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01)
마존현세강림기-1703화(1700/2125)
마존현세강림기 69권 (11화)
3장 응전하다 (1)
부아아아아앙.
액셀을 꾹꾹 누르는 이현수의 발 에 살짝 흥이 들어갔다.
‘이거, 진짜 운전하는 맛이 다르 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몰아 보니 일반 세단과는 확연히 그 느낌
이 달랐다.
강진호의 차를 대신 몰아줄 때는 강진호의 차라는 생각 때문에 제 맘 대로 운전하지 못했지만, 이 차는 자신의 것이다 보니 조금 더 여유롭 게 몰아볼 수 있다.
‘회주님 차보다 작은 거라 그런 가, 반웅이 더 빠른 것 같은데.’
액셀을 밟을 때마다 들리는 이 배기음도 더없이…….
“양카 같아.”
이현수가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양카라니!”
“아니. 이거, 소리가 왜 이렇게 크냐고. 양아치들이 소음기 제거한 것 같잖아요.”
“아니, 그건 소음기를 뚫은 거고, 이건 원래 소리가 큰 거야!”
“그럼 더 안 좋은 거 아니에요? 소음기가 제대로 안 만들어진 거잖 아.”
이현수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이 고급스러운 배기음을 듣고도 이런 말도 안 되는 반응이라니!
“이, 이건 남자의 심장을 뛰게 만
드는!”
“여자의 심장은 안 뛰니까 의미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카센터 가서 머플러 달아요.”
“알았어요?”
“……네.”
이현수가 시무룩해져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런데……
“네?”
“너 왜 존댓말해?”
“••••••내가?”
“어. 갑자기 존댓말하는데, 소름
돋는다. 또 뭐 시키려고?”
“아, 아냐. 그런 적 없어. 잘못 들 었겠지.”
“블랙박스 돌려볼까? 왜 또 거 짓…… 아니야. 내가 잘못 들었던 것 같아.”
무릎 위에 올려진 이현주의 주먹 이 살짝 말리는 것을 본 이현수가 금새 태도를 바꿔 빙그레 웃었다.
‘살아야지.’
저 주먹이 그의 턱을 갈기는 순 간에는 깔끔하게 이숭과 하직할 수 있을 것이다.
뭐? 진실?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 목숨이 중요하지!
“나중에 이 차는 팔아요.”
“회주님이 주신 선물인데!”
“이 인승이잖아.”
“그게 뭐 어때서? 어차피 둘이 타는데.”
“애라도 생기면 어디에 태우려고! 카시트도 설치 안 되고, 유모차도 안 실리잖아!”
이현수가 황당하다는 눈으로 이현 주를 돌아보았다.
그 강렬한 시선에 이현주가 살짝 당황하여 이현수의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이 똑똑하지만 멍청한 인간이 그 녀의 승낙을 알아채…….
“니가 유모차가 왜 필요한데! 손 가락으로도 사람 하나는 들고 다닐 수 있는 인간이! 고릴라도 너한테 누나라고 하……
콰득!
“끄으으……
도로를 달리던 스포츠카가 크게 좌우로 휘청했다.
옆구리로 파고든 주먹에 이현수의 의식이 살짝 사라지다 돌아왔다.
“사람은 생각을 하고 말을 해야
지.”
“……네.”
이현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 다.
‘진짜 괜찮을까?’
이 여자랑 결혼을 했다가는 정말 하루하루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 아 닐까?
지금이라도 생각을 다시…….
‘아냐. 늦었어.’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지금 와서 말을 번복하면 정말 살해당한다.
슬쩍 이현주의 눈■치를 살■피던 이 현수가 그녀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
를 보고는 자신도 웃고 말았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
“뭐가요?”
“나같은 놈이랑 결혼하는 거. 여 러 가지 걸리는 게 있을 텐데.”
“안 걸리는 걸 찾는 게 더 빠르 죠.”
이현수가 떨떠름한 얼굴로 이현주 를 돌아봤다.
“그, 그렇게 걸리는 게 많나? 솔 직히 말은 안 했지만, 나름 일등 신 랑감이라고 생각하는데.”
“네? 누가요? 니가요?”
이현주의 눈에 미묘한 경멸이 어 렸다.
“정신이 나가셨나?”
