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64)
마존현세강림기-1666화(1663/2125)
마존현세강림기 67권 (23화)
5장 농락하다 (3)
“창왕님
창왕은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아까 전부터 오로지 강진호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마왕이 라……
그의 예상은 한 치도 틀리지 않 았다.
홍왕을 이리 몰아넣고도 숨을 끊 지 않은 건 한 번에 두 마리 토끼 를 잡기 위한 안배였다. 홍왕이라면 몰라도 그의 지낭(智囊)이라 할 수 있는 차이커창은 반드시 마왕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모든 정세를 고려한다면 마왕은 그 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홍왕의 부재는 한반도의 파멸을 의 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렇게 중국으로 날아온 마왕을 포위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은 순
조로워진다.
그와 손을 잡든, 거절한 그를 죽 이든 어느 쪽이든 창왕에게는 불리 할 게 없으니까.
다만, 한 가지 그의 예상을 벗어 난 것은 마왕 강진호의 무위가 그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는 점 이다.
파아아아아앙!
검이 대기를 찢어발긴다. 물론 그 권역 안에 있던 인간도 딱히 공기와 다를 바 없는 처지가 되었다.
‘거대한 회전 칼날이 사람을 빨아 들이는 것 같군.’
고어 영화라면 좋은 연출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창왕은 그쪽 취향은 아니었다. 되레 이런 광경을 불쾌하게 여기는, 평범한 감 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배 속이 뒤집어졌다.
“차, 창왕이시여.”
“호들갑 떨 것 없다.”
창왕이 한 손을 들어 얼굴을 감 쌌다.
“강하군.”
정보는 잘못됐다.
심혈을 기울여 마왕에 대한 정보 를 수집했지만, 그 정보가 완벽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 만 딱히 문제가 될 건 없다.
정보는 언제나 완벽하지 않으니 까.
“희생이 늘어나겠군.”
창왕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예상한 것보다 피해가 크다. 하지 만 이 정도면 아직은 상정 범위 안 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디••••••
창왕의 손이 가볍게 얼굴을 주물 렀다.
그의 주위를 지키던 수하들은 창 왕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름
끼치는 살기에 모두 몸을 움츠렸다.
“어디, 어디, 어디, 어디.”
창왕의 눈이 전세를 빠르게 훑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이들은 모두가 숨을 죽였다. 이럴 때 창왕을 방해 한다면 곱게 죽지 못한다는 것을 모 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흐으으음.”
창왕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홍왕 같은 얼간이와는 그 격이 다르군. 아니, 그 결이 다르다고 해 야 하나?”
귀찮은 타입이다.
정보의 오류는 보완하면 그만이
다. 미처 조사하지 못한 부분은 추 측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조 사의 결과와 사람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은 꽤 문제가 된다.
분명 평소에는 꽤 온화한 편이나, 전투에 들어가면 광기에 휩싸여 물 불을 가리지 않고 날뛴다는 평가였 을 텐데.
“자오민.”
“예, 창왕이시여!”
“강진호에 성격에 대해 조사한 이 는?”
“리, 리우입니다.”
“죽여라.”
“예!”
자오민의 눈에 어찌할 수 없는 공포가 피어났다.
“흐음.”
홍왕이 가볍게 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렸다.
‘리우가 실수를 했을 리는 없겠 지.’
아마 조사는 정확했을 것이다. 하 지만 오히려 그래서 문제가 된다.
다시 말하자면, 강진호는 그 짧은 시간 만에 완전한 변화를 이루었다 는 뜻이니까. 상대의 성향과 행적을 바탕으로 행동을 예측하는 창왕에게
있어 저런 시시각각 변하는 타입은 영 달갑지 않은 상대였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 죽여야 한다 는 거로군.”
창왕이 불쾌한 듯 눈을 찌푸렸다.
‘나는 지금 옳은 판단을 하고 있 는가?’
평소라면 의심조차 하지 않을 일 이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판단을 믿고, 자신의 이성을 신뢰해 왔으니 까.
