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71)
마존현세강림기-1673화(1670/2125)
마존현세강림기 68권 (5화)
1장 물어뜯다 (5)
우우우우우웅!
인적이 드문 중국의 북방. 그 외 지의 한 곳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지 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순간적으로 확 밝혀진 빛이 사그 라들자, 그 속에서 일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됐습니다!”
위긴스가 상기된 목소리로 소리쳤 다.
그 말에 간신히 버티고 있던 이 들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빌어먹을, 뒈지는 줄 알았네.”
“이런 게 있었으면 진즉에 좀 쓸 것이지!”
쏟아지는 비난에도 위긴스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리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 닙니다. 그리고 적절한 상황을 기다 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위긴스가 손에 들린 커다란 수정 을 내려다봤다.
‘너무 늦지 않게 완성되어 다행이 군.’
휴대용 마나 배터리.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것도 나쁘 지 않겠지만, 그건 전달성만 떨어뜨 릴 뿐이다. 지금 이 수정에 붙어야 할 말은 그걸로 족했다.
“일회용이라는 게 문제지만.”
쩌적, 금이 가 바스라지는 수정을 보며 위긴스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이 마나 배터리 하나를 만들어내
는 데 들어간 돈을 말한다면 저기 지쳐 앉아 있는 이현수가 거품을 물 고 달려들어 그의 멱살을 움켜잡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덕분에 그들은 목숨을 구 했다.
“그런데 그건 대체 뭡니까?”
그의 속내도 모르고 이현수가 순 진하게 물어왔다. 위긴스가 쓴웃음 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마나를 주입해 놓은 배터리지.”
“……마나 배터리요?”
“그래.”
이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마나가 뭔 전기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겁니 까?”
“안 됐으면 지금 네가 살아 있을 것 같은가?”
이현수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위긴스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은 마나를 주입한 물건으 로 부족한 마나 양을 충당한다는 생 각을 누구도 하지 못했을 뿐이야.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은가를 따져 보기 위해서는 우선 시도를 해봐야 하는데, 시도 자체가 없었으니 가부
를 논할 일이 없지.”
“그런데 갑자기 그런 발상을 어떻 게?”
“보조 배터리로 휴대폰 충전하다 가.”
“문제라도?”
“아니…… 그냥요.”
이현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보조 배터 리 덕분에 그들이 목숨을 구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좀 이상하다.
“이리 말하면 쉬운 일처럼 들리겠 지만, 애초에 이건 내가 아닌 마법
사들은 사용할 수 없는 걸세. 충전 을 위해서는 막대한 마나 양이 필요 한데, 그만한 마나를 소유한 마법사 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몇 번에 걸 쳐서 충전하는 것도 불가능하네.”
“파장도 맞아야겠구요.”
“그렇지.”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자신의 제자들을 동력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마나의 파장을 맞 추면서 곁다리로 나온 결과물이다. 이 작은 수정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 해서 들여야 하는 노력과 막대한 돈 을 생각한다면 절대 효율이 좋은 물
건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살다 보면 때때로 효율을 무시할 필요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덕에 이 상황을 만들 어낼 수 있었다.
“그럼 진즉에 말이라도 해주시 지.”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아군부터 속여야 하는 법이지. 그렇지 않나?”
이현수가 입을 다물었다.
불만이야 왜 없겠냐마는 저 말에 는 반박할 수 없다. 덕분에 결과가 좋은 것도 사실이고.
‘우리가 어색한 모습을 보이지 않
았으니, 창왕이 모든 병력을 거기에 들이박았겠지.’
전투 중에 조금이라도 뒤를 힐끔 거리는 모습을 보였다든가 믿는 구 석이 있는 티를 냈다면, 창왕이 알 아채지 못할 리가 없다. 이현수야 어떻게든 그 사실을 숨길 수 있겠지 만, 바토르나 장민이 창왕의 눈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여하튼.
위긴스가 준비한 비장의 한 수 덕분에 그 망할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위긴스.”
“예, 로드.”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위긴스를 바라봤다.
“상황은?”
