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58)
마존현세강림기-1660화(1657/2125)
마존현세강림기 67권 (17화)
4장 포위되다 (2)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강 진호 씨.”
창왕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상하지.
그 적의 하나 보이지 않는 웃음 이 오히려 더 위험하게 보였다.
이현수는 창왕의 털끝 하나 놓치
지 않겠다는 듯 그의 전신을 똑똑히 그 두 눈에 담았다.
‘모르겠다.’
알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사람의 외양은 그 사 람의 성격을 어느 정도는 담기 마련 이다. 옷차림에서 취향을 알 수 있 고, 표정에서 성격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인간의 겉모습은 그 사람 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 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현수는 창왕의 겉모습에
서 그 어떤 정보도 얻어내지 못했
무기질.
무색무취.
그래, 말하자면 영혼이 없는 인간 같은 느낌이다. 넋이 나갔다는 말이 아니라,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는 의미다.
‘어떻게 저런 인간이 세상에 존재 할 수가 있지?’
이현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현수가 사람을 보면서 자신의 이해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느낌을 받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강진호를 처음 보았을 때.
심지어 홍왕을 봤을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다.
강진호를 처음 보았을 때, 이현수 는 세상을 빨아들이는 무저갱을 보 았다. 하지만 창왕은 그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이질적이고 기묘한…….
마치 검은 하늘에 떠 있는, 푸른 색의 달을 보는 느낌이었다.
창왕이 천천히 주머니에 손을 찔 러 넣었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꺼내 강진호에게 던졌다.
턱.
날아드는 것을 받아 든 강진호가
슬쩍 자신의 손에 들린 물건을 바라 봤다.
“담배를 좋아한다고 해서 피우시 는 것으로 준비해 봤는데, 제대로 골랐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의 바르기 짝이 없는 말투였다.
많은 수하들로 하여금 주변을 포 위하고, 조금 전 이곳을 폭격하라 지시한 이가 저 빌어먹을 놈이 아니 라면 정말 예의가 바르다고 느꼈을 지도 모른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잘 골라왔군.”
창왕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처음 뵙는 분의 취향에 맞는 선 물을 고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 죠. 고가의 선물을 준비할까 하다가 딱히 그런 걸로 기뻐하실 분은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
“마음에 들어.”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강진호가 창왕이 준 담배를 뜯어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튕겨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
낮게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호 가 창왕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선물도 선물이지만, 거창한 환영
인사로군.”
“인사란 받는 사람의 격을 고려하 여 이루어져야 하는 법이지요.”
“내가 올 걸 알고 있었나?”
“당연히 그렇지 않겠습니까?”
창왕이 미소를 지었다.
“홍왕에게 달라붙은 얼간이는 자 신이 꽤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모양 이지만, 그건 근거 없는 자신감에 불과합니다. 사람의 지능이라는 건 끝에 몰렸을 때 증명되는 법이죠. 목숨이 위험할 때 한 방향으로밖에 움직이지 못하는 인간은 머리를 논 할 자격도 없는 겁니다.”
창왕이 살짝 팔을 옆으로 뻗더니, 과장되게 허리를 숙였다.
“그렇기에 저는 당신을 존중합니 다, 마왕이시여. 당신의 행동은 나조 차도 예측하기가 힘드니까요.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저는 감히 당신 을 마주하려 들지 않았을 겁니다.”
“내가 예측이 어렵다고?”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이런 간단한 함정에 걸려든 이에 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조롱이 라면 받아주지.”
“조롱이라……. 그렇게 받아들이 셨다면 죄송합니다. 단 제 의도는
그게 아니라는 건 알아주십시오.”
창왕이 살짝 겸연쩍은 미소를 지 었다.
“빤한 상황을 피하려 하는 이는 오히려 예측하기 쉬운 법입니다. 정 말 예측하기 힘든 이는 빤해 보이다 가 순간적으로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죠. 저는 마왕의 사고를 아직 이해할 수 없습 니다. 제게 있어 당신은 미스터리 같은 존재죠.”
“자기소개는 그쯤이면 됐어.”
강진호가 길게 연기를 뿜어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조롱이 아니라면 우리가 딱히 얼굴 을 맞대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 데?”
“제안을 드리러 왔습니다.”
“제안?”
