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90)
마존현세강림기-1692화(1689/2125)
마존현세강림기 68권 (24화)
5장 추궁하다 (4)
“딱히 항의가 들어오지는 않았습 니다.”
고한봉과 마주 앉은 이현수가 굳 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다행스러운 일이네요.”
고한봉도 그 말에 동의한다는 표 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리 안심할 상황은 아닙 니다. 기류는 분명히 바뀌고 있습니 다.”
“……기류요?”
“예.”
고한봉이 목이 탄다는 듯이 손을 뻗어 물을 들이켰다.
“외교관들은 단순히 저들의 말을 옮기기 위해 존재하는 이들이 아닙 니다. 그들의 가장 우선적인 역할은 미묘하게 변해가는 기류를 읽어내는 것이지요.”
고한봉의 냉정한 시선이 이현수를 무겁게 내리눌렀다.
“귀 회에서 중국을 다녀온 이후로 베이징의 공기가 일변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한국 쪽을 대하는 태도도 미묘하게 변했다는군요.”
이현수가 미간을 좁혔다.
‘가능한 이야기지.’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이미 군대가 동원되었다는 점에서 부터 창왕과 중국 정부가 손을 잡았 다는 것은 사실의 영역에 들어섰다. 다시 말하자면, 중국 정부는 총회를 확실한 ‘적’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적의 동료는 적인 법.
당연히 한국 정부를 대하는 저들 의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 다.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습니까?”
“몇 가지 논의에 대해 소극적으로 돌아선 것을 제외하면 아직 이렇다 할 직접적인 움직임은 없습니다. 아 시다시피 저쪽도 그리 상황이 좋은 건 아니라서 말입니다.”
이현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어찌 되었든 이쪽의 일 때문에 피해를 끼쳐 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 다. 제가 그럴 주제는 안 되지만,
총회를 대표해서 사과드리겠습니 다.”
“아니요, 아니요. 사과받을 일은 아니지요.”
고한봉이 고소를 머금었다.
“결국 이쪽은 적당히 줄다리기를 하다가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중국과 거리가 생긴 대 신에 미국과의 우호를 쌓을 수 있었 으니 손해 본 것은 없습니다. 오히 려 남는 장사라고 해도 되겠죠.”
이현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 다.
‘확실히 이 양반은 이런 점이 마
음에 들어.’
지금 그의 앞에 앉아 있는 사람 이 고한봉이 아니라 김명찬이었다 면, 지금쯤 자신들이 겪고 있는 어 려움에 대해서 온갖 우는소리가 나 왔을 것이다.
그리고 총회로부터 하나라도 더 받아내기 위한, 칼날 같은 협상이 시작되었겠지.
하지만 고한봉은 그런 점이 없다.
‘물론 이것도 방식 중의 하나겠지 만.’
김명찬이 단 하나의 사안에도 득 과 실을 칼같이 구분하는 타입이라
면, 고한봉은 멀리 보았다. 지금 조 금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굳건 한 관계를 맺어 나가는 게 훨씬 이 득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물론 김명찬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되기는 했겠지만, 머리로 아는 것을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물론 천천히 물에 젖듯 상대의 방식에 넘어가다 보면 손해를 보는 순간도 오겠지만, 이현수 역시 그리 만만한 이는 아니었다.
“여하튼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 다.”
“별말씀을요.”
고한봉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 다.
“다만, 지금까지는 별문제가 없었 다고 한들,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역시 그렇겠죠.”
“중국 역시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으니, 무력 도발은 없 을 겁니다. 지금 무력으로 도발을 하게 되면 눈을 부라리고 있는 미국 에 개입할 명분을 주는 것밖에는 되 지 않으니까요.”
이현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웬만한 분야에서는 일반인 이상의 식견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 현수지만, 국제 관계에서 대한민국 의 총리보다 뛰어날 수는 없다.
이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전공 과목의 문제다.
“다만 한 가지 조금 거슬리는 건……
“예‘?”
고한봉이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중국 정부 쪽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보기에는 이 일련의 행
동이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가 아니 라 그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걸로 보입니다.”
