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05)
마존현세강림기-1707화(1704/2125)
마존현세강림기 69권 (15화)
3장 응전하다 (5)
‘마, 마왕!’
왕옌홍의 전신이 맹수를 만난 초 식동물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어, 어떻게?’
자신들의 존재를 아무리 빨리 알 아차린다고 해도 그 짧은 시간 만에 마왕이 여기에 도착하는 건 불가능
한 일이다. 그 정도의 계산도 하지 않을 왕옌홍이 아니잖은가.
혹여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존재했 다면, 왕옌홍은 부상을 입는 한이 있더라도 이성휘를 단숨에 쳐 죽이 고 이현수의 목을 땄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의 생각은 이어지 지 않았다.
마왕의 존재를 감지한 순간부터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 도주?’
말도 안 되는 소리.
상대는 창왕과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일 정도의 강자다. 아니,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 창왕조차도 한 수는 접어줘야 할 정도의 절대의 강자다.
그런 이를 상대로 도망을 친다 고?
발끝에 힘을 주는 순간, 목이 잘 릴 것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목이 잘려 나간 자신의 몸뚱아리 정도는 눈에 담고 죽을 수 있겠지.
저항, 도주.
그 어떤 것도 불가능하다.
절대의 강자란 타인의 선택을 앗 아가는 존재니까.
“내가 물었을 텐데?”
강진호의 목소리가 악마의 속삭임
처럼 왕옌홍의 귀를 파고들었다.
“어떻게 죽고 싶냐고 말이야.”
강진호가 천천히 걸어 왕옌홍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어둠을 뚫 고 나온 강진호의 발이 달빛으로 밝 혀진 땅을 내리밟았다. 마치 스포트 라이트라도 비춰지듯, 천천히 아래 에서부터 드러나는 강진호의 모습을 보며 왕옌홍이 숨을 멈췄다.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지금 강 진호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더 잘 알 수 있었다.
분노에 가득 찬 사자 앞에서 달
아날 길 없는 토끼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 흐••••••
억눌린 듯한 신음 소리가 왕옌홍 의 수하들에게서 흘러나온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저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강한 왕옌홍은 지금 강진호의 존재감 때 문에 숨조차 내쉴 수 없거늘, 그나 마 저들은 저런 신음이라도 뱉어낼 수 있다는 게 말이다.
“흐, 흐으.
강진호를 보고 공포에 질린 왕옌 홍의 수하들이 덜덜 떨며 뒤로 물러
나기 시작했다.
강진호의 서늘한 시선이 그들에게 로 향했다.
불과 3미터.
왕옌홍만 한 고수에게 이 정도의 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 없다. 도를 휘두르려 마음먹는 순간, 상대는 목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강진호는 아무런 방비도 없이 그의 거리로 들어와 그에게서 눈을 떼고 수하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왕옌홍은 움직이지 못했 다.
마치 전신을 접착제로 붙여놓기라
도 한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그가 몸을 움직이려는 의지 를 담는 순간, 목이 잘려 나가 바닥 을 뒹굴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 이다.
아니, 그 정도면 다행이겠지.
아마 저 악마는 그에게 편안한 죽음을 내려줄 생각이 없을 것이다.
“다, 달아……
서걱!
섬뜩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창왕계 무인들의 목 이 동시에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왕옌홍의 몸이 숨길 수 없는 경
련을 일으켰다.
‘대체 저게……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일격에 저들 모두를 죽이는 것?
그건 딱히 대단한 일도 아니다. 왕옌홍도 조금 무리를 한다면 성공 할 가능성이 있는 일이고, 창왕이라 면 별 어려움도 없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경우가 다르다.
그의 수하들 중 몇몇은 굳어 움 직이지 못했고, 몇몇은 달아나려 몸 을 돌렸고, 또 반쯤 돌아버린 몇몇 은 되레 강진호를 향해 달려들려 했
다.
그런 각양각색의 자세를 취한 이 들의 목이 단 한순간에 똑같이 잘렸 다.
대체 어떻게 해야 저 많은 이들 의 똑같은 부위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지, 왕옌홍의 상식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트 다트 트
=己 -r=r, =己
잘려 나간 머리가 장난감처럼 바 닥으로 떨어지고…….
털썩, 털썩.
머리를 잃은 몸이 힘없이 바닥으 로 쓰러졌다.