“신랑감으로 따졌을 때, 니들 같 은 최악의 신랑감은 북한 가서도 못 구해요.”
“왜 니들이야?”
“너랑 회주님.”
이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그렇게 문젠데?”
“말하자면 끝도 없지. 둘 다 일중
독이라서 가정은 내팽개치고 집에 자정 전에 들어오는 날이 일주일에 두 번을 안 넘을 거고.”
“둘 다 눈치는 더럽게 없어서 사 람이 기분 나빠져도 왜 기분이 나빠 졌는지 하나도 이해 못할 거고, 오 지랖은 더럽게 넓어서 지 일 아니어 도 뭔 일만 생기면 튀어 나가기 바 쁠 거고, 애랑은 어색해서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할 거고! 하나하나 따 져 보면 니들은 장점이라는 게 전무 한 인간들이야!”
“도, 돈은 잘 벌잖아.”
“돈은 나도 많아, 이 인간아! 이 사님도 많고!”
아, 그러네.
얘들 부자지.
최연하는 원래 부자다.
그리고 이현주도 지금은 나름 알 부자라고 할 수 있다. 강진호가 압 류한 이중걸의 재산 중 그의 집을 이현주에게 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게 건평이 몇이더라?’
대충 팔면 평범한 직장인이 백 년 동안 뼈빠지게 일해야 벌 수 있 는 돈이 나오는 집이었다.
이현주는 그 집을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말이야 바른말이지 언제 강 진호가 고집을 부려 제멋대로 하지 못한 일이 있었던가.
결국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현주가 최연하나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니까 이상한 자부심 가지지 말라고. 우리가 댁들 거둬주는 거니 까.”
“넵. 감사합니다.”
평소 논리로 따지자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이현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논쟁이 불 가능하다.
사실 그나 강진호나 인간으로 보 았을 때, 미묘하게 결여된 부분이 꽤 많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니까.
“그래도……
a 으 99
“〒
이현수가 슬쩍 고개를 돌리자, 이 현주가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중얼거렸다.
“뭐…… 이사님이나 나나 등신이 라 댁들 만나는 건 아니니까.”
살짝 얼굴이 붉어진 이현주를 보 며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뭔 소리야?”
고개를 돌려 이현수를 멍하게 바 라본 이현주가 중얼거렸다.
“아냐. 등신 맞는 것 같아.”
어색하게 헛기침을 한 이현수가 말없이 액셀을 조금 더 강하게 밟았 다.
이현주가 그런 이현수를 보며 고 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이 인간이랑 애를 낳아 키 우고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이건 좀 공포스러운 일이다.
애가 어디서 맞고 오면 일반적인 사람은 그 아이의 부모에게 따리러 가거나 아이에게 맞지 않는 방법을 가르치겠지만, 이 인간은 굳이 폭력 을 쓰지 않고도 때린 아이를 괴롭힐 수 있는 아흔아홉 가지 방법을 가르 칠 것 같다.
‘그것도 엄청 치촐한 걸로 가르치 겠지.’
과연 이 인간의 밑에서 아이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생 각해 봐야 할 문제였다.
다만…….
‘뭐, 애를 이 인간 혼자 키우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잘하면 되 지.’
육아에 있어서는 끔찍한 인간이 될 확률이 있지만…….
“왜 그렇게 봐?”
“아뇨. 그냥.”
“응?”
“……어쩌면 엄청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 에.”
“……뭔 소리야?”
이현주가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나도 콩깍지가 꼈나 봐. 이런 생각이 다 들고.”
여기서는 어설픈 드립을 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이현수가 말없이 차를 몰았다.
“그런데 그 말 진짜죠?”
“뭐?”
“이번 일을 해결하고 나면 일을 좀 줄이겠다는 것.”
“일을 줄이는 게 아니라……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할 일이 없어지는 거야.”
“……어떻게 할 일이 없어져요, 일을 만들어서 하는 인간들이.”
“ 그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나 회주님이나 지금 이렇게 일 하는 이유는 결국 총회를 강하게 만 들기 위해서거든.”
“그렇죠.”
“그런데 더 강해질 필요가 없어지 는 순간엔 할 일을 만들 필요가 없 어지는 거지. 다른 문파들 같은 경 우에는 강해짐에 목적이 있거든. 이 정도의 성과를 얻고 싶다거나, 뭐 그런 거?”
