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69)
마존현세강림기-1671화(1668/2125)
마존현세강림기 68권 (3화)
1장 물어뜯다 (3)
콰아아아아아아!
강진호의 마기가 마치 날개처럼 등 뒤로 펼쳐졌다. 그런 뒤,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을 뚫고 비상하는 비 조처럼 창왕을 향해 날아올랐다.
콰득!
광기 어린 눈빛을 감추지 않은
채 강진호가 창왕의 목을 움켜잡았 다. 그러고는 그 속도 그대로 방향 을 틀어 아래로 운석처럼 내리박혔 다.
콰아아아아아앙!
바닥이 터지며 거대한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걸 로도 만족하지 못하는지, 창왕의 목 을 잡은 채 그대로 돌진했다.
대지가 무른 두부처럼 솟구쳐 오 른다.
마치 거대한 지룡(地龍)이 바닥을 뚫고 종횡으로 용솟음치는 것만 같 은 광경이었다.
그 광경이 오로지 인간의 육체만 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끄르륵!”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흘린 창왕 이 구음백골조로 자신의 목을 잡고 있는 강진호의 팔목을 움켜잡았다.
콰드드득!
손가락이 살을 파고들어 갔다. 하 지만 강진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 은 채 창왕을 끌어당기더니 바닥으 로 내려쳤다.
쾅! 쾅! 쾅!
“흐아아아아악!”
괴성을 내지른 창왕의 소수마공이
강진호를 후려갈긴다. 강진호의 몸 이 뒤로 튕겨 나가며 서로 간의 거 리가 확 벌어졌다.
“흐……
바닥에 처박힌 강진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엉망이다.
흘러내린 피로 잔뜩 젖은 머리카 락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피 칠갑을 한 얼굴에서 시뻘건 혈광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온다. 그의 머리 에서 붉지 않은 부분이라고는 반쯤 피에 젖어 있는 이밖에는 없었다.
옆구리는 한 움큼 뜯겨 나가 검
은 피를 흘려 대고, 곳곳이 얼어붙 은 몸은 시커멓게 죽어간다.
하지만 창왕이라고 해서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의 상태가 강진호 보다 더욱 심각해 보였다.
목은 반쯤 뜯겨 나가 시뻘건 근 육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몸의 곳 곳이 베여 어떻게 서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후욱, 후욱……
두 사람이 핏발 선 눈으로 서로 를 마주 보았다.
그 모습이 마치 서로의 피로 붉
게 물든 늑대들이 이를 드러낸 것처 럼 보인다.
잠깐의 소강.
그 소강상태가 오고 나서야 지켜 보던 이들은 멈추었던 숨을 다시 쉴 수 있었다.
이현수가 떨리는 눈으로 두 사람 을 바라보았다.
‘뭔 전투가……
강진호의 전투는 질릴 정도로 봐 왔다.
그러면서 강진호가 상대와 쉽게 싸우는 것은 거의 본 적이 없다. 그
의 전투는 언제나 극한에 서서 버티 고 또 버텨내는 전투였다.
하지만 이건 지금까지 그가 보아 온 강진호의 전투와는 달랐다.
짐승과 짐승의 전투.
전투라는 고상한 말보다는 차라리 싸움이나 영역 다툼 같은 말이 더 어울려 보일 정도였다.
몰아치는 살기와 악의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상식을 뛰어넘은 고수들끼리의 싸 움은 뭔가 고상할 것이라는 고정관 념이 완전히 박살 나는 순간이었다.
‘그럼 또 하나의 고수는?’
이현수가 슬쩍 고개를 돌려 홍왕 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홍왕.
굳건함의 화신 같던 홍왕의 얼굴 에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경악이 떠올라 있었다.
강진호와 창왕의 전투에 충격을 받은 것은 그도 마찬가지인 모양이 다.
이현수가 떨리는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봤다.
탈출?
계략?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좋다.
아무리 반쪽짜리라고는 해도 그 역시 무인. 무학을 익힌 이라면 절 대 이 전투는 멈출 수가 없다. 이 전투의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지 않 을 도리가 없다.
그의 간절한 시선이 강진호에게로 향한다.
‘회주님.’
흘러내린 피가 눈으로 파고들었 다.
강진호가 손을 들어 눈가의 피를 닦아냈다.