“아직 정확한 위치는 특정하지 못 했습니다. 일단 있는 힘을 다해서 최대한 북쪽으로 이동했을 뿐입니 다. GPS로 정확히 확인을 해봐야겠 지만, 아마도 지금 위치는 장자커우 북쪽의 내몽골 자치구의 경계쯤일 겁니다.”
“내몽골 자치구라……
그 말을 들은 차이커창이 눈을 찌푸렸다.
“어째서 북쪽으로 이동했나? 남쪽 으로 이동했다면 홍왕계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을 텐데.”
이현수가 썩은 눈으로 고개를 돌 리더니, 낮게 한숨을 쉬었다.
“저…… 전부터 좀 죄송한데, 패 배자께서는 주둥아리를 다물어주셨 으면 좋겠는데요.”
“……이, 이놈이?”
“홍왕계의 영역으로 들어간다고 좋을 게 뭐가 있다는 거야. 어차피 그대로 밀고 내려오는 창왕계를 막 지도 못할 텐데.”
이현수는 위긴스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다. 지금 홍왕계는 창왕계에 대항해 저지력을 발휘할 수 없다.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할 수 있다면 다음이 있겠지만, 이대로 아래로 내 려간다면 상황을 수습하기도 전에 지리멸렬해지고 말 것이다.
“그럼 어쩔 셈이냐?”
“북상해야지.”
이현수가 살짝 얼굴을 일그러뜨렸 다.
“일단은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게 먼저다. 최종적으로는 어떻게든 한 국으로 돌아가야 돼. 그전에 경유지 로 몽골에 가야지.”
“••••••몽골.”
이현수가 차이커창을 보며 싸늘하 게 말했다.
“그러니 선택해라. 이대로 몽골로 가서 한국으로 함께 동행할 건지, 그게 아니면 너희는 너희대로 이곳 에서 창왕계를 돌파해 홍왕계의 영 역으로 넘어가 볼 건지.”
차이커창이 안색을 굳혔다.
하지만 그가 굳이 입을 열 필요 는 없었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훙왕이 먼저 대답을 했으니까.
“선택할 것도 없다. 우리는 한국 으로 간다.”
“홍왕이시여?”
홍왕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 우리 둘만의 힘으로는 독이 오른 창왕계의 영역을 돌파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게 아니면 크게 우회 해야 할 텐데, 그 시간이면 창왕이 우리의 구역을 모두 짓밟은 뒤겠 지.”
“……옳은 말씀이십니다.”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기 위해서 는 한국으로 가는 게 맞다. 한국으 로 갈 수만 있다면, 중국으로 넘어 가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닐 테니까.”
정확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현수는 의외라는 얼굴로 홍왕을 바라보았다.
‘자존심 때문에라도 동행하지 않 겠다는 말을 할 줄 알았는데.’
홍왕의 높은 자존심을 고려한다면 짐 덩이처럼 얹혀 한국으로 가는 상 황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 지만 지금 홍•왕은 그런 취급을 감수 하고서라도 최선을 수를 선택하려 했다.
과거의 홍왕이었다면 과연 이 길 을 선택했을까?
‘회주님과 창왕의 대결을 보고 뭔 가 느낀 게 있는 걸까?’
가만히 홍왕을 바라보던 이현수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어찌 됐든 지 금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이현수가 강진호를 보며 입을 열 었다.
“l(X)km 정도는 무인에게 그리 먼 거리가 아닙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한 시간 내에 따라잡힐 수 있는 거 립니다.”
강진호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창왕이 우리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모른다는
점이겠지만…… 그놈의 머리를 생각 하면 지금쯤 대충은 짐작했을 겁니 다.”
이현수는 절대 창왕을 예측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건 괴물이야.’
위긴스가 말도 안 되는 변수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지금쯤 이곳 의 모두가 목이 잘렸을 것이다. 창 왕이 만들어놓은 판 안으로 뛰어든 다면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 절대 로.
그러니 우선은 최대한 빠르게 이 곳에서 이탈해 판 자체를 새로 짜야
했다.
“그러니 빨…… 쿨럭! 쿨럭!”
이현수가 입을 틀어막고 기침을 했다. 그의 입가로 붉은 피가 줄줄 새어 나왔다.
“……빌어먹을.”
상황은 여전히 최악이다.
