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83)
마존현세강림기-1685화(1682/2125)
마존현세강림기 68권 (17화)
4장 협력하다 (2)
창밖을 바라보는 강진호의 눈이 가라앉아 있다.
세상은 더없이 평화로워 보이지 만, 이제 더는 평화로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창왕은 홍왕과 다르다.
홍왕에게 있어서 강진호를 상대하
는 것은 중원을 통일한 이후에 달성 해야 할 부차적인 목표지만, 저 창 왕은 강진호를 죽이는 것을 무엇보 다 우선에 두고 움직일 것이다.
설사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이제 부터는 그게 당연해질 수밖에 없다. 강진호는 저 창왕에게 완전한 실패 를 안긴 유일한 존재일 테니까.
창왕 같은 자는 그 사실을 참아 내지 못한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는 방법은 강진호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우는 것밖에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생각이 깊어 보이십니다.”
강진호가 슬쩍 시선을 뒤로 돌렸 다.
이현수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오고 있다.
“차이 커창은?”
“멘탈이 나가서 쉬게 해줬습니 다.”
이현수의 얼굴이 기름기로 반질반 질하게 보이는 것은 착각이겠지?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에이, 설마요.”
이현수가 너스레를 떨고는 강진호
의 옆에 다가와 섰다.
그러고는 말없이 한참 동안 밖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물러설 수 없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그랬지.”
“예, 그랬죠.”
홍왕을 구한 걸 후회하는 게 아 니다.
그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 다. 다만, 어떻게든 이뤄야 할 것을 이루고 보니, 이제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상황은?”
“차이커창이 홍왕의 생존을 알리
고 홍왕계를 결집시킬 겁니다. 홍왕 은 몸을 회복해야겠지만 차이커창은 딱히 그럴 필요가 없으니, 상황을 봐서 중국으로 보내야 할 것 같습니 다.”
“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홍왕계의 잔당을 얼마나 잘 수습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극단적으로 달라진다.
“지원은?”
“할 겁니다.”
이현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대놓고 할 수는 없는 말이지만,
저들이 화살받이가 되어줘야 합니 다. 홍왕계와 총회가 따로 움직인다 면 우리 아이들이 상합니다.”
“아이들을 단 한 명이라도 더 살 릴 수 있다면 못할 게 없습니다. 그 게 홍왕계 놈들을 화살받이로 쓰고 지옥으로 밀어 넣는 일이라도 말입 니다.”
이현수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창왕을 보며 느낀 게 많은 모양이었다.
“비난하실 겁니까?”
“내가?”
“안심했습니다.”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언제는 안 그런 것처럼 말하는 군.”
“조금 더 극단적이 되어야 할 필 요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른 사 람들이 진저리를 칠 만큼 말이죠.”
“그럴 일은 없어.”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나뿐 아니라 누구도 너를 비난하 지는 않을 거다.”
“예전 같은 걱정은 안 해도 된
다.”
이현수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창밖을 바라보다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 마음껏 날뛰어보겠습니 다.”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쉬십시오.”
강진호가 황당한 얼굴로 바라보 자, 이현수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농담 아닙니다. 쉬십시오. 회주님 은 이번 전투로 극한까지 몰렸습니 다. 다른 사람 눈은 속여도 제 눈은
못 속입니다.”
“몸을 회복하는 걸로는 컨디션이 다 돌아오지 않는 법이죠. 적당히 늘어져서 정신력도 회복해 주십시 오. 데이트도 좋고, 적당히 과식하는 것도 좋죠.”
“다 같잖아. 나만……
“아뇨. 다릅니다.”
이현수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 다.
“‘내가 무너져도 최후의 보루가 있다’는 생각으로 싸우는 이들과 ‘내가 무너지면 끝장이다’ 생각하고
싸우는 이가 같은 압박을 받을 수는 없는 법이죠. 회주님은 신도 아니고 부처도 아닙니다. 사람이죠. 아무리 강건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 도 압박이 지속되면 무너집니다.”
이현수가 자신의 가슴을 탁탁, 두 드렸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제 일입니다. 사람은 전공과목이 있는 법이죠. 이 럴 때를 위해 제가 있는 게 아닙니 까. 설마 저를 믿지 못하신다는 건 아니죠?”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그럴 리가 있나.
“그러니 그런 걱정은 마십시오. 다만, 한 가지는 묻고 싶습니다만.”
“말해봐.”
이현수가 더없이 진지한 눈으로 강진호를 돌아봤다.
“홍왕이 말한 조건을 받아들이신 이유가 뭡니까?”
“사실 저는 그 조건이 나쁘지 않 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무슨 조건이 걸려도 상관없습니다. 창왕을 죽이고 나면 다음은 홍왕이 죠. 무슨 핑계를 대서라든 죽여 버 릴 겁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다른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이현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 무 게감이 다르다. 이현수는 반드시 저 말을 지키려 들 것이다.
“하지만 회주님은 그리 생각하시 지 않겠죠. 그럼에도 그의 조건을 받아들이신 이유가 있습니까?”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니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사람의 말 따위는 안 믿습니다. 홍왕이 말을 바꾸면 어쩔 생각이십니까?”
“그럴 일은 없어.”
“……어째서요?”
“졌으니까.”
이현수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 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강 진호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인간은 노력을 통해 승리를 만들 어내지. 하지만 때로는 승리를 통해 서 자신을 완성하는 타입도 있기 마 련이야. 홍왕이 그런 타입이지.”
“홍왕의 절대적인 자신감은 패배 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나온다. 하지
만 홍왕은 이미 한 번 패했다. 아무 리 이유를 가져다 대고 복수를 천명 한다고 해도 패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아. 다시 말하자면, 홍 왕을 지탱해 온 가장 강력한 요인이 소멸한 거지.”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겁니 까?”
