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93)
마존현세강림기-1695화(1692/2125)
마존현세강림기 69권 (3화)
1장 실감하다 (3)
“이!”
황금빛의 권강이 하늘을 꿰뚫었 다.
인간이 만들어냈다기에는 너무도 장엄한 그 광경은 지켜보는 이들을 절로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하나 그 이적을 몸으로 실현한
이를 상대하는 마염들은 조금도 두 려워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압도적인 힘의 격차.
홀로 상대한다면 손가락 하나로 짓눌려 죽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만 큼 어마어마한 격차였다. 하지만 그 격차를 전신으로 실감하고 있음에도 마염들은 단 한 발자국도 뒤로 물러 나지 않았다.
광기에 가까운 의지.
하지만 광기와는 다르다.
“으아아아아아아!”
선두에서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드 는 이명환의 눈은 평소의 그와는 다
르게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다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명환을 비 롯한 마염들은 전투에 임할 때마다 스스로를 광기에 내던졌다.
이미 강진호로부터 스스로를 잃는 건 더없이 위험하다는 말을 몇 번이 나 들었음에도 당장의 효율과 성과 를 위해서 마기를 받아들이는 걸 주 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한계를 넘어서 야 한다.
앞으로 그들이 상대해야 할 창왕 이라는 더없이 위험한 이의 존재가,
그리고 지금 그들의 눈앞에 있는 홍 왕이라는 더없이 강대한 이의 존재 가 그걸 가능케 해주고 있었다.
“죽어라아아아아!”
“이 찰거머리 같은 것들!”
개떼처럼 달려드는 마염들을 상대 하는 홍왕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 러졌다.
물론 그가 이들을 상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누가 뭐 라 해도 그는 홍왕, 세상을 지배하 는 세 명의 왕 중 하나니까.
하지만 이들 모두를 죽여 없애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도, 죽음마저
도외시하며 달려드는 이들을 상처 입히지 않고 제압하는 건 홍왕에게 도 쉽다 말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그가 한 조언이 의미가 있었는지, 실력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이 피 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내 무덤을 팠군.’
지금 이 순간에도 실력이 늘고 있는 이들을 큰 상처 없이 제압한 다?
이건 완전한 컨디션을 회복한 홍 왕에게도 부담이 될 만한 일이었다.
더구나 홍왕은 지금 제 상태가
아니잖은가.
하지만 이들은 그런 홍왕의 사정 따위는 전혀 고려해 주지 않는다. 쥐가 굳이 고양이의 생각을 해줄 필 요는 없다는 듯 말이다.
“죽어라! 짱깨 새끼야아아아아!” 순간, 홍왕의 눈썹이 꿈를했다.
“이!”
쿵!
내디딘 진각이 바닥을 쩌적쩌적 갈라냈다.
“이 예의 없는 것들이!”
우우우우우웅!
홍왕이 뻗어낸 주먹에서 발출된
황금빛의 권격이 달려드는 마염들을 휩쓸어 버렸다.
“덤벼라! 내가 너희에게 천외천이 라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겠다!”
노호성을 내지르는 홍왕에게 넘은 마염들이 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었다.
“잘 노네요.”
본관 최상층에서 수련장을 바라보 던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현수는 끊임없이 홍왕에게 달려 드는 마염들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
다.
“저 새끼들은 진짜 겁대가리라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마염들은 원래 그런 놈들이 다.
총회에서도 테스트를 거쳐서 제일 겁대가리를 상실한 것들만 모아놓 고, 그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사람을 한계까지 몰아붙여 키웠다.
평범한 사람이라 해도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할 텐데, 원래부터 제 정신이 아니던 것들이니 더하지 않 겠는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현수가 진저리를 쳤다.
그 모든 것을 감안하고서라도 홍 왕에게 저리 달려드는 모습은 도무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저건 토끼 들이 떼를 지어 호랑이에게 달려드 는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
아니. 그것도 좋은 비유는 아니 지.
토끼는 어쨌거나 호랑이의 가죽을 물어뜯을 수라도 있을 테니까.
“그런데……
이현수가 미간을 좁히며 대련을 빙자한 구타를 바라보다 고개를 갸 웃했다.
“저 새끼들은 그렇다 치고, 홍왕 도 나름 즐거워 보이는 건 제 착각 입니까?”
