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94)
마존현세강림기-1696화(1693/2125)
마존현세강림기 69권 (4화)
1장 실감하다 (4)
왕옌흥이 실려 나오는 시체를 보 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비릿한 피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하지만 피비린내보다 더욱 자극적인 것은 실려 나오는 시체의 얼굴에 떠 올라 있는 표정이었다.
공포에 질린 얼굴.
이미 혼백이 빠져나간 시체임에도 불구하고, 저 표정은 그가 죽는 순 간 얼마나 큰 공포를 느꼈는지를 더 없이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천이라도 덮어라.”
“예!”
왕옌흥이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창왕의 분노가 그리 쉽 게 진정될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 다.”
왕옌훙이 슬쩍 고개를 돌려 그에
게 다가오는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이곳에서 주둥아리는 말 을 지껄이라고 있는 게 아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하지만 제 말이 그리 틀리지는 않았을 텐데요.”
왕옌흥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틀린 말도 아니지.’
분노, 분노라…….
‘이걸 단순한 분노라고 할 수 있 을까?’
창왕께선 더없이 합리적인 분이 다.
어설프게 사람을 죽여 없애는 것 이 업무의 과부하를 가져오고, 전체
적인 전력의 하강을 초래한다. 창왕 이 그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창왕께서는 분노 때문에 스스로 를 잃을 분이 아니시다.”
“물론입니다. 다만……
사내.
텐웨이가 미묘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아무리 창왕이시라 한들, 결국은 사람입니다. 물론 그분이 반쯤은 신 의 영역에 드셨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신도 아니지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신이 아닌 이상 감정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저 영향을 덜 받을 뿐 아니겠습니까?”
왕옌흥이 차가운 눈으로 텐웨이를 노려보았다.
“그분을 의심하는 건가?”
“물론입니다.”
“ 네놈••••••
“아아,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그 렇다고 해서 저의 창왕에 대한 충성 이 조금이라도 변질된 것은 아니니 까요. 모든 것을 의심하라. 하지만 명을 따르는 데는 일말의 주저도 갖 지 마라. 이건 창왕께서 제게 직접
하신 말씀입니다.”
왕옌흥의 눈이 가늘어졌다.
“다시 묻지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텐웨이가 살짝 뒤로 물러섰다.
왕옌흥이 냉랭한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심하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 다.”
“조심?”
“예, 조심.”
텐웨이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 다.
“아무리 창왕의 총애를 받고 있는 당신이라고 한들, 지금 같은 상황에 서 평소처럼 굴었다가는 방금 실려 나간 시체 꼴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 이 없습니다.”
“내가 지켜본 창왕께서는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는 분이다.”
“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지 켜본 이래 창왕이 이만한 실패를 겪 은 것도 처음이지요. 그건 패배라고 불러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 아닙니까?”
“단순한 패배도 아닙니다. 저 창
왕께서 제 발로 중국에 걸어 들어온 열 놈 정도를 처리하지 못해 단 한 놈도 죽이지 못하고 모조리 놓친다 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굴욕도 이만한 굴욕이 없을 겁니 다.”
“다시 한번……
“네네, 주둥아리 조심하라는 말씀 이시겠죠.”
텐웨이가 양손을 살짝 들어 올려 항복한다는 시늉을 했다.
왕옌흥이 그런 텐웨이를 보며 입 술을 슬쩍 깨물었다.
‘창왕께서 어째서 이런 놈을 신임
하시는지 모르겠군.’
경박하고 직설적이다.
모든 화는 입에서 나오는 법이라 는, 그 단순한 진리조차 몸으로 실 천할 줄 모르는 놈이 대체 무슨 일 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 적대적으로 보지 마십시오. 이럴 때일수록 그쪽과 제가 협력해 야 하는 법이니까요.”
“……나와 네가?”
“예. 창왕께서는 당연히 반격을 노리실 겁니다. 그리고 그 반격의 대상은 저 작은 반도가 되겠죠.”
왕옌흥이 말없이 몸을 돌렸다.
“무시하시는 겁니까?”
“천만에.”
왕옌흥이 손을 휘저었다.
