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81)
마존현세강림기-1683화(1680/2125)
마존현세강림기 68권 (15화)
3장 복귀하다 (5)
상석에 앉은 강진호가 조금 불편 하다는 듯 몸을 뒤틀었다.
“병원에 다녀오시는 게……
“다녀왔어.”
“의사는 뭐랍니까?”
“입원하라더군.”
“그래서요?”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나왔어. 의사는 항상 그렇 게 말하잖아.”
아뇨. 보통은 의사가 항상 입원하 라는 말을 하지는 않죠.
“크흐흐, 주인이 항상 기워 꼬맨 인형 꼴이 되어 병원에 가니 그런 말을 듣는 것 아닌가.”
“그래서 너는 뭐라던데?”
“ 입원하라던데?”
바토르가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
다.
“그건 그 의사가 내 육체에 대해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내 몸은 알 아서 회복한다.”
“……그것참 편리하겠군.”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하기야 바토르는 입원이라는 게 거의 의미가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 로 저 몸뚱아리는 메스가 들지도 않 을 거고, 주삿바늘도 들어가지 않을 테니까.
“튼튼해서 좋으시겠습니다.”
위긴스가 피골이 상접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몰골이 왜 그래?”
바토르의 말에 위긴스가 진저리를 쳤다.
“그 망할 창왕 놈이 처먹인 가스 를 해독하다 보니 이리됐습니다.”
“……난 알아서 해독되던데?”
“그건 바토르 님이니까 그렇죠.”
위긴스가 턱짓으로 이현수와 차이 커창을 가리켰다.
“자체로 회복이 안 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중독된 채로 내 버려 둘 수도 없잖습니까. 어떻게든 해야지.”
“마법이란 정말 편리하군.”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이건 빈말이 아니었다.
그들을 중독시킨 독에 마법이 통 하지 않았다면, 정말 손쓸 방법이 없었을지 모른다. 최대한 내력을 불 어넣어 자연 회복을 바라는 것 외에 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마법이 먹혔기에 큰 무리 없이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 위긴스의 체력과 정신력을 미친 듯이 갉아먹기는 했 지만 말이다.
“창왕이 준비한 것치고는 약한 것 아닌가? 어쨌거나 해독이 그리 어렵
지는 않았다는 뜻이니.”
“아니죠. 적절한 겁니다. 창왕은 애초에 이 상황까지 올 생각이 없었 을 테니까요. 어떻게든 거기서 끝내 려 했을 겁니다.”
“으음.”
바토르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 다.
‘까딱했으면 정말 모두 죽었다.’
단 하나의 조건이라도 어긋났다면 이미 세상은 창왕의 손에 떨어졌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니 얼마나 천운 이 따랐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강진호가 그들의 대화를 끊고는 건너편을 바라봤다.
“한국에 온 소감은?”
강진호의 눈에 의자에 앉아 있는 홍왕의 모습이 들어왔다.
패기의 화신이라는 표현이 더없이 걸맞다.
회복세에 접어든 홍왕은 그 존재 감만으로도 주변을 일그러뜨리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홍왕이 턱을 매만졌다.
“끔찍하군.”
“쿡쿡.”
강진호가 나직하게 웃었다.
“오해는 마라. 마왕, 그리고 총회 의 무인들이여. 이 총회라는 곳은 무척이나 훌륭하다. 무인에게 있어 서 이만한 곳은 흔치 않겠지. 그리 고 한국이라는 땅에도 딱히 거부감 은 없다. 다만……
홍왕의 눈가가 살짝 찌푸려졌다.
“본국에서 쫓겨난 망명인의 신분 이 되어 외국에 발을 들인 것이 유 쾌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싸움에 진 개치고는 과분한 대접 아닌가.”
“……그 말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게 아프군.”
강진호의 말이 날카롭게 찔러 들 어갔지만, 홍왕은 발끈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강진 호의 말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사들이 눈에 이채를 띠었다.
‘ 크군.’
