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74)
마존현세강림기-1676화(1673/2125)
마존현세강림기 68권 (8화)
2장 탈출하다 (3)
“흐으으음.”
위긴스가 날뛰는 바토르와 장민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무인이란 참.”
무슨 일이든 일단 몸으로 해결하 는 사람들이다. 그도 무인이라면 무 인이지만, 동양의 무인과 서양의 무
인은 그 궤를 달리했다.
위긴스에게 둘의 가장 큰 차이를 물으면 뭐라 답하겠는가.
방식? 아니면 효율?
그것도 아니면 성향?
글쎄.
과거였다면 그중 하나가 답이 되 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위긴스 는 과거와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우선은 저 어마어마한 체력을 논 해야겠지.’
강진호도 그렇지만, 일단 바토르 와 장민 역시 체력이 장난이 아니 다. 저들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
마 무한히 싸울 수 있지 않을까 생 각될 정도로 말이다.
일례로 위긴스는 저런 전투를 추 구할 수 없다. 추구하지 않는 게 아 니라 추구할 수 없는 것이다.
굳이 힘을 빼가며 전차를 집어 던진다든가, 강기를 뽑아 전차를 갈 라 버리는 방식으로 전투를 한다면, 위긴스는 삼십 분도 지나지 않아 지 쳐 나가떨어지고 말 것이다.
이건 경지의 차이라기보다는 익힌 무학의 차이였다. 마나는 한 번 소 모하고 나면 전투 중에는 다시 충전 할 수 없다. 최소한의 휴식이 필요
하다.
하지만 동양의 무학은 자연을 받 아들이며 기를 순환시킨다. 그러다 보니 지속력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비효율적이야.”
그래서인지 저 양반들은 체력을 낭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좀 더 효율적으로 싸울 방식은 넘쳐 나는 데 말이다.
예를 들면…….
우우우우웅.
그의 손끝이 허공을 수놓기 시작
했다.
‘최소한으로 최대의 효과를 봐야 지.’
이윽고 완성된 마법진이 빛을 발 하며 모여 있는 전차 중앙으로 떨어 졌다.
“•…”응?”
마법진의 빛이 스며드는 것을 본 방진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 한 겁니까?”
“보다시피 마법을 썼네만?”
“……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데? 불이 터진다거나 땅이 꺼진다거나, 그런 건 없는 겁니까?”
“쯧쯧.”
위긴스가 혀를 차고는 턱짓으로 앞을 가리켰다.
“보게.”
방진훈이 전차들을 보며 눈을 찌 푸렸다.
여전히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 같은데…….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기이이이이이잉!
뭔가 커다란 모터가 돌아가는 듯 한 소리가 나더니, 중앙의 전차가 빛을 뿜어냈다.
‘터지나?’
그런 후,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중앙의 전차를 향해 사방에 포진해 있던 전차들이 마치 자석에 끌려가 는 쇠처럼 끌려와 처박히기 시작했 다.
쿵! 쿠웅! 쿵! 쿵!
전차와 전차가 충돌하며 종을 치 는 듯 커다란 소음을 만들어냈다.
크게 박살이 난 전차는 없다.
하지만 끌려오느라 뒤집히고 틀어 진 전차들이 제대로 사격을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전차가 왜 존 재하는 가를 감안한다면, 저리 박혀 버린 순간 저곳의 전차들은 모두 무
용지물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뭘 어떻게 한 겁니까?”
“간단하지.”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자력을 만들어내는 마법이 있네. 상대의 병기를 빼앗기 위한 방편으 로 사용하는 마법이네만, 조금만 변 형하면 이리 활용할 수 있다는 거 지.”
“……거참, 신통방통하네.”
방진훈이 고개를 내저었다.
“사람은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하 는 법이지.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 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게 사람
아니겠는가.”
“뭐, 그리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 만……
방진훈이 슬쩍 뒤를 바라보고는 피식 웃었다.
“저 양반 밑에 있는 사람이 할 말 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본 위 긴스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 였다.
“그것참 뼈아픈 지적이로군.”
장민과 바토르가 날뛰고, 위긴스 가 판을 뒤집어엎고 있음에도 강진 호는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움찔움
찔해 대는 중이었다.