창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와 저, 그리고 창왕계와 총 회에 대한 제안입니다. 우리 사이에 깊은 오해가 있다는 점을 먼저 설명 드려야 할 것 같군요.”
“오해?”
“예, 오해.”
창왕의 시선이 강진호를 똑바로 웅시했다.
“마왕의 곁에는 제대로 된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없는 모양입니다. 다 들 제멋대로 판단을 내리고, 제멋대 로 상황을 몰고 가는 얼간이들뿐이 지요. 그대의 격에 걸맞지 않게 말 입니다.”
창왕의 시선이 이사들을 한 번 훑고는 이현수에게 고정되었다.
“특히나 제 머리가 뛰어나 모든 것을 계산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이들 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현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날카로운 칼로 폐부를 쑤셔 대는 것 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이현수는
저 말에 단 한마디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렇더군.”
“이해하신 모양이군요.”
“그래. 너를 보고 있으니 알겠군.” 창왕이 살짝 굳은 얼굴로 강진호 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예. 저도 그리 다르지 않겠죠.”
“변죽 울리지 말고 할 말 해봐. 지루해지기 시작했으니까.”
“예, 그렇죠. 제 제안은 아주 간 단합니다. 돌려보내 드리지요.”
“••••••음?”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창왕의 말이 그가 예상한 제안과 너무도 다르다.
“조건은?”
“없습니다.”
천하의 강진호조차 이 상황만큼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웃 했다.
“그 말을 하기 위해 이런 판을 벌 렸다는 건가?”
“예.”
“……미친놈인가.”
“그런 소리를 꽤 듣기는 합니다 만,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과도하게 합리적인 편이죠.”
창왕이 빙그레 웃었다.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는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좋은 관계 가 될 수 있죠.”
“……어째서?”
“말 그대로입니다. 싸울 이유가 없으니까요.”
창왕이 강진호를 똑바로 보며 말 했다.
“저는 당신을 압니다. 마왕이시여, 당신에게는 이 중원을 정복하여 그 명성을 날리고 역사의 지배자가 되 겠다는 의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
니다. 그저 평온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이죠.”
“물론 전투에 집착하는 면이 있지 만, 그 집착을 해소하기 위해 먼저 싸움을 벌이지는 않습니다. 네. 말하 자면 당신은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 말벌 통 같은 존재죠. 건드리지만 않으면 피해가 없는.”
“……비유가 좀 껄끄럽군.”
“적절한 말을 찾아내지 못한 저를 용서하시길.”
창왕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다시 말하자면, 총회는 중원을 정복하려는 의지가 없습니다. 그러 니 당신은 오히려 저와 손을 잡아야 합니다.”
창왕이 강진호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말을 이었다.
“왜냐면 저 역시 한국을 정복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으니까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이현수가 버 럭 소리를 질렀다.
“그 말을 어떻게 믿고?”
창왕이 한심하다는 눈으로 이현수 를 바라보았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그리 어렵지 는 않을 텐데? 입장 바꿔 생각해 보지. 네가 나라면 굳이 한국으로 쳐들어갈 건가?”
이현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라면 그러지 않는다. 절대로. 하지만…….
창왕이 살짝 미간을 좁히며 말했 다.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굳이 한국으로 쳐들어갈 이유가 없습니 다. 그래서 얻는 것이라고는 조막만 한 땅 덩어리뿐이죠.”
창왕이 고개를 내저었다.
“총회가 위협이 된다면, 그것 역 시 고려해 봐야겠죠. 하지만 위협이 란 힘과 의지가 합치되었을 때 발생 하는 겁니다. 총회는 힘이 있지만 의지가 없죠. 그런 이들을 굳이 공 격해서 전력을 낭비하고 위험을 자 초할 이유가 대체 어디에 있습니 까?”
창왕이 머리를 쓸어 넘기고는 강 진호와 눈을 마주쳤다.
“나는 그리 멍청한 인간이 아닙니 다.”
“생각해 보십시오. 저 머저리 같 은 홍왕 놈이 중원을 일통하면, 저 놈은 모든 전력을 이끌고 한국으로 쳐들어갈 겁니다. 흑왕 역시 별다르 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창왕이 어깨를 으쓱한다.
