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87)
마존현세강림기-1689화(1686/2125)
마존현세강림기 68권 (21화)
5장 추궁하다 (1)
아르르르르.
강진호는 자신을 보며 한껏 이를 드러내는 맹수를 보며 떨떠름한 표 정을 지었다.
아’르르르르.
위협적이다.
저 표정과 날카로운 이, 그리고 낮은 톤으로 울려 퍼지는 그로울링 은 누가 봐도 위협적이었다.
그 위협을 하는 짐승의 크기가 성인 남자의 손바닥을 겨우 넘을 수 준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게 주인도 못 알아보고.”
아무리 그가 자리를 좀 자주 비 웠다고 해도 주인을 보고 이를 드러 내다니, 이건 애완견으로서 실격이 아닌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것이다.
“훠이.”
아 르르르르.
“훠이!”
아르르르!
이는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데, 꼬리는 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어쩌라는 거지?’
반갑다는 건가, 화난다는 건가?
“쯧쯧쯧쯧.”
그 기묘한 대치를 발견한 강은영 이 혀를 차며 현관으로 다가왔다.
“사람이 얼마나 집을 비우고 돌아
다녔으면 개가 못 알아보냐, 인간 아.”
“……그냥 그 개가 멍청한 것 아 닐까?”
“엄마, 오빠가 동동이 보고 멍청
하대!”
“……동동이?”
쟤 이름이 동동이였나?
강진호가 눈을 살짝 찌푸렸다.
“이름을 너무 대충 지은 것 아
냐? 너무 촌스러……
“엄마가 지었는데?”
“……운 면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 는, 고상하고 센스 있는 이름이네.”
“으이구.”
강진호가 어색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엄마가 지었으면 다 좋은 거지. 아암.
강진호에게는 이를 드러내던 동동 이가 강은영을 보더니 꼬리를 치며 폴짝폴짝 뛰어오른다. 동동이를 안 아 든 강은영이 뚱한 눈으로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이번엔 또 뭐 한다고 이렇게 집 에 안 들어왔어?”
“……출장 다녀오느라.”
“비행기 타고?”
“어……
탔지.
네가 생각하는 그런 비행기는 아 니겠지만.
전투기 위에 매달려 중국을 다녀 왔다고 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아니, 애초에 믿지도 않겠지.
강은영의 품에 안긴 동동이가 강 진호를 향해 고개를 쑥 내밀었다. 조금 전 으르렁대던 것과는 달리 얼 굴 한 가득 반가움이 묻어나 있다.
“……왜 이래, 갑자기?”
“이젠 안 무서우니까.”
강은영이 그런 것도 모르냐는 듯 이 핀잔을 주었다.
“조금 전에는 오빠랑 마주치니까 겁이 났던 거고, 이제는 내가 있으 니까 안 무서운 거지.”
“겁이 나는데 왜 으르렁거려?”
“사람은 뭐 다르나? 겁나면 더 까칠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잖아.”
“흐음.”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
“자.”
“웅?”
“ 안아봐.”
“……괜찮아.”
“그러다가 집에 둘이 남으면 동동 이 경기 일으키니까, 얼른 친해져. 자.”
“괜찮다니까?”
“ 엄마!”
“아니다. 이리 줘.”
강진호가 떨떠름한 눈으로 손을 뻗어 동동이를 받아 들었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동동이도 강진호의 손길을 얌전히 받아들였 다.
‘묘하네.’
생각보다 따뜻한 느낌이었다. 살 짝 열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이 들 정도로.
“그렇게 들지 말고!”
“응?”
“안으라고! 들지 말고, 이 인간 아!”
강은영이 성큼성큼 강진호에게 다 가와 안은 자세를 교정해 주었다. 가슴에 붙이고 양손으로 받쳐 들자, 동동이가 고개를 쭉 들어 강진호의 턱을 핥는다.
“가만히 있어!”
그제야 마음에 든다는 듯 강은영 이 고개를 끄덕였다.
“개 입장에서 생각을 해봐. 자기 보다 열 배는 큰 사람이 성큼성큼 걸어오면 얼마나 무섭겠어? 안 그래 도 표정도 없는 사람이.”