‘얼마 만이지?’
이렇게 미칠 듯이 싸워본 게.
웃음이 나온다.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는 그동안 몇 번이나 겪었다. 홍왕과 싸운 이 후, 그는 일본의 무사들과 싸워야 했고, 엘더 나이트들과의 전투도 겪 었다.
아차 했으면 목이 달아났을 것이 다.
하나 이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결국 그들은 집단. 홀로 강진호를 상대할 이는 홍왕 이후에는 없었다. 마음껏 후려치고 마음껏 베어도 쓰
러지지 않고 맞받아쳐 오는 상대를 만난 게 얼마 만이던가.
다른 이들은 상상도 못하겠지.
전신이 너덜너덜해지는 고통 속에 서 이런 충족감이 느껴진다는 사실 을 말이다.
‘창왕이라……
장자커우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 도, 그리고 서로 마주 설 때까지만 해도 창왕에게서 이런 충족감을 느 낄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창왕은 그가 생각하는 이 상으로 강했다.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이 싸움
을 계속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사과하지.”
“너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강하다.”
그리고 무인이 아니라는 말도 사 과해야 한다.
분명 저자는 강진호와는 전혀 다 른 타입이다. 몸을 움직이기 전에 머리로 먼저 계산하고, 얼음처럼 차 가운 이성으로 판도를 움직여 가는 이다.
하나.
저만한 무위를 쌓아 올리는 게 그저 계산으로 가능할 리가 없다. 어떤 방식이든 평범한 이들이 상상 할 수 없는 고련을 통해 이곳에 이 른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존중해야겠지.
강자에게는 그에 걸맞은 대접이 필요한 법이니까.
“새삼스럽게.”
창왕이 피식 웃었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웃는 낯이 결코 보기 좋다고 할 수는 없겠지 만, 아직 강진호의 앞에서 웃을 여 유를 보일 수 있다는 게 그의 강함
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나 묻지.”
“그러시죠.”
강진호가 창왕을 빤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중국을 통일하면 뭘 할 생각이었 지?”
“그것참 멍청한 질문이군요.”
창왕이 이를 드러낸다.
“중국 따위를 통일한다고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은 더 이상 무 인들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적당한 자리를 꿰차고 앉아서 나는 강하다며 거들
먹거리는 것뿐이죠.”
“무인은 더 이상 세상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역사책에도 쓰여지지 못 한 채 도태되어 갈 낡은 족속일 뿐 이죠.”
“그럼 왜 싸우는가.”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죠?”
창왕이 고개를 슬쩍 돌려 홍왕을 바라봤다.
“평화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다면 이대로 계속 대치한 채 시간을 보내는 게 최선이었겠 죠.”
“네가 먼저 움직이지 않았나?”
“아니요. 이 상황을 만든 건 마왕 당신입니다.”
“••••••내가?”
창왕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홍왕을 도발하여 더 높은 곳으로 이끌지 않았다면, 이 대치는 바뀌지 않았을 겁니다. 중국이라는 대지는 앞으로도 한동안 세 조각으 로 갈라져 서로를 견제하기만 했겠 죠. 하지만 당신이 모든 걸 바꿨습 니다. 모르시겠습니까?”
창왕이 비웃음을 흘렸다.
“당신이 홍왕을 각성시킨 덕분에
그 균형이 깨어졌습니다. 세 왕 중 가장 적극적으로 중국을 통일하려 하는 이는 바로 홍왕입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힘이 부족했죠. 하지만 당 신 덕분에 그 균형이 깨어진 겁니 다.”
강진호가 입을 다물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 하고 싶지 만, 창왕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자신에게 대의가 있다고 믿는 놈 만큼 위험한 존재는 없습니다. 그 대의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거든요. 홍왕이 바로 그 런 존재죠. 홍왕을 내버려 두었다면 그는 언젠가는 전쟁을 시작했을 겁 니다.”
머릿속에서 인식이 뒤바뀐다.
“그러니까……
“네.”
창왕이 이를 드러냈다.
“이 모든 사태는 오로지 당신이 만들어낸 상황이란 말이죠, 마왕. 언 제나 그랬습니다. 당신은 이 세상에 떨어진 혼돈, 그 자체입니다. 당신은 입으로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하
지만, 따지고 보면 모든 일을 키우 는 건 결국 당신이죠.”
