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7)
마존현세강림기-167화(167/2125)
마존현세강림기 7권 (18화)
4장 찾아내다 (3)
“이 미친놈이 어디까지 들어간 거야?”
류치는 산을 뚫고 들어가며 짜증을 부렸다.
산속에서 사람의 흔적을 찾아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은 이미 알 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주변의 지형에 익숙 한 장족 주민을 매수하여 혼적을 더 듬어 온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산을 며칠이나 탄 끝에 원 주민 놈이 이 앞은 금역이라 더는 들어갈 수 없다는 개소리를 늘어놓은 것이다.
어차피 금역 안으로 들어갔으면 죽을 테니 더는 추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들을 설득하는 장족 놈을 협박했지만, 죽으면 죽었지 결코 저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지 않는가.
결국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는
했지만, 덕분에 류치는 직접 사람의 혼적을 쫓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미개한 놈들 같으니.”
금역?
그런 걸 아직 믿는 이들이 있단 말인가.
피라미드에 들어가면 다 죽는다는 말 같은 미신을 지껄이는 놈들이 21세기에 아직 있다는 것을도무지 믿을 수 없는 류치였다.
‘그 망할 외국인 놈.’
그놈만 아니었다면 이 시기에 이 렇게 산이나 뒤지는 꼴이 되지는 않 았을 것이다.
미신이니 무공이니 그런 것을 신 봉하는 놈들은 이마에 총알이 박혀 봐야 현대 과학이가진 힘을 알게 되는 것이다.
미신을 지껄이는 놈에게는 현대 과학의 힘을 알게 해주었다. 이제는 무공을 익힌 놈에게도 알려주어야 할 시간이었다.
“이쪽입니다.”
“음……”
수풀이 마구 흐트러진 흔적이 있 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쪽으로 향했다는 흔적을 일부러 남겨놓기라도 한
듯이 앞쪽에 수풀이 한쪽 방향으로 일정하게 누워 있었다.
“……얼마 안 됐군?”
시간이 지났다면 수풀이 다시 몸을 일으켰을 것이다. 이렇게 수풀이 아직 누워 있다는 것은 그놈들이 지 나간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산에 어둠이 내리고 있어서 라이 트를 비추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식 별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렇게 대 놓고 흔적을 두고 간 것을 보니 이 제 그놈을 잡는 것도 순식간일 것이
“준비해라.”
철컥!
좌우에서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총은 들고 오지 않았지만, 권총으로 무장한 인원만 스물이 넘는다. 이 정도면 사람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경찰 서도 통째로 털고 남을 만한 병력 아닌가.
“중국에 함부로 발을 들였다면 대가를 치러야지.”
“그건 틀린 말이지.”
류치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대답이 그의 바로 귀 뒤에서 들려 왔기 때문이다.
“여긴 내 땅이기도 하거든.”
나직한 속삭임.
하지만 그 나직한 속삭임에서 느 껴지는 끈적한 살기가 그의 몸을 옥 죄고 있었다.
언제 였더라?
삼합회의 간부 놈이 키운다는 호 랑이를 바로 눈앞에서 보았을 때 느 꼈던 감정.
당시 사슬에 묶여 있는 호랑이임 에도 단 1초면 그의 목이 뜯겨져 나갈 수 있다는 공포감을 느껴야 했
다. 하지만 지금 그의 등 뒤에서 으 르렁대고 있는 호랑이게는 목줄이 없지 않은가.
류치의 등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아냐. 넌 마지막이다.”
“……으아아아아!”
류치가 몸을 돌려 총을 난사했다. 탕! 탕! 탕! 탕!
“으아악!”
“부회주님! 왜 이러십니까!”
“형님!”
총구가 자신 쪽을 향하자 기겁을 한 이들이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허공을 향해 총이 몇 번이고 불을 뿜었다.
“따거 (형님)!”
“후욱! 후욱!”
류치가 거친 숨을 토해냈다.
“어, 어디 갔어?”
“예? 형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방금 여기서 나한테 말 건 놈 어디 갔냐는 말이야!”
“형님 뒤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만?”
“……없었다고?”
“예.”
그럴 리가 없는데?
