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61)
마존현세강림기-1663화(1660/2125)
마존현세강림기 67권 (20화)
4장 포위되다 (5)
‘홍왕이시여!’
차이커창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 다.
지금 홍왕은 누군가와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게 가능했 다면 굳이 총회의 구조를 기다릴 것 없이 자력으로 탈출을 도모했을 것
이다.
저 몸 상태로 무학을 쓰는 건 자 살 행위나 다름없다. 설사 죽지 않 는다고 해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차이커창은 홍왕을 말릴 수 없었다.
이 많은 수를 상대하려면 어떻게 든 홍왕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니면 앞으로 총회와 공조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힘을 증명할 필요 가 있기 때문에?
아니다.
이 순간, 손을 놓고 그저 뒤에서
지켜보라 말하는 것은 홍왕의 자존 심을 뭉개는 행위이기 때문이었다.
고작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거냐 고?
‘고작이 아니야.’
차이커창이 이를 갈았다.
일정 이상의 수준을 넘어버린 무 학은 육체를 초월하여 정신의 영역 에 다다르기 마련이다. 그런 이들에 게는 사소한 정신적인 흔들림이 커 다란 육체적 부상 이상으로 힘을 깎 아먹는다.
자존심을 잃은 홍왕은 더 이상 홍왕이 아니다. 총회와 강진호를 기
다리며 바닥에 굴을 파고 숨어든 것 만으로도 홍왕의 자존심은 나락으로 처박혔다.
그런데 어떻게 더 이상의 굴욕을 감내하라 말한단 건가.
‘홍왕이시여!’
차이커창은 그저 홍왕이 무리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차이커창의 눈이 냉정하게 주변을 살폈다.
무인들이 자신의 힘과 무력으로 상황을 타개한다면, 그가 해야 할 것은 그의 머리로 이 상황을 해결하
는 것이다. 그게 아무리 절망적인 확률에 기댄, 도박 같은 방법이라고 해도!
‘암담할 정도로군.’
총회의 이사들이 보여주는 힘은 차이커창의 예상을 가뿐하게 넘어서 고 있었다.
‘바토르가 언제 저렇게 강해졌 지?’
물론 차이커창은 바토르의 힘을 인정했다. 그도 한때 홍왕계에 몸을 담은 이. 차이커창의 눈을 피할 수 는 없는 법이다. 그때도 바토르는 이미 충분히 강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서 날뛰 는 바토르는 그 격이 달랐다.
정말 저자가 차이커창이 기억하는 바토르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바토르는 그사이에 어마어마하게 강 해졌다.
‘마공인가?’
아니,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
마공을 익힌다는 것만으로 저리 강해질 수 있다면, 마인들은 진즉에 세상을 정복했을 것이다. 마공이 하 나의 이유는 될 수 있겠지만, 절대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리고 장민.
차이커창이 떨리는 눈으로 장민을 바라보았다.
‘마인이 저토록 강했던가.’
물론 강진호의 예가 있다.
하지만 강진호는 기본적으로 궤를 벗어난 존재. 그는 마인이 아니었어 도 지금처럼 강했을 것이다. 어떤 무학을 익히든 강진호는 결국에는 이 경지에 도달했을 이다.
그런데 강진호가 아닌데도 저런 가공할 마기를 내뿜는 이가 세상에 존재한다니.
차이커창이 이를 악물었다.
‘내가 총회를 과소평가했다고?’
그럴 리가 없다.
차이커창은 세상에서 가장 총회를 높이 평가하는 이 중 하나였다. 아 니, 어쩌면 총회를 가장 과대평가하 는 이가 차이커창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알지 못했다.
‘이 나의 예상마저 뛰어넘는다는 건가.’
차이커창이 이를 악물 때, 그의 귓가에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헛생각하지 말고 집중해라, 병신 아.”
“이••••••
차이커창이 고개를 홱 돌렸다.
그의 옆에 선 이현수가 차가운 눈으로 앞을 바라보며 담배를 태워 대고 있었다.
“딴생각을 할 여유가 있으면 머리 를 굴려. 여기서 탈출하지 못하면 다시는 그 멍청한 머리를 쓸 일이 없을 테니까.”
“멍청한 머리로 생각하는 게 의미 가 있나?”
