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82)
마존현세강림기-1684화(1681/2125)
마존현세강림기 68권 (16화)
4장 협력하다 (1)
대체적인 인식과는 달리 사람은 알려진 정보보다는 상대에 대한 이 미지로 많은 것을 판단한다. 그건 차이커창 같은 사람에게서도 어느 정도는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경향이 다.
이곳에 도착해 이 자리에 앉기
전까지, 차이커창은 총회를 주도하 고 이끌어가는 것은 이현수와 위긴 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강진호는 몸을 쓰는 타입이지, 머리를 쓰는 타입은 아니 었다. 가장 중요한 결정은 스스로 할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결정은 저 두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합리적 이다.
하지만 이번 창왕과의 전쟁에서 일련의 사태를 느끼며 깨달은 것은, 강진호라는 이가 생각처럼 전투에만 특화된 타입은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위험한 순간 가장 주체적인
판단을 내리는 이는 누가 뭐라고 해 도 강진호였다.
다만…….
‘이런 부분까지 마왕이 직접 나설 줄이야.’
이건 오로지 정치와 계약.
강진호가 뛰어놀 수 있는 전장이 아니다. 하지만 강진호는 이곳 역시 자신이 놓칠 수 없는 부분이라는 듯,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크흠.”
크게 헛기침을 해 조여오는 심장 을 뛰게 만든 차이커창이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애쓰며 입을 열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빤한 수작이군.”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말을 이었 다.
“수작이 통하는 건 서로가 대등한 입장을 때지. 지금의 나는 네 화술 에 말려줄 이유가 없어.”
“그러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 고, 내놓을 수 있는 건 다 내놓아 봐. 듣고 결정해 줄 테니까.”
그래.
듣고 나면 결정을 내리겠지. 자신들의 목을 따버릴지, 아닐지
를 말이다.
차이커창은 새삼 자신의 처지가 우습다고 생각했다. 창왕의 위협에 서 겨우겨우 벗어났더니, 이제는 마 왕의 손 위에 올려진 처지가 되었 다.
중원을 지배하던 홍왕과 그의 처 지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와버렸다는 말인가.
그때, 지금껏 침묵을 유지하던 홍 왕이 입을 열었다.
“마왕.”
강진호의 시선이 홍왕에게로 향했 다.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진정해라. 내 부하가 분위기에 눌려 말을 못하 지 않는가.”
“흐음.”
강진호가 피식 웃더니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러고는 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한 대?”
“사양하지.”
홍왕이 손을 내젓자 강진호가 어 깨를 으쓱하고는 자신의 담배에 불 을 붙였다. 담배 끝에서 홀러나온 담배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퍼져 나 갔다.
“협박을 하자는 건지, 대화를 하 자는 건지 모르겠군.”
“일단은 대화라고 해두지.”
“그럼 기본적이 화법이 조금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
“딱히.”
홍왕이 골치 아프다는 듯이 고개 를 내저었다.
“아무래도 좋다. 어쨌든 결론을 내야 하는 일이지.”
흥왕의 눈이 정광을 내뿜었다.
“절반까지는 내주지.”
“절반?”
“그래, 절반. 중원을 일통하게 된
다면, 그 절반에 대한 통치권을 약 속한다. 이 홍왕의 이름을 걸고.”
“홍왕이시여!”
기겁을 한 차이커창이 자신도 모 르게 소리를 질렀지만, 홍왕의 눈은 단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조용히.”
“하나 그건……
“차이커창.”
홍왕이 씹어뱉듯 입을 열었다.
“조건을 아끼지 마라. 우선은 이 겨야 한다. 가지지도 못한 것을 내 놓지 못해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이 어디에 있는
가.”
“나는 내 손으로 중원을 일통할 자격을 잃었다. 그런 주제에 얻지도 못할 것에 욕심을 내 마지막 남은 기회를 잃을 수는 없다. 너희의 협 상과 우리의 협상을 같을 수는 없는 법.”
홍왕이 묵직한 눈으로 강진호를 웅시했다.
“그렇지 않은가, 마왕?”
강진호가 가만히 연기를 뿜어냈 다.
