다 (3)
“피, 피해!”
“아아아아아아아악!”
“사, 살려……
창왕의 수하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날렸다.
무인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꼴사납게 넘어져 바닥을 뒹구는 이
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하지만 이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죽음 앞에 담담할 수 있는 사람 이 누가 있겠는가. 설사 죽음을 두 려워하지 않는 이라고 해도 다가오 는 죽음을 피할 수 있다면 누구도 달아나기를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보라.
그들의 앞에 말 그대로 선명한 죽음이 일렁이듯 움직이고 있었다.
콰드득.
나뭇가지가 가득한 바닥을 시커먼 마기로 둘러싸인 발이 짓밟는다.
주위에 내린 어둠보다 더 짙은
어둠을 둘러싼 강진호가 결코 빠르 지 않은 걸음으로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이들이 공포에 질 린 눈으로 비명을 지르며 달아난다.
“아•••••• 아아••••••
그리고 미처 다리가 풀려 달아나 지 못한 이들은 누구나가 예상할 수 있는, 빤한 결말을 맞이했다.
우드득.
목이 부러진 무인이 길게 혀를 빼물고는 축 늘어졌다. 강진호가 죽 은 무인의 목에서 손을 떼고는 무심 하게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이현수의 머리털이 곤두섰다.
이현수가 고개를 살짝 내려 자신 의 손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식은땀 이 축축할 정도로 배어나 있다.
수도 없이 본 모습이다. 이제는 보지 않고 그림을 그리라 해도 저 모습을 거의 그대로 묘사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저 모습에서 느껴지는 공포심은 처음부터 지금까 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강진호와 한편인 이현수도 오금이 저릴 정도의 공포심을 느끼는데, 그
반대편에서 강진호를 상대하고 있는 저들이 느낄 공포심이야 오죽하겠는 가.
그렇기에 이현수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창왕계의 무사들을 비웃을 수가 없었다.
‘저건 안 겪어보면 절대 알 수 없 어.’
이현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가 적으로서 강진호를 제대로 대면한 바로 그 순간을.
이제는 그가 무슨 짓을 저질러도 강진호가 그를 죽이지 않을 거라는 완벽한 신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
구하고, 때때로 이현수는 강진호의 뒷모습에서 섬뜩함을 느끼고는 했 다.
기억을 넘어 영혼에 박힐 만한 공포.
그걸 처음 겪는 사람에게 버텨내 라 말하는 건 폭력에 가깝다.
“……빌어먹을.”
더 이상한 건 이사들의 반응이었 다.
바토르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 다. 장민은 거의 격동하여 제정신이 아니고, 위긴스조차 어찌할 바를 몰 라 하며 식은땀을 홀려 대고 있었
다.
“저거, 숫제……
그나마 가장 평온을 유지하고 있 는 사람이 방진훈이다. 하지만 그 방진훈조차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걸 보면, 이현수보다는 큰 충격을 느끼는 것 같아 보얐다.
다시 말하자면…….
‘무력이 높은 순서대로 더 큰 충 격을 받고 있다는 건가?’
바토르와 장민이 가장 큰 반웅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그 생각이 크게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사람인가?”
바토르의 입에서 신음 같은 목소 리가 새어 나왔다.
그의 떨리는 눈이 강진호의 뒷모 습을 쫓는다.
‘강해졌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 만……
그도 어디에서 빠지지 않는 무인. 최근 강진호의 기세가 점차 과거와 는 다르게 부드러워진다는 것을 느 끼고 있었다.
언뜻 날카롭던 기세가 무뎌진다는 말은 실력이 퇴보하고 있다는 말처 럼 느껴지지만, 그건 일반적인 경우. 강진호처럼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
버린 무인에게는 그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영감.”
“말해라.”
“주인은 탈마(脫魔)의 경지에 접 어든 것이 아니었던가?”
“맞다.”
탈마.
마인이 스스로를 옥죄는 마성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 마성을 지배하는 경지.
도인에게 등선이 있고, 불자들에 게 해탈이 있다면, 마인들에게는 탈 마가 있다고 할 만큼 전설처럼 내려
오는 궁극의 단계였다.