단 한순간에 십여 명의 목숨이 사라졌지만, 이곳의 누구도 그 사실 을 이상하다 여기지 않았다.
너무 당연한 일이니까.
“말해봐.”
강진호가 저벅저벅 걸어 왕옌홍에 게 다가갔다.
“어떻게 죽여줄까?”
왕옌홍의 얼굴에서 핏기가 완전히 가셨다.
그때 였다.
“죽이면 안 됩니다, 로드.”
강진호의 둥 뒤에서 들려온 목소
리가 그를 만류했다.
“그놈은 창왕계에서도 나름 높은 위치에 있는 놈일 겁니다. 마음은 알겠지만, 죽이는 것보다는 살려서 정보를 빼내야 합니다.”
강진호가 살짝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위긴스를 돌아보았다. 위긴 스가 그 서늘한 눈빛에 움찔했지만, 그렇다고 말을 바꾸지는 않았다.
“그리고 단숨에 죽이는 것도 분이 풀릴 일은 아니지요.”
강진호가 다시 고개를 돌려 왕옌 홍을 바라봤다.
왕옌홍은 영혼이 차갑게 식어가는 느낌을 받으며 이를 악물었다.
“정보라……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어때?”
“네 스스로 너를 살릴 만큼의 정 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
왕옌홍의 눈이 뒤흔들린다.
‘아, 안 돼.’
이대로라면 저들에게 사로잡힌 채 지옥과도 같은 고문을 당하다 결국 에는 폐기 처분될 것이다. 그건 죽 음보다 못한 결과였다.
결심을 굳힌 왕옌홍이 으득, 이를 깨물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얼굴이 검은빛 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너, 너는 내게…… 아무것도 얻 어내지 못할…… 것이다.”
“홈?”
강진호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왕옌 홍을 바라봤다.
“ 독단?”
“차, 창왕께서 특별히…… 제, 제
왕옌홍의 입가로 검은 피가 역류 한다. 하지만 피를 울컥울컥 뱉어내
는 그의 표정은 오히려 편안해 보였 다.
차라리 죽음으로 달아나는 쪽이 이 악마를 상대하는 것보다 백배는 편안한 일이니까.
하지만…….
“시대착오적 이군.”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 다.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예전 중원 에서나 쓰던 수법을 쓴단 말인가. 물론 과거처럼 저열한 독은 아니겠 지만, 발상 자체는 실망스러울 정도 였다.
“그리고……
덥썩.
강진호가 손을 뻗어 왕옌홍의 목 을 움켜잡았다.
“나를 너무 무시하는군.”
뚜둑.
인체에서 날 것 같지 않은, 뭔가 를 끊어내는 소리와 함께 강진호의 손가락이 왕옌홍의 목을 꿰뚫고 들 어갔다.
그와 동시에 왕옌홍은 기이한 기 운이 자신의 몸 안으로 파고드는 것 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생전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종류의 말도 안 되는 고통이 그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전신이 갈기갈 기 찢겨 나가고, 꺼지지 않는 불길 이 몸 안을 불태우는 것만 같다.
“흐흡! 흡, 흐…… 으으아악!”
전신이 경련을 일으키고, 압력이 과다하게 몰린 눈동자가 핏물을 뿜 어낸다. 하지만 그의 목을 움켜잡고 있는 손은 조금도 풀릴 여지가 보이 지 않았다.
강진호는 발악하는 왕옌홍을 무표 정한 얼굴로 바라보며 그의 목에 찔
러 넣은 손가락을 뽑아냈다.
촤아아아아아악!
시커먼 피가 분수처럼 뿜어진다.
세차게 뿜어진 검은 피가 곧 선 홍빛으로 변하기 시작하자, 강진호 가 다시 왕옌홍의 목에 손가락을 찔 러 넣었다.
“이런 걸로……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내게서 달아날 수 있다고 생각했 나?”
“흐, 흐으. 으..
왕옌홍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었 다.
느낄 수 있다.
그가 삼킨 독의 기운이 지금 모 두 몸 밖으로 빠져나가 버렸다는 것 을
‘본, 본인도 아니고, 남의 몸 안의 독을……
이렇게 단숨에 뽑아낼 수 있다 고?
그 어느 것 하나 상식에 걸맞은 것이 없다.
절망과 공포, 그 통제할 수 없는 격한 감정에 왕옌홍이 이성을 잃어 갈 때였다.
“날 봐라.”