“그래.”
평범한 무인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정 경지를 넘어선 무인 들에게 있어서 무학이란 육체를 사 용하는 법이라기보다는 정신을 단련
하는 법에 가깝다. 스스로 믿어온 무학의 이치와 길을 종교에 미친 광 신도처럼 확고하게 믿고 나아간다.
지금의 홍왕은 종교를 잃어버린 광신도와도 같다.
약해지지는 않겠지.
하지만 더 강해질 동력을 잃어버 렸다.
그렇기에 홍왕이 강진호와의 승부 를 요청한 것이다. 스스로의 상황을 점검하고 다시 나아갈 실마리를 얻 기 위해서.
하나…….
“무인으로서 홍왕은 더 이상 예전
같을 수 없다. 물론 더없이 강하겠 지. 하지만 그뿐이야. 이제 홍왕은 나도, 창왕도 이길 수 없다.”
그 차갑고 냉정한 말에 이현수가 진저리를 쳤다.
그건 예상이라기보다는 확신에 가 까운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홍왕은 무인이다.”
강진호가 이현수의 말을 잘랐다.
“그 길이 끊겼다고 해서 살아온 것이 바뀌지는 않아. 홍왕은 스스로 나를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세력 의 힘으로 총회를 누르는 걸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지.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나를 이길 때나 의미가 있다 고 생각한다.”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이현수 역시 동의하는 일이 었다.
홍왕이 강진호를 상대하지 않고 홍왕계를 동원하여 총회를 치려 한 다.
‘그건 정말 그려지지 않는 상황이 로군.’
조그마한 변수 하나 놓치지 않으 려 하는 이현수조차 그 상황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다시 말해, 홍왕이 총회를 치기 위해서는 날 이겨야 한다. 하지만 홍왕은 날 이길 수 없어.”
“……더없이 강하지만, 더없이 안 전하다는 의미군요.”
“그래.”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완전히 이해가 가지는 않 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현수는 강 진호가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한 말 이 어긋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총회는 중국을 다스릴 수 없어.”
“……중국인들이 반발하기 때문입
니까?”
“아니. 그냥 수가 부족해.”
굉장히 현실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듣고 보면 공감이 간다.
“일만이니 이만이니 해봐야 중국 에 풀어놓으면 한 줌도 되지 않는 수다. 일본과는 달라. 중국의 무인들 은 그 수가 최소 십만은 넘어간다. 그들을 모조리 몰살시키지 않는 이 상 중국을 지속적으로 억압하는 건 불가능해. 무엇보다……
강진호가 바깥을 가리켰다.
“설사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쟤들 더러 중국을 관리하는 데 평생을 쓰
라고 할 셈은 아니겠지?”
“……그것도 못할 짓이죠.”
“이럴 때일수록 선후를 지켜야지. 우리가 왜 중국과 싸운 건지 말이 야.”
삶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이익을 얻기 위해 삶을 바꾼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일이다. 강진호 는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중국을 관리하는 건 홍왕만으로 좋아.”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회주님이 뭘 생각하는지는 알겠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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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한테 강요하지는 마십 시오. 저는 이익을 포기할 수 없는 인간입니다. 다 죽어가는 놈들 살려 서 중국의 지배자로 만들어주는데, 서로 간섭하지 않는 선에서 끝내라 고 하는 건 저는 못 받아들입니다.”
“빼먹을 수 있는 건 다 빼먹고, 완전 탈탈 털어버릴 겁니다. 이건 회주님이 말한 선을 넘지 않는 일이 니까요.”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마음대로 해.”
“감사합니다.”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창 왕과 싸워 이겨야겠지.”
“아뇨. 창왕과 싸워 이기기 위해 서는 회주님이 일단 살아남아야 할 겁니다.”
“옹‘?”
“저기요.”
“••••••웅?”
이현수가 씩 웃으며 바깥을 가리 키자, 강진호가 시선을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검은색 지프가 과격하 게 총회의 언덕을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저 아닙니다. 회주님 돌아오시면 바로 연락하라고 했답니다.”
“ 누구••••••
“ 현주요.”
“이현주 실장이 내가 돌아온 걸 어떻게 알고?”
“당연히 제가 말했습니다. 현주한 테는 전달해야죠. 처리할 일이 있는 데.”
아…….
이현수가 멍한 얼굴의 강진호를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연락은 미리 하셨겠죠? 돌아왔다 고?”
“아이고오, 왜 그러셨나.”
강진호는 오랜만에 이현수를 창밖 으로 집어 던져 버리고 싶다는 충동 을 느꼈다.
“얼른 가보십시오. 저 같으면 지 금 발이 안 보이게 뛰겠습니다.”
“끄웅.”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이 를 갈았다.
“갔다 와서 두고 보자.”
“두고 보자는 사람치고…… 네, 무섭네요. 인정합니다. 무서우니까 살려주십시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젓고는 몸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갔다.
창밖을 바라보는 이현수의 시선에 차 문을 열고 내리는 최연하의 모습 이 들어왔다.
“참 알다가도 모르겠네.”
창왕은 후려 까고 면상에 파운딩 을 먹이던 사람이 최연하는 왜 저리 무서워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 두 려움이라는 게 종류가 좀 다르기는
하지만.
“뭐, 저게 회주님의 매력이지.”
이현수의 눈에 팔짱을 낀 최연하 와 그 앞으로 후다닥 뛰어가는 강진 호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다른 애들은 안 보는 데 서 만나주면 좋겠는데……
저래서야 총회 회주로서의 체면이 살겠는가.
에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