창왕에게 제대로 엿을 먹이기는 했지만, 그들을 중독시킨 이 생화학 무기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밝혀내지 못했다. 이대로 자연 치유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럴 확 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무인이기에 아직 버티고 있는 것
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독 이 심해지고 체력이 떨어질 것을 감 안한다면, 그들이 가진 시간적 여유 는 불과 30분 정도에 지나지 않았 다.
찰칵.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인 강진호가 연기를 뿜어내자마자 말했다.
“ 이동한다.”
강진호가 슬쩍 뒤를 돌아봤다.
“이러고 다시 잡히는 것만큼 망신 스러운 일도 없겠지.”
“……확실히 그건 최악이죠.”
강진호가 담배 연기를 뿜어내고는
살짝 눈을 찌푸렸다.
“우선은 살아남고 볼 일이지. 간 다.”
“예!”
그 말이면 충분했다.
모두가 북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 했다.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논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그건 이곳을 탈 출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위긴스.”
“예, 로드!”
필사적으로 강진호를 따라붙던 위 긴스가 즉각 대답했다.
“계획은?”
“내몽골 자치구는 엄밀하게 말해 중국입니다. 이곳을 완전히 벗어나 몽골에 들어서야 안심할 수 있습니 다.”
U 으 99
“몽골에 들어서면 픽업할 이들이 올 겁니다.”
“그럼. 몽골에만 들어가면 된다는 거로군.”
“예. 몽골의 힘은 감히 중국과 비 교할 수 없지만, 국경을 넘어 병력 을 파견한다는 건 쉬운 게 아닙니 다. 수많은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 모든 조건이 단기간에 충족될 리
가 없습니다.”
“조건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위긴스가 눈을 찌푸렸다.
예전이라면 그럴 수 없다고 대답 했을 것이다. 하지만 창왕을 직접 겪어보니, 그 말이 차마 입으로 나 오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몽골로 가야 합니 다. 몽골에는 바토르 님을 따르는 초원의 전사들이 있습니다. 지금 우 리를 도와 저들과 싸우려 들 이들은 그들밖에 없습니다.”
강진호가 슬쩍 바토르를 돌아보았 다.
“이미 대기하고 있을 거다.”
“좋아.”
대충 상황이 정리가 됐다.
문제가 있다면…….
덥석.
강진호가 손을 뻗어 뒤처지려 하 는 이현수의 뒷목을 움켜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회, 회주님!”
“곱게 데려갈 여력은 없군. 버텨.” 이현수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 덕였다.
짐짝 취급을 당하는 게 기분 좋 을 사람은 없겠지만, 진짜 피해야
할 일은 짐짝 취급이 아니라 정말 짐이 되는 상황이다.
체력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정신 이 얼얼해진다.
“그 가스의 정체는 파악할 수 없 나?”
“지금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조사 를 할 수 있는 어떤 기구도 없으니 까요. 게다가 그 창왕의 성향으로 판단했을 때, 지금까지 사용된 적 없는 신무기일 확률이 높습니다.”
“신무기라……
강진호가 슬쩍 이현수의 상태를 살폈다.
‘그런 것치고는 그리 심각하진 않 군.’
하기야 그들의 감각을 속이면서 가스를 살포한다는 게 쉬울 리 없 다. 무색무취하며 즉각적으로 효과 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하고, 해독제 가 분명하여 아군을 죽이지 않아야 한다.
그 모든 것을 충족하면서 살상력 까지 갖춘 화학무기를 손에 넣었다 면, 이미 세상을 지배하고도 남았겠 지.
“버틸 만합니다.”
“못 버텨도 버텨.”
“예!”
이현수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 자,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런데……
“예, 로드.”
“내몽골 자치구에는 사람이 살지 않나?”
“……그럴 리가요. 사람이 사니 자치구죠.”
“그럼 왜 아까부터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거지?”
위긴스가 깜짝 놀란 얼굴로 주위 를 둘러보았다.
모두의 발걸음이 자연스레 멈춰졌 다.
“아무래도……
강진호가 먼 앞쪽을 바라보며 이 를 드러냈다.
“쉽게 보내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 군.”
저 멀리 보이는 황무지 너머로 흙먼지의 구름이 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