귀 바로 뒤에서 들려오던 그 음성 이 너무나도 선명했다. 그런 것은 환청으로 들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금역이라고 했나?
여기에 귀신이라도 산단 말인가?
그 장족가이드 놈의 이마에 총알을 박아 넣기 전에 먼저 무슨 말은 하는 건지 자세히 들어봤어야 한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언제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었
“주변을 살펴봐!”
“예.”
류치가 추가로 뭔가 지시를 내리 려고 할 때, 구석에서 끔찍한 비명 이 들려왔다.
“끄아아아아아악!”
“뭐, 뭐야?”
등 뒤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 소리에 류치가 기겁을 하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어, 어디야! 뭐냐고? 라이트 켜, 이 새끼들아!”
어둠이 내려앉은 산은 이제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조금 어두워
진다 싶더니, 순식간에 온 산이 어 둠으로 물들고 만 것이다. 한 치 앞 에 있는 것도 보이지 않아 우왕좌왕 하던 이들이 일행의 끝 쪽에 쓰러져 있는 이를 찾아냈다.
“……죽었어?”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는 이를 보 자 모골이 송연해졌다.
“사, 살아 있는 거 같은데?” 눈에 띄는 외상은 없었다.
“이 새끼 왜 쓰러진 거야?”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감이 밀려오는 검은 물처럼 천천히 그들의 발목
을 적시고 있었다.
“형님, 이놈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일단 구석에 처박 아놔.”
“……죽을지도 모르는데요.”
“그럼 네가 업고 내려가든가.”
금세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부하 놈을 보며 장민이 역정을 냈다.
‘병신 같은 놈들.’
하지만 류치 역시 오금이 저려오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심장마비라도 왔나? 왜 갑자기?’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파아앙!
“아아아아악!”
이상한 파공성이 들리더니, 구석 쪽에 있던 놈 하나가 바닥을 굴렀다.
“내 다리! 내 다리!”
“뭐, 뭐야! 이런 씨발!”
류치가 기겁을 하여 쓰러진 놈을 향해 달려갔다.
“내 다리! 으아아아! 내 다리!”
“가만히 좀 있어 봐, 이 새끼야!”
처음에는 뱀에라도 물렸나 싶었지 만, 코에 물씬 풍겨오는 이 피 냄새는 짐승에게 물려서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라이트! 라이트 비춰봐!”
발악을 하는 이를 억누르고 상처를 입은 것 같은 쪽에 라이트를 비 춘 류치의 눈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쓰러진 놈의 발목이 길게 갈라져 있었다. 정확하게 아킬레스건이 있는 부위를 면도날로 잘라 버린 듯이 쩍 벌어져 피를 울컥울컥 토해내고 있었다.
“지, 지혈해!”
이대로 놔둔다면 얼마 지나지 않 아서 과다출혈로 죽고 말 것이다. 벨트를 풀어 허벅지 쪽을 꽉 조여놓
았지만, 이 산속에서라면가망이 없 었다.
“완전히 조여 버려.”
“그럼 다리가 괴사할텐데요?”
“씨발! 죽는 것보다는 나을 것 아 냐!”
류치가 눈을 번들대며 소리치자 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죽는 것보다야 다리를 하나 잘라내는 편이 나았다. 본인이 그리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흩어져! 그리고 찾아!”
“누굴 말입니까?”
“야, 이 멍청한 새끼야. 너는 이
게 그냥 지나가다 병이라도 밟아서 생긴 상처 같냐? 누가 칼 같은 걸 로 자른 상처잖아!”
수많은 이들의 아킬레스건을 끊어 보았던 류치는 알 수 있었다. 이건 정확하게 노리고 저지른 짓이다.
“하지만 이 주위에는 우리 말고
말을 하던 이가 입을 다물었다.
그들이 지금까지 누굴 쫓아왔는지 새삼 깨달은 것이다.
‘잘못 걸렸어.’
총이 있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무인이 일반인으로서는 절대
당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하더라도 이 많은 인원이 원거리에서 총을 쏴댄 다면 절대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그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원거리 공격이가능했던 것인가?’
거기다 이렇게 어둠이 내려앉았는데 멀리서 정확하게 발목을 공격할 수 있다면 시야적인 측면에서도 완 전히 이점을 빼앗겼다고 볼 수 있었다.
