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55)
마존현세강림기-1657화(1654/2125)
마존현세강림기 67권 (14화)
3장 전진하다 (4)
강진호가 드러난 평지를 보며 낮 게 숨을 토해냈다.
머릿속이 선명하다.
마기를 일으킬 때마다 느껴지는 충동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물론 이게 좋은 변화인지 나쁜 변화인지 는 지금 시점에서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마기의 충동에 이성을 잃어버리는 문제는 분명 존재했지만, 전투에 있 어서 강진호가 그 광기로부터 얻던 이득도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 까.
“이제 저기로 가면 되나?”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이현수가 어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 회주님.”
“웅?”
“그,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씀을 드리기가 좀 애매하긴 한데……
“뭐‘?”
이현수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그 목소리를 바꾸시든지, 아니면 그 마기 좀 푸시든지 둘 중 하나는 해주십시오. 너무 어색해서 기분이 이상합니다.”
강진호가 몸을 두르고 있던 마기 를 몸 안으로 회수했다. 그러자 이 현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짜 이래도 되는 걸까?’
이사들을 모조리 끌고 중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위험한 일
을 하고 있다. 당연히 시작부터 끝 까지 심장이 조여오는 전투가 이어 질 거라 생각했는데…….
“뭔가 여러모로 태클이 들어오 네.”
“응?”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이현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보다……
그의 눈에 한동안 이어진 녹지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도시가 들어 왔다.
“저기에 홍왕이 있다는거군요.” 위긴스가 그의 말을 거들었다.
“그리고 창왕과 창왕의 정예도 저 곳에 있겠지.”
“그쯤 되면 마굴이라고 봐야 하는 데……
평화로워 보이기만 하는 저 도시 안에 세상을 뒤흔들 힘을 가진 이들 이 둘이나 있다.
이현수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회주님, 한 가지 짚고 넘어가겠 습니다.”
“말해.”
“창왕은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이 없습니다.”
강진호가 두 눈에 이채를 띠고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현수가 설명을 이어갔 다.
“창왕이 정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홍왕을 잡아 죽일 생각이었다면, 저 작은 도시 하나를 내버려 두지는 않 았을 겁니다. 훗날 문제가 생기더라 도 쥐 잡듯이 뒤져 어떻게든 홍왕을 찾아냈겠죠.”
맞는 말이다.
입장을 바꿔 강진호가 한국의 소 도시에 잠입한 홍왕을 찾아내는 상 황이었다면 정부와 협의해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한이 있었더라도 도시 자체를 뒤엎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 이상의 권력을 휘 두를 수 있는 창왕이 저 도시를 그 냥 내버려 두고 있다.
“ 이유는?”
“제 생각에는 생각 이상으로 부담 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음?”
“아무리 도시는 피했다고 하지만, 창왕과 홍왕은 지금까지 중국 전역 에서 전쟁을 벌여왔습니다. 그걸 무 마하는 데는 어마어마한 정치력이 들어갑니다. 매수한 정부 인사들을
총동원하고 군에도 영향력을 끼쳐야 합니다.”
위긴스가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 프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토할 것 같군.”
“예. 부담이 장난이 아니겠죠. 그 런데 그 일련의 와중에서 도시까지 건드린다면, 정말 정부 측과 완전히 돌아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흑왕이 없다면 감히 정부 가 창왕을 어찌하지 못하겠지만, 창 왕에 불만을 품은 정부가 혹왕 쪽으 로 완전히 돌아서 버릴 가능성도 있 습니다.”
“복잡하군.”
“정치란 그런 것이죠.”
강진호가 헛웃음을 홀렸다.
중국 전역에서 전쟁을 벌여온 이 들이 그 전쟁을 끝낼 기회를 얻었는 데 마지막 순간에 주춤거린다?
강진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무리를 짓지 못하면 이겨도 이 긴 게 아니다. 이대로 홍왕이 탈출 을 하게 된다면 기껏 얻어낸 승리가 없던 것이 되어버리지 않는가.
“……그럴 놈은 아니겠지.”