“재밌겠지.”
“••••••예?”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홍왕도 어쨌거나 무인이다. 그게 목숨을 건 싸움이 되었든, 큰 의미 를 가지지 못하는 대련이 되었든, 아니면 단순한 폭행이 되었든 싫어 할 이유가 없지. 무인이라는 것들은 싸움이라면 일단 좋아하는 족속이니 까.”
이현수가 혀를 내둘렀다.
‘내가 약해서 무인이 못 된 건 또 아니군.’
아무래도 이현수는 그런 사고방식 을 이해할 수가 없다.
평범한 이들에게 주먹이 오가는 싸움이라는 건 말 그대로 최후의 최 후에나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무인들에게 있어서 전투라는 건 오히려 쾌락의 요소가 된다.
물론 평범한 이들 중에서도 그런 쪽을 선호하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니 지만…….
‘아무래도 정도가 과하지.’
이현수가 슬쩍 창밖을 내다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여하튼 덕분에 애들 실력은 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그래.”
강진호가 그 말에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수의 말대로 홍왕을 상대하면 서 마염들은 물론이고, 이사들의 실 력까지 쭉쭉 늘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긴 합니다.”
“뭐가?”
“사실 홍왕의 실력이라고 해봐야 회주님에 비하면 그리 높은 것도 아 니잖습니까. 기껏해야 동급에 불과
한데.”
‘강진호와 동급이니 별것 아니다’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이는 세상을 다 뒤져 봐도 이현수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가끔씩 강진호는 세상에 이현수보 다 더 제정신이 아닌 놈이 존재하는 가에 대한 크나큰 의문을 가지게 된 다.
‘예전에는 그래도 좀 정상인이라 고 생각했는데.’
따지고 보면 어디 가져다 놔도 이 구역의 미친놈 자리를 문제없이
차지할 수 있는 인간들이 모인 총회 에서도 이현수는 정말 독보적인 존 재가 아니던가.
“그래서?”
“동급을 상대하는 경험으로 실력 이 는다는 게 가능한 겁니까?”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한숨까지 쉬고 그러십니 까?”
“아니.”
강진호가 한 손으로 얼굴을 비볐 다.
그래도 나름 총회의 이인자라고 할 수 있는 놈에게 이런 기초적인
것부터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에 현 타가 온 것이다.
“그러니까……
“네.”
“예를 들어서 축구팀이 하나 있다 고 치자.”
“예.”
“실력이 좋은 팀과 맞상대를 하면 실력이 빨리 늘겠지?”
“그렇죠.”
“그런데 상대하는 팀이 실력은 좋 은데 같은 전술을 쓰고, 그 전술을 쓰는 팀과 몇 년 동안 주구장창 둘 이서만 붙어야 한다면 실력이 늘겠
어‘?”
“……흐음, 그런 의미로군요.”
그래도 이해는 잘하네.
이해는.
“문제는 다양성이라는 거네요. 그 래서 이사님들도 어떻게든 홍왕이랑 한 번 붙어보기 위해서 저리 애가 닳아 하시는 거구요.”
“그렇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아무리 친절하게 이사들이나 마염들을 지도한다고 해도 홍왕과 그, 둘을 모두 겪어보는 것에 비할 수는 없다.
강진호에게서 배울 수 없는 것을 홍왕에게서는 배울 수 있기 때문이 다.
그런 의미에서 홍왕의 참전은 총 회에 굉장한 전력 상승 효과를 가져 온다. 단순히 홍왕의 힘이 더해진 정도가 아니다.
“시너지가 장난 아니겠네요.”
“강한 무인이 많은 곳은 결국은 강해지기 마련이지.”
다만 한 가지.
“하지만 그건 홍왕에게도 해당되 는 이야기다.”
“ 예?”
“즐거워 보인다고 했지?”
“예.”
“그럴 거야.”
강진호가 쓴옷음을 머금었다.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총회는 정 말 강진호조차 본 적이 없는 미친놈 들이 가득가득 모여 있는 곳이다.
물론 그런 곳이기에 저 홍왕에게 위축되지 않고 달려들 수 있을 것이 다.
“홍왕 역시 다양하게 싸워보고 있 는 건 명백한 사실이니까.”