“없는 것보다는 낫지.”
이현수가 살짝 초조한 얼굴로 담 배를 깊이 빨아들였다.
“농담할 때가 아니야. 보이냐?”
“••••••그래.”
차이커창이 심각한 얼굴로 전방을 바라봤다.
확실히 바토르는 강하다. 그리고 장민 역시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했 다. 흥왕은 당연히 그들을 뛰어넘는 힘을 보여주고 있고, 검을 뽑아 들 고 전선에 합류한 위긴스 역시 놀라 울 정도로 정교한 검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좋아 진 건 아니다.
사자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수 십 마리의 하이에나 떼를 감당할 수 는 없다. 사자가 하이에나를 쫓아낼
수 있는 이유는 그 한 마리의 사자 를 잡기 위해서 큰 희생을 감수할 이유가 하이에나 쪽에 없기 때문이 다.
그 이유가 생기는 순간, 사자조차 하이에나의 무리를 감당할 수 없다.
지금 상황이 딱 그랬다.
홍왕도 총회의 이사들도 강력하기 짝이 없다.
이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이곳에 모인 창왕의 무인들이 반수 이상 죽 어 나갈지도 모른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벌써 와해 됐어야 한다.’
둘 중 하나가 죽음을 감수해야 하는 전투는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 다. 누구도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싶어 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런 전투가 이어지 고 있다.
달아나도 벌써 달아났어야 할 무 인들이 눈을 까뒤집고 이사들을 향 해 달려든다.
차이커창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 다.
‘너무 견고해.’
눈에 보이는 모습은 마치 바다 같다. 하지만 차이커창의 머릿속에
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바다라기보 다는 거대한 성벽에 가까웠다.
그 어떤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고, 너무도 높아 감히 오를 엄두도 나지 않는, 거대한 성벽.
그리고 저 성벽을 만들어내는 근 원은 너무도 간단하다.
“두려움.”
“그래, 공포다.”
이현수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저놈들은 물러서지 않는다. 달아 나는 순간, 더 비참하고 끔찍한 죽 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 이지.”
새삼 창왕이라는 이에 대해서 진 저리를 치게 되는 이현수였다.
대체 부하들을 어떻게 다뤄왔으면 저 확실한 죽음 앞으로 몸을 내던질 수 있을까.
“확률은?”
“없어.”
차이커창이 씹어뱉듯 말했다.
“유일한 가능성은 저들 모두를 죽 이는 거겠지. 저놈들은 마지막 하나 가 죽을 때까지 달려들 거다.”
“그때까지 버틸 수는 없을 거고.”
“그래. 설사 버틸 수 있다고 해도
지금 뒤쪽에서 창왕이 우리를 집어 삼킬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을 거다. 적당히 힘이 빠지면, 그 이를 드러 내겠지.”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악 중의 최악이다.
“그럼 우선……
그때 였다.
“아아아아아아악! 죽어라아아아아 앗!”
몸이 반쯤 갈려 나간 창왕계의 무인이 손에 든 칼을 휘두르며 이현 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차이커창이 당황하여 그런 이현수
를 지키기 위해 뛰어들려던 순간이 었다.
“읏차.”
쾅!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온 방진훈이 날아들던 무인을 걷어차 바닥에 처 박아 버렸다. 부르르 몸을 떨던 무 인이 축 늘어지자, 방진훈이 쓴웃음 을 지었다.
“계속해, 계속.”
이현수가 슬쩍 고개를 돌려 자신 쪽으로 쭉 땓어진 차이커창의 팔을 바라봤다.
“뭐냐?”
“……아니, 아무것도.”
차이커창이 슬며시 팔을 회수하고 는 낮게 헛기침을 했다.
이현수가 그런 차이커창에게 눈길 도 주지 않은 채 칼날 같은 눈빛으 로 형세를 분석했다.
‘기책이 통할 상황은 아니군.’
상대를 속이는 전략 같은 건 우 위를 잡는 방법에 불과하다. 그 기 책이 탈출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그들이 해야 할 것은 단 하나다.
“우선은 저 공포심을 없애야겠
군.”
