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78)
마존현세강림기-1680화(1677/2125)
마존현세강림기 68권 (12화)
3장 복귀하다 (2)
바토르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 다.
‘빌어먹을……
이건 단순히 현재 상황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내 조국이 나를 배신했다는 말인 가?’
배신이란 말은 적절치 않을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어느 국가든 무 인계와 정부는 그리 좋은 관계일 수 없으니까.
몽골 초원의 전사들이 바토르를 따르는 것과 몽골 정부가 바토르의 편인 것은 분명 별개의 문제였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언제 나 그에게 있어서는 어머니 같던 몽 골의 초원에서 적국의 군대가 몰려 오는 모습을 보는 건 다이아몬드처 럼 단단하던 바토르의 멘탈을 뒤흔 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이 멍청한 놈들이!”
바토르의 눈에 핏발이 섰다.
이해는 한다.
몽골 정부는 중국의 압력을 버틸 힘이 없다. 냉정하게 말해 중국이 인접국이라고 할 수 있는 몽골을 딱 히 건드리지 않는 이유는 몽골에 중 국이 원할 만한 것이 전무하기 때문 이다.
그렇기에 웬만한 중국의 요구는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단!
그것과 국경 안으로 타국의 군대 를 진입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건 국가라는 체계를 구성하고 있
는 이들이 무엇보다 우선해서 지켜 내야 하는 권리였다.
국경이 무너진 국가가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단 말인가.
“ 망할••••••
바토르가 이를 갈아붙였다.
상상도 못한 한 수.
덕분에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 모 든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찰칵.
그의 옆에서 강진호가 담배를 빼 물고는 불을 붙였다.
“후우우.”
느긋하게 담배 연기를 내뿜은 강
진호가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창왕이군.”
“징그러울 정도야.”
질끈 깨문 입술에서 핏물이 주르 륵 흘러나온다.
확실히 이런 짓을 할 이는 창왕 밖에 없다. 처음 국경에 병력을 배 치하면서부터인지, 아니면 그들이 탈출한 이후로 급격하게 충원한 것 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겠지.’
중요한 건 지금 그들이 사방에서 포위되었다는 점이다.
강진호와 바토르, 그리고 장민 정 도를 제외한다면 지금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이가 없다.
홍왕은 내력을 거의 소진해 버렸 고, 위긴스와 방진훈은 포격에 의식 을 거의 놓아버렸다. 차이커창이나 이현수는 애초에 전력이라고 할 수 없는 이고…….
장민이 부들거리며 몸을 일으켰 다.
장민 역시 전신이 만신창이가 되 어 있다. 바토르도 아직 서 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장민과 그리 다른
처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가장 상태가 심각한 건 의외로 강진호였다.
그가 멀쩡한 상태라면 포격 정도 야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었겠지만, 그는 이미 창왕과의 싸움에서 너덜 너덜해진 뒤다. 날아드는 포탄을 막 을 수는 있어도 포탄에서 전해지는 충격을 온전히 해소한다는 것은 불 가능한 일이다.
결국 단순하게 말하자면…….
‘전력의 1할도 남지 않은 상태로 저걸 다시 뚫어내야 한다는 뜻이로 군.’
천하의 강진호조차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뚫어내는 것?
그래, 그건 가능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저 군세를 뚫어내기 위해서 는 필연적으로 ‘시간’이 소모된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끌게 되면 창 왕계의 무인들이 그들을 덮치게 될 것이다.
그럼 그걸로 끝.
지금 그들의 힘으로는 몰려오는 창왕계를 감당할 수 없다. 이건 의 지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떤 상황이 닥치든 해결책부터
찾아내는 게 습관이 된 강진호조차 이것만은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정도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고민은 그의 몫이 아니다. 그는 행하는 자. 그를 돕는 이들이 고민 한 결과를 듣고 최선의 상황을 만들 어내는 것이 강진호의 역할이다.
하지만 지금 그 대신 고민해 줘 야 할 이들은 의식이 없거나, 의식 이 있더라도 제대로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강진호가 해결할
수밖에 없다.
“흐흐, 빌어먹을.”
바토르가 피식피식 웃어 대며 말 했다.