“나는 너처럼 비효율적인 인간이 아닌 것뿐이다. 생각과 계획이라면 그분이 우리보다 천 배는 나을 터.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를 짜내 심력 을 낭비할 필요가 없지.”
“명이 내려지면 전심전력으로 따 른다. 그뿐이다.”
“확실히 총애받을 가치가 있는 분 이시군.”
“마음대로 지껄여라.”
왕옌흥이 텐웨이를 두고 창왕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텐웨이는 멀어지는 왕옌흥 의 뒷모습을 보며 눈을 빛냈다.
‘이미 세상은 뒤틀리기 시작했어.’ 창왕은 정밀한 기계와 같다.
그는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영역을 살고 있지만, 그의 모든 선 택은 완벽한 근거와 예측 아래 이루 어진다.
하지만 이번만은 그의 계획이 완 벽하다시피 빗나갔다.
이유?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정보를
통해 상정한 마왕과 총회 이사들의 전력이 그들의 예측을 웃돌아 버렸 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럴 가능성을 생각하고 정보로 산출한 전력의 두 배 정도의 전력을 예상했건만, 실제 총회의 전력은 그 예상의 두 배는 더 높았다.
이토록 처절하게 정보 수집에 실 패한 경우는 이전에도 없고, 앞으로 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현수라고 했지.’
총회의 책사.
‘그건 완전 미친놈•이야.’
마왕이 저 창왕을 무력으로 압도 했다는 사실은 솔직히 그리 놀랍지 않다. 이미 홍왕이 마왕과 동수를 이뤘다는 말이 돌았을 때부터 마왕 은 상식으로는 판단이 불가능한 존 재라는 인식이 섰으니까.
하지만 설마 창왕이 머리로 누군 가에게 한 방 먹는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미군 전투기를 소환해 하이재킹하 듯 도주한다는 발상은 창왕은 물론 이고, 창왕계의 누구도 생각조차 해 보지 못한 발상이다. 그것도 중국의 국경에서 말이다.
사실 이번 일이 실패로 돌아간 가장 큰 원인은 마왕의 힘이 아니라 저 이현수의 머리였다. 마지막 순간 에 이현수가 기지를 발휘하지 않았 더라면, 결국 마왕은 저 차디찬 몽 골의 초원에 묻혔을 것이다.
그럼 그 이전의 모든 실패가 실 패가 아니게 되었겠지.
그렇기에…….
‘창왕의 다음 수가 이토록 예측이 가는 건 또 처음이로군.’
텐웨이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저 총회는 아마 지금부터 그들이 겪은 것과는 전혀 다른 싸움을 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진정한 창왕의 공포가 무 엇인지 알게 되겠지.
담배 연기가 허공을 떠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왕옌훙 은 창왕이 물고 있는 담배를 보며 살짝 눈을 찌푸렸다.
“담배는 언제부터?”
“딱히 즐기지 않아.”
담담한 창왕의 목소리가 들려온 다.
왕옌흥은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안심하고 말았다. 텐
웨이의 말에 살짝 경동되긴 한 모양 이다. 그러나 창왕의 목소리가 평소 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 을 가라앉혔다.
“그저 마왕을 이해해 보고 싶던 것뿐이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담배를 왜 그렇게 물고 있는지 말이 야.”
“그래서 조금 이해하셨습니까?”
“아니.”
창왕이 깊이 담배를 빨아들이고는 살짝 눈을 찌푸렸다.
“모르겠군.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족속도 있는 모양이야. 나는
아무리 피워도 이게 뭐가 안정을 주 는지 알 수가 없어.”
왕옌훙이 고소를 머금었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건 나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다만……
창왕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 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있어도, 분석할 수 없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는 법이지.”
“나는 생각했다. 왜 이런 실패를
맛봤는가, 왜 이번만은 내 생각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고 이런 굴욕을 느 껴야 했는지 말이다.”
“그래서 답은 찾으셨습니까?”
“방금 내가 한 말에 그 답이 있 지.”
창왕이 의자에 등을 기댔다.
슈트를 입은 채 다리를 꼰 창왕 의 모습은 더없이 날카로워 보였다.