“……그런데요?”
“총회는 그게 없어.”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는다.
“우리가 죽어라고 개혁을 하고 수 련을 하고 강해지겠다고 아득바득대 는 이유는 결국은 생존 때문이야. 그런데 그 생존이 보장되어버리는 순간이 오면 더는 이토록 치열할 필 요가 없는 거지.”
“그래도 수련은 할 거잖아요?”
“그건 개인의 영역이지.”
“흐음.”
이현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 는다.
“뭐,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이현수가 살짝 시트에 등을 기댔
다.
그나 강진호나 따지고 보면 실리 적인 사람들이다.
물론 강진호야 중국을 평정하고 나서도 나름 무의 궁극을 추구하겠 지만…….
‘그게 전부지.’
지금처럼 주변인들도 모두 강하게 만들기 위해 시간을 쪼갤 필요가 없 어질 것이다.
총회를 키우는 건 이사들만으로 충분해질 것이고, 사업의 영역은 MK가 해결해 줄 것이고.
‘할 짓 없는 한량이 되어 어슬렁
거리며 살게 되겠지.’
이현수가 웃어버렸다.
그의 옆에 앉은 사람이 묘한 반 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하고 남는다. 그들은 단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보 여준 적이 없으니까.
그리고 이현수도 궁금하다.
할일이 없어진 그와 강진호가 대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말이 다.
아직은 조금 먼 미래의 모습이지 만.
‘주변에 차가 별로 없네.’
사람이 없는 해안을 찾아가서 그
런지, 돌아가는 길에도 딱히 차가 보이지 않았다. 어둠이 완전하게 내 려앉은 도로를 혼자 전세내고 달리 는 기분이다.
울려오는 배기음과 미묘한 차의 진동이 사람을 슬쩍 흥이 나게 만 들….
“뭐!”
그 순간, 이현수가 눈을 부릅떴 다.
시커먼 어둠 속에서 도로 한가운 데 뭔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 다. 머리가 명을 내리기도 전에 손 을 먼저 움직여 핸들을 과격하게 꺾
었다.
끼이이이이익!
타이어가 바닥과 마찰하며 긴 스 키드 마크를 만들어냈다. 평범한 차 라면 금새 균형을 잃을 만한 속도의 방향 전환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스 포츠카라는 건지, 어찌어찌 테일링 을 억제하고 자세를 잡는 데 성공했 다.
“아니, 저 미친놈이 왜 도로 한복 판……
“오빠!”
“ 웅?”
이현주의 말에 이현수가 반사적으
로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세상이 순간적으로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무인‘?’
그의 눈에 도로 한가운데 서 있 던 이의 허리춤에서 단도라 부르기 도 애매한 크기의 도가 뽑혀 나오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느릿하게, 또 느릿하게.
그러더니…….
촤아아아아아아악 !
온통 느려진 세상 속에서 남자가 도를 휘두르는 모습만이 과격할 정 도로 빠르게 홀러갔다.
도에서 뿜어진 새파란 도기가 겨 우 방향을 튼 이현수의 차를 향해 미사일처럼 날아들었다.
‘아, 안……
운전석으로 날아드는 도기를 본 이현수가 두 눈을 부릅떴다.
콰드드득!
도기가 차를 파고든다. 철판을 마 치 종잇장처럼 잘라낸 도기가 정확 하게 운전석과 보조석을 꿰뚫으며 차를 반으로 갈라 버렸다.
끼이이이 이이이 익 !
둘로 갈라진 차량이 방향을 잃고 제멋대로 좌우로 튕겨 나가 도로 위
에 분수처럼 불똥을 뿜어냈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이내 나란히 가드레일에 처박힌 차가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크게 들 썩였다.
촤아아아아악!
그런 후, 연이어 다시 날아드는 도기!
콰아아아아앙!
반으로 갈라진 연료통에 불이 붙 으며 순식간에 커다란 폭발이 일어 났다.
불타오르는 차의 잔해가 어둠이
내려앉은 도로를 환하게 밝히기 시 작했다.
사내.
왕옌홍이 불타는 차량을 바라본 다.
“꿈은 지옥에서 꾸라고, 이현수.”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피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