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62)
마존현세강림기-1664화(1661/2125)
마존현세강림기 67권 (21화)
5장 농락하다 (1)
어둠.
전기가 끊긴 장자커우는 깊은 어 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현대를 살아 가는 이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진정 한 어둠 속으로.
하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은 그 어둠을 실감할 수 없었다.
그들을 둘러싼 어둠보다 더 짙은 어둠이 그들의 앞에서 검게 불타오 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걸 대체 뭐라고 해야 하는 건가.’
검은 어둠이 타오르는 것 같다.
굳이 저 광경을 인간의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면?
무저갱.
그래, 저건 타오르는 무저갱이다. 그저 보이는 모습만이 아니다.
무저갱이 한 번 빠지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끝없는 어둠이라 면 저 모습 역시 다를 게 없다.
무저갱처럼 저 마왕도 그들을 끝 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인도할 테 니까. 죽음이라는 심연 말이다.
이윽고 어둠보다 더욱 짙은 어둠 이 일렁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이들은 지금까 지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 을 절절히 실감해야 했다.
심장이 조여온다.
비틀리듯 조여든 심장이 묵직한 둔통을 만들어낸다. 손끝이 작은 경 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전신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익숙하지 않은 반웅.
그리고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 은 감정.
펑샤오팅[得滿®]은 자신도 모르 게 손을 들어 심장 어림을 움켜쥐었 다.
알고 있다.
그는 이런 감정에 익숙하니까.
먼발치에서나마 창왕을 볼 때마다 절절히 실감해야 했던 감정.
그래, 이건 공포다.
하지만…….
‘ 달라.’
창왕에게서 느껴지는 공포와 저 괴물 같은 형상에서 느끼는 공포는
그 결이 달랐다.
창왕에게서 느껴지는 공포가 그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결과’에 대한 공포라면, 저 마왕에게서 느껴지는 공포는 좀 더 근본적인 무언가가 있 었다.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먼 저 반응했다.
눈을 감아도 마찬가지다.
단련된 기감은 저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진득하고 섬뜩한 마기를 어 떻게든 느껴 버리니까.
펑샤오팅의 이가 서로 맞부딪치기 시작했다.
‘이, 이게 마공인가?’
한국의 마왕.
뜬금없다고 할 정도로 갑자기 나 타나 수십 년 동안 중원을 지배해 온 삼왕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세상 을 사왕의 지배로 바꿔놓은 존재.
펑샤오팅은 이제야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 할 수 있었다.
바토르도 강했고, 마교의 장로라 는 이도 강했다. 그들을 지원하는 이들도 더없이 강했다. 심지어 이곳 에는 홍왕과 창왕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저 마왕은 무언가 달랐다.
강진호는 단순히 기운을 끌어 올 리는 것만으로 공간 자체를 자신의 지배하로 밀어 넣었다.
발목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마지 덫을 밟은 것처럼.
사냥을 하러 온 이들이 사냥감이 된 심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그 사실을 확인시켜 주겠다는 듯 검은 불꽃을 두른 포식자가 천천 히 그 걸음을 옮겼다.
쿵!
강진호의 걸음이 바닥을 부수며 거미줄 같은 금이 퍼져 나간다.
그와 동시에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창왕의 무인들에게 커다란 파 동이 생겨났다.
마치 푸른빛의 수면에 큰 파문이 이는 것 같다. 강진호의 기세에 눌 린 창왕의 무인들이 일제히 몸을 떨 며 뒤로 물러나면서 벌어진 일이다.
바토르의 신위에도, 홍왕의 존재 에도 조금도 물러섬 없이 돌진하던 창왕의 무인들이 처음으로 그 걸음 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고 만 것이 다.
차이커창이 전신을 벌벌 떨면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순간순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존재감이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 하 나하나에 진득한 마기가 섞여 들어 오는 것만 같다.
‘이 정도까지?’
그는 마왕을 그 누구보다 인정하 는 사람이다.
누구도 강진호에게 주목하지 않을 때, 가장 먼저 강진호에 주목했고, 그를 평가절하하는 이들이 있을 때 도 저 작은 나라에 끊임없는 견제를 시도한 이가 바로 차이커창이다.