하지만 지금만은 그 확고부동한 이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수십 년간 단 한 번도 페이스가 바뀐 적
이 없던 그의 심장이 지금 움찔대고 있기 때문이었다.
‘홍왕을 면전에 두고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저 마왕이 뿜어내는 마기는 창왕 마저도 긴장하게 만들었다. 아니, 이 건 단순한 긴장이라고 하기에는 너 무도 격한 감정이다.
‘두려움이라……
창왕이 살짝 고개를 꺾었다.
‘내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말 이지?’
살짝 발끝이 저려오는 기분이다.
무기물에 가깝던 그의 감정을 이
토록 요동치게 만드는 이가 있을 줄 이야. 그렇기에 창왕은 지금 자신이 내리고 있는 판단들이 완벽하게 옳 다고 믿을 수 없었다.
감정이 요동친 상태에서 내리는 판단은 언제든 실수를 동반하기 마 련이니까.
‘ 침착해라.’
창왕이 자신의 얼굴을 살짝 조였 다.
하나는 확실하다.
저 강진호는 지금 이곳에서 반드 시 죽여야 한다.
“자오민.”
“예, 하명하십시오!”
“귀검대를 동원해라.”
“예!”
“목표는 강진호 하나다.”
“••••••예?”
창왕이 고저 없는 목소리로 차게 말했다.
“목표를 수정한다. 홍왕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상처 입은 호랑이니 어쩌니 해도 한 번 잡은 놈을 두 번 잡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다른 총회의 이사들도 마찬가지다.”
“그, 그럼?”
“강진호 하나는 반드시 죽여야 한
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오민의 눈이 떨렸다.
그가 창왕을 모셔온 기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그 시 간 동안 창왕이 이런 명령을 내리는 것은 맹세컨대 처음이었다.
자오민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모시는 이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그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 따르는 이의 본분이다. 하지만 지금 자오민은 과연 그 사실을 지적해야 하는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창왕이 혼들린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창왕이 이런 판단을
내린다는 것도 이상하다. 특히나 완 벽하게 짜온 계획을 현장에서 뒤엎 는 것은 창왕에게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니까.
어찌해야 하는가 갈피를 잡지 못 하던 자오민의 귓가에 싸늘한 목소 리가 들려왔다.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오민의 머 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바닥에 처박히듯 엎드린 자오민이 벌벌 떨며 머리를 조아렸다.
“소, 속하가 어리석었습니다.”
“자오민.”
창왕이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한 다.
“의심하지 마라, 생각하지 마라. 네 생각은 오로지 내가 없는 곳에서 만 의미를 가질 뿐이다. 내가 있는 곳에서 너의 머리는 아무짝에 쓸모 가 없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쿵!
자오민이 다시 머리를 처박았다.
창왕이 그 모습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시간 낭비하지 마라.”
“예!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자오민이 식은땀을 흘리며 달려 나가는 꼴을 본 창왕이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 하찮아.’
원숭이만 한 지능도 없는 것들이 자꾸 생각을 하려 든다. 그리고 심 지어는 그의 판단을 의심하려 든다.
수도 없이 누르고, 수도 없이 고 쳐도 또 똑같이 반복되는 일들. 창 왕은 미묘한 염증을 느끼며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너는 의미가 있지.”
저런 가치 없는 것들에 비하면 강진호는 분명한 ‘인간’이다. 인간이
정의하는 인간이 서로 대화를 할 수 있고, 서로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할 수 있는 자를 의미한다면, 이 자리 에서 그가 인간으로 볼 수 있는 자 는 오로지 강진호뿐이다.
그렇기에 안타깝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인간을 지금 이 자리에서 죽여야 하니까.
창왕이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 다.
병신같이 겁을 먹어 달아나는 쓰 레기들 사이로 열 줄기의 새로운 흐 름이 나타났다. 명령을 받은 귀검대 가 강진호를 노리고 들어가는 것이
다.
‘상처 하나면 된다.’
많은 것은 바라지 않는다.
