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8)
마존현세강림기-168화(168/2125)
마존현세강림기 7권 (19화)
4장 찾아내다 (4)
‘으으으으……’
류치는 덜덜 떨리는 턱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눈앞의 괴물을 본 순간부터 그의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도망쳐라.
도망쳐라.
저건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다리가 허용하는 한 뒤도 돌아보지 말고도망쳐야 한다.
그리고 그의의지가 무언가를 해 보기도 전에 그의 육체는 본능을 거 부하고 있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류치는 천천히 총을 들었다.
탕!
카앙!
총을 쏘는 소리와 날카로운 금속 음이 동시에 들렸다.
류치는 멍하니 괴물을 바라보았
다.
괴물의 손에 들려 있는 묵색의 몽 둥이 같은 것이 괴물의 얼굴 바로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튕겨낸 건가?’
총알을?
미친, 이건 영화가 아니라고.
류치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 아무 리 인간 같지 않은 놈이라고 해도 총알을 튕겨낸다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으아아아아아!”
탕! 탕! 탕!
류치는 총에 남은 탄환을 모두 다
써버리겠다는 기세로 미친 듯이 방 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괴물은 손에 든 길쭉한 몽 둥이를 휘휘 저어 총알을 모조리 튕 겨내 버리고는 천천히 류치를 향해 다가왔다.
‘이건 꿈이야.’
현실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는 없다. 아니! 있어서는 안 된다.
류치는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괴물을 보며 입을 쩌억 벌렸다.
“오, 오지 마.”
하지만 괴물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에게 다가와 나직하게 속삭였다.
“원하던게 이거 아니었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살려주는 걸까?
류치의 헛된 기대는 순식간에 사 라져 버렸다.
“내 방식대로 할 수밖에. 너에게는 즐겁지 않은 방식이겠지만 말이야.”
괴인의 어둠에 휩싸인 손이 천천 히 류치에게로 뻗어졌다.
질질질.
강진호는 널브러져 있는 놈들을
끌어 한곳으로 모았다.
다들의식을 잃고 있었다. 밤이슬 이 내리기 시작하는야산에 이대로 방치한다면 죽을 수도 있지만, 그건 강진호가 알 바가 아니었다.
‘나도 많이 변했군.’
과거였다면 그에게 이를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들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 순간, 모조리 목을 쳐버렸겠 지.
하지만 지금은 굳이 그들의 목숨을 붙여놓고 있었다.
강진호가 나약해졌기 때문일까?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다. 그가 아무리 과거의 적천마존으로 살아가려 한다고 해도 인간을 파 리처럼 죽이던 그 시대의 삶을 고수 할 수는 없었다.
현대의 인간과 과거의 인간은 그가치가 다르다.
누군가는 돌을 던질 말일지도 모 르지만, 강진호는 실제로 그렇게 느 꼈다. 과거의 인간이란 말보다 나은 취급을 받지 못하는, 대체가능한 노동력 취급을 받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인간을 말보다 못하
게 취급했다가는 난리가 나지 않겠는가.
강진호 안에서 무언가 변했다기보 다는 세상에 강진호를 변하게 만들 었다는 것이 맞았다.
‘대충 됐군.’
널브러져 있는 인간들이 어찌 될 지는 이제 그의 관심 밖이었다.
밤의 한기에 동사할 수도 있고, 산짐승의 먹이가 될 수도 있다. 운 이 좋다면 아침쯤에는 정신을 차릴 것이고, 무사히 내려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정신을 차린다고 해서 이 산
을 저 몸으로 내려가는 것이 과연가능한가까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강진호가 아닌 저들이 고 민해야 할일이다.
그것까지 강진호가 신경을 써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천천히 산을 내려가 장민의 처소 로 돌아가자 조규민이 반색을 하며 강진호를 맞았다.
“자꾸 혼자 두고가지 마십시오!” 조규민의 입장에서는 말도 잘 통 하지 않는 괴이한 행색의 장민과 둘 이 남겨지는게 어지간히도 부담스 러운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이제는 그럴 일도 없었다.