“그런데 저건 어떻게 된 거냐? 예전보다 오히려 심해졌는데?”
“무슨 말이냐?”
“왜 더 마성이 짙어졌느냐는 말이 다. 빌어먹을, 살을 찔러오는 마기 때문에 몸이 뻣뻣해질 지경이다.”
장민이 고개를 슬쩍 돌려 바토르 를 바라보았다.
평소의 그였다면 혀를 차며 면박 을 주었겠지만, 지금의 장민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 역시 강진호에게 서 전해지는 마기 때문에 몸이 저려 오고 있기 때문이다.
“멍청한 소리 지껄이지 마라.”
“……무슨 뜻이냐?”
“우화등선을 한 도인은 도에서 벗 어나더냐? 해탈한 승려는 무로 돌아 가더냐?”
“등선한 도인은 신선이
되는 법이
고, 해탈한 숭려는 부처가 되는
법
이다. 그럼 탈마에 이른
마인은
무
엇이 되겠느냐?”
“……진짜 아수라라도
된다는
건
가?”
“모른다.”
바토르가 고개를 돌려
장민을
바
라보았다. 하지만 장민은 그런 장난 에 어울려 줄 상황이 아니라는 듯 빠르게 말을 이었다.
“당연히 알 수 없지. 지금까지 마 인이 완전한 탈마를 이룬 경우가 존 재하지 않으니까. 마인의 조사라 불 리는 천마조차도 완전한 탈마에는 이르지 못했다.”
“……주인 이후로도 없었는가?”
“멍청한 놈. 천시적종(天始赤終) 을 잊었더냐! 마존께서 승하하신 이 후로 마도는 지리멸렬했다. 진흙 속 에서 꽃이 핀다는 말을 하는 놈들은 입을 찢어버려야 한다. 꽃이야 피겠
지. 그런데 그 꽃이 좋은 땅에서 난 꽃을 따를 수 있겠느냐?”
장민이 더없이 심각한 어조로 말 했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마존께서는 세상 그 누구도 이르지 못한 전입미 답의 경지를 밟고 계신다는 뜻이다. 저 뒤에 뭐가 있는지, 어째서 저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누가 알겠느냐.”
“그거, 그냥 영감도 모른다는 소 리 아냐?”
“그냥 모른다고 하면 되지, 뭔 말 을 그리 길게 해?”
바토르가 살짝 짜증이 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물론 장민의 말이 어이없기는 하 지만, 그가 짜증을 내는 이유는 장 민의 말 때문이 아니었다.
‘이제는 조금 따라잡았다고 생각 했는데……
그런데 막상 확인해 보니 따라잡 기는커녕 차이가 더 벌어졌다. 확인 할 때마다 차이가 벌어지는 것을 느 끼다 보니, 이제는 화도 나지 않는 다.
“대체 얼마나 더 강해질 생각이
지?”
“살아 있는 한은 계속 강해지시겠
지.”
장민이 격동에 찬 눈으로 말했다.
“이대로라면 마도천하도 꿈이 아 니다. 천하가 모두 마존의 발아래에 조아릴……
“진정하십시오, 장로님.”
위긴스가 쓴웃음을 머금으며 장민 을 만류했다.
강진호 본인이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데 헛꿈을 꾸어 무엇 하겠는가. 밑에 사람이 더 모이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강진호가 자신의 힘을 활용해 더 많은 것을 해볼 것이라고 는 전혀 생각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건 삼왕을 넘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긴장을 풀지 마십시 오. 로드께서 더없이 강한 것은 분 명한 사실이지만, 우리는 홍왕이 그 렇게 당할 것이라고도 예상하지 못 했습니다.”
“ 으음••••••
장민조차 그 말에는 반박할 수 없는지 깊은 침음을 흘렸다.
“창왕과 흑왕의 힘은 미지수입니
다. 그 힘을 가늠하기 위해서라도 홍왕을 구해 상황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일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합니다.”
“알고 있네.”
장민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 였다.
“한시가 급합니다.”
“알고 있네.”
“지금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자네, 뭐 하는 건가?”
