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86)
마존현세강림기-1688화(1685/2125)
마존현세강림기 68권 (20화)
4장 협력하다 (5)
회의실의 커다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이현수와 차이커창이 마주 앉 았다.
“커피?”
“……앞에 중국인을 앉혀뒀으면 차 정도는 준비해라.”
“그건 네가 손님일 때의 이야기
지.”
차이커창이 눈을 찌푸리고는 이현 수를 노려보았다.
그 능력을 인정하는 것과 별개 로…….
‘정말 빌어먹게 짜증 나는 놈이로 군.’
바다 건너에 있을 때도 사람을 짜증 나 돌아버리게 만들던 놈이다. 그런 놈을 눈앞에서 대면하고 있자 니, 때때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둥아리를 갈겨 버리고 싶은 충동 이 느껴졌다.
“네가 약해 빠진 걸 다행으로 알
아라. 그게 아니었으면 절대 성하지 못했을 거다.”
“예이, 예이. 감사하고 있습죠.”
차이커창이 이를 뿌득뿌득 갈았 다.
하지만 이현수는 그런 차이커창의 살기를 정면으로 받으면서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강진호의 살기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던 그에게 차이커 창의 살기 같은 건 간지럽지도 않았 다.
“괜히 힘쓰지 말고, 얼굴 풀어.”
“하……
차이커창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 다.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피 차 마찬가지야.”
차이커창이 고개를 들어 이현수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사이 좋게 싸움에 진 개 꼴이 된 것도 마찬가지지.”
차이커창의 입가에 힘이 들어간 다.
딱히 앞뒤 말을 붙이지 않아도 지금 이현수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모를 수가 없다.
창왕.
냉정하게 말했을 때, 차이커창과 이현수 모두 이번 전쟁에서 창왕에 게 농락당했다.
이현수야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창왕에게 엿을 한 번 먹였다지만, 그건 머리싸움에서 승리한 결과라고 볼 수 없다. 강진호가 창왕을 압도 하고, 위긴스가 기지를 발휘하지 못 했다면, 국경까지 가는 것조차 달성 하지 못했을 테니까.
창왕은 그들의 행동을 대부분 예 상했고, 두 사람은 창왕이 무슨 짓 을 저지를지 몰라 전전긍긍하기만
했다. 왕을 보좌하고 머리를 쓰는 이로서 이보다 더 굴욕적인 일이 또 있겠는가.
“솔직히 나는 네가 엿같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제는 너 같은 건 아무 래도 좋아. 그 망할 새끼한테 한 방 처먹이지 않고서는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차이커창이 입을 꾹 닫았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부분 에 있어서는 그와 이현수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했다.
강진호와 홍왕은 서로 상극이지
만, 그럼에도 서로에게 나름의 호감 을 가지고 있는 사이다. 하지만 이 현수와 차이커창은 서로 비슷한 면 이 많으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메스 껍게 여기는 사이였다.
그러나 호랑이를 상대하기 위해서 는 개와 원숭이가 힘을 합쳐야 할 때도 있는 법.
총회와 홍왕계의 협력은 이 둘로 부터 시작하지 않는다면, 어떤 의미 도 없었다.
“난 네가 싫다.”
차이커창이 이를 갈며 말했다.
“아니, 좀 더 확실하게 말하자면,
네 모가지를 따서 개먹이로 던져 주 고 싶을 정도다.”
“그 표현 마음에 드는군.”
“하지만 네가 아무리 역겨워도 저 창왕에 비하면 천사나 다름없지. 아 무리 끔찍한 인간이라고 해도 바퀴 벌레와 비교할 수는 없으니까.”
“……거, 바퀴벌레보다는 높이 평 가해 줘서 고맙군.”
“비꼬지 마라, 빌어먹을 놈아.”
차이커창이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찬가지다. 저 창왕의 목 에 칼을 박아 넣기 위해서라면 그
상대가 너라도 얼마든지 손을 잡아 주지. 우리의 원은 나중에 풀면 그 만이니까.”
“뒤통수 칠 생각은 하지도 않는 게 좋을 거야.”
“네가 뒤통수를 맞는 인간이었 나?”
차이커창과 이현수가 서늘하게 마 주 웃었다.
둘 모두 알고 있다.
아무리 이리 협의를 하고 서로 손을 맞잡는다고 해도, 그들은 끝끝 내 상대를 마지막까지 믿지 못하는 인종들이다.
하나 중요한 것은 겉으로나마 서 로 손을 잡는다는 것 아니겠는가.
“중국의 상황은?”
