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03)
마존현세강림기-1705화(1702/2125)
마존현세강림기 69권 (13화)
3장 응전하다 (3)
쿠우우우웅!
이성휘의 주먹에 어린 권강이 거 다란 도강과 맞부딪쳤다. 그러자 백 색의 권강과 청색의 도강이 허공에 서 충돌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우드드득!
그 날카로운 강기에 뜯겨 나간
나무들이 커다란 소음을 내며 옆으 로 넘어갔다.
“한 수가 있구나!”
“중국 새끼들이라 무협지를 너무 봤나. 말하는 게 영.”
이성휘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한 번의 충돌로 서로의 실력은 어느 정도 파악했다.
‘ 강하다.’
확실히 저들은 강하다. 과거의 이 성휘라면 단 한 번의 충돌만으로도 차디찬 시체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성휘 역시 그리 만만한 이는 아니었다.
강진호가 등장하기 전, 이성휘는 한국 최고의 무인이 될 기재로 촉망 받던 이였다.
그렇기에…….
“시간 끄는 정도도 못한다면 혀 깨물고 죽어야지.”
이성휘가 이죽거리며 한 발을 앞 으로 내디뎠다.
“잠깐, 너……
창왕의 무인들이 뭔가를 알아챘는 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이 성휘는 그들이 입을 열 기회를 주지 않았다.
“타아아앗!”
이성휘가 적색이 뒤섞인 백광을 내뿜으며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 는 이현수의 두 눈은 쉴 새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저놈이 왜 여기에서……?’
누군가가 난입할 때, 당연히 총회 의 지원이 온 줄 알았다.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만, 그 외에는 그를 도우러 올 이가 없으니까.
“……대체 뭐야, 저놈?”
이성휘와 그는 적이다.
강진호부터 일본, 원탁, 홍왕계와
창왕계까지.
그동안 이현수를 죽이려던 이들이 한둘이었겠냐마는, 이성휘와 그의 관계는 세상 모든 이들을 다 통틀어 도 가장 오래된 적이라고 할 수 있 다.
그가 영남회의 이인자일 때부터 이중걸의 후계자인 이성휘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으니까. 그리 고 그가 총회에 들어왔을 때, 이성 휘는 총회를 적으로 돌리지 않았는 가.
다시 말하자면, 이성휘에게 있어 서도 이현수는 어떻게든 죽이고 싶
은 적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왜 이성휘가 이현수를 지 키고 나선단 말인가.
“오, 오빠.”
당황한 이현주를 보며 이현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현주 때문에?’
아니…… 아니다. 그것도 아니다.
정말 이성휘가 이현주만을 지키고 싶었다면, 적을 막는 대신 이현주를 구출해 달아났을 것이다. 저들이 노 리는 것은 자신이고, 굳이 이현주와 이성휘의 뒤를 쫓으려 하지는 않을
테니까.
‘빌어먹을, 이해를 못하겠네. 빌어 처먹을.’
그의 머리로도 도무지 이성휘의 행동을 해석할 수 없었다.
“ 현주야.”
“현주야!”
살짝 넋이 나가 보이던 이현주가 움찔하더니 이현수를 돌아보았다.
“어때? 막을 수 있어?”
“그게••••••
이현주가 당황한 얼굴로 이성휘를 바라봤다.
“모르겠어요.”
“••••••그래?”
이현수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저 이성휘를 믿고 이곳을 지켜야 하는가, 아니면 기회를 틈타 조금이 라도 더 달아나 볼 것인가.
누군가의 도움을 틈타 달아나려 드는 건 저열하기 짝이 없는 생각일 지 모르지만, 자신은 절대 이런 곳 에서 죽을 수 없었다. 그는 앞으로 도 해야 할 일이 있다.
그의 눈에 이성휘의 모습이 들어 왔다.
백색으로 빛나는 권강에 칠흑같은 어둠이 뒤섞여 있다.
‘ 마공.’
이성휘의 무위는 한눈에 봐도 보 통이 아니었다.
십여 명에 가까운 창왕의 무인들 이 감히 이성휘의 주변으로 접근하 지 못하고 있다. 그 눈부신 무위를 두 눈으로 보고 있으려니, 감탄보다 는 안타까움이 먼저 밀려온다.
‘병신 같은 새끼.’
저만한 재능을 가진 이가 강진호 의 가르침을 받았다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수
가 되었겠지.’
지금 총회에 젊은 무인 중 최고 라 꼽히는 이들은 이명환을 비롯함 마염들, 그리고 바토르의 수제자로 꼽히는 공영길 정도다.