장민이 고개를 갸웃하고는 위긴스 를 돌아보았다. 왜 했던 말을 계속 또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다.
시선이 마주치자 위긴스가 멋쩍은 미소를 짓더니, 슬쩍 장민의 눈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빨리 좀 가자고……
장민의 시선이 다시 앞으로 돌아 갔다.
저벅.
저벅.
평범한 사람이 걷는 것과 별 차 이가 없는 속도로 강진호가 장자커 우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어…….
물론 적들은 그 모습을 보며 모 두 달아나고 있으니 딱히 문제될 건 없지만.
‘거북이가 기어가는 것 같군.’
그들이 길을 열 때보다 속도가 몇 배는 더 늦어졌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직접 말하면 되지 않는가, 빨리 좀 가자고.”
“저기다가요?”
위긴스가 진저리를 치며 말했다. “저는 목숨이 아까운 사람이라 그
런 말 못합니다. 솔직히 옆에 다가 가기도 싫습니다.”
“……나는 목숨이 두 갠가?”
“그래도 장로님을 죽이기야 하겠 습니까?”
장민이 슬쩍 고개를 돌려 바토르 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바토르도 슬 쩍 턱짓을 해 장민을 재촉했다.
“가.”
“야, 이놈들아! 노인을 부려 먹……
“이럴 때만 노인이지. 그리고 살 만큼 살았으니 죽어도 영감이 먼저
죽어야지.”
뭔가 할 말이 없어진 장민이 떨 리는 눈으로 강진호의 뒷모습을 바 라보았다.
아름답다.
마인인 그에게 있어서 저 모습은 정말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인 모습 이었다.
다만…….
‘솔직히 겁은 좀 나는군.’
타르처럼 짙은 마기가 마치 지옥 의 화염처럼 불타오르고 있었다. 지 옥의 아수라가 현세에 강림한다고
해도 저런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저 모습이 신성의 발현과도 같은 모습이라 해도 그 공 포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되레 마기에 종속되어 있는 그에게 있어 서는 다른 이들 이상의 공포를 느끼 게 되는 광경인 것이다.
“빨리 가라, 영감. 해 뜨겠다.”
“끄으으으응.”
장민이 앓는 소리를 내고는 슬쩍 주위를 돌아보았다.
“아니, 그런데 내가 굳이……
“마존에 대한 충성심으로는 이곳의 누구도 감히 장로님의 발끝도 따라오
지 못한다고 하신 분이 누구십니까?”
“이리 늦게 가다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습니다. 그 충성심을 지금 증명하시죠.”
“간다, 가! 이 망할 것들아!” 장민이 소리를 버럭 지르고는 터 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이현수가 뒤에서 그 광경을 바라 보다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개판이네.’
총회의 이사라는 양반들이 옹기종 기 모여서 참 잘하는 짓이다, 아주.
떨떠름한 표정으로 장민이 강진호
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강진호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의 발걸 음이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꿀꺽.
마침내 강진호의 지척까지 도달한 장민이 그 자리에 넙죽 엎드렸다.
“마존이시여! 감히 미천한 속하가 마존께 드릴 말씀이 있나이다. 저 간악한 적들의 마수가 언제 홍왕에 게 닿을지 모르는 바, 이 미천한 놈 의 소견으로는 조금은 더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슬쩍 고개를 든 장민이 몸을 부
르르 떨었다.
검디검은 마기 속에서 보기만 해 도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은 섬뜩한 핏빛 안광이 뿜어져 나온다. 과거보 다 더욱 짙어진 붉은 눈이 장민의 영혼을 꿰뚫었다.
“아•••••• 아아••••••
뒷모습을 지켜볼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공포가 장민을 짓눌렀다.
“마, 마존.”
그 순간.
“빨리 가라고?”
“••••••네?”
그 겉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태연
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빨리 가라며?”
“아…… 예. 그렇죠, 마존이시여.”
“가자, 그럼.”
강진호가 뒤쪽을 보며 손짓했다.
“빨리 가자. 늦었다는군.”
강진호의 마기에 짓눌려 있던 이 들이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신은 말짱한 것 같은데?”
“그러게요.” 거, 묘하네. 정말 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