“마공입니까?”
“단순히 마공에 익숙해진다는 의
미는 아냐. 홍왕에게 극도로 부족한 건 실전 경험이니까.”
천재는 자신에게 걸맞은 상대를 만나기 어렵다.
특히나 이런 시대라면 더더욱.
“아마 홍왕 역시 그동안 제대로 채우지 못한 것들을 채우기 시작할 거다. 그럼 더 강해지겠지.”
이현수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저번에는 이제 홍왕은 회주님을 이기기 어려워진다고 하셨잖습니 까?”
“그렇지.”
“그런데 더 강해진다고요?”
강진호가 고소를 머금었다.
“그건 강함과 약함 같은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따지자면 멘탈 적인 측면에 가깝다고 해야겠지.”
요 Q.»
M..•
이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깊은 부분까지 들어가면 아 무리 설명을 들어도 그는 이해할 수 가 없다. 그냥 수박 겉핥기식으로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을 적당히 알 아내고 넘어갈 뿐이다.
애초에 지금 강진호가 말하는 영 역은 평범한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영역이니까.
“여하튼 홍왕도 더 강해진다는 거 군요.”
“그래.”
“흐음, 좀 불만이긴 하지만……
이현수가 날카로운 눈으로 홍왕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아직은 저 사람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군 이라고 하기에는 멀고, 적이라고 하 기에는 지나치게 가까워진 터라.”
“신경 쓸 것 없어.”
“예‘?”
“배신하면 죽이면 되니까.”
이현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홍왕의 성격상 배신이 벌어질 확 률이 높겠지만, 이현수는 그런 논리 보다는 이런 대답이 더욱 마음에 들 었다.
‘머리로 생각하는 건 내 역할이 지.’
강진호는 이런 것을 관철해 주면 된다.
“그래서……
“예, 회주님.”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지?”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미국과 한국 측을 동시에 만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저희가 생각 해 온 일을 관철해야 할 것 같습니 다.”
“생각해 온 일?”
“예.”
이현수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중국으로 쳐들어가야 합니다.”
강진호가 슬쩍 이현수를 돌아보았 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만…… 회주님께 딱히 여러 이유가
필요할 것 같지는 않군요.”
“하나만 말해봐.”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창왕이 한국으로 쳐들어온다는 건,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의 미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 미친놈 을 저 하고 싶은 대로 놔두면 이길 수가 없습니다.”
“ Q.99
M…•
“물론 회주님이 창왕을 죽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때 이미 한국은 궤멸적인 피해를 입은 다음일 겁니다. 저는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이현수의 눈은 단호했다.
“중국이라……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중국을 판으로 싸우게 되면 홍왕계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감수해 야겠지만……
이현수가 슬쩍 고개를 돌려 홍왕 을 바라봤다.
“그건 저쪽에서 감수해야 할 일이 지요. 어차피 우리가 돕지 않으면 전멸이 확정되어 있는 거나 마찬가 지니까요.”
“하나 묻고 싶은데……
말을 잘라 들어오는 목소리에 이
현수가 강진호를 돌아보았다.
“그 창왕에게 한 방 먹여줄 자신 은 있나?”
이현수의 입꼬리가 씨익 말려 올 라갔다.
“자신이고 뭐고……
더없이 사악한 얼굴을 한 이현수 가 씹어뱉듯 말했다.
“그 새끼를 갈아버리지 않으면 평 생 잠은 다 잔 겁니다. 속이 뒤집혀 서 잠도 안 오거든요.”
“좋은 대답이야.”
강진호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으면 뭐든 다 해봐. 이유
같은 건 묻지 않고 지원해 줄 테니 까.”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이현수를 보며 강 진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놈을 상대하려면 정상적인 방 법은 어렵겠지.’
창왕이 얼마나 괴물 같은 놈인지 는 이미 끔찍하게 경험했다. 확실한 것은 강진호는 창왕을 상대할 수 있 지만, 아직 총회는 그 창왕을 상대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모두가 죽고 강진호 홀로 살아남 는 건 승리가 아니다. 그런 숭리라
는 이름의 가장 처절한 패배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의심하지 말자.’
강진호가 단호한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강진호는 이현수가 그 창 왕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세상 누구보다 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