“……속도가 마음에 안 드시는 모 양인데.”
“저 양반 마음에 차는 일이 있겠 습니까?”
“그것 역시 무척 공감이 가는 지 적이로군.”
강진호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 배를 무는 그의 손끝이 살짝 떨리는 것을 목격한 이현수가 눈을 찌푸렸 다.
“아니, 대체 왜 그러십니까. 마약 중독자도 아니고.”
“••••••느려.”
“사단 하나 박살 내는 일입니다. 이 정도면 쾌속한 거죠.”
아직 다 박살 낸 건 아니지만, 이 미 거의 반파를 한 상황이다. 이 이 상의 속도를 바라려면 폭격이라도 해야 할 판 아닌가.
하지만 강진호에게 그런 상식이 통할 리 없었다.
초조하게 담배를 빨아들이는 강진 호를 보고 있으려니, 이현수의 속도 답답해져 왔다. 안 그래도 옷이고 뭐고 다 누더기가 되어 있는 상황인 데, 저리 담배까지 피워 대니…….
‘얼굴이라도 잘생겨서 다행이지,
누가 보면 노숙잔 줄 알겠네.’
하지만 강진호가 초조해하는 이유 도 이해할 것 같았다.
군대를 뚫고 가는 것은 별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곳에서 전투가 벌 어지는 순간, 그들의 위치가 창왕에 게 전해질 거라는 점이었다.
창왕과 정부군이 결탁한 것이 확 실한 이상, 이들의 정보는 곧 창왕 의 정보일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아마 지금쯤이면 창왕 계가 강진호들의 위치를 특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사이 거리를 좀 벌리긴 했겠지만, 무인들
에게 있어서 200km 이내의 거리는 몇 시간이면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 에 지나지 않는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한 건 그들이었다.
“조금 더 빨리 처리해야 돼.”
턱.
은근슬쩍 나서려던 강진호의 어깨 를 누군가 움켜잡았다.
“옹?”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 홍왕이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음이 급한 모양이군. 그럼 내
가 마저 처리하지.”
“ 아니••••••
“여기서 체력을 보존해라. 네 부 상이 나보다 나을 게 없다.”
“아, 아니……
“그럼.”
홍왕이 강진호를 뒤로 휙 밀어내 더니,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하하하핫! 군대와 싸우는 건 몇 십 년 만의 일인 것 같은데!”
홍왕이 광소를 터뜨리며 정권을 뻗어 가장 앞에 보이는 전차를 처 날려 버렸다.
그 광경을 보며 강진호가 멍한 얼굴을 했다.
“이 상황에 이런 말을 하면 좀 이 상한 것 같기는 한데……
이현수가 어색한 얼굴로 말을 이 었다.
“다들 좀 신나 보이네요.”
그러게.
정말 신나 보이네.
강진호가 떨떠름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았다.
군대와 무인의 대결에서 누가 이 길지는 이미 결판이 난 문제다. 하
지만 지금 그의 앞에서 벌어지는 일 은 일반적인 상황과는 그 궤가 달랐 다.
홍왕을 비롯해 바토르, 장민은 세 계를 다 뒤져도 그 적을 찾기 어려 울 정도로 최상급의 무인들이다.
그런 이들을 상대하기에 인민해방 군 1개 기계화사단은 너무도 무력한 존재였다.
거리를 두고 포격이라도 마음껏 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겠 지만, 근접을 허용해 버린 이상 이 미 승부는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전차는 근거리에 붙은 적
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병기가 아니니까. 물론 장갑차가 함께 있다 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겠지 만,
쿠르르르르릉!
그리고 저들도 그 결과를 예측한 모양이었다.
자력에 휩쓸리지 않은 먼 곳의 전차들이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 다. 거리를 벌려서 포격을 할 생각 이었다면 포신이라도 돌린 채 속도 를 높였을 테지만, 지금 저들에게는 그런 인식이 없는 모양이었다.
말 그대로 탈주.
“명령이 떨어졌을 리는 없을 테 고.”
이현수가 혀를 찼다.
공포에 질린 이들이 앞뒤 사정 따지지 않고 일단 달아나고 있었다. 군인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만, 딱히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들 지 않는다.