“분석할 수 없는 이를 분석하려 했으니 실패를 맛보는 건 너무도 당 연한 일이었지. 나는 그들을 너무 쉽게 생각했어. 나는 내 스스로 냉
정하고 냉철하다고 생각했지만, 나
역시 중원인. 내 사고방식은 중원의 그것에 맞춰져 있던 모양이다. 그러 니 자유분방한 그들의 사고를 따라 갈 수 없었지.”
왕옌훙이 조금 뜻밖이라는 눈으로 창왕을 바라보았다.
그는 당연히 마왕에 대한 말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창왕의 말속에 마왕에 대한 것은 들 어가 있지 않았다.
“마왕 강진호의 무력 때문이 아니 라 말입니까?”
“그는 언제든 나보다 강할 수 있 다.”
“내가 최강이어야 할 수 있는 일 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내가 이겨 낼 수 없는 이도 죽이고 승리할 수 있어야 진정한 계책이 되는 법이 지.”
창왕이 흘러내린 앞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겼다.
“나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원하 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창왕께서 원하는 것이 있으시다 면 제가 그것을 이루겠습니다.”
“하나는 간단하다. 이 비대해진
집단은 더 이상 내 명령을 완벽히 수행하지 못해. 나는 저 다른 왕들 과 대치하며 나를 갈아왔다고 생각 했지만, 배에 기름이 껴버린 놈들도 있던 모양이군.”
“……창왕이시여.”
“조직을 관리하지 못한 것도 나의 실책이다. 나는 비대해진 지방을 잘 라내고 이곳을 쇄신할 것이다. 그리 고 왕옌흥.”
“예!”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이건 저 총회를 짓밟■기 위해서 반드시 필 요한 일이다.”
“하명하십시오.”
왕옌흥이 눈을 빛냈다.
창왕에게 명령을 받는 건 너무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는 이 명령을 영혼을 바쳐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 다.
“한국으로 가라.”
“전력은 얼마든지 내주지. 가서 한 사람을 죽이고 와라.”
왕옌흥이 이를 악물었다.
“제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마왕을 죽이겠습니다.”
“착각하지 마라, 왕옌흥.”
“••••••예?”
창왕의 서늘한 눈이 왕옌흥을 훑 었다.
“우선 마왕은 네가 죽일 수 있는 이가 아니다. 심지어 나조차도 소수 를 이끌고 한국으로 잠입해서는 마 왕을 죽일 자신이 없다. 그는 말 그 대로 마왕. 지상에 강림한 악마의 화신 같은 자다.”
“ 하면••••••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마왕 의 목숨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우 리의 실패는 마왕 때문에 벌어진 일 이 아니다. 네가 죽여야 할 것은 마
왕이 아니라 총회의 핵심!”
창왕이 서늘한 눈으로 씹어뱉듯 말했다.
“한국으로 가라. 그리고 무슨 수 를 써서라도 이현수를 죽여라. 이현 수만 없다면 마왕 따위는 손위에 올 려놓고 가지고 놀 수 있는, 힘센 멍 청이에 불과하다.”
이현수.
왕옌흥이 두 눈에 살기를 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그의 목을 가지고 돌아오겠 습니다.”
“목 따위는 돼지우리에나 던져 버 려. 대신 실패는 용납하지 않는다.”
“실패한다면 살아 돌아오지 않겠 습니다.”
“천만에. 실패한다면 반드시 살아 돌아와라. 그 벌을 받아야 할 테니 말이다.”
“명령대로!”
왕옌흥이 이를 악물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그런 왕옌훙의 뒷모습을 보며 창 왕이 싸늘한 미소를 입가에 담았다.
‘이현수.’
사람들은 종종 핵심을 간과한다.
강진호는 총회의 중심이자 총회의 모든 것이다. 하지만 그 강진호의 힘은 그를 받쳐 주는 이현수가 있기 에 지금처럼 작용할 수 있는 것이 다.
“내가 보낸 비수는 꽤 날카로울 거다. 네가 과연 생각할 수 있을 까?”
창왕이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담 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