“그럼 이제 여기서 할 일은 다 끝 나신 겁니까?”
“예.”
“그럼 이제 어쩌시려구요. 지금 출발하십니까, 아니면 해가 밝으면 나가시겠습니까?”
“저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데,야간 산행이 힘들지 않으세요?”
“아, 아뇨!”
조규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지금 당장
출발해도 됩니다.”
당장에라도 이곳에서 빠져나가고 싶다는의지를 팍팍 내보이는 조규 민이었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강진호도 조규민의의견을 따라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마존이시여.”
하지만 장민은 강진호가 바로 떠 나 버리는 것이 달갑지 않은 모양이 었다.
“마존의 후예를 위해 안배된 것들 이 있습니다. 이대로가버리시 면……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다.”
“ 하나……
마존의 후예를 위해 안배된 것들 이라면 강진호에게는 필요하지 않았다. 비록 그때 수준의 무위를 되찾 지는 못했지만, 그는 강진호이자 적 천마존이니까.
“네 역할은 끝났다. 이제 네 삶을 찾아라.”
“마존을 보필하는 것이 제게 남은 삶입니다.”
강진호가 낮은 한숨을 쉬었다.
‘하기야.’
백오십 년간 이런 삶을 살아온 이 에게 이제 와 스스로의 삶을 찾으라 고 하는 것은 죽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가족도, 인간관계도 없는 사람이 무슨 수로 새로운 삶을 찾겠는가.
“세상과 인연이 전혀 없는가?”
“아닙니다.”
“음?”
“저는 이곳을 지키고 있지만, 명 교의 후예가 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 드러내 놓고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아직도 후예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존께서 나타나셨다는 말을 듣는다면 다들 만사를 제쳐 두 고 달려올 것입니다.”
“그렇군.”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규민에게 말했다.
“혹시 종이 있나요?”
“예? 아, 물론 있습니다.”
조규민이 배낭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강진호에게 내밀었다. 강진호가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써서 장민 에게 건넸다.
“내 번호다. 젊은 자에게 말해서 연락을 하면 될 것이다.”
“예!”
강진호가 과연 이 말을 제대로 알 아들을 수 있겠는가 싶어서 우려할 때, 장민이 구석으로가더니 뭔가를 꺼내왔다.
“응?”
강진호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저거 아이뻐 아닌가?
장민이 최신형 스마트폰을 켜더니 강진호의 연락처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저거, 내 폰보다 신형 같은데?
“……유광 블랙이네.”
조규민도 뭔가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야인이 아니었어?
어, 잠깐만? 그러고 보니 여기 전 구도 있잖아? 이럴 거면 컨테이너를가져다 놓을 것이지!
저 몰골로 최신형 스마트폰이라니! 이게 뭔 소린가!
둘의 황당함을 뒤로한 채 장민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입력해 놓았습니다. 제 번호 드 릴까요?”
“으음……””
강진호가 멍하니 폰을 내밀자 장 민이 능숙하게 자신의 번호를 입력
했다.
“으으음…..”
강진호가 떨떠름한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이거…… 속은 느낌인데?
“빠른 시일 내로 아이들을 모아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마존이시여.”
“으음.”
그냥 좀 오래 걸릴 만한 일을 찾 아서 대충 둘러댄 것인데, 뭔가 착 착 진행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이 들었다.
“그럼 그사이에는 무슨 일을 하고 있어야 합니까?”
강진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무련이라는 말을 알고 있나?”
“물론입니다. 현재 세상을 지배하 고 있는 단체지요.”
강진호보다 정세에도 더 밝은 것 같았다. 강진호가 빤히 바라보자 장 민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산에 혼자 있다 보면 할 일 이라고는 이런 것밖에는 없어서.”
“으음……””
하기야 예전에도 산에 박혀서 수 련을 하니 마니 하던은거기인들도
다들 마을로 내려가서 기서 같은 것을 사서 숨겨 보고는 했었다.
그렇게 치면 이상한 일도 아니기는 한데…….