하지만 그 가진 잠재력을 논한다 면 이명환이나 공영길은 이성휘에게 가져다 댈 수조차 없다.
그렇기에 아쉬움을 어찌할 수 없 다.
그가 조금만 올바른 길을 선택했 더라면, 어쩌면 지금 총회에 새로운 이사가 한 명 생겼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멍청한 새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놈이다.
사람이란 때로는 감정에 치우쳐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해버리곤 한 다. 따지고 보면 평생 옳은 선택만 을 하고 살아가는 이가 몇이나 되겠 는가.
이현수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수 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끝끝내 강 진호를 적대하는 길을 선택한 이성 휘가 지금 이 순간 그를 지키고 나 섰다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는 강진호 이상으로 증오스러울 이현수를.
콰아아아아앙!
뻗어낸 주먹이 날아드는 도를 날 려 버린다.
콰득!
하지만 적 역시 그리 만만치는 않았다. 두 개의 도를 날린 대신 두 개의 도가 가슴팍을 파고든다. 권강 을 뚫고 들어오느라 그 힘을 대부분 잃었지만,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몸뚱 아리에 긴 상흔을 만들어내는 정도 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성휘가 몸에 틀어박힌 도의 옆 을 후려치며 무인들의 몸에 정권을 박아 넣었다.
쾅! 쾅!
두 번의 권격.
그리고 두 번의 충격.
이성휘의 권격에 얻어맞은 창왕의 무인들이 포탄처럼 튕겨져 나간다.
“퉤!”
바닥에 피 섞인 침을 뱉어낸 이 성휘가 한 손으로 벌어진 상처를 꾹 눌렀다.
“생각보다 약하군.”
“……이 새끼가?”
막 창왕의 무인들이 발작적으로 이성휘에게 달려들려는 그때였다.
“비켜라.”
움찔.
기세를 올리던 창왕의 무인들이 급히 자세를 낮추고 좌우로 길을 열 었다. 그 열린 길 사이로 왕옌홍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왕옌홍이 이성휘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네놈이 왜 여기에 있느냐?”
분명 아는 얼굴.
홍왕계와 총회의 정보를 바치겠다 며 창왕을 찾아온 한국 놈이다. 왕 옌홍은 그를 무시하고 죽이려 했지
만, 저 위대한 창왕께서 흥미가 있 다며 그를 받아주었다.
왕옌홍이 으르렁대듯 말했다.
“창왕께서 네놈에게 은혜를 베풀 어 다 죽어가는 놈을 거둬주었거늘, 감히…… 네놈이 그분의 은혜를 배 신해?”
“은혜?”
이성휘가 피식 웃었다.
“중국 놈들은 계산이 제멋대로라 니까. 그건 거래라고 하는 거다.”
“……거래는 동등한 자나 하는 거 지.”
왕옌홍의 목소리가 점점 더 싸늘
해졌다.
“너 따위 버러지가 감히 창왕과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길들여지지 않은 짐승은 먹이를 주 는 주인을 친구로 여긴다더니, 네놈 이 딱 그 꼴이구나.”
“가축보단 그게 낫지.”
“••••••나아?”
왕옌홍이 헛웃음을 흘렸다.
저 방자한 놈의 입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그 육신을 육편으로 만들 어놓기 전에는 이 기분이 풀리지 않 을 것이다.
감히 창왕을 배신한 이.
그 어떤 벌도 합당하지 않다. 그 어떤 것으로도 그 대가를 치를 수 없다.
그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한 것 은 왕옌홍의 머릿속에 생겨난 한 가 지 의문이었다.
“대답해라.”
“너는 창왕께서 어떤 분인지 알고 있다. 그분의 무서움을 모를 리가 없을 터. 그런데 어째서 저자의 앞 을 막아서는 것이냐?”
“너는 총회를 세상에서 지우고 싶
어 하지 않았느냐?”
“착각하지 마, 병신아.”
이성휘가 이죽였다.
“나는 단 한 번도 총회를 지우고 싶어 한 적이 없었어. 나는 언제나 강진호의 죽음만을 원했다.”
“ 물론••••••
이성휘가 슬쩍 고개를 돌려 이현 수를 바라보고는 입가에 홀러내리는 피를 소매로 문질러 닦았다.
“저 새끼도 죽이고 싶은 건 마찬 가지지만……
“그럼 왜 나섰지?”
“몰라, 이 새끼들아.”
이성휘가 피식 웃어버렸다.
질문이라는 건 대답할 수 있는 걸 물어야 의미가 있다. 그 스스로 도 자신이 왜 나섰는지를 모르는데, 저 질문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저 지켜봤을 뿐이다.