인외(人外)의 영역에 접어든 괴물 들에게는 평범한 칼이 닿지 않는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귀검 대라고 해도 최선은 겨우 상처 하나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거면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강진호를 상대 할 때 작은 이점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 그 이점 하나만 있다면 그는 거 의 백에 가까운 확률로 강진호를 죽 일 수 있다.
그걸 위해서라면 귀검대 전부가 몰살당한다고 해도 아무 상관 없다.
창왕이 살짝 핏발이 선 눈으로 강진호를 노려보았다.
콰아아아아앙!
바토르의 정권이 달아나는 이의 척추를 으스러뜨린다. 하지만 상대 를 뭉개놓은 바토르는 그리 유쾌한 기색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네놈들이 그러고도 무 인이냐?”
무인은 죽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상대를 죽이고자 마음 먹은
이는 자신의 죽음도 각오해야 하는 법.
어중이떠중이도 아닌 창왕의 무인 들이 이런 식으로 등을 보이고 달아 나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바 토르였다.
‘이놈들 탓을 할 일은 아니겠지.’
아마 이곳이 아닌 다른 전장이었 다면 이들은 말 그대로 짐승이 되어 상대를 유린했을 것이다. 죽음을 두 려워하지 않는 지옥의 전사들이 되 어 기계처럼 학살을 자행했겠지.
저 홍왕계의 무사들을 박살 내버 린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바토르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느릿하게 적을 베어 나가 는 강진호의 모습이 있었다.
‘주인!’
바토르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의 앞에서도, 홍왕의 앞에서도 결코 패기를 잃지 않던 이들이 강진 호가 휘두른 두어 번의 검만으로 완 전히 의욕을 잃고 공포에 질려 달아 난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더 극심했다.
“빌어먹을!”
뭔가 알 수 없는 울분을 느끼며
바토르가 주먹을 내지르려는 찰나였 다.
쇄애애액!
‘음‘?’
낮은 파공음, 하지만 더없이 섬뜩 한 소리가 바토르의 귀를 파고들었 다. 바토르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날렸다.
카가가각.
그와 동시에 옆구리 쪽에서 날카 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베였다고?’
이 내가?
바토르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검격을 허용하는 건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의 육체 가 상대의 칼에 상처를 입는다는 건 웬만해서는 벌어지지 않는 일이었 다.
하지만 지금 그의 육체는 명백하 게 상처를 입고, 피를 홀리고 있다.
바토르가 살짝 고개를 내려 자신 의 옆구리를 바라보았다.
얇게 베여 만들어진 선에서 붉은 핏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다.
바토르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 신에게 상처를 낸 이를 바라봤다.
전신을 시커먼 붕대로 칭칭 감고 있는 무인이 좁고 긴 검을 든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조차 붕대로 감겨 보이는 건 두 눈뿐이지만, 그 눈에 어린 살기 는 천하의 바토르조차 섬뜩하게 만 들었다.
“날뛰지 마라, 바토르.”
“……나를 아는 모양이군?”
“알지. 바토르, 홍왕의 개. 그리고 이제는 마왕의 개.”
붕대로 감긴 상대의 입가가 비틀 린다.
“개치고는 충성심이 과도하게 없
는 모양이야. 그렇게 주인을 바꿔 대는 걸 보면 말이지.”
으드드득
바토르가 이를 갈았다.
“잘도 내 앞에서 그딴 말을 지껄 이는군.”
“네 앞이니 하는 거지.”
상대의 목소리에서 웃음기가 묻어 났다.
“꽤 즐기며 살다 보니 스스로의 주제도 잊어버린 모양이군. 너는 애 초에 강자라고 불릴 만한 이가 아니 다. 죽음으로 그 주제를 깨닫도록 해라.”
“크흐흐흐.”
바토르의 이마에 핏대가 서며 전 신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너희야말로 주제를 모르는 모양 인데…… 걱정할 것 없어, 너는 깨 닫기도 전에 머리가 뭉개져 죽을 테 니까.”
더는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바토르와 귀검대의 검수가 서로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