‘데이터가 잡히나, 여기서?’
강진호의 시선이 움막 구석으로 향했다. 바닥에서 불쑥 솟아 올라와 있는 새하얀 전선을 본 강진호의 몸 이 움찔 떨렸다.
설마 여기까지 인터넷 선을 끌어 온 것인가?
어느 미친 설치 기사가 이 산중까 지?
장민이 웃으며 대답을 했다.
“제가 직접 설치했습니다.”
“아, 네.”
강진호는 이해를 포기했다. 마교의 최장수 후인이 얼리어답터라는 현실이 강진호를 힘들게 만들기는 했지만, 사람은 다들 성향이 다른 거니까.
‘그럼 옷이라도 좀 갖춰 입든가.’
강진호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무련에 대해 조사해 주세요. 특 히나 그들 상층부에 누가 있는지를.”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마존이시여.”
저 고풍스러운 말투도 이제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다. 강진호는 한숨을 쉬며 밖으로 나왔다.
“그럼.”
강진호와 조규민이 산을 내려가려 고 하자 장민이 그들을 잡았다.
“마존이시여!”
질척대는 이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강진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말하라.”
“어, 어디로가십니까?”
강진호가 묵묵히 입을 열었다.
“한국.”
“그, 그게 아니라……
“응?”
“……산을 내려가시는 것이 아니 십니까?”
“맞다.”
“그런데 왜 그쪽으로가십니까?”
“ 으응?”
장민이 휴대폰을 꺼내 뭔가를 검 색하더니 강진호에게 내밀었다.
“이쪽으로가시면 바로도로가 나 옵니다만?”
“ 으응?”
장민이 보여준 지도에는 빨간 포 인트가 찍혀 있었다. 강진호가 있는
지점 같았다.
강진호가 향하는 쪽으로는 긴 등 고선이 한참이나 펼쳐져 있었고, 장 민이가리킨 방향은 무척이나가파 르지만 짧은 등고선이 펼쳐져 있었다.
“아……”
강진호가 멍하게 중얼거렸다.
“도로가 뚫렸구나. 옛날 생각만 하다 보니 새로도로가 났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네.”
조규민의 얼굴이 푸들푸들 떨렸다.
삼 일!
무려 삼 일이나 산을 타고 이곳까 지 왔는데, 저 짧은 길은 무엇이란 말인가!
뭔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은 장 민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강진호를 향해 말했다.
“마존이시여,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현대 문물도 조금 이용을 하시는 것이……
청나라 시대의 사람에게 현대 문 물에 대한 조언을 듣는 강진호의 심 정은 매우 참담했다.
차라리 옷이라도 현대적으로 입었 으면 모를까, 누더기를 입은 사람에
게 현대 문물을 이용하라는 조언을 듣게 되다니.
강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감싸고 말았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닙니다.”
21세기의 마교는 과거의 마교와는 달랐다.
“그, 그럼.”
강진호는 혼이 빠진 얼굴로 장민 에게 인사를 하고 반대쪽을 향해 걷 기 시작했다.
“다시 뵙겠습니다, 마존이시여. 마 존천세 만마앙복!”
강진호는 손을 휘휘 저어 답을 하 고는 빠르게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가만히 지켜보던 장민 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무위는 더할 나위가 없으나……. 으음, 지략이 떨어져 보이시니 걱정 이구나.”
장민은 강진호의 지략을 보필해 줄 인물을 얼른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하며 그 어느 때보다의지를 불 태웠다.
강진호가 들었다면 노인 공경을 포기하고 노인 공격으로 전환했겠지
만, 아무리 강진호라고 하더라도 이 먼 거리를 격하고 장민의 중얼거림을 들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강진호는가만히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 장민의 모습과 함께 마교의 옛터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 제 다시 올 일이 없을 추억의 장소를 두 눈에 아로새기며, 강진호는 천천히 산을 내려갔다.
“지도도 못 보십니까, 지도도!” 조규민의 잔소리와 함께 말이다.
강진호는 다시 이 시대로 온 후, 처음으로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인해
침묵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