“당신이 중국에 와 마교를 끌고 가겠답시고 홍왕을 격동시키지 않았 다면, 사태는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겁니다. 아니, 그전에 당신이 한국을 지배하지 않았다면 시작도 되지 않 았을 일이죠.”
창왕이 나직하게 웃었다.
“그런데 당신은 마치 다른 이들이 얌전히 사는 당신을 뒤흔든다는 것 처럼 말하고 행동합니다.”
창왕이 좌우로 팔을 벌렸다.
“보십시오.”
무너진 건물들과 죽어간 사람들의 피가 지옥도를 만들고 있었다.
“이 광경은 당신이 만든 겁니다.”
“네가 만든 거겠지.”
“그리 면피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십시오.”
창왕이 미묘한 미소를 입에 담았 다.
“당신에게는 이 상황을 피할 기회 가 몇 번이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적이나 다름없는 홍왕을 도우러 오 지 않았다면, 아니면 홍왕을 돕기
전에 우리와 먼저 접촉했더라면. 그 모든 것을 놓쳤다 해도 이곳에 와 내민 제 손을 잡았더라면 당신에게 는 평화가 함께했겠죠. 한데…… 창왕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그래서 당신의 선택이 뭐였던 가.”
“당신은 아귀(饌鬼)야.”
창왕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삼왕이 위험하다고? 아니,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건 바로 당신이야. 당신은 피와 죽음에 굶주 려 있지. 어떻게든 더 많은 이들이
죽어갈 방향으로 일을 끌고 가. 그 러고는……
창왕이 주변을 슬쩍 돌아보며 말 했다.
“이 꼴이지.”
“내가 여기서 당신에게 패한다면 당신은 다음 상대를 찾겠지. 또 싸 우고 죽이고 피를 흘릴 수 있는 상 대를. 홍왕을 구하러 온 이유가 정 말 평화 때문인가? 그저 주먹을 섞 을 상대 하나를 잃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고?”
강진호가 말없이 창왕을 바라보았
다.
그의 가라앉은 눈을 본 창왕이 비웃음을 홀렸다.
“피에 중독되어 버린 인간은 평생 피 냄새를 좇으며 살지. 평화를 논 하며 평화를 위해서는 피가 필요하 다고 지껄이지만, 막대한 피를 흘려 평화를 손에 넣고는 그 안온함을 버 티지 못하고 다시 싸울 구실을 찾아 대.”
“그게 당신이라는 아귀의 본모습 이지.”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이상하게 담배를 찾게 된다.
주머니 속의 담배를 손끝으로 확 인한 강진호가 담배를 잡지 않고 손 을 주머니에서 빼냈다.
“다 지껄였나?”
“할 말은 많지만……
창왕이 웃었다.
“그 머리로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똑똑해서 좋겠군.”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 말이 맞다고 해도 지금 상황
에서는 달라질 게 없겠지. 그렇지 않나?”
“흐으음.”
“그러니 지껄이지 말고 덤벼. 시 간은 충분히 끌었을 테니 말이야.”
강진호가 적루와 청루를 다시 들 어 올리자, 창왕이 묘한 눈으로 그 를 바라보았다.
“한 가지를 잊으신 것 같은데
“•…”뭐?”
창왕의 입가에 비틀린 미소가 피 어났다.
“당신의 말은 거의 맞는 게 없지
만, 한 가지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기준으로 저는 무인이 아니 죠. 그저 사냥꾼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사냥꾼이라는 건……
창왕이 손가락을 튕겼다.
“짐승과 싸우지 않는 법이죠. 그 저 사냥할 뿐.”
그 순간이었다.
창왕이 신호를 보내자마자 지금껏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창왕계 무인 들의 눈에서 새파란 광망이 일었다.
“조금 전의 당신은 저들 모두를 상대할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이……
“거기서 죽으십시오, 마왕. 상처 입은 범은 늑대 떼에 물어 뜯겨 죽 는 법이죠. 당신에게 걸맞은 죽음이 되길.”
창왕이 요사스런 미소와 함께 뒤 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 순간, 창왕계의 무인들 이 괴성을 내지르며 몰아치는 해일 처럼 강진호를 향해 쏟아져 들어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