하지만 그런 차이커창에게도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과정은 더없이
충격적이 었다.
차원이 다르다.
과거, 홍왕과 맞붙은 강진호와 지 금 그의 눈앞에 있는 강진호를 어떻 게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홍왕은 그 전투 이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수십 년 동안 깨 지 못한 벽을 뛰어넘고, 신과 다름 없는 신위를 그 몸으로 발현했다.
그가 이해할 수 없던 것.
그건 그만한 무력을 이루어낸 홍 왕의 여전히 마왕을 자신의 가장 큰 숙적이라 생각했다는 점이다.
‘내가 어리석었다.’
홍왕이 틀린 게 아니었다.
오로지 홍왕만이 강진호를 똑바로 보고 있던 것이다. 홍왕은 알고 있 었겠지. 그가 강해진 만큼 강진호도 강해진다는 것을. 아니, 그 이상의 속도로 강해져 간다는 것을.
그렇기에 너무 늦기 전에 그 숨 통을 끊어놓으려 한 것이다.
“ 공포?”
이현수의 싸늘한 목소리가 차이커 창의 귀를 파고들었다.
“창왕이 주는 공포로 저들이 움직 인다면, 그보다 더한 공포로 짓눌러 버리면 그만이지. 그럼 저들의 메커
니즘은 힘을 발휘하지 못해.”
“세상을 움직여 온 괴물들은 다들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카리스 마를 지니고 있다. 훗날 역사를 돌 아보면 그 똑똑하고 위대하던 이들 이 광인이나 다름없는 지도자의 말 에 복종하고 충성을 바쳤다는 걸 이 해할 수 없지. 너라면 그렇게 생각 했을 거야.”
차이커창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 다.
비릿한 미소를 지은 이현수가 조 소 어린 눈빛으로 차이커창을 바라
봤다. 차이커창의 시선은 강진호의 등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이젠 좀 이해가 가나?”
“홍왕은 위대하지. 너는 흥왕을 신앙처럼 믿고 있겠지. 하지만 그건 ‘홍왕은 절대로 틀린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가능 한 일이야. 너는 홍왕을 자신보다 뛰어난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지.”
이현수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 다.
“하지만 총회는 아니야.”
담배에 불을 붙인 이현수가 천천 히 연기를 뿜어냈다.
“우리는 그런 건 생각하지 않는 다. 회주님이 옳은 판단을 내리는가, 틀린 판단을 내리는가는 아무런 상 관이 없는 일이야. 그저 판단이 내 려지면 따른다. 믿는다. 죽더라도 그 의지를 관철한다.”
이현수가 이를 갈 듯 말했다.
“그게 강진호고, 그게 총회다.”
이현수가 고개를 돌려 강진호의 등을 바라보았다.
“물론 흥왕도 위대하겠지. 하지
만……
이현수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세상 그 누가 와도 회주님을 감당하지 못해. 저분 은 전쟁의 결을 본능으로 읽는 사람 이니까. 이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해 야 하는가를 머리가 아니라 감각으 로 알아챈다. 그리고……
그 순간, 강진호를 뒤덮고 있던 마기의 불꽃이 부풀어 오른다 싶더 니 강진호가 섬광처럼 앞으로 돌진 했다.
“생각 이상으로 과격하기도 하거 드 ”
콰아아아아아아!
불꽃의 날개가 거칠게 타오른다. 지금까지 강진호를 둘러싸고 있던 무게감과는 전혀 다른 폭발력. 뛰어 드는 강진호를 본 이들은 이 순간적 인 변화에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그 대가는 무척 간명했다.
솨아아아아아악!
무언가를 얇게 베어내는 듯한 소 리와 함께 강진호의 양손에 들린 적 루와 청루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 도로 휘둘러졌다.
정적.
그런 후…….
파아아아앗!
말 그대로 수십 조각으로 갈라진 육체들이 사방으로 튀어나가며 허공 으로 피가 안개처럼 뿜어졌다.
부릅뜬 눈.
움켜쥔 주먹.
하지만 그에 비해 ‘이해’는 조금 늦게 찾아왔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두 눈을 찢어질 듯 부 릅뜨며 눈앞에 펼쳐진 이질적인 광 경을 바라봤다.