“ 예?”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짐승을 사냥하는 방법 중에
강진호가 입을 열자 이사들이 그 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상처 입은 짐승을 우리에 가둬두 는 방법이 있지.”
“……우리에 가둔다고요? 왜?” 바토르가 피식 웃었다.
“상처 입은 늑대를 묶어두면 무리 가 구하러 오거든.”
이현수의 얼굴이 살짝 하얗게 질 렸다.
“함정이라는 겁니까?”
“모르지. 그럴 수도 있다는 뜻이 야.”
“하지만 저들은 우리가 오는 걸 모르고 있었을 텐데요. 그전부터 굳 이 홍왕을……
“우리가 아닐 수도 있지.”
이번에는 위긴스가 첨언했다.
“누구든 좋은 거야. 홍왕계의 정 예들이 홍왕을 구출하기 위해서 다 시 달려들 수도 있고, 누구든 간에 동원할 수 있는 최대의 전력이 몰려 들겠지. 그들만 잡아 죽여도 홍왕계 를 흡수하는 게 훨씬 편해질 테니
까. 머리를 잃은 몸뚱아리가 뭘 하 겠는가.”
이현수가 선연한 눈으로 장자커우 를 바라보았다.
이 예상이 맞다면, 저 도시 자체 가 홍왕을 구하려는 이들을 끌어들 이는 거대한 함정이라고 봐야 했다.
“하지만 홍왕을 미끼로 활용할 담 량이 있겠습니까? 그러다 홍왕이 달 아나기라도 하면……
“잊지 마.”
강진호가 낮게 말했다.
“창왕이라는 놈에게는 상식이 통 하지 않아.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
는 부분을 조심해야 돼.”
이현수가 입을 닫았다.
이건 정말 완벽하게 공감할 수밖 에 없는 말이다. 사실 따져 보면 지 금 이런 일이 벌어진 것도 그 창왕 이라는 놈이 말 그대로 미쳐 날뛴 덕분 아닌가.
‘함정이라고?’
이현수의 등골이 차가워지기 시작 했다.
만약 저기가 창왕이 홍왕이라는 거대한 미끼로 만들어낸 함정이라 면, 그 함정은 지독할 것이 분명하 다. 미끼가 클수록 더 거대한 것을
낚으려 하는 법이니까.
“그럼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는.”
강진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주 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찰칵.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인 강진 호가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함정이라 해서 들어가지 않을 거 라면 여기까지 온 이유가 없지. 차 이커창과는 연락이 되나?”
“여전히 안 됩니다.”
“그렇겠지.”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럼 어디 가보자고. 그 창왕인 가 하는 망할 놈이 우릴 위해 뭘 준비해 뒀을지.”
차이커창이 옆구리를 부여잡았다.
‘빌어먹을.’
길게 베인 상처가 제대로 아물지 않는다. 아니, 아문다고 해도 문제 다. 아무리 그가 무인이라고 해도 감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 다.
청결과는 거리가 먼 이 환경은
그의 체력을 조금씩 앗아가고 있었 다.
하지만 지금 그의 관심사는 몸 따위가 아니었다.
그가 시선을 돌려 그의 앞쪽에 앉아 있는 홍왕을 바라보았다.
“홍왕이시여……
차이커창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 다.
겉으로 보기에 홍왕은 큰 상처가 없었다. 아니, 그만한 상처만 해도 평범한 사람은 열 번을 죽어도 이상 하지 않을 터였다.
배에 크게 뚫린 구멍은 물론이고,
육체를 종횡한 긴 자상들에서 흘러 나온 피만으로도 쇼크사했을 테니 까.
하지만 그 상처를 입은 이가 홍 왕임을 감안하면, 이 정도 상처는 오히려 대수롭지 않다. 문제가 되는 것은 홍왕이 입은 깊은 내상이었다.
무인에게 있어서 기운이 뒤흔들린 다는 것은 육체가 상하는 것 이상으 로 위험한 일이다. 스스로가 쌓은 내력이 일순 자신의 몸을 공격해 버 릴 수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이만한 시간이 지났음에 도 저 홍왕이 한낱 피육의 상처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주십 시오.”