“무인으로 살면서 언제든 뒈질 각 오는 되어 있었지만, 설마 무인도 아닌 군인이랑 싸우다 죽을 거라고 는 생각 못했는데……
그 말을 들은 홍왕이 눈을 찌푸 렸다.
“답지 않게 약한 소리군. 지고 또 져도 내게 도전하던 그 패기는 어디 에 갔나?”
“네 손에 죽으면 억울하지 않으니
까.”
“죽지 않는다.”
홍왕의 눈이 섬뜩한 광망을 토해 냈다.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지. 나 는 아직 죽을 때가 되지 않았다.”
바토르가 피식 웃고 말았다.
지하에서 막 기어 올라왔을 때만 해도 썩은 동태눈을 하고 있던 이가 주먹질 몇 번 했다고 살아난 모양을 보고 있으려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그렇지. 여기서 죽을 수는 없지.” 바토르도 이를 악물었다.
죽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확
률이 더 높을 것이다.
하지만 무인이란 죽는 그 순간까 지도 패기를 잃어서는 안 되는 법. 바토르는 잠시나마 무력감에 빠진 자신을 반성하고 투기를 끌어올렸 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정부 놈들 을 족쳐야지.”
“좋은 자세다.”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강진호가 슬쩍 주변을 돌아보았다. 박살이 난 뒤쪽의 부대는 다시 전열 을 정비하는 중이고, 앞 쪽에서 다 가오는 군대는 달아날 틈을 주지 않
겠다는 둣 진열을 흐트러뜨리지 않 으며 천천히 그들을 조여온다.
사방에서 전차로 포위를 한다는 건 그리 훌륭한 병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쏘아대는 화력은 올라가지만, 그만큼 아군이 피격당할 위험이 커 지니까.
조금이라도 군사교육을 받은 이라 면 이런 포진은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지금 완벽한 포위 진을 구성하는 중이다. 아군의 전차 가 피격당하든 말든, 화력을 있는 대로 쏟아부어 강진호들은 어떻게든 죽이고 보겠다는 뜻.
중국이니 할 수 있는 전술이다.
“다만, 너무 모여 있는 것 같은 데.”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며 적루와 청루를 움켜잡았다.
“바토르.”
“말하라, 주인.”
“이곳은 몽골이니 네가 말해봐 라.”
“••••••음?”
“어느 쪽을 뚫으면 되지?”
바토르가 기껍다는 듯 웃음을 지 었다.
“주인다운 말이로군. 생각할 것
없다. 지금부터는 어디를 가든 초원 이니까.”
“무인들과 합류할 곳은?”
“우리가 이곳을 뚫어내면 그들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러니 방향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바토르가 미간을 좁혔다.
‘군대가 접근하고 있는데, 앞을 가로막을 수는 없었겠지.’
아니. 애초에 국경에서 바로 합류 할 예정도 아니었으니, 초원의 전사 들은 저 중국군의 존재조차 모를 확 률도 있다. 그러니 원군은 바랄 수 없는 상태.
기이이이이이잉.
포신이 이쪽으로 조준되는 소리가 귀를 뚫고 들어온다. 바토르가 썩은 미소를 지으며 이를 갈았다.
“그래, 어디 해보……
“흥분하지 마.”
“이성을 잃고 날뛴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남은 힘으로 반 드시 정면을 뚫어낸다.”
바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강진호는 눈이 죽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찾고 있었다.
“지시를 따르겠다, 주인.”
“정면으로 간……
그때 였다.
“ 아으••••••
의식을 잃은 이현수가 바닥을 짚 으며 고개를 뒤흔들었다.
“아…… 아오, 개새끼들. 인간적으 로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 니냐고. 에라, 씨발.”
바토르와 강진호가 조금 황당하다 는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봤다.
“아, 뭐 하십니까. 주변 좀 막아 주십시오.”
“••••••응?”
“빨리요.”
투기를 끌어올린 강진호와 바토르 가 터덜터덜 걸어 이현수의 앞뒤를 막았다. 설사 포격이 쏟아지더라도 보호할 수 있게 말이다.
“내가 진짜……. 킁!”