이현수가 묘한 눈으로 고한봉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만만한 사람은 아니군.’
그 말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지 금 중국 정부 쪽은 창왕의 대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지시’라는 말을 붙이기는 과하다. 무인계가 아무리 힘을 가지고 설친 다고 해도 정부를 직접적으로 압박 할 만큼의 영향력은 가지고 있지 않
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이 할 모든 행동의 주체가 되는 쪽은 정부가 아 니라 창왕계다. 당연히 창왕계의 행 동방침을 바탕으로 일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창왕이 그리 친절한 이가 아니라는 것.
그의 상식을 벗어나는 발상은 상 대하는 적뿐 아니라 아군에게도 커 다란 혼란을 가져다준다.
창왕의 수하들이야 불로 뛰어들라 면 뛰어들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라 면 뛰어내리는 식으로 완전히 창왕
의 지시에 따르는 것으로 그 혼란을 피할 수 있겠지만, 정부가 그런 방 식을 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은 둘 중 하 나.
‘창왕이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요구했거나, 그게 아니면 아무런 정 보도 주지 않고 있다는 의미겠군.’
가능성이 좀 더 높은 쪽은?
‘후자겠지.’
이유는 간단하다.
“총리님, 이런 말씀이 조금 민감 할 수도 있습니다만……
고한봉이 빙그레 웃었다.
“저희 사이에 민감할 만한 질문이 있습니까? 그냥 편히 말씀하십시 오.”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 다.
“중국 정부 쪽에 한국의 스파이가 들어가 있습니까?”
순간, 고한봉이 입을 닫았다.
그러고는 말없이 주위를 두리번거 렸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 한 고한봉이 냉수를 한 모금 마시고 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비밀이랄 것도 없는 일이다.
한국 정부에서 중국의 정보를 빼내 기 위한 인원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이리 과장되게 주변을 살피는 것은 그만큼이나 중국의 귀 가 모든 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경고 이리라.
“그리고 그건 당연히 중국 쪽에서 도 알고 있겠죠.”
“그럴 겁니다. 한국에도 정부 요 인 중 중국 측에 붙은 이들이 있을 테니까요.”
“그럼 창왕은 중국 정부 쪽에 정 보를 넘기지 않습니다.”
“••••••예?”
“자신의 정보가 다른 곳에 넘어가 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이가 창왕이니까요.”
“……그게 말이 됩니까? 협력을 하는 이들에게 정보를 넘기지 않으 면 뭘 협의한다는 겁니까?”
이현수가 고소를 머금었다.
‘협의하지 않지.’
창왕에게는 동료가 필요하지 않 다.
그가 원하는 것은 동료나 동맹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줄 체스 말이다.
그의 완벽한 계획은 모든 말들이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여 준다는 전 제하에 시작된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그 일을 실현시킨 이가 바 로 창왕이다.
‘그렇기에 괴물이지만……
거꾸로 창왕의 약점도 바로 그 극단성에 있다.
“창왕이 저희를 포섭하려 했다는 말도 들으셨겠죠?”
“예. 저번에.”
“그쪽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좀 거슬리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와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그 가 왜 그런 제안을 했는지 알겠더군 요.”
“어째서입니까?”
“유리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
이현수가 미소를 지었다.
“창왕은 예상치 못한 변수를 극도 로 싫어합니다. 그런데 우리 회주님 은 살아 있는 변수 덩어리 같은 양 반이죠. 제가 상대해 봐서 아는데, 이 인간에게는 예측이 먹히지가 않 습니다. 그러니 창왕도 엿을 먹은 거죠.”
고한봉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아니, 보통 자기 상사를 저렇게 말하나?’
고한봉이 평생 비밀을 지켜줄 거 라는 확신도 없을 텐데…….
“왜 그렇게 보십니까?”
“아, 아니요. 발언이 좀 과격하다 싶어서. 새어 나갈 수도 있잖습니 까?”
“괜찮아요. 회주님도 아십니다.”
보면 볼수록 이 총회라는 곳은
이상한 곳이다. 위아래도 없고, 체계 도 없는데, 이상하게 효율적으로 돌 아가는…….
