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67)
마존현세강림기-1669화(1666/2125)
마존현세강림기 68권 (1화)
1장 물어뜯다 (1)
그건 조금 다른 종류의 싸움이었 다.
이현수는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 는 광경에 혼을 뻬앗기는 느낌을 받 았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그런 광경을 상상했다.
일검에 건물이 무너지고, 일권에 대지가 뜯겨 날아가는.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이들의 전투.
그 앞에 무력해지는 모두.
하지만 막상 눈앞에 펼쳐진 모습 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물론 인간을 벗어난 이들의 전투 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결이 확연히 달랐다.
보라.
검이 빛살처럼 허공을 가른다.
가아아아아앙!
연속으로 휘둘러진 검이 공기를
찢어발긴다. 음속을 초월한 검 끝이 공기를 찢으며 연속으로 소닉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면 검격이 눈을 한 번 깜빡일 때마다 수십, 수 백 번 연속으로 쏟아졌다.
그리고 그 검격에 대항하여 투명 한 손과 새하얀 손이 마치 어둠 속 을 배회하는 귀신의 그것처럼 날뛰 고 있었다.
바토르가 그 광경을 보며 몸을 떨었다.
‘이건 정말……
그는 과거에 이미 한 번 홍왕과 강진호의 싸움을 본 적이 있다. 그
리고 강진호와 엘더 나이트들의 격 전도 목격했다.
하지만 그 싸움과 이 싸움은 전 혀 달랐다.
마치…….
‘악의와 악의의 충돌 같은 느낌이 로군.’
이전의 강자들과 강진호의 싸움이 신화의 한 장면에 나올 것 같은 장 엄함이 있었다면, 지금 강진호와 창 왕의 전투는 말 그대로 싸움이었다.
상대를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는 살기가 심장을 터뜨릴 뜻 뿜어져 나 오고, 상대에 대한 악의가 여과 없
이 쏟아진다.
무학이 단순한 싸움 기술이 되지 않기 위해 포함해야 했던 것.
상대에 대한 존중과 예의.
그걸 지녔기에 무학은 싸움의 기 술에 머무르지 않을 수 있었다. 하 지만 지금 저들에게 느껴지는 건 단 순한 집념과 상대를 반드시 쳐 죽이 고 말겠다는 살의뿐이다.
“저거……
“짐승의 싸움 같군요.”
위긴스의 말에 바토르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영역의 경계에서 마주한 늑대와
늑대가 반드시 서로를 죽이기 위해 서 날뛰고 있었다.
웃기는 일이다.
한쪽은 중국을 지배해 온 삼왕.
그리고 다른 한쪽은 한국을 지배 하는 마왕.
어느 쪽이든 무인들에게는 우상이 나 다름없는 존재들이다. 지금도 세 상의 수많은 무인들이 저 지고한 경 지에 오르기 위해서 밤 잠을 죽여가 며 수련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니 우습지 않은가.
바토르가 으르렁대듯 말했다.
“결국은 원점으로의 회귀라는 건
가?”
지금 저들의 전투는 무인들이 수 천 년에 걸쳐서 쌓아온 무학을 완전 히 부정하고 있었다.
“미친놈들 같으니!”
바토르의 이가 부러질 듯 맞물렸 다.
그래, 어디 보여 봐라.
어디까지 가는지!
카•각! 카’카•카•카’칵!
피부가 뜯겨 나간다.
구음백골조의 기운을 팔이 터지도 록 밀어 넣은 창왕의 손이 강진호의
얼굴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기운이 강진호의 마기를 뚫고 그 의 얼굴 피부를 찢어냈다.
조금만 방향이 바뀌었다면 귀가 뜯겨 나갔을 테고, 단 한 치만 깊이 들어왔다면 얼굴의 반이 날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 역시 결코 적지 않았다.
카가가각!
창왕의 손은 적루의 방어를 강제 로 비집고 열고 들어왔다. 팔을 뻗 는 순간, 손목에 틀어박힌 적루가 그의 팔을 길게 긁어냈다.
벤다기보다는 긁어낸다. 아니, 긁 어낸다기보다는 뜯어낸다.
구음백골조의 기운으로 강철보다 단단해진 창왕의 팔이 순식간에 너 덜너덜해졌다.
“큭!”
창왕이 이를 악물고는 두 눈에서 살기를 뿜어냈다.
팔이 뜯겨져 나가는 고통이야 오 죽하겠냐마는, 지금 그에게는 그딴 고통 같은 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 다.
“흐아아앗!”