오기의 발현일 수도 있고, 마지막 남은 자존심의 발현일지도 모르지 만, 어쨌거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으로는 담대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 그럼……
강진호가 턱짓으로 홍왕을 가리켰 다.
“이제 어떻게 할 셈이지?”
홍왕이 무거운 얼굴로 차이커창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차이커창이 고개를 끄덕이 고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그 부분을 의논드리고 싶습니다. 마왕이시여, 그리고 이현 수 ”
“말해봐.”
“예.”
차이커창이 무의식적으로 이마를
훔쳤다.
항상 차가운 눈으로 상대를 짓누 르던 그가 땀이 흐를 만큼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상황은 최악입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홍왕계만을 염두에 두고 드리는 말씀은 아닙니 다. 이대로 간다면 총회는 홍왕계 이상으로 지옥 같은 상황에 몰리게 될 겁니다.”
이현수가 눈을 찌푸렸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의미가 달라지는
법이지. 주둥아리를 조심하는 게 좋 을 텐데.”
“내 입에서 듣기 좋은 말을 바랄 거면, 꺼지는 게 좋을 거다.”
유쯔 허
셔X •
이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차이커창은 독이 오른 독사 처럼 쉭쉭대고 있었다.
하기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구 대천의 원수처럼 여기던 이들의 배 속에 들어와 있는데 날이 서지 않는 게 더 이상하겠지.
그에 비해 한결 여유가 있는 이 현수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계속해 봐.”
차이커창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이시여, 홍왕계가 그 구심점 을 잃은 이상, 창왕은 홍왕계의 잔 당을 하나도 남김없이 주살하거나 흡수하려 들 것입니다.”
“흐음.”
“그리고 아마 그 작업은 이미 시 작되었을 겁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 는 않겠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석적인 예측이다.
“그리고 나면 다음 타깃은 총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창왕이 중원을
장악한다면, 아무리 바다로 둘러싸 인 총회라고 해도 그들의 공격을 막 아낼 수 없습니다.”
“거기까지.”
이현수가 손을 흔들어 차이커창의 말을 끊었다.
“빤한 이야기를 하면서 공포 분위 기 조성하지 말고, 할 말만 하자고. 그래서 그쪽이 생각하는 대책은 뭐 지?”
차이커창이 살짝 짜증 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는 지금 당장 중화에 홍 왕이 건재함을 알려야 합니다.”
“그게 의미가 있나?”
“모르는 소리.”
이현수의 딴지에 차이커창이 고개 를 내저었다.
“구심점이라는 건 중요하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도주한 홍왕계가 홍 왕께서 살아 계신다는 걸 모른다는 점이다. 홍왕의 건재 사실을 안다면 버티고 저항할 이들도 그 사실을 모 른다면 투항해 버릴 확률이 높다.”
“흐음.”
“그러니 일단은 그 사실을 알리는 걸 허락해 주십시오.”
강진호가 심드렁한 눈으로 차이커
창을 바라보다가 주변의 시선이 자 신에게 쏠리는 걸 보고는 고개를 갸 웃했다.
“응?”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허락?”
강진호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전화기가 없나?”
“그걸 알리는 게 굳이 허락을 받 고 말고 할 일인가, 아니면 내가 뭔 가를 해줘야 하는 건가?”
“그런 게 아니라••••••
차이커창이 주변 이사들을 둘러보 고는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못 말리겠군.’
홍왕과 차이커창은 지금 총회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리고 그들은 얼 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가 서로를 죽 이기 위해 못할 짓이 없던 관계다.
냉정하게 상황을 보자면 지금 홍 왕과 차이커창은 총회에 포로로 잡 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흥왕?
부상을 입은 홍왕은 강진호가 마 음만 먹으면 죽일 수 있다. 외부에 서도 그럴진대, 이곳에서야 더 말을
해야 뭣 하겠는가.
포로 된 입장을 고려하자면 자신 의 세력에 연락을 하는 것 역시 허 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강 진호는 홍왕이나 차이커창을 포로로 생각해 본 적 없다는 듯 반응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사들과 이현수 역시 그 반응에 딱히 딴지를 걸지 않았다.