“그러니까, 내가 너를 해치지 않 는다는 걸 적극적으로 보여줘야지. 지금처럼.”
“으음, 어렵네.”
“오빠는 그게 문제야. 이게 꼭 개 를 대하는 문제가 아니라니까. 오빠 는 첫 인상이 너무 나빠. 그나마 얼
굴이라도 사람같이 생겨서 망정이 지, 거기서 조금만 험악하게 생겼으 면 주변에 사람이 접근도 안 했을 거야.”
“좋은 것 아닌가?”
“……내가 말을 말아야지.”
강은영이 고개를 휘휘 젓고는 안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야, 이거 가져 가야지.”
“오빠가 안고 와.”
턱에 닿는 혀의 느낌에 진저리를 친 강진호가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엄마, 오빠 왔어!”
벌컥!
문이 확 열리더니, 그 안에서 한 손에 과자를 든 백현정이 심드렁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아드님 오셨어요?”
“밥 먹었고?”
“네.”
“그래. 나는 드라마 봐야……
백현정이 강진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그의 품에 안긴 동동이 를 빼앗다시피 받아 들었다.
“어구, 우리 새끼. 엄마랑 가자.”
백현정이 손을 휘젓고는 다시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멍한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고개 를 갸웃했다.
“어……
“오빠도 이제 찬밥이야.”
“응‘?”
강은영이 고소하다는 얼굴로 강진 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첨에는 그렇게 귀찮아하시더니, 이제는 개 본다고 나는 신경도 안 써.”
“오빠도 이제 끝났어.”
“……그렇게 좋아하시니?”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지. 솔직 히 오빠가 엄마한테 하는 게 뭐가 있어? 만날 집 밖으로 나돌다가 밤 늦게 집에 들어와서 밥이나 얻어먹 는 게 전부지.”
뭔가 그게 다가 아니라 말하고 싶었지만, 생각해 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런데 동동이는 엄마 없으면 죽 거든. 하루 종일 옆에 붙어서 애교 부리고, 밖에 나가면 울고. 나 같아
도 자식보다 개가 좋겠다. 우린 끝 났네요, 이 사람아.”
세상에.
부모의 사랑을 개에게 빼앗기다 니.
강진호가 딱히 그런 것에 집착하 는 사람은 아니지만, 빼앗긴 대상이 대상이다 보니 묘한 감정이 들지 않 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며칠 만에 집에 들어왔는데 별다 른 반응이 없다. 예전 같았으면 난 리가 났을 텐데.
“사탕 뗐긴 유치원생 같은 얼굴을 하고 있네.”
“•…”응?”
“그래서 외사랑은 한계가 있는 거 야. 한쪽이 좋다고 따라다닐 때는 시큰둥하던 애가 따라다니던 쪽이 포기하면 거꾸로 애가 닳아서 난리 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거든.”
“그래서 사람은 좋다 싶으면 겉으 로 표현하고 더 잘하려고 해야 하는 거야. 그래야 쟁취하는 법이지.”
“네 이야기냐?”
“뭐, 뭔 소리야, 갑자기 뜬금없
이?”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창왕과의 문제 때문에 한동안 접 어두긴 했지만, 이 일을 어떻게든 해결하긴 해야 한다.
“너.”
“으, 으응? 왜?”
강진호가 가늘어진 눈으로 바라보 자, 강은영이 움찔하여 시선을 돌렸 다.
“내일 저녁에 시간 내.”
“……시, 시간? 왜?”
“유민이랑 같이.”
“알았어?”
“으, 으응.”
강은영의 이마에 식은땀이 삐질삐 질 배어 나왔다.
그 모습을 본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현수는 그에게 될 수 있으면 관여하지 말라고 했지만, 한 지붕 아래 살면서 계속 외면하는 건 강진 호에게도 고역이었다. 물론 강진호 의 눈치를 보고 있는 강은영에게도 고역이겠지.
“오, 오라비.”
“왜‘?”
“……뭐 알고 그러는 거야?”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 야만 전사 같은 게 내 친구 르..’