오른손을 회수하지도 않은 채 왼
손이 뻗어진다. 소수마공의 기운을 극한까지 끌어 올린 창왕이 강진호 의 배를 향해 손을 뻗어냈다.
적루는 지금 그의 오른팔에 틀어 박혀 있는 상태.
이대로 강진호를 날려 버린다면 그의 오른팔도 뜯겨 나갈지 모른다. 하지만 창왕의 공격에는 단 한순간 의 망설임도 존재하지 않았다.
상대를 죽일 수 있다면 팔 정도 는 얼마든지 내주겠다는 광기.
그와 동시에 마왕의 목숨과 자신 의 팔을 저울질하여 이득이 무엇인 지를 완벽하게 계산하는 이성.
섬뜩하다.
창왕의 오른팔에서 적루를 뽑아낸 강진호가 적루와 청루를 자신의 배 앞에서 교차했다.
콰아아아아아앙!
밀려 들어온다.
그의 검에 폭발적으로 쑤셔 넣은 마기의 틈으로 살을 엘 듯한 한기가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큭 ”
짧게 호흡을 내쉬는 그의 입에서 새하얀 입김이 담배 연기처럼 뿜어 져 나왔다. 파고든 한기가 순식간에 폐 안의 공기를 차게 얼려 버린 것
이다.
“마와아아아아앙!”
창왕이 앞으로 달려들어 강진호의 목을 후벼 팠다.
강진호가 그 광경을 보며 이를 드러냈다.
달려들던 창왕의 배에 강진호의 발이 틀어박혔다. 아니, 정확하게는 배를 막은 창왕의 왼손 위를 강진호 의 발이 걷어찼다.
마기를 밀어 넣은 각력은 완벽한 방어에 성공한 창왕의 몸조차 걷어 차인 축구공처럼 날려 버렸다.
콰아아아앙!
창왕이 포탄처럼 쏘아져 나간다.
겉으로만 보면 완벽한 공격. 하지 만 강진호가 치른 대가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가 뻗은 발을 회수하지 않고 슬쩍 시선을 내렸다.
신발은 물론이고, 무릎까지의 옷 이 모조리 얼어붙어 새하얀 성에가 껴 있다.
걷어차여 날아가는 순간에도 그의 발에 소수마공의 한기를 있는 대로 밀어 넣은 것이다.
‘침투경 (浸透勤)
상대의 몸 안으로 자신의 기운을
밀어 넣어 내부부터 파괴한다.
지금까지 침투경을 사용하는 고수 야 수도 없이 만나봤지만, 그 침투 경을 이런 수준까지 끌어올린 이를 보는 건 전생과 현생을 모두 통틀어 강진호조차 처음이었다.
우두둑.
발에서 기묘한 뼛소리가 흘러나왔 다. 얼어붙은 뼈와 살이 짓이겨지는 감각. 다리 안에 수천 개의 쇳조각 이 굴러다니는 것처럼 날카로운 통 증이다.
‘이건 차라리 독공에 가깝군.’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처음 본다.
사공을 이렇게까지 해석한 이는.
사공을 이런 경지까지 끌어올린 이는.
‘강하군.’
지금까지 강진호가 겪은 어떤 타 입의 적과도 다르다. 저놈은 이 한 발, 한 발을 중첩해 쌓아 결국에는 상대를 독에 중독된 사냥감처럼 만 든다.
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다면 점점 더 몸이 둔해지다가 결국 에는 독사에게 물린 짐승처럼 눈을 뜬 채 몸이 굳어 상대가 자신을 통
째로 삼키기를 기다리는 꼴이 될 것 이다.
독에는 한계가 있다.
무학이 높아질수록 내성이 높아지 고, 어느 순간에는 몸의 회복력이 독성을 능가해 버리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이건 다르다.
‘기본적으로 독공은 약한 자가 강 한 자를 쓰러뜨릴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하지만 독의 한계는 강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강자에게 통하는 독이 있고, 그걸 더없는 강자가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게 지금 창왕이 이룩한 경지였 다.
강진호가 얼어버린 발목에 기운을 돌리며 한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훙왕을 쓰러뜨렸다는 게 거짓은 아니었군.’
홍왕이라면 당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몸에 파고드는 이 기운에 신 경을 쓰지 않았을 테니까. 아무리 날뛰어봐야 자신의 육체에 머문 강 대한 내력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겠지.
거기서 승부는 갈린다.
“한기가 단 한 곳에만 머물러도 기운이 마음대로 흐르지 않는다. 그 럼 내력의 힘은 반으로 줄겠지.”
“정확합니다.”