코에 찬 핏물을 쭉 뽑아낸 이현 수가 욕지기를 내뱉으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액정에 쩌적 쩌적 금이 가 과연 켜지기나 할지 의심스러운 상태지만, 금세 불이 들 어오는 걸 보면 작동은 하는 모양이 었다.
“그런데 여기서 휴대폰은 왜 켜는 거냐? 여기 수신도 안 될 텐데.”
“이거, 위성전홥니다.”
“응? 그래?”
어, 그럼 별 상관 없겠지. 위성전 화는 어디서든 터져야 위성전화니 까.
그런데 어디다 전화하는 거지?
이현수가 전화를 두어 번 치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아, 빌어먹을! 뭐 하는 겁니까! 빨리 처리하라고요! 빤히 다 보고 있을 거면서! 당장 보내요!”
이현수가 뭔가 답변을 듣는 듯하
더니, 전화를 끊어버리고는 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아, 진짜 엿 같았다. 내가 중국 땅에 다시 들어오면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아니야.”
그야 여기서 죽으면 귀신이 될 테니까 사람이 아닌 건 맞지.
“이현수.”
“예, 회주님. 아, 지금 머리가 너 무 울려서 말이 잘 안 들립니다. 그 러니까 좀 크게 말씀……. 아, 이 거…… 고막이 터진 건가? 하~ 돌 겠네, 진짜.”
이현수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평소였다면 한마디 해주고 싶은 상황이지만, 피와 검은 재로 엉망이 된 얼굴의 이현수를 보고 있자니 딴 지를 걸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뭘 부른 거지?”
“택시요.”
“•…”응?”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가 타고 온 택시를 다시 불 렀죠.”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택시?
타고 온 것?
“전투기?”
“예.”
“그건 거의 너덜너덜해지지 않았 나? 그게 다시 온다고?”
“에이, 그건 못 부르죠.”
“그럼?”
이현수가 답답하다는 듯 눈을 찌 푸렸다.
“생각해 보십시오, 회주님. 우리가 왜 러시아 국적기를 타고 들어왔습 니까?”
“•…”글쎄?”
“제일 좋은 택시를 이용 못해서 죠. 그 새끼들이 중국에만 들어갈 수 있었어도 러시아 기체를 이용하
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중 국이 아니거든요.”
이현수가 턱짓으로 옆을 가리켰 다.
“뭐, 불과 100미터 정도 차이긴 하지만, 여긴 확실히 몽골이죠. 그렇 지 않습니까?”
“그도 그렇지.”
“그럼 못 올 것도 없다는 거죠.”
“웅‘?”
강진호가 그 순간 고개를 홱 돌 렸다.
저 멀리,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곳 에서 뭔가가 고속으로 이동해 이쪽
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현수.”
“예. 어서 칭찬하십시오.”
“넌 진짜 또라이야.”
강진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 자,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름 의 여유를 보이려는 것 같지만, 한 팔이 부러져 덜렁거리는 모습을 보 니 웃음밖에 안 난다.
“저는 할 것 다 했습니다. 그러니 탑승은 회주님이 알아서 해주십시 오.”
“그래야겠지.”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보인다.
그의 눈에 밝은 하늘 끝에서 접 근하는 몇 개의 점이 보였다.
“잘도 여기까지 안 걸리고 왔군.”
“네. 주한미군이 아니거든요.”
“응‘?”
이현수가 입꼬리를 쭉 말아 올렸 다.
“원하는 기체가 있다 보니 주일미 군에서 불렀습니다. 스텔스가 빠방 하니, 국경에 근접한다고 잡아낼 수 있을 리가 없죠.”
“••••••응?”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
튼 대단한 게 왔다는 뜻이겠지.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바토르! 홍왕!”
“말하라, 주인!”
“음!”
“쓰러진 이들 챙겨!” 강진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히치하이킹이다.”
“그것보다는 도킹에 가깝지만, 뭐 여하튼!”
이현수가 기듯이 강진호에게 다가 가 그의 허리에 매달렸다.
“잘 챙겨 가십쇼!”
“ 오냐.”
강진호가 이현수의 뒷목을 움켜잡 았다. 그의 눈에 어느새 완전한 형 체를 갖춘 비행기가 고속으로 접근 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이거, 잘못 치이면 뼈도 안 남겠 는데?
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