“홍왕께서 건재하다는 사실을 알 린 덕분에 남은 홍왕계의 무인들 모 두가 상해 쪽으로 모이고 있다. 현 재 7할 이상이 집결한 상태다.”
“7할이라……
이현수가 턱을 문질렀다.
“홍왕계의 결속력이 생각보다 못 한 느낌인데? 겨우 7할인가?”
“별수 없지.”
차이커창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한다고 해 도 패배는 패배다. 삼왕계는 각 왕 들의 압도적인 힘과 권위로 유지되 는 단체들이다. 눈앞에서 수장이 패 배하는 꼴을 지켜본 이들이 뿔뿔이 흩어지거나 상대에게 투항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지.”
그 말을 들은 이현수는 옷고 말 았다.
물론 외부에서 본다면 그리 평가 하는 게 옳다. 하지만 홍왕계의 이 인자라고 할 수 있는 차이커창이 스 스로 내릴 만한 평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저리 뻔뻔하게 말을 늘
어놓고 있는 것이다.
“너나 홍왕이 중국으로 들어간다 면 집결하는 인원을 좀 더 늘릴 수 있을 텐데? 뭐 주워 먹을 게 있다 고 아직 한국에 붙어 있는 거냐?”
순간, 차이커창의 눈썹이 꿈틀했 다.
그 차이커창이 중국에 가지 못하 도록 지금까지 반쯤 감금해 둔 이가 바로 이현수다. 그런데 저리 뻔뻔한 말을 해 대다니.
“……아까 한 말 취소해도 되나? 인간적으로는 창왕보다 네가 더 끔 찍한 것 같은데.”
“쯧쯧, 사람이 대승적이지 못하 게.”
이현수의 말에 차이커창이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가 어쩌다 저 자라 새끼 같은 놈과 의논을 하는 처지가 되었단 말 인가.
“원래 계획은 내가 직접 중국으로 가는 것이었다. 홍왕께서는 아직 정 양이 더 필요하시니, 나라도 가는 게 맞았다.”
“그런데?”
“창왕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현수가 입을 다물었다.
“지금 창왕이 움직인다면, 머리를 잃고 혼비백산한 홍왕계 따위는 힘 도 들이지 않고 주살할 수 있다. 나 는 적어도 삼 할 정도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계산했다.”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계산도 비슷했다.
“하지만 창왕계가…… 아니, 정확 하게는 창왕이 움직이지 않는다. 대 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이쪽도 함부로 움직일 수 가 없다?”
“그렇지.”
이현수의 입꼬리가 조금 비틀렸 다.
차이커창의 말속에 숨은 뜻을 짐 작하지 못할 그가 아니다.
‘이쪽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뜻이 로군.’
맹수가 코앞에 있는, 먹음직스러 운 먹이를 내버려 둘 이유는 하나뿐 이다.
배가 부르거나, 아니면 더 먹음직 스러워 보이는 먹이가 그 옆에 있거 나.
“창왕의 눈에 이미 홍왕계 따위는 들어오지 않는다는 건가? 하지만 총
회를 직접 노리는 건 지금 불가능한 일일 텐데?”
“그것도 그렇지. 그러니 결론 이……
차이커창이 입을 닫아버렸다.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는 건 너무 도 굴욕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현수 는 그런 굴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 라는 듯, 차이커창이 하고 싶어 한 말을 대신 해주었다.
“또 알 수 없다는 거로군.”
이현수가 태평하게 말했다.
“그렇지, 그렇지. 우리가 그 미친 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이현수가 피식 웃어버렸다.
애초에 그들은 창왕의 생각을 짚 어낸 적이 없다. 지금까지 불가능했 던 일이 잠깐 사이에 가능해질 리도 없다. 창왕을 몰라서 당한 게 아니 라, 그가 그들의 상식 안에 머무르 지 않는 이라 당한 것이니까.
“그래서 이 자리를 만든 것 아닌 가, 머리를 맞대서 창왕의 생각을 읽어내기 위해서.”
“아닌데?”
“••••••뭐?”
이현수가 의자에 둥을 기대며 심
드렁하게 말했다.
“착각하지 마, 차이커창. 나는 그 런 머저리 같은 짓은 안 해.”
“머저리?”
“그래, 머저리.”
이현수가 피식 옷었다.
“개가 두 마리 모인다고 두 배로 똑똑해지는 게 아니고, 원숭이 두 마리가 모인다고 사람의 생각을 읽 어낼 수 있는 게 아니지. 지능은 모 인다고 상승하는 게 아니야. 다시 말하자면……
이현수가 선언하듯 말했다.
“너와 내가 머리를 맞댄다고 해서
창왕을 읽어낼 수는 없어.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창왕은 우리와 다른 차원에 있다.”
차이커창이 입을 닫았다.
‘이놈은 자존심도 없나?’
차이커창이라고 해서 왜 모르겠는 가.
하지만 저 말을 입 밖으로 꺼낸 다는 건 보통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어찌 생각하면 저 말은 지금까지의 그들을 완전히 부정해 버리는 말이니까.
“병력을 집결시키고, 총회와 힘을 합셔서 창왕에게 대항한다. 국가가
나뉘어 있다는 요소를 최대한 살리 고, 홍왕과 마왕이라는 두 왕을 보 유했다는 이점을 활용하여 양방으로 치고 들어간다.”
이현수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 짓거리를 최대한 효율화한다 고 해서 창왕의 대처를 뚫어낼 수 있을 것 같아?”
웃기는 소리.
강아지가 아무리 꾀를 낸다고 해 도 사람은 강아지가 하는 행동을 모 두 읽어낸다. 그건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차이였다.
“그럼 뭘 어쩌자는 거냐?”
“끌어 내려야지.”
“•…”뭐?”
이현수가 이를 드러냈다.
“내가 거기까지 올라갈 방법이 없 다면, 위에 있는 놈의 발목을 잡아 끌어내리기라도 해야지. 내가 올라 가서 같은 높이에 서나, 그 놈을 끌 어내려서 같은 높이에 서나, 어차피 결과는 같으니까.”
이현수의 얼굴에 광기가 어렸다.
그 모습을 본 차이커창이 자신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말이야 쉽다만, 무슨 수로?”
“간단해.”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가 창왕을 상대하기 힘들어 하는 이유가 뭐냐?”
“……예상할 수 없으니까.”
“그래. 그럼 저쪽도 이쪽을 전혀 예상할 수 없게 만들어줘야지.”
“어떻게?”
“미친 짓을 해버리면 그만이야.”
“••••••뭐?”
차이커창이 멍한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상식이 어쩌고, 효율이 어쩌 고…… 그런 건 모두 내다 버린다.
어차피 저놈은 우리를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있어. 조금이라도 옳다 싶 은 방향을 택한다면, 그 손바닥 안 에서 놀아나게 되겠지.”
“그러니 우선은 저 개 같은 놈이 절대 예상하지 못하는 짓거리만 골 라 한다. 그럼 놈도 우리를 예측할 수 없게 될 거야.”
“하…… 하하하.”
차이커창이 미친놈을 보는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주객전도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나?”
“아니. 그냥 모를래.”
이현수가 심드렁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고는 담배를 빼 물었다.
“딴지를 거는 심정은 알지만, 좀 더 솔직해져 보자. 내 계획이 엿같 아서 반대하는 거냐, 아니면 네 자 존심 때문에 반대하는 거냐?”
“이길 수 없는 상대를 이기기 위 해서는 변수를 만드는 게 우선이지. 변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계산은 복잡해지기 마련이고, 그럼 반드시 트러블이 생겨난다.”
“아주 미친 소리를 태연하게 해
대는군.”
차이커창이 학을 뗐다.
분명 저건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 른다.
하지만 저건 절대 선택해서는 안 되는 방법이다. 막말로 저건 모든 것을 운에 맡겨 버린 채 하늘에 기 도를 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까.
머리 하나로 이 위치까지 올라온 차이커창이나 이현수 같은 이들에게 는 더 이상 굴욕적일 수 없는 선택 이었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몰라서 묻냐? 이 병신 같은 새 끼야.”
이현수가 물고 있던 담배를 이로 씹어 끊어냈다.
“나는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다 필 요 없어. 자존심을 지키다 패해 죽 느니, 바닥을 핥고 이겨서 살아남을 거다. 내 자존심 같은 건 길에 떨어 진 십 원짜리 만도 못해.”
“••••••하하.”
차이커창이 이를 악물었다.
어쩐지 이 순간 그는 강진호와 총회가 어찌 그리 강해질 수 있었는 지 그 비결을 살짝 엿본 느낌이었
다.
“쓰레기통 하나 더 준비해라.”
“음?”
“내 자존심도 같이 처박아줄 테니 까 말이야.”
차이커창의 입가에 이현수와 비슷 한 미소가 걸렸다.
“창왕의 면상에 구둣발을 처박을 수 있다면, 자존심 같은 건 얼마든 지 버려주지.”
“좋은 자세야.”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번 짜보자고.”
둘이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미친 짓 을 ”
총회와 홍왕계 최고의 두뇌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