“ 나를.”
왕옌홍의 핏발 선 눈이 강진호를 응시했다.
그의 눈에 환상 같은 광경이 보 인다.
세상을 다 덮어버린 것 같은 짙 은 어둠.
너무도 검고 검어 오히려 검게 느껴지지도 않는 짙은 어둠 속에서 흘러내리는, 진득한 피와도 같은 붉 은 안광이 타올랐다.
“나를 봐.”
쇠를 긁어 대는 것처럼 날카롭고 거친 음성이 왕옌홍의 귀를 파고들 었다.
‘나, 나는……
무언가가 일그러진다.
정확하게 그게 무엇인지는 왕옌홍 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왕옌홍 은 그 순간 자신 안의 누군가가 확 실하게 뒤틀리고 있다는 것을 확연 하게 느꼈다.
육체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이 정신을 일그러뜨리고, 그 일그러진 정신으로 무언가가 파고든다.
그러고 나서…….
털썩.
왕옌홍이 의문 어린 눈으로 덜덜 떨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살아 있다.
죽지 않았다.
심지어 정신마저 멀쩡하다.
그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 가.
말없이 차가운 눈으로 왕옌홍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너와는 따로 이야기하지. 아마 할 이야기가 많을 거야.”
그런 후, 강진호는 왕옌홍에게서 고개를 돌려 이현수들이 있는 곳으 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뭐……
되레 왕옌홍이 더 당황한 눈으로 강진호를 돌아보았다.
이렇게 두고 간다고?
혹시나 싶어 몸 안의 기운을 끌 어 올려 보았지만, 그의 내력은 사 라지지 않았다.
‘두고 간다고?’
달아나 보라는 건가? 언제든 잡 을 수 있으니까?
‘멍청한.’
제 손으로 죽으려 한 왕옌홍이다. 설사 달아나다 목이 잘린다고 해도 그건 원하는 결과를 손에 넣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왕옌홍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날리려 했다.
하나.
털썩.
왕옌홍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자신 의 다리를 바라봤다.
‘움직이지 않아?’
아니, 그럴 리가.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먹 는 대로 다리가 움직이고 있지 않은
가.
몇 번이고 다리에 힘을 줘 다시 확인을 한 왕옌홍이 이를 악물고 다 시 몸을 날렸다.
하나.
털썩.
그 순간, 다시 그의 다리가 움직 이지 않았다.
“뭐……
다리뿐만이 아니다.
기어서라도 달아나려 했지만, 저 강진호에게서 멀어진다는 마음을 먹 는 순간,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바 닥을 깨물려고 해도 이번에는 입이
벌어지지 않는다.
‘마, 말도 안 돼.’
강진호에게서 멀어지기 위한 어떤 행동도 몸이 허락하지 않는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겪고 있으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왔다.
달아날 수 없다.
저 악마에게서 달아날 수 없다.
목숨을 끊을 수도 없고, 달아날 수도 없고, 저항하는 것도 불가능하 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모를 수 없
는 왕옌홍이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절규했다.
“흐, 흐으으아아아아아아아악!”
“닥쳐.”
“끄으윽.”
강진호가 낮게 중얼거리는 순간, 이제는 목소리조차 새어 나오지 않 았다.
“걱정할 것 없어. 목이 쉬도록 비 명을 지르게 해줄 테니까. 지금이 아니라도 말이야.”
그 말이 왕옌홍의 의식을 잃으며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저벅.
왕옌홍에게서 시선을 뗀 강진호가 굳은 얼굴로 이현수들을 향해 다가 갔다.
그의 눈에 양팔과 한 다리가 잘 려 나간 채 이현주의 품에 안겨 있 는 이성휘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성휘.”
“••••••가, 강•••••• 강진•••••• 강진 호……
피 가래를 홀려 대며 힘겹게 말 을 잇던 이성휘가 강진호를 향해 손 짓을 한다. 덜덜 떠는 손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라는 듯 허공을 휘젓 는다.
강진호가 말없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그 순간.
투욱.
손목이 없는 이성휘의 팔이 휘둘 러져 강진호의 얼굴을 후려쳤다. 힘 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공 격이지만, 그 팔뚝은 분명 강진호의 얼굴에 가닿았다.
“한 방…… 한 방…… 먹인 거 다.”
“••••••그래.”
이성휘의 피에 젖은 입가가 미약 한 미소를 만들어냈다.