“여하튼 그런 사람입니다. 창왕에 게 있어서는 가장 개입을 피하고 싶 은 사람이죠. 그런데 총회와 동맹을 맺으면 창왕이 회주님의 개입 시기 를 정할 수 있게 됩니다.”
“아••••••
“그 메리트도 분명 적지 않았을 겁니다.”
고한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 인인 그가 무인계의 일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대충 무슨 말
인지는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말씀을 하시는 이유 가?”
“거기에서 시작해야죠.”
“••••••예?”
이현수가 미소를 지었다.
“창왕의 약점은 거기입니다. 저희 가 창왕을 알지 못하는 만큼, 중국 정부도 창왕을 알지 못한다는 거죠. 하지만 중국 정부는 창왕처럼 어떤 사안이 생겼을 때, 침묵할 수가 없 습니다. 반드시 대웅을 해야 하죠.”
“아••••••
이현수가 눈을 빛냈다.
“어차피 중국과는 이제 돌이킬 수 없어졌습니다. 그럼 정부 역시 중국 을 압박해 주셔야 합니다.”
“그럼••••••
“찌르십시오.”
“시작부터 큰 걸 바라지는 않습니 다. 예전이었다면 즉각 반응이 돌아 올 만한 작은 일로 쿡쿡 찔러보십시 오. 그럼 분명히 예전처럼 대처하지 못할 겁니다.”
고한봉이 미묘한 미소를 머금었 다.
‘이 사람은 정치를 시켜도 잘하겠
군.’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갈 스타일 은 아니지만, 정적들을 모조리 박살 내고 실권을 틀어쥐는 타입으로는 장수하고도 남을 이였다.
“그렇게 점점 찌르는 부분을 늘려 나가면 됩니다.”
“흐음.”
고한봉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좋은 말씀입니다만, 저희 쪽에도 리스크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가 중국이 머리끈을 풀어버리면 불 에 데는 건 저희가 될 것 같은 데……. 장사꾼처럼 굴 수는 없지만,
그걸로 저희가 뭘 받을 수 있겠습니 까?”
“중국이죠.”
“••••••예?”
이현수가 미소를 지었다.
“일본에서 저희가 뭘 하고 있는지 는 아시죠?”
“……그야 물론입니다. 저희가 다 방면으로 지원을 해드리고 있잖습니 까.”
“비슷한 걸 중국에서도 할 생각입 니다.”
고한봉이 입을 닫았다.
지금 MK는 대놓고 일본의 유통
망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 최대 거 부들이 몰려 있는 유통 계열을 야금 야금 잠식하여 막대한 지분을 확보 하고 있는 중이다.
비록 지금은 투자의 단계라 크게 이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확보한 지분만으로도 앞으로 수십 년간은 막대한 이득을 뽑아낼 수 있 다.
그런데…… 그의 몇 배가 넘는 시장을 가진 중국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고?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지는 법이 죠. 무인계의 전쟁이 단순히 그들만
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건 일본에 서 증명이 되었습니다. 국가적으로 도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텐데 요?”
“……이건 제가 결정할 일은 아닌 것 같군요.”
“물론입니다. 상의를 충분히 하고 연락 주십시오.”
“……예.”
이현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물었군.’
고한봉은 태연하듯 굴었지만, 이 현수는 그의 눈에 얼핏 어린 탐욕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 정부는 일본에서 늘어나는 MK의 유통망을 자신들의 치적으로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실체가 없는 MK는 침묵으로 그 말에 동의해 주 고 있는 중이다.
그 치적이 중국까지 퍼지게 된다 면?
‘10년은 더 집권하고도 남을 만한 업적이지.’
정치인에게는 실리보다 명예가 더 중요할 때가 있는 법. 총회는 실리 를 가지고, 저들은 명예를 가진다.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거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움직여라, 자식들아.’
이현수의 입꼬리가 더욱 비틀렸 다.
‘모든 판을 움직여 창왕을 몰아넣 는다. 그러고 나서……
그의 목에 칼을 틀어박을 것이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