‘정말 특이한 이들이야.’
때로는 과하게 계산적이고 파격적 인데, 때로는 기이할 정도로 정도를 걷는다.
중국의 누구보다 총회를 잘 알고
있는 차이커창에게도 이 기이한 집 단은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곳이었 다.
“괜찮은가?”
하지만 차이커창은 그 상황에서도 굳이 이현수의 동의를 구했다. 그와 홍왕이 지금 서 있는 곳은 살얼음 판. 확신을 가지기에는 너무 위험한 곳이니까.
“하면 안 될 이유도 없겠지.”
이현수가 심드렁하게 대답을 하고 는 허리를 살짝 세웠다.
“하지만 그전에 관계부터 정립할 필요가 있겠군.”
“관계?”
“그렇지. 홍왕계는 어쩔 생각이 지? 여기까지 와버렸으니 너희도 나 름의 생각이 있을 것 아닌가. 우리 와 협조를 해서 창왕을 상대할 건 지, 아니면 이쯤에서 관계를 끊고 중국으로 돌아가 예전과 같은 관계 를 유지할 건지.”
차이커창이 헛웃음을 흘렸다.
“설령 그에 대한 생각이 있다고 해도 이런 곳에서 내가 솔직하게 말 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
“어.”
“••••••뭐?”
“그럴 것 같다고.”
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물론 너야 여러 가지로 통박을 굴려보겠지. 하지만 네 옆에 계신 분은 그걸 원할 것 같지 않은데?”
차이커창의 시선이 슬쩍 옆으로 돌아갔다. 그의 눈에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홍왕의 모습이 들어왔다.
“차이 커창.”
“예, 홍왕이시여.”
“저자의 말이 틀리지 않다. 이런 상황까지 와서 상대를 속이려 드는 것은 나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
다.”
“그리고 때로는 계략을 세우는 것 이 오히려 상황을 좋지 않게 만드는 경우도 흔한 법. 내려놓으라. 그리고 상대를 진심으로 대해라.”
차이커창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 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찌 되었든 이들은 자신들을 구 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실제로 거의 몰살 직전까지 갔다가 기사회 생하여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 이들을 속이려 드는 것은
정파의 후예를 자청하는 홍왕과 맞 지 않은 일이었다.
“저희는……
차이커창이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왕이시여, 저희는 홍왕계와 총 회의 동맹을 원합니다.”
강진호가 대답 없이 차이커창을 바라봤다.
“상황은 더없이 불리합니다. 지금 창왕을 상대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수입니다. 하나는 홍왕계의 피해를 최소화 할 것, 그
리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보존한 홍 왕계와 총회가 완전한 협력을 할 것.”
차이커창의 눈에 한기가 돌았다.
“그래야 저 간악한 창왕의 목을 치고 중원을 수복할 수 있습니다.”
“좋은 말이로군.”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하지만 내 귀에는 그저 총회의 힘을 빌려서 중원을 먹겠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데?”
“그건••••••
“그렇게 동맹을 해 창왕을 이기게
되면 우리에게 무슨 이득이 있지? 그때부터 적이 홍왕계로 바뀌는 것 에 지나지 않을 텐데?”
“상황을 오해하는 건 너야.”
“예?”
강진호가 차이커창을 심드렁한 눈 으로 바라보았다.
“중국에 연락을 하든 말든 그런 건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런 건 변 수도 뭣도 아니야. 무슨 짓을 하든 결과적으로 너희가 도움이 되지 않 는다면, 그때라도 죽여 버리면 그만 이니까.”
그를 바라보는 강진호의 눈이 낮 게 가라앉았다.
“말해봐. 그리고 너희의 쓸모를 증명해 봐라. 그게 너희의 운명을 정할 테니까.”
차이커창의 등골에 식은땀이 홀러 내렸다.
그를 응시하는 강진호의 눈이 더 없이 차갑다. 이 말이 단순한 협박 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한 차이커창 이 마른침을 삼켰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위험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차이커창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 리기 시작했다.
이 위험한 짐승의 구미에 맞는 먹잇감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