이현주의 주변을, 그리고 총회를.
그리고 큰 생각 없이 제주도까지 따라온 것뿐이었다. 그는 이제 딱히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하는, 유령 같 은 존재니까.
살아 있으되 살아 있지 않고, 죽 어 있으되 죽어 있지 않다.
“굳이
이유를 찾아야 한다면
“그냥 너희가 재수 없었다 정도로 해두지.”
왕옌홍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 다.
“아무래도 좋겠지. 어차피 이유가 뭐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테니 까.”
스르르 룽
그가 천천히 도를 뽑아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성휘의 눈이 점점 가라앉았다.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 하나?”
“……나는 꽤 현실주의적이라 말 이야. 그건 좀 어렵겠지.”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겠다?”
그 말을 들은 이성휘가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뭐가 우습지?”
“이 병신 같은 새끼야.”
이성휘의 눈에 핏발이 섰다.
“나는 그 강진호와도 끝까지 싸운 인간이다. 그 괴물 같은 인간에 비 하면 너같은 건 길바닥에서 꿈틀대 는 지렁이만도 못해. 그런데 지금
네가 나를 협박한다고?”
이성휘가 참을 수 없다는 듯 웃 어댔다.
“미친놈에게는 미친놈의 미학이 있는 법이지. 너 따위에게 쫄기에는 나는 너무 멀리 와버렸어.”
왕옌홍이 멍한 눈으로 이성휘를 바라봤다.
‘정말 미치기라도 한 건가?’
움직임이나 말투가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굳이 사고방식까지는 들먹 일 것도 없다.
“그럼 어디……
왕옌홍이 이를 드러내며 돌진했 다.
“미친놈의 몸에 칼이 박히는지 확 인해 볼까?”
콰아아아아아!
도가 대기를 찢어발기고, 풍압만 으로 바닥을 파헤친다. 그 어마어마 한 도격을 눈으로 확인한 이성휘가 이를 악물며 전신의 모든 내력을 뽑 아냈다.
“흐아아아아앗!”
말아 쥔 주먹에 검고 흰 내력이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정기와 마기.
두 가지 기운을 모조리 끌어 올 린 이성휘의 주먹이 그의 머리로 내 려쳐지는 도를 맞아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도와 주먹이 맞부딪치며 커다란 폭음이 터졌다.
그리고 그 순간, 이성휘는 똑똑히 보았다.
도와 맞닿은 그의 주먹이 도에 담긴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갈가리 터져 나가는 모습을 말이다.
핏물이 분수처럼 사방으로 뿌려졌 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권격을 날려 버린 도가 이성휘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서걱!
꿈에서도 다시 듣고 싶지 않은 섬뜩한 소음과 함께 잘려 나간 이성 휘의 오른팔이 팽그르 회전하며 숲 한쪽으로 날아간다.
“하아아앗!”
하지만 이성휘는 한 팔이 잘려 나갔음에도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았 다. 되레 두 눈을 더 붉게 물들이며 남은 한 주먹을 휘둘러 완옌홍의 턱 을 후려쳤다.
“느려.” 푸욱!
하지만 그 주먹이 미처 완옌홍에 게 닿기도 전에 도가 이성휘의 복부 를 파고들었다.
“이성휘!”
“아…… 아아……•”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현 수와 이현주의 눈에 이성휘의 둥을 뚫고 삐죽이 솟아나온 도가 똑똑히 보였다.
이현수가 허벅지를 움켜잡고, 이 현주가 쓰러질 듯 휘청였다.
완옌홍은 그 모든 반응을 즐기듯 이죽였다.
“미친놈에게도 칼은 박히는 모양 인데?”
“흐……
그때 였다.
배에 칼이 박히는 순간, 굳어버린 이성휘의 주먹이 처음과 그리 다르 지 않은 속도로 휘둘러져 완옌홍의 턱을 후려쳤다.
쾅
쇠망치로 고무공을 후려치는 듯한 소음과 함께 완옌홍의 몸이 뒤로 튕 겨져 나가 바닥을 굴렀다. 두어 바
퀴를 굴러 댄 끝에 몸을 세운 완옌 홍이 당황을 숨기지 못하는 눈으로 이성휘를 바라보았다.
주르르륵.
그의 입에서 피가 폭포처럼 쏟아 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성휘가 입 을 벌리며 웃었다.
“병신아, 미친……놈은 멀쩡한 사 람이 못하는 짓을 해서…… 그래서 미친놈인 거야.”
이성휘가 키득키득 웃어 대며 왕 옌홍을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