그리고 이현수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저쪽도 빠꾸 없네.’
중국의 절반이라니.
다른 사람도 아닌, 홍왕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 만큼 이 대가는 반드시 지켜질 것이다.
물론 어디를 지배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걸 얻을 수만 있다면 천문학적인 거금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딱히 의미가 없는 것 같은데?”
“아니! 왜요!”
모두의 시선이 이현수에게로 향했
다.
자신도 모르게 발끈하고 만 이현 수가 양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 그에게 비난의 시선이 미칠 듯 이 쏟아졌다.
‘아, 실수.’
너무 놀라서 생각하기도 전에 말 이 나와 버렸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 아 닌가. 저보다 더 좋은 조건이 어디 에 있다고 저걸 걷어찬단 말인가.
“회, 회주님, 너무 욕심을 부리면 체하는 법입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욕심을 부리자는 게 아니라 의미 가 없다는 거지. 그 땅을 받아서 뭘 할 건데?”
“그야••••••
“중국은 중국. 한국이 될 수 없 지. 중국을 완벽하게 병합하거나, 우 리가 중국인이 되지 않는 이상은 언 젠가는 파탄이 날 수밖에 없다. 그 리고 그 파탄은 다시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끝까지 몰고 가겠지.”
인간은 그런 법이니까.
“그건 내가 막아줄 수 있다.”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 주제에.”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 땅을 얻어봐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돈이 전부다. 중국에서 무인을 받아들일 것도 아니고, 그 땅을 얻는다고 따로 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냐.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도 돈은 충분해.”
아니요.
충분하지 않습니다, 회주님. 그거 오해세요.
돈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백억보 다 천억이 좋고, 천억보다 일조가 좋다고요!
이현수가 눈빛으로 필사적인 의견
을 전달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눈 빛은 강진호에게 닿지 못했다.
“그럼 무얼 원하나?”
“뭘 원할 것 같은가?”
홍왕이 가늘게 뜬 눈으로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그를 응 시하던 홍왕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 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지.”
“사실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네 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그걸 인정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너는 언젠가는 나조차 감당할 수 없
는 이가 되어 중원인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을 거라 생각했지.”
“하지만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 다. 마왕, 너는 피가 끓듯 전투를 바라면서도 언제나 고요함을 갈구하 는 인간이라는 것. 그 이율배반이 지금의 너를 만들었겠지.”
“평가는 그 정도로 됐어.”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제 말해봐. 너희는 내게 뭘 줄 수 있지?”
“평화.”
홍왕이 정광이 넘치는 눈으로 강 진호를 바라봤다.
“네가 내게 협조해 중원을 수복하 게 해준디면, 네가 살아 있는 한 중 국의 무인들은 결코 한국 땅을 밟지 않을 것이다. 네가 원하는 완전한 평화를 약속하겠다.”
“흐음.”
강진호가 묘한 눈으로 홍왕을 바 라봤다.
이전의 그의 말보다는 몇 배 더 마음에 드는 조건이다. 이 제안은 그가 중국으로부터 가지고 있던 만 성적인 불안감을 해소해 줄 수 있을
테니까.
“좋은 말이지만, 이상하게도 지켜 질 것 같지 않군.”
“아니. 지켜질 것이다. 한 가지 조건이 더 붙는다면 말이다.”
“그게 뭐지?”
“나를 상대해라, 마왕!”
“응?”
그 영문 모를 말에 강진호가 고 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홍왕이 사자처럼 으르렁댔 다.
“내가 어떻게든 너를 적으로 돌리 려 한 이유, 그리고 네가 나를 죽이
려 든 이유는 간단하다. 너와 나는 서로가 서로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 의 실력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다. 그 작은 호승심이 상황을 여기까지 만든 것뿐이지.”
“하지만 그 호승심에 가진 모든 것을 걸 필요는 없는 법이지. 나는 홍왕계의 수장이 아닌 홍왕으로서 너를 상대할 것이다. 서로 짊어진 것 따위는 내던지고, 무인으로서 서 로를 상대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 다.”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제 좋은 대로 해석하는군.”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 지다. 네 안의 그 양면성도 이것으 로 충족이 되겠지. 나는 너의 주변 인들을 완벽하게 보호해 주는 동시 에 네가 상대할 만한 자로 남아주겠 다. 어떤가?”