쿠르릉.
건물 더미에 처박힌 창왕이 산뜻 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의 이마에서 피가 주르륵 홀러내렸지만, 창왕은 피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환하게 웃었다.
“역시 마왕. 그 얼간이와는 이해 도가 다르군요. 당신은 지금 자신이
어떤 처지에 처해 있는지를 이해한 것 같은데?”
강진호가 웃어버렸다.
웃기는 일이지.
냉정하게 말하면 상황은 좋지 않 다.
창왕은 그가 생각한 이상의 강자 고, 저 홍왕에게 독니를 박아 넣을 능력이 있는 자였다. 그리고 그런 창왕의 뒤에는 아직 전력은 거의 온 전히 보존하고 있는 무인들이 대기 하고 있다.
공포와 동요?
그건 강진호가 가지고 있는 힘에
서 나온다.
창왕과의 전투로 힘을 소진한다 면, 공포에 질려 달아나던 토끼들은 순식간에 승냥이 떼가 되어 강진호 의 육체에 송곳니를 박아 넣으려 할 것이다.
공포에 질린 만큼 더욱 발작적으 로.
그렇게 된다면 아무리 강진호라 해도 아무리 총회라고 해도 버틸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라고 해서 이 모 든 이들을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으 니까.
그런데…….
웃기는 일이지.
머리는 차갑도록 냉정하다. 마기 는 더 이상 그의 머리를 광기로 물 들이지 않는다. 이성적으로 생각한 다면 이쯤에서 슬슬 탈출을 생각하 는 게 맞다.
그래서 우습다.
그래서…….
“아무래도 마기 같은 건 핑계였던 모양이군.”
강진호가 짐승처럼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달아날 생각 같은 건 조금도 들지 않는다.
그의 심장이 외치고 있다.
저 빌어먹을 놈의 목에 칼을 틀 어박으라고, 뿜어져 나오는 붉은 피 를 이 두 눈으로 확인하라고, 그리 고 절망으로 물드는 두 눈동자를 짓 밟아주라고 말이다.
강진호가 천천히 적루와 청루를 들어 올렸다.
그 광경을 본 창왕이 주먹을 가 볍게 쥐었다 폈다.
‘ 오싹하군.’
코끝이 지끈거리는 느낌이다.
결코 그럴 리 없다는 걸 알고 있 는데도 자꾸 코끝에서 비린내가 나
는 것만 같다. 길들여지지 않는 야 생의 야수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 비린내가.
하나…….
“짐승 같군요.”
수많은 이들이 저 야성에 먹혔을 것이다.
아마 제 실력의 반도 발휘하지 못한 채 이 말도 안 되는 기세에 짓눌려 죽어갔겠지.
“하지만 당신은 상대를 잘못 만났 습니다. 짐승을 상대하는 건 제 특 기죠. 짐승은 결국 인간에게 죽는 법. 당신은 사냥감이 되어 죽어갈
겁니다.”
“사냥감?”
강진호가 웃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그런 취급 을 꽤 당한 적이 있었지.
강진호가 가라앉은 눈으로 창왕을 바라보았다.
“딱히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네 방식이. 아니, 오히려 감탄할 정 도다.”
창왕은 말없이 강진호를 바라보았 다.
‘냉정하군.’
상처를 입고 위기에 몰린 짐승은 포효하고 발버둥친다. 아직 자신에 게 힘이 남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진짜 힘이 남아 있는 짐 승은?
‘소리를 죽이고 자세를 낮춘다.’ 사냥꾼을 단번에 물어 죽이고 상 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
창왕의 눈에 강진호의 모습이 자 세를 낮춘, 검은 짐승의 모습과 겹 쳐 보였다.
“하지만 너도 알겠지.”
강진호가 이를 드러냈다.
그의 눈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 른 살기와 광기로 번들거리기 시작 했다.
“사냥꾼을 죽이는 것도 결국 짐승 이다.”
“짐승을 죽이는 게 사냥꾼인 것처 럼 말이죠.”
두 사람이 동시에 웃음을 지었다. 섞일 수 없다.
아무리 봐도 그들은 물과 기름.
서로에 대한 호의를 가질 수 없 는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
전력을 다해 상대를 죽여 없애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것뿐이 다.
“하아아아아압!”
“타아아아앗!”
강진호의 몸에서 검은 마기가 용 솟음쳤다. 그와 동시에 창왕의 몸에 서 새하얀 음기가 아지랑이처럼 피 어올랐다.
마의 왕과 사의 왕이 서로의 목 을 물어뜯으려 달려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