차이커창이 몸을 숙였다.
그 모습을 보며 홍왕이 가만히 눈을 떴다.
항상 정광이 홀러넘치던 그의 눈 이 조금 흐려져 있는 것 같았다.
“차이커창.”
“예, 홍왕이시여.”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너 혼 자라도 몸을 빼내라.”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차이커창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내 육체는 지금도 쇠락하고 있다. 창왕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 르겠지만, 도무지 기운을 모을 수가 없다. 몸 안에 독이 스며든 것처럼 조금씩 약해져만 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곳을 빠져나간다고 해도 과거의 나를 되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그렇다면 너라도 빠져 나가야 한다. 너와 내가 동시에 죽 는다면, 홍왕계는 지리멸렬하고 말 것이다.”
“그건 틀린 말씀이십니다.”
“……내가 틀렸다?”
“예.”
차이커창이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오로지 홍왕이 계시기에 능 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홍왕이 없으면 주둥아리만 남은 책 상물림에 지나지 않습니다. 홍왕이 없이는 저도 없습니다.”
홍왕이 입을 닫았다.
“설사 제가 이곳에서 빠져나간다 하더라도 그들을 규합해 창왕과 대 항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현실을 똑 바로 봐주십시오.”
홍왕이 눈을 감았다.
그도 차이커창의 말이 틀리지 않
다는 건 알고 있다. 그렇다 해서 같 이 죽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홍왕의 시선이 슬쩍 위로 향했다.
틀어막힌 구덩이가 보인다.
애초에 건물 안에 숨어 창왕의 이목을 피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다. 그렇기에 그는 바닥을 파내 깊 고 깊은 아래까지 파고들었다. 파낸 바닥을 다시 메워 완전히 외부와 격 리된 곳에 스스로를 가둔 것이다.
힘이 남아 있었다면 이대로 굴을 파고 나가 장자커우를 빠져나가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기력을 보존하 지 못한 지금은 그것도 불가능하다.
그저 이곳에서 죽어갈 수밖에 없다.
차이커창이 슬쩍 휴대폰을 꺼내 보았다.
배터리가 떨어진 휴대폰은 이곳에 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물론 배 터리가 있어도 지하로 100미터는 넘게 파고든 이곳에서 전화가 될 리 는 없겠지만.
“세상을 바로잡겠다던 나의 꿈이 이곳에서 끝날 줄이야.”
“약해지시면 안 됩니다.”
차이커창이 이를 갈았다.
“아직 기회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총회가 올 겁니다. 마왕의 힘을 빌
리면 다시 세상을 도모할 수 있습니 다.”
“그가 나를 구하러 오겠느냐?”
“반드시 옵니다.”
차이커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요.”
홍왕이 헛웃음을 흘렸다.
이대로 죽는 것도, 마왕에게 구함 을 받는 것도 그에게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어떤 선택지도 없었다.
“스스로가 이리 초라하게 느껴지 는 건 처음이로군. 구원을 구하는
주제에 맞으러 나갈 수도 없는 처지 라니. 이대로라면 그가 온다 해도 우리를 발견할 수 없지 않겠느냐.”
“아뇨. 그들이 우릴 발견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그들을 발견할 겁 니다.”
“그건 무슨 소리냐? 여긴……
그 순간이었다.
우르르르르룽!
그들이 파고든 동굴이 갑자기 뒤 혼들리기 시작했다.
‘지진?’
순간, 당혹감을 보인 홍왕의 얼굴 이 삽시간에 굳어갔다.
그와 동시에 차이커창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온 모양입니다.”
홍왕이 차이커창과 뒤흔들리는 위 쪽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헛웃음을 홀리고 말았다.
“정말 여기까지 왔다고? 다름 아 닌 나를 구하러?”
“구함을 받는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웃기는 일이지만……
홍왕이 고개를 내저었다.
“마왕은 정말 제정신이 아니야.
내가 본 놈 중에 제일 미친놈■이로 군.”
“그 말에는 공감합니다.”
말과는 달리 두 사람의 눈에 빛 이 돌아왔다.
“가시죠.”
“그러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