‘나 같아도 도망가겠다.’
연약한 철판(?)으로 둘러싸인 전 차 따위를 가지고 저 괴물들과 싸우 라는 게 말이나 되는 지시인가.
죽는 방법은 수백 가지도 넘는다. 굳이 수많은 죽음 중에 이런 개죽음
을 택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처음 한 사람이 어려울 뿐, 두 번째부터는 쉬운 법이다.
끝 쪽의 전차가 이탈하는 것을 확인한 다른 전차들도 줄줄이 전장 을 벗어나 전속력으로 질주하기 시 작했다.
“저것들이!”
바토르가 눈을 부라리며 전차를 쫓으려 하자, 이현수가 목을 높여 소리쳤다.
“쫓지 마십시오!”
“••••••뭐?”
“지금 저놈들을 쫓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길을 열었으면 바로 움직여야죠!”
요 O 으”
—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는지, 바 토르가 발을 멈췄다. 그러고도 영 아쉽다는 얼굴로 달아나는 전차들을 바라보았다.
쿵!
그가 옆에 뒤집혀 있는 전차를 주먹으로 가볍게 후려쳤다.
“그럼 이놈들은? 다 죽여?”
“냅 두십쇼. 제 손으로는 빠져나 오지도 못할 것 같은데.”
“……그렇긴 하지.”
“이동합니다. 이제 우리 위치가 창왕에게 알려질 거고, 창왕이 머리 끝까지 열이 올라 이곳으로 쫓아오 려 할 겁니다.”
바토르가 슬쩍 뒤쪽을 바라봤다.
이곳에서 본다고 창왕이 보일 리 는 없다. 그럼에도 바토르가 저런 모습을 보인다는 건 말을 하지 않아 그렇지, 그 역시 창왕의 존재에 커 다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 이었다.
“몽골까지만 가면 됩니다.”
위긴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 다.
“그리고 지금부터 이동 시에 모두 제 속도에 맞추십시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설마 동원된 게 육군뿐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겠죠?”
바토르가 눈을 찌푸린다.
“폭격기가 뜰 수도 있다는 말인 가?”
“그것뿐이면 다행이게요. 저라면 미사일을 날릴 겁니다.”
미사일이라는 말에 바토르가 입을 벌렸다.
“그렇게까지?”
“전차를 수십 대 동원하는 건 보 통 일인 줄 아십니까? 설사 그럴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창왕이라면 그렇게 할 겁니다. 일단 저들의 시 선에 띄는 순간, 그 지역 자체가 날 아간다고 보면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하려고?”
“머리 위에 환영 마법을 걸 겁니 다. 그럼 우리의 위치를 특정에서 미사일을 쏘지는 못할 겁니다.”
바토르뿐 아니라 모두가 당황스러 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사일이라니.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 지 모르겠군.”
장민이 고개를 내저었다.
무인과 무인의 싸움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무인들과 싸우는 동시 에 전쟁도 대비해야 한다.
“……시대의 변화는 사람을 기다 려 주지 않는다는 건가?”
“장로님은 충분히 그 변화를 따라 가고 계신 것 같으니, 엄살떨지 않 으셔도 됩니다.”
위긴스의 말에 장민이 피식 웃었 다.
“그래서…… 그 환영 마법이라는
게 위성 카메라를 피할 수 있나? 사람의 눈을 현혹하는 방식이라면 카메라를 속일 수는 없을 텐데?”
“빛을 굴절시키는 방식이라 카메 라를 피할 수 있습니다. 원탁이 전 쟁에 투입될 때 쓰던 마법이니 효과 는 확실합니다.”
“음, 그렇군. 굴절이라……
바토르가 슬그머니 강진호에게 다 가가 그의 어깨를 찔렀다.
“주인.”
“음‘?”
“저게 무슨 말인가?”
“……나도 몰라.”
두 사람이 동시에 이현수를 바라 보았다.
그러자 이현수가 한숨을 쉬며 말 했다.
“그냥 대충 카메라에 안 찍힌다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그럼 됐지.”
“그래, 가자.”
두 사람이 위긴스의 옆에 붙는 것을 본 이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무식하면 어떠냐, 싸움만 잘하면 되지.’
그게 무인이지,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