“그럴 수 있다면 더 좋을 수 없겠 지. 하지만 저들의 머릿속에는 창왕 에 대한 공포가 화인처럼 박혀 있을 거다. 세뇌 수준을 넘겠지. 그런데 그걸 무슨 수로……
“잘나신 차이커창 님께서는 방법 을 못 찾는 모양이군.”
차이커창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이 현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해한다. 그건 머리로 알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무슨 소리지?”
“공포를 없애는 건 너무도 간단하
지. 사람은 이를 드러낸 개에게도 공포를 느끼는 법이지만, 등 뒤에 호랑이가 있으면 개 따위는 아무래 도 좋아지지.”
이현수가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 렸다.
“공포는 더 큰 공포로 잡아먹어 버리면 그만이지. 그리고…… 여기 마침 있거든, 그런 사람이.”
이현수와 차이커창의 시선이 일제 히 한곳으로 돌아갔다.
찰칵.
“후우우우.”
강진호가 입에 담배를 물고는 천 천히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빠르지 않고 느리지 않은, 그저 적당한.
그 걸음을 보는 순간, 차이커창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일 수밖에 없 었다.
이 치열한 전장에서 오로지 강진 호만이 유리되어 있는 것 같다. 그 가 숨을 쉬는 공간과 그들이 숨을 쉬는 공간은 분명 다를 것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저곳은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저벅.
저벅.
울려 퍼지는 폭음과 비명성, 그리 고 광소 속에서도 그의 발소리가 차 이커창의 귀를 똑똑히 파고들었다.
강진호가 권력을 내뿜고 있는 홍 왕의 옆을 스쳐 지나간다.
“ 음?”
강진호의 시선이 슬쩍 홍왕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그뿐.
강진호는 홍왕에게 딱히 말을 건 네지 않고 앞으로, 또 앞으로 걸었 다.
근육이 조여온다.
발끝에 닿는 대지의 감각, 손끝은 스치는 공기의 감각, 그리고 그의 몸 안에서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 혈 류까지.
그 모든 것이 완전한 인식하에 들어온다.
우우우우웅.
아공간을 열어젖힌 강진호가 양손 을 좌우로 뻗어 그 안으로 밀어 넣 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적루와 청루 를 뽑아낸다.
우득.
손끝에 힘이 들어간다.
두 개의 검을 양손에 쥐고 늘어
뜨린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앞을 바 라보았다.
무인, 무인, 그리고 또 무인.
수도 없는 무인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두 눈에 적의를 가 득 담고 말이다.
생경한 광경?
글쎄.
다른 이들에게는 생경한 광경일지 모르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더없이 익숙한 광경이다. 과거에는 수도 없 이 보았다. 바로 이 중국이라는 대 지에서 말이다.
‘데자뷰인가.’
수도 없이 보고, 수도 없이 겪었 다. 그렇기에 강진호는 알 수 있었 다. 저 적의 어린 시선이 어떻게 변 해갈지 말이다.
“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냐 고?”
알고 있으니까.
강진호의 세계에는 친구가 존재한 다. 하지만 적천마존의 세상에는 친 구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를 아는 이는, 그를 지켜본 이는 그의 적이 되거나 그의 앞에 무릎을 꿇거나 둘 중 하나만을 선택했다.
강진호의 입꼬리가 비틀리듯 말려
올라갔다.
“어디.”
너희는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강진호의 발끝에서 검은 마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맹렬한 소용돌이처럼, 타오르는 불꽃처럼.
그리고 그 마기는 순식간에 강진 호의 전신을 휘감고 검게, 또 검게 이글거렸다.
주변에 내린 어둠보다 더 검은, 그저 무저갱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 는 짙은 어둠을 휘두른 강진호의 등 으로 마기가 날개처럼 솟구쳐 올랐
다.
그 광경을 목도한 이들이 말을 잃었다.
넋을 놓았다.
영혼을 빼앗겼다.
그런 후…….
오로지 검기만 한 어둠 속에서 붉은 핏빛의 안광이 섬뜩하게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걱정할 것 없어.”
어둠에 둘러싸인 강진호의 입가가 일렁였다.
“어차피 죽을 테니까.”
현세에 강림한 마귀가 피를 쫓기 시작했다. 밀려오는 구름 사이로 달 이 숨어들고, 세상이 침묵으로 물들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