강진호가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 다.
그러고는 천천히 내뱉기 시작했 다.
‘웃기지도 않아.’
예전부터 가끔씩 느낀 것이지만,
친교를 나눈 이들보다 오히려 적이 자신을 더 잘 이해할 때가 있다.
그리고 지금이 딱 그런 때였다.
“나쁘지 않군.”
“……받아들이는 건가?”
“세부적인 건 저쪽에서 알아서 하 겠지. 하지만 기조는 나쁘지 않아. 무엇보다 나는 다시 중국으로 들어 가 그 넓은 땅을 관리하고 싶은 마 음이 전혀 없거든.”
그런 귀찮은 일은 홍왕이 하면 된다.
강진호가 해야 할 것은 총회를 관리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
로 자신을 높여가는 것이다.
“좋아. 그렇다면 내 조건은 하나 뿐이다.”
“조건?”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그쪽에서 조건을 건다고? 상황 파악이 덜 됐나?”
“이건너도 만족할 거다.”
“……말해봐.”
홍왕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내 몸이 회복되는 대로 나와 승 부하라. 동맹으로서, 동료로서, 그리 고 친우로서 너를 받아들이기 위해 서는 명확한 선이 필요하다. 네가
이기든, 내가 이기든.”
강진호가 웃어버렸다.
담배를 비벼 끄고 새 담배를 입 에 문 강진호가 손가락을 튕겨 불을 붙였다.
천천히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 호가 가라앉은 눈으로 홍왕을 응시 하며 말했다.
“두 가지 정정하지.”
“첫째, 동맹을 맺는다고 딱히 친 구가 될 생각은 없어. 어떤 면에서 너는 나보다 나를 잘 이해하고 있지 만, 그렇다고 해서 너와 잔을 나누
고 싶지는 않아.”
“흐음.”
“그리고 또 하나.”
강진호의 목소리가 살짝 거칠어졌 다.
“명확한 선은 이미 그어졌어. 너 는 날 못 이겨.”
홍왕이 이를 드러냈다.
“그건 해봐야 아는 일이지.”
“하핫!”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이지. 원하는 대로 해라.”
“음!”
홍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럼 이걸로 됐다. 이제 나는 몸 을 회복하는 데 만전을 가하겠다. 너!”
홍왕이 방진훈을 가리켰다.
“••••••예?”
“처소를 안내하라. 운기할 곳이 필요하다.”
“……아니, 내가 왜……. 하…… 방진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 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이, 예이. 안내해 드립죠.”
“홈!”
홍왕이 저벅저벅 걸어 방에서 빠 져나간다. 그 광경을 본 이사들이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제집이 따로 없네요.”
“홍왕답다고 해야 하나.”
바토르가 피식 웃었다.
사실 총회라고 해서 홍왕이 두려 워하거나 기죽은 모습을 보였다면 오히려 실망했을 것이다.
저런 이기에 홍왕이 될 수 있고, 홍왕이기에 저럴 자격이 있다.
“저……
그때, 그들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 가 들려왔다.
“……저도 가도 됩니까?”
엉거주춤하게 몸을 일으키고 있는
차이커창을 보며 이사들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 앉아.”
“목을 두고 가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미쳤나, 이게.”
차이커창이 눈을 질끈 감고는 다 시 자리에 앉았다.
차이커창의 속에서 울화가 터졌다.
‘이렇게 혼자 두고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홍왕이시여.’
득의양양한 숭냥이 떼들이 슬금슬 금 거리를 좁혀왔다.
“자, 이제……
이현수가 손을 비비며 입맛을 다 셨다.
“높으신 양반들이야 저러면 끝나 지만, 우리는 아니지. 그 영토의 반 을 내놓지 않는 대신 얼마 줄 건지 이야기를 해봐야지? 응? 차이커 창?”
“배고프지? 설렁…… 아니, 마라 탕 한 그릇 시켜줄까?”
무언가 단단히 잘못 돌아가기 시 작했다는 것을 직감하는 차이커창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