“공존할 수 있습니다. 딱히 요구 할 것도 없습니다. 서로가 소 닭 보 듯 살 수 있죠. 저는 그 작은 땅을 얻기 위해 마왕과 적대할 이유가 없 고, 마왕은 중원에 관심이 없으니 굳이 저와 적대를 할 필요가 없습니 다. 어쩌면 좋은 친구가 되어 술도 한잔 기울일 수 있을지 모르죠.”
“그러니 제 제안을 받으십시오. 홍왕을 놓고 물러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 중원에 대 한 관심을 접으십시오. 모든 상황이 해결되면, 그때는 중국을 왕래하는 것도 말리지 않겠습니다.”
강진호가 헛웃음을 흘렸다.
웃긴 이야기다.
어쩌면 강진호가 바라 마지않던 상황이 아닌가.
“겨우 그 말을 하기 위해서 이 상 황을 만들었다는 건가?”
“믿지 않을 테니까요.”
창왕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제가 한국으로 찾아가 마왕께 이 말을 드렸다면, 과연 신뢰하셨겠습 니까?”
“목부터 잘랐겠지.”
그거 보라는 듯 창왕이 어깨를 으쓱한다.
“이런 상황이기에 제 말이 힘을 가지는 겁니다. 저는 지금 언제든 마왕을 공격해 그 수급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풀어드리겠다는 겁니다. 그럼 제 말을 믿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현수가 멍한 눈으로 창왕을 바
라봤다.
‘대체 저 미친놈이 지금 무슨 말 을 지껄이고 있는 거지?’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올 때마다 예상을 넘어서고, 하나하나가 더 풀 릴 때마다 상황에 아귀가 들어맞는 다.
기가 막힐 정도로 머리가 좋다는 느낌이 드는 동시에, 대체 무슨 생 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막나간다는 느낌이 공존한다.
그렇기에 하나만은 확실해졌다.
‘저건 절대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되는 종류의 인간이다.’
창왕은 넘쳐 나는 불확실성 속에 알 수 없는 질서를 가지고 있다. 저 런 인간을 대체 어떻게 예측하고 방 비하라는 말인가.
“제안을 드리죠.”
창왕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첫 번째는 저와 손을 잡는 겁니 다. 적당한 지원으로 제가 중원을 일통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면, 한국 에 대한 영원한 불가침조약을 맺어 드리겠습니다. 원하신다면 중국에 대한 일정한 권리도 약속드리죠.”
“그게 아니라면 이대로 물러나십
시오. 그런다 해도 중원은 한국으로 침공하지 않을 겁니다. 이 사태에 개입하지 않는 것만으로 우리는 잘 지낼 수 있을 겁니다.”
이현수의 눈이 혼들렸다.
저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제안이 다.
하지만 저 제안이 또 말이 안 되 는 것도 아니었다.
삼왕 중 하나가 중원을 일통하면 다음 목표는 한국이 될 거라 생각했 다. 그건 삼왕이 무인이라는 전제로 도출된 결론이다.
하지만 저놈은 무인이 아니다.
무인의 욕망과 혼보다 합리성을 우선시하는 이라면, 지금 하는 말이 거짓일 수 없다. 기본적으로 중화가 역사적으로 옆에 붙어 있는 한국이 라는 작은 소국을 내버려 둔 이유가 저런 것이었으니까.
먹어서 이득 될 것이 없고, 먹으 려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그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서로 공존하는 것이 이득이다.
지금 창왕은 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에 이현수마저 혹하 기 시작했다. 개소리라는 건 알고
있지만, 저건 너무도 합리적인 개소 리다. 심지어 달콤하기까지 한.
그리고…….
‘회주님.’
이 제안은 다른 누구보다 강진호 에게 더욱 의미가 있다. 강진호가 원하는 것은 지금의 삶을 지키는 것 이지, 중원을 발아래 두는 게 아니 니까.
그럼…….
강진호는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이현수가 긴장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후우•…”
강진호가 피우던 담배를 바닥으로 내던지고는 발로 비벼 껐다.
그러고는 미묘한 미소를 입가에 담고 창왕을 바라보았다.
그의 미소가 좀 더 짙어졌다.
“아주 잘 들었어.”
“그럼?”
“다만, 한 가지.”
으..2”
강진호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입은 짖으라고 있는 게 아닐 텐 데, 왜 개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이현수는 보았다.
살짝 부자연스러운 미소만을 품고 있던 창왕의 얼굴에 처음으로 차가 운 살기가 감도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