찾을 수 없는 한 명의 적.
그리고 그 적은 그들은 빤히 보고 있는 상황이라면?
류치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사냥이 아니었어.”
이건 사냥이 아니다. 그들이 되레 사냥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먹이와 짐승의 입장이 순간적으로 역전되었다.
파아앙!
다시 한번 귀를 찢는 파공성과 함께 한 사람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아악! 발! 내 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보지 않 아도 알 수 있었다.
“뭉쳐! 한 곳으로 뭉치란 말이야!”
탕! 탕!
류치가 허공을 향해 총을 두어 번 쏘아내고는 소리를 질렀다.
“이 새끼 위치만 파악하면 잡을 수 있어. 그러니까 그렇게 홑어져 있지 말고 이쪽으로 와서 대형을 갖 추라고!”
그 말을 들은 이들이 후다닥 그에게로 달려왔다. 그러고는 그를 빙 둘러싸고 사방으로 총구를 겨누었다.
“……대체 뭡니까, 이거?”
“총을 들고 있는 놈을 상대한다고 생각해라! 하지만 놈은 한 명이다! 그러니까!”
그 순간이었다.
파아앙! 파아앙!
파공성이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들린다 싶더니, 푸른 섬광이 그들 쪽으로 여럿 날아오는 것이 류치의 눈에 보였다.
“아……”
섬광은 빛처럼 빨랐다.
뭔가 보였다 생각하는 순간, 비명을 지르며 몇몇이 바닥으로 쓰러졌
그와 동시에 오른쪽 얼굴이 없어 진 듯 화끈한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 했다.
천천히 손을 올려 더듬어보니 진 득한 핏물과 함께…….
‘ 없다.’
그의 귀가 잡히지 않았다. 깔끔하게 잘려 나간 것이다.
‘죽는다.’
순간적으로 머리를 지배한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으아아아아아!”
류치는 권총을 들어 사방으로 난 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부하들도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총을 들어 마구 쏘아대기 시작했다.
어둠에 물든 산이 총성으로가득 찼다.
철컥! 철컥!
탄창이 비어버린 총이 빈 공이 소 리를 내자 류치가 서둘러 탄창을 갈 아 끼웠다.
파아앙!
파아앙!
그와 동시에 다시금 푸른 섬광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또다시 두엇이 쓰러지자 공포는 극에 달했다.
“……다 죽을 거야! 이대로는 다 죽는다고!”
“진정해! 이 새끼들아!”
“으아아아아!”
부하들이 사방으로 뛰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류치는 욕을 하고 고함을 지르며 그들을 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공포 에 질려 있는 이들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부상을 입고 쓰러진 탓에 차마 달 아나지 못하는 이들이 흘리는 신음 소리만이 들려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이런 꼴을 보기 위해서 이 산까지 그놈을 따라온 것이 아니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류치는 천천히 권총을 들어 올리 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난 안 죽어……
이런 곳에서 개죽음을 당하기 위 해서 지금껏 아둥바둥 살아온 것이 아니다. 류치는 이를 악물었다.
적이 누구든, 그 외국인 놈이 어 떤 놈이든 간에 감히 자신의 목을 노린다면 그 이마에 총알을 박아 넣 어 줄 것이다.
“나와! 나와, 이 새끼야!”
류치의 피 섞인 비명성이 산을가 득 울렸다. 저 멀리서 돌아오는 메 아리 소리가 그의 공포를 더더욱 자 극했다.
“나오라고!”
탕! 탕! 탕!
허공을 향해 몇 발을 더 쏘아내고 나서야 류치는 떨리는 마음을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앞에 검은 어둠이 천천히 모 여들었다.
류치는 마치 꿈이라도 꾸는 것 같은 몽롱한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 았다.
어둠이 모여들더니 천천히 인간의 형태를 만들어갔다. 머리쯤이라 짐 작되는 곳에서 붉은 눈이 번쩍하고 나타났을 때, 류치는 그 자리에 주 저앉고 말았다.
“원하는 대로……
그림자와 같은 얼굴에서 하얀 이가 드러나자 류치는 헛웃음을 흘리 고 말았다.
‘악마라고는 안 했잖아.’
천산이 지옥으로 화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