공간.
강진호의 검이 닿는 공간 안 모 든 것이 사라졌다. 단 한 번의 휘두 름만으로 공간 자체를 죽음의 땅으 로 바꿔 버린 강진호가 아직도 현실 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창왕의 무인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피, 피……해……
누군가가 정신을 차렸는지 억눌린 비명을 질렀지만, 그 비명은 예정된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마기를 품은 검이 닿는 모든 것 을 갈라 버린다.
몸을 잃은 머리가 허공으로 떠오 르고, 머리를 잃은 몸이 조각나 바
닥으로 쓰러진다.
콰득.
강진호가 바닥에 떨어진 머리통을 짓밟으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의 입가에 머무른 마기가 일렁 이기 시작했다.
“꽤 긴 밤이 되겠군.”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희에게도, 나에게도
검을 떨쳐 피를 흩뿌린 강진호가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아•••••• 아아♦•••••
강진호가 걷는 방향에 선 무인들
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알고 있다.
그들이 아직 살아 있는 건 순전 히 운이라는 것을. 강진호가 단 한 걸음만 더 전진했다면, 그들은 지금 바닥에 육편이 되어 있는 이들과 같 은 운명을 맞았을 것이다.
우습지 않은가.
한 걸음.
그 한 걸음으로 삶과 죽음이 나 뉜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고, 그저 저 자의 선택에 따라 삶 과 죽음이 갈린다.
그렇다면 저자를 죽음의 화신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이곳에서 저 괴물은 죽음 을 관장한다. 간단한 선택과 가벼운 변덕만으로 타인에게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내린다.
또한…….
그들은 지금 저 마귀가 어떤 선 택을 내렸는지를 직감했다.
‘ 달아••••••
하지만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 다.
강진호의 몸이 급격하게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뭔?’
그의 몸이 바닥으로 푹 꺼지듯 사라지는 걸 본 이가 눈을 찌푸렸 다. 아니, 찌푸리려 했다. 하지만 이 상하게도 그의 얼굴근육은 뇌의 지 시를 따르지 않았다.
이상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왜 하늘이 보이지?’
시커멓기만 한 하늘이 시선을 가 득 채운다. 그와 동시에 그 검은 하 늘마저 급격하게 흐려지기 시작했 다.
‘아••••••
깨달음이 조금 늦었다.
아니,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뻔
했다.
강진호가 아래로 꺼진 게 아니다. 강진호의 검에 잘려 버린 그의 머리 가 지금 허공으로 떠올라 있는 것이 다.
‘죽……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마지막 그 순간, 자신의 상황을 이해했다는 것이 그에게 더 나았을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일 것이 다.
하지만 상관없다. 죽은 자에게는 그 어떤 의견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파아아아아아앙!
대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굉음과 함께 강진호의 검이 타오르는 마기 를 뿜어내며 눈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갈라 버린다.
하늘에서 피의 비가 내린다. 그래서일까?
붉디붉은 피 안개가 주변으로 퍼 져서인지 강진호를 둘러싼 어둠이 더욱더 짙어 보인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어둠.
죽음.
피할 수 없는 죽음.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만 났을 때,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격렬한 적의로 그 존재 자체를 말살 하려 들거나…..
그게 아니면?
“아…… 아’, 아•아아아아아이•으]’!”
“피해! 으아아아! 달아나아아아아아!”
“죽는다! 죽는다고!”
압도적인 공포감을 이기지 못하고 달아나든가.
강진호를 마주한 이들은 혼이 찢어 질 것 같은 공포에 이성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 공포는 순식간에 전염 되며 퍼져 나갔다.
몸을 돌린다.
그런 후, 달린다.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 다리로 바닥을 박찬다. 동료가 앞을 가로막 으면 그를 짓밟고, 베고, 걷어차며.
이성을 잃은 이들이 광기에 휩싸 여 오로지 강진호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발악하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본 강진호의 입가가 끊임없이 일렁였다.
마귀를 휘감은 악마가 달아나는 이들을 향해 돌진했다.
“흐하하하하하핫!”
광기 어린 웃음소리와 끔찍한 비 명이 지옥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며 현세에 지옥을 재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