생각하면 속이 뒤집어지지만…… 어쩌겠는가, 유민이가 좋다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박유민 을 끌고다니며 여러 사람을 만나게 했어야 한다. 여자 사람에게 면역이 없으니 저런 것에게 코가 꿰는 것 아닌가.
“……됐고, 내일 유민이 오라고 해. 알았어?”
“o O 으 ”
—, — O •
강진호가 고개를 저으며 방 안으 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강은영은 그런 강진호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과격하게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왜 들켰지?”
“……몰라요.”
카페에 앉은 강은영과 박유민이 불안에 가득한 눈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들킨 건 맞지?”
“아니면 그 인간이 굳이 오빠랑 나를 같이 보자고 할 이유가 없잖아 요. 나는 우리 오빠랑 집 밖에서 따 로 만나는 게 얼마 만인지 기억도 안 나요.”
“……들켰네.”
박유민이 살짝 해탈한 얼굴로 카 페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지?”
“……거, 남자가 듬직하지 못하 게! 나한테는 오빠지만, 유민이 오 빠한테는 친구잖아요! 그럼 당당하 게 이야기해야지.”
“친구는 친군데……
“ 친군데?”
박유민이 어색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었다.
“진호는 친구기도 하지만, 뭔가 좀…… 어, 큰형 같다고 해야 하나? 그게…… 여하튼 좀 묘해.”
강은영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박유민 에게 이런 걸 요구하는 건 무리였 다.
‘유민이 오빠가 문제가 있는 게 아냐.’
저 인간이 문제다, 저 인간이.
강은영은 그래도 가족 필터가 있 어서 강진호를 만만히 대할 수 있는 거다. 지금까지 강진호를 대면한 이 들 중에 말이 꼬이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분위기는 더럽게 무거워 가지고.’
“진호 화났어?”
“화난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지?”
답답한 마음이 든 강은영이 눈을 찌푸리고는 살짝 언성을 높였다.
“아니! 말은 바른말이지! 우리가 뭐 잘못했어요?”
“잘못한 건 없지. 그렇지.”
“다 큰 동생이랑 성인인 친구가 사귄다는데! 자기가 뭐라고 간섭이 야!”
“진정해.”
“아냐, 오빠. 나 오늘 할 말 다 할 거야! 솔직히 우리가 뭘 잘못했 다고 이렇게 눈치를 봐야 돼?! 지나 잘할 것이지!”
“으, 은영아.”
“나 말리지 마요. 지는 벌써부터 연애하고 다니면서 왜 나한테만
“그게 아니고, 저기 진호 온다.”
“네?”
강은영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 렸다.
그의 눈에 강진호의 빨간 스포츠 카가 빠른 속도로 이쪽을 향해 다가 오는 모습이 보였다.
끼이이이 이이이 익 !
카페 앞에 과격하게 멈춰 선 차 에서 강진호가 내렸다.
입에 담배를 물고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이 따 로 없다.
미간을 좁힌 채 담배를 차 안 재 떨이에 비벼 끈 강진호가 문을 콱,
닫고는 그들 쪽을 바라보았다.
움찔.
움찔.
제 발이 저린 두 사람이 입을 다 물고 그런 강진호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강진호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입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오빠.”
“옹‘?”
“어떻게 좀 해봐요.”
“……말리지 말라며?”
“저 인상 보고도 그 말이 입에서 나와요?”
하지만 그들이 채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강진호가 문을 열고 안 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저벅저벅 걸어와 그들의 건너편에 앉았다.
“와, 왔어?”
박유민이 어색한 얼굴로 인사를 했다.
그러자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더 니 가만히 의자에 둥을 기댔다.
살짝 고개를 젖힌 강진호가 내리 깐 시선으로 두 사람을 가만히 웅시 하더니 입을 열었다.
“자.”
“말해봐, 이제.”
힐끔힐끔 강진호의 눈치를 보던 강은영이 어색한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오라비,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 인데, 나는 오라비가 지금 무슨 말 을 하는지……
“구라 치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아 간다.”
“말해봐.”
강은영과 박유민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두 사람의 입가에 동시에 미소가 걸렸다.
‘그냥 자수하자.’
‘이젠 